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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진보정치

정의당, 앉아서 죽을 텐가 일어서서 살 텐가 - '자강론'의 탈을 쓴 구 노선의 부활 비판

by Domoleft 2026. 7. 31.

[진보정치] 정의당, 앉아서 죽을 텐가 일어서서 살 텐가 - '자강론'의 탈을 쓴 구 노선의 부활 비판

지난 7월 21일 열린 '정의당 활동가 토론회'는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적극 추진'이라는 입장과, 이의 현실성 문제를 지적하는 이른바 '자강론'이 전면으로 맞붙은 자리였다. 그러나 붕괴한 오늘날 진보정치의 지반 위에서, 소위 '자강론'은 독자적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후퇴시키고 종속을 심화하는 과거로의 침잠에 불과하다.


※ 정의당은 지난 7월 14일~7월 27일 사이 총 4회의 연속 토론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길을 묻다'를 열어 전문가와 당내 주요 의견그룹 활동가들, 당원들과 함께 진보정치의 향후 방향성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도모》는 해당 연속 토론회를 취재하였으며, 본 기고는 이 중 7월 21일(화) 열린 '정의당 활동가 토론회'의 내용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그 중점으로 한다. (편집부)


갈림길에 선 새로운 진보정당

7월 21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의당 활동가 토론회'. 출처: 정의당 유튜브

 

오는 9월로 다가온 정의당 8기 지도부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지난 7월 21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의당 활동가 토론회'[각주:1]는 당내에서 활동 중인 주요 정파(의견그룹)의 핵심 활동가들을 토론 패널로 초청하여 진행되었다. 웹진 《도모》의 발행주체이기도 한 전환에서는 김윤기 공동대표(전 정의당 부대표)가 패널로 참석하였으며 '비상'에서는 박명기 공동대표(현 전남도당 위원장)가, '또다른플랜'에서는 정재민 집행위원장(전 사무총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통합과 분열, 재통합 등으로 상징지어지는 질곡의 역사를 거치며 한국의 진보정당운동 내에는 다양한 정파들이 늘 존재해 왔고, 정의당 역시 창당 이래 현재까지 다양한 공식적·비공식적 정파들의 경쟁과 때로는 협동이 이어져 왔다. 그러한 만큼 독자적 진보정치의 방향성에 대해 현존하는 각 정파의 대표자들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이번 자리는 진보정치·진보정당운동에 관심을 가진 당내외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비상의 박명기 전남도당 위원장은 8기 지도부에 대한 권영국 대표의 자기평가를 인용하며 정의당이 "독자적 진보진영에서의 정치적 리더십과 신뢰도, 정치전망 획득에 실패하였으며 지역과 현장 기반 확대에 있어서도 실패했다"는 날선 평가로 포문을 열었다.

박명기 비상 공동대표(현 정의당 전남도당 위원장). 출처: 정의당 유튜브

 

박명기 위원장은 2028년 총선에서의 원내재진입을 위한 '세력 확장'을 목표로 제시하며 "신호등연대(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등 독자적 진보정당: 편집자 주)와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의 실패와 교훈"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신호등연대에 참여한 각 정당들이 자기정체성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문제 및 새 정당 창당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현 연대회의의 조직적 한계를 언급하며, 신호등연대 및 연대회의의 현재적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박 위원장은 대안으로 "노동 현장 및 지역에서 우리(정의당) 자신의 주체적이고 목적의식적인 정치활동"을 제시하며,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과 별개로 지역과 중앙의 공통 의제를 통해 정의당 스스로의 정치활동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른바 '자강론'의 포문을 열었다. 이와 함께 박 위원장은 재창당 및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과는 별개로 "현재 정의당이라는 당명으로 정치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데 당원들 스스로도 어려움이 있다"며 정의당의 당명 개정 문제를 화두에 올리기도 했다.

 

세 번째 토론자로 나선 또다른플랜의 정재민 집행위원장 역시 앞서 비상의 입장과 유사한 '선 자강론'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독자적 진보정치 세력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봉쇄조항의 위헌 판결을 거론하며 "(각 정당이 따로 원내진입할 가능성이 올라갔으므로) 오히려 연대회의의 성과를 기반으로 신당을 창당하자는 것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정 집행위원장은 이와 함께 "지역에 천착하여 다수 후보를 출마시키고 그를 통해 (정의당의 자체적인) 지역기반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정재민 또다른플랜 집행위원장(전 정의당 사무총장). 출처: 정의당 유튜브

 

한편 김윤기 전환 공동대표는 이러한 입장들과 대비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론'(이하 새 정당론)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김 대표는 "연대회의를 출발점으로 하여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를 통해 2028년 총선에서의 원내진입을 도모하자"며, 이러한 방침을 명확한 목적의식으로 삼는 상태에서 지역 정치 및 조직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중 어느 하나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현재 독자적 진보정당 운동이 직면한 생존의 위기를 돌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김 대표와 전환의 주장이다.

 

"우리는 존재하는가"라는 토론의 첫 질문에 이어, 김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당선자 6명 모두가 재선 이상의 후보들임을 거론했다. 이는 (개인의 힘이 아닌) 당의 힘으로 당선자를 배출할 수 없는 오늘날 진보정당운동의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단순히 정의당만을 개조하는 것으로는 오늘날의 위기를 타파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김 대표는 지난 2025년 하반기의 여론조사 결과[각주:2]를 언급하며 '새로운 독자적 진보정당'을 지지할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결코 적지 않음을 역설했다.

 

김 대표는 신호등연대와 연대회의의 현재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독자적 진보정치의 부활에 있어 정의당의 쇄신과 자강만으로는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지적했다. 앞서 전환은 도모 기사 및 성명, 논평 등을 통해 비어 있는 한국 사회의 왼쪽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현 시대 독자적 진보정치진영의 당면 과제가 '새로운 정치세력화'이자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주장해온 바 있다.[각주:3] [각주:4]

김윤기 전환 공동대표(전 정의당 부대표). 출처: 정의당 유튜브


'자강론'의 탈을 쓴 종속의 부활

활동가 토론회에서 전환을 제외한 각 의견그룹들이 밝힌 입장은 공통적으로 '신호등연대와 연대회의의 현재적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진보정당의 창당이 그 필요성을 인정함과 별개로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렇기에 지금은 현 정의당의 자강과 재건을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강론'이다. 모든 정당과 정치세력에 있어 외부적인 연대·연합과 별개로 그 자체의 견고함은 중요하며, 그렇기에 자강 자체의 정당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 정의당이 처한 상황은 오히려 '자강'이라는 키워드 자체를 모종의 도그마로 삼으며 새로운 정치기획의 타이밍을 놓쳐 온 것의 연쇄적 귀결에 가깝다.

 

모든 자강론의 핵심은 당내 에너지의 결집과 이를 통한 정치적 구심력 극대화에 해당한다. 그러나 박명기 위원장 자신의 앞선 토론회 발언에서 보여지듯("현재 정의당이라는 당명으로 정치활동을 전개해 나가는 데 당원들 스스로도 어려움이 있다"), 오늘날 정의당이 처한 위기의 실체는 주요 활동당원들이 의지를 끌어올리고자 해도 그를 불가능하게끔 하는 현실적 어려움들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새로운 정치기획의 전면화와 이를 통한 모멘텀 확대를 배제한 채 정의당만의 선도적 '자강'은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로 새로운 당명만을 채택한다면 정치활동의 어려움은 정말 해소되는가?

 

이른바 자강파들은 연대회의가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지역으로 돌아가 "민중과 함께하는 재창당"을 시도하자 주장하지만 - 그리고 물론 이는 여전히 일정한 정당성을 갖는 주장이다 - 민주화 이후 첫 제도권 진보정당이었던 2000년의 민주노동당 창당이 당시 한국사회 최대의 대중조직이었던 민주노총과 사회운동들이 총동원된 정치적 프로젝트였던 것을 상기한다면, 오늘날의 붕괴한 지반 위에서 '민중'의 단순한 재소환은 그 정당성과 별개로 과도한 의지적 낙관일 따름이다.

좌측부터: '세 번째 권력'의 '정의당 지도부 총사퇴 및 제3지대 창당 노선 요구' 성명 / 전환의 정의당 재창당 관련 성명. 출처: 세 번째 권력 페이스북 / 전환

 

이러한 소위 '자강론'은 새로운 정치적 에너지를 내부적으로 억누르는 억지력의 역할을 겸한다. 정의당에서 금번과 같은 논쟁과 노선 대립은 처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 당내에서는 당의 정치적 진로를 두고 다양한 의견과 분출하는 에너지들이 존재했다. 2023년 연말 '세 번째 권력'과 '대안신당당원모임' 등은 이른바 '제3지대 신당론'을 주장했으며, 전환은 이와 반대로 '협동하는 진보정치'를 노선으로 수립하여 폭넓은 선거연합 진보정당론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비상 소속의 이정미 지도부는 논의 초기 이러한 신당론을 모두 거부하며 자강론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는 명백히 당시 정의당 주류의 이익과 상충하는, 그러나 다양하게 솟아오르는 정치적 에너지를 인정하며 민주적으로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찍어누르는 방식으로서 취해진 자강론이었다. 지도부는 이후로도 발본적·새로운 정치기획을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연합에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던) 녹색당까지만을 포함한 최소범주의 선거연합 구성을 추진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녹색정의당'은 당이 만들어진 경과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새로움을 주지 못했고, 당명을 아주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뭐야?"라는 반응을 얻으며 그 어떤 측면에서의 어드밴티지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 지점을 재평가한다면, 당시 지도부가 주장했던 자강론의 핵심은 '10%를 받았던 정당이 그대로 가더라도(혹은 당명개정을 통해 아주 최소한의 새로움만을 알리바이로 세우더라도) 3%를 설마 넘지 못할까'라는 정의당의 여력에 대한 과신이자 자만에 다름아니었다.

정의당 7기 제5차 전국위원회에서 '선거연합신당 추진'을 발표하는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 출처: 한겨레

 

논쟁의 양상도, 논쟁의 각 당사자들이 취하는 입장도 현재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중앙의 정치적 지반이 붕괴한 채 개별 후보자들 몇몇만이 유빙 위에서 항해 중인 정의당의 상황에서 자강론은 곧 새롭지 않은 내용, 새롭지 않은 방향성으로 점철된 새롭지 않은 선거를 "다시 잘 해 보면 된다"는 관성으로 귀결된다. 그렇게 되었을 때 과연 재선의 기초의원들이 3선, 4선을 하는 것 말고 당이 새로운 후보자들의 당선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더욱 큰 우려는 실체 없는 자강, 하던 것을 다만 더 잘 하면 된다는 입장이 종국적으로는 과거 '친민주 연합정치' 노선으로의 회귀를 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는 과거 녹색정의당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를 요구하다가 불발되자 결국 탈당 후 민주당행을 선택한 배진교 전 의원, 조국혁신당 선거에 합류했다가 최종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윤소하 전 의원 등의 사례가 있기에 단순히 음모론적 의혹으로만 볼 수 없는 우려사항이 된다. 이들이 주도했던 2017~2019년 이정미 지도부는 당시 정치노선으로서 "민주당(당시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론을 적극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각주:5]

 

토론회에서 주장된 소위 '자강론'은 '새 정당론'의 실체가 불명확함을 지적하지만, 그 실체를 구성하기 위한 적극적 시도보다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민주당의 정치적 위성정당들과 지역 단위에서의 소연합을 구성하는 것을 우선시한다는 데에서 이들이 강조하는 (지역 단위) 자강의 현실적 양상은 명백히 드러난다.[각주:6] 한편 최근 당내 의견그룹인 또다른플랜 역시 "원내정당과의 재구성을 열어놓고 고민", "선거 시기 유연한 연대연합 검토" 등 독자적 진보정치의 가능성과 의의를 후퇴시키고 과거 노선으로의 회귀를 시사하는 정치방침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6년 1월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인천 개혁진보4당 정치개혁연대 출범 기자회견'에 참여한 정의당 인천시당 / 또다른플랜 당원정치학교에서 '다시 진보정치가 도약하기 위한 제안'을 발표하는 정재민 집행위원장. 출처: 경기일보 / 또다른플랜

 

새로운 정치적 동력의 공급 없이 단지 '하던 것을 잘하면 된다'는 관성적 방식이 결국 자강론의 탈을 쓴 민주당 종속 노선으로 점차 빨려들어가는 결과를 가져올 뿐임은 투항과 종속의 역사로 특징지어지는 과거 정의당의 역사가 이미 증명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도 역시 새 정당 노선의 주창자들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보정당을 종속정당으로 만들어 온 책임을 지닌 이들 스스로에게 있다.


앉아서 죽을 텐가, 일어서서 살 텐가

정재민 또다른플랜 집행위원장의 토론회 발언("당의 방향성과 필요한 것, 혁신의 방향성에 있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조직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것")처럼 정당정치에서 정파 혹은 의견그룹의 존재는 자연스럽고, 없어서는 안 될 종류의 것이다. 그러나 그간 진보정당의 역사에서 '정파정치의 폐해'가 부각되어 온 것은 각각의 정치적 의견과 에너지를 공개적으로 토론하고 동의를 구하며 발산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가진 특정 정파들의 동원에 의한 내부적 결정이 곧 당의 결정이 되는 경향성이 짙었기 때문이다.

 

현재 정의당 일각에는 당의 상황 및 기초체력이 부재한 상황이므로 경선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노선과 방향성을 둘러싸고 다양하게 분출되는 작금의 정치적 의견은 누른다 하여 눌러지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장기적인 비전과 명확한 노선의 수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독자적 진보정치의 향후 방향성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점에 정말 필요한 것은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평가와 논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요해지는 당원들의 활발한 참여일 것이다.

 

당의 각 정파 및 의견그룹들이 2024년 총선의 준비 과정과 원내진입 실패라는 결과에서부터 시작하여 2025년 대선의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와 당명 변경 이슈 및 선거결과 등, 2026년 지방선거의 준비 과정과 선거결과, 2028년 총선에 대한 각자의 전망까지를 모두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당원들에게 제시하는 경선은 한 예시가 될 수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들어선 새로운 9기 지도부는 각 정파 및 당원들의 의견과 방향성을 반영하고 수렴하여 노선을 정하고 새로운 창당 및 총선 준비에 임하게 된다.

2025년 9월~10월 진행된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시 지지 의사' 여론조사. 출처: 정의당(토론회 자료집)

 

김윤기 전환 공동대표의 토론회 발언처럼, 당의 기초체력 및 지역 강화는 정당에게 있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하는 기본 과제에 해당한다. 즉 당의 체질 강화(자강)와 진보정치의 구조 개혁(새로운 진보정당 창당)은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문약한 것만으로도, 힘에만 의존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이뤄낼 수 없어 '문무를 겸비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당연한 자강이 '자강론'의 외피를 쓰고 마치 방향성이 될 수 있는 무언가처럼 제시될 때, 그것은 빠져나오기 어려운 도그마로 작용한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힘겹게 존재를 이어가고 있는 독자적 진보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강론의 탈을 쓴 종속성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고사시켜 온 정의당의 역사에 대한 명백한 평가와 성찰, 그리고 새로운 정치기획에 대한 명확한 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지금 정의당 내의 전선을 규정짓는 명백한 구도는 '새 정당론'으로 대표되는 대규모의 진보정치운동 혁신과 새 판 짜기, 그리고 그 반대편의 소위 '자강론'으로 대표되는 소혁신, 당명개정 등 당내로 침잠하는 '무늬만 재창당'이다.

 

정치란 결국 '무엇을 선택하는가'의 문제가 된다. 모든 정치세력과 정당은 늘 선택을 요구받고, 정세와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그 선택은 마찬가지로 어려워진다. 지금 독자적 진보정당에게 요구되는 선택은 '편안히 앉아서 서서히 죽느냐', '일어서서 희박한 가능성을 끝내 바라보며 맞서 싸우느냐'다. 정의당을 지지할 의향은 없지만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를 고민할 의향은 있는 30%의 사람들 앞에서[각주:7],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끝장낼 책임이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앉아서 서서히 죽는 것이 곧 살아가는 선택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앉아서 죽을 텐가, 일어서서 살 텐가.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각주

  1. 정의당TV, [생중계] 연속토론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길을 묻다 ❷ 정의당 활동가 토론회 https://www.youtube.com/live/VK2pFZsxJB0?si=ZlqCieN_d2yDowOh [본문으로]
  2. 한국사회정치여론연구소에서 정의당의 요청으로 진행한 '새로운 진보정당 관련 여론조사'(2025년 9월, 10월 진행)의 1차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은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 진보정당들과 노동·사회운동 세력이 결집하여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할 때 '지지할 의사가 있다'는 긍정 응답은 30.8%(매우 지지 11.6%, 대체로 지지 19.2%)였다. 2차 조사에서 문항을 바꾸어 "권영국씨를 중심으로 새로운 진보정당을 결성할 때 지지하겠는가"를 물었을 때도 30.6%로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https://www.justice21.org/newhome/board/board_view.html?num=166702&page=1 [본문으로]
  3. 도모, 진보정치의 조기대선,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https://www.domoleft.net/entry/%EC%A7%84%EB%B3%B4%EC%A0%95%EC%B9%98-%EC%A1%B0%EA%B8%B0%EB%8C%80%EC%84%A0-%EC%96%B4%EB%96%BB%EA%B2%8C [본문으로]
  4. 전환, 2026년 전환 신년사: 실용의 독주를 멈춰세울 진보정치를 다시 세워냅시다! https://www.domoleft.net/entry/2026%EB%85%84-%EC%A0%84%ED%99%98-%EC%8B%A0%EB%85%84%EC%82%AC [본문으로]
  5. 투데이신문, 이정미 “정의당, 문재인 정부의 유일한 왼쪽 날개”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379 [본문으로]
  6. 경인일보, [뉴스분석] 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 인천지역 ‘단일화’ 등 움직임 https://www.kyeongin.com/article/1757443 [본문으로]
  7. 각주 1의 여론조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