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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진보정치

낡은 것을 미리 고치는 상식의 정치 -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에 가다

by Domoleft 2026. 6. 1.

[진보정치] 낡은 것을 미리 고치는 상식의 정치 -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의원 후보의 선거운동에 가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도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전히 각자의 지역에서 독자적 진보정치의 기반을 일구고자 노력하고 있는 후보자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강서구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의당 이상욱 후보(나선거구 화곡3동, 발산1동)의 선거운동을 함께한 도모 편집위원의 후기를 게재한다.


5월 27일 아침, 5호선 우장산역 개찰구 앞

아침 시간대 5호선 우장산역 개찰구 앞에서 출근인사를 진행 중인 이상욱 강서구의원 후보

 

6.3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일로부터 이틀 전이었던 5월 27일 수요일 오전 6시 30분, 서울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개찰구 앞. 유세차도 마이크도 없었다. 노란색 피켓 몇 개,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 몇 명만이 출근하기 위해 바삐 교통카드를 찍는 사람들 옆에 서 있었을 뿐이다. 강서구의원 후보 이상욱(강서구의회 나선거구 화곡3동, 발산1동)의 목소리가 출근 시간대의 우장산역에 낮게 깔렸다. 이른 아침이지만 날은 밝았고, 출근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러나 분위기는 평소보다 영 무거웠다.

 

실제로 그 자리를 걸어가던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무겁다'는 감각을 느낀 것은 아마 그 전날의 일 때문이었을 것이다. 강서구의원 후보 이상욱 선본의 아침 유세에 결합하기 바로 전날이었던 5월 26일 오후, 서소문에서는 오래된 고가차도가 무너졌다. 이 고가차도는 지금으로부터 딱 60년 전인 1966년에 지어졌다. 서울이 '한강의 기적'을 외치던 시절에 올라간 콘크리트가 이제야 철거되고 있었다. 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은 것은 한참 전이었고, 2019년에도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있었다. 고가차도의 전 구간에서 철근이 부식되어 있으며 강도가 떨어져 있다는 진단이 나온 것도 이미 그때였다.

 

그러니까 명료하게 설명해 보자면, 균열은 오래 전부터 거기 있었다. 그날의 새벽에도 이미 침하 현상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되었던 거대한 콘크리트는, 오후에 고가도로 안전진단을 진행하던 바로 그 순간 굉음을 내며 무너졌다. 세 사람이 거기서 죽었다. 사고는 갑자기 오지 않았다. 그냥 오래 전부터 거기 있었다. 서울 곳곳에서 출마한 후보자들이 선거가 일주일 남았음에도 유세를 취소하거나 축소했고, 내가 간 이상욱 후보 캠프도 유세를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축소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날 저녁 퇴근길에 보았던 사고 소식을 다시 곱씹으며, 나는 아침 공기를 마시며 우장산역에 피켓을 든 채로 서 있었다.

5월 26일 오후 서대문 고가차도 붕괴 현장. 출처: 매일노동뉴스


일상의 안전을 말하는 정치

아침 공기를 뚫고 울리는 후보의 목소리를 듣다가 어느 순간 나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정치 유세를 듣고 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쌀로 밥 짓는다"는 소리를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어린이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 '등하교길 안전대책 확보', '어린이·청소년 대중교통 무상화', 이 셋 말이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이게 무슨 말인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아이가 한밤중에 아파서 응급실에 간 다음 나오는 고지서. 학교 앞 좁은 인도 위에서 자전거와 킥보드와 행인 사이를 간신히 비집고 걷는 책가방 멘 뒷모습. 대중교통 요금 때문에 가고 싶은 곳 대신 그냥 가까운 곳에 가게 되는 그 찰나. 이 공약들은 그런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내 일상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되는 - 혹은 반복될 장면들.

 

서소문 사고 소식을 들은 직후라 그런지 그 중에서는 "등하교길 안전"이라는 말이 유독 귀에 걸렸다. 고가도로 아래를 매일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설마 저게 무너지겠어, 하면서. 그 중에서는 분명 내 아들만한 아이를 안고 가던 엄마도, 퇴근길 집을 향해 바삐 걸어가던 내 또래의 직장인도 있었을 테다.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싶었던 것들이 사실 오래 전부터 이미 금이 가 있었다는 것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그걸 알고도 고치지 않고 외면했다는 것 역시도. 등하교길도 마찬가지다. 어디가 위험한지 모르는 주민은 없다. 그냥 매년 미뤄질 뿐이다. 예산이 없다고,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그리고 어느 날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다.

어린이·청소년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아이들의 등하교길 안전 확보 공약이 담긴 이상욱 강서구의원 후보의 카드뉴스

 

'의료비'와 '안전'이 이상욱 후보 선거의 핵심 키워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학부에서 기초의과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는 의료기기산업학을 수료했으며,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의 정책부장을 지냈다. "(학교·노조에서 현장을 바라볼 때) 현행 건강보험의 한계가 너무 명확히 보였어요. 특히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야 할 아동·청소년들이 병원에 점점 더 자주 가야만 하는 사회가 와 버렸는데, 정작 독감, 폐렴, 수족구처럼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환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비급여 항목이 훨씬 더 많다는 거죠." 후보의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냉소적 시선은 무시할 수 없다. 재원을 어디서 끌어 오냐, 포퓰리즘 아니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냐, 너무 급진적이지 않냐. 진보정당의 정책공약을 보고 SNS나 오프라인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늘 하던 말이다. 어린이·청소년 병원비상한제를 말할 때에도 돌아오는 말들은 마찬가지다.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도 다르지 않았다. 진보정당이 모종의 공약을 들고 올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가다도 "취지는 좋은데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국민의힘(평소에는 그렇게 싸워 대던!)과 타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가 왔다. 또 같은 공약이 나왔고, 또 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그 사이에 어린이와 청소년은 계속 그 좁은 인도를 걸었고, 양육자들은 계속 쌓여 가는 병원비 고지서와 교통비 앞에서 숨을 참고 있었다.

5호선 화곡역 앞에서 어린이·청소년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 도입 피켓을 들고 있는 이상욱 강서구의원 후보

 

'급진적'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 단어의 어원을 생각한다. 'radical'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radix'에서 왔다. 이것은 '뿌리'라는 뜻이다. 뿌리는 모든 것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것이며 동시에 가장 밑바닥에 닿아 있는 것이다. 아이 병원비가 무섭고,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등굣길이 불안하다는 것은 우리 삶의 가장 뿌리에 박혀 있는 감각이다. 그게 '급진적'이라면, 우리는 그 기준을 세운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물어봐야 한다. 그 사람들의 아이는 어떤 길로 학교에 가는가. 그 사람들은 무엇을 타는가. 그 사람들은 병원 고지서 앞에서 숨을 참아 본 적이 있는가. 주류 정치에 있어 급진적인 것이 골목에서 아이 손을 잡고 있는 부모 눈에는 그냥 상식이다. 기성 정치가 이상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기서는 '최소한'이다.

 

그 최소한이 계속 미뤄지는 동안 사람들은 낡은 것들 위에서 살아간다. 비단 고가도로와 인도만이 낡은 것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하는 낡은 교통요금체계, 완전고용의 신화가 깨진 지 오래임에도 여전히 고용에만 기반해 있는 낡은 의료보험 구조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그 중 하나가 무너지면 그 때야 비로소 이름도 거창한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꾸려지곤 한다. 그러나 무너지기 전에 고치는 것과 무너진 다음에 수습하는 것은 다르다. 세 사람이 이미 죽고 난 뒤 '총력 대응'을 말하는 것과 균열이 발견됐을 때 멈추는 것은 의미부터 결과값까지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도 똑같다. 아이가 다친 다음에 대책을 세우는 것과 다치기 전에 길을 고치는 것은 다르다.


진보정당이 있어야 할 곳

어슴푸레한 새벽에 시작되어 아침 출근시간까지 진행된 유세는 그리 길지 않았다. 후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 드라마틱한 순간 같은 건, 그러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멈춰서 눈물을 훔치거나 갑자기 지지자들이 몰려드는 일은 없었다. 그냥 우리는 인사를 했고 몇몇이 들었고 새벽이 지나가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진보정당의 자리는 원래 그런 곳이어야만 한다. 조명 없는 새벽 지하철 출구 앞, 유세차 없이 마이크 하나 들고 서 있는 자리. 거대 정당들이 '현실성'이라는 이름으로 서랍 속에 밀어넣은 의제들을 다시 꺼내 가장 먼저, 가장 끈질기게 소리 높여 외치는 자리. 그게 전부다.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멈추지 않으면 된다.

 

서소문에서 무너진 고가도로는 60년 동안 거기 있었다. '너무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먼저 치우려 하지 않았다. 낡은 줄 알면서도 일단은 버텼고, 그러자 곧 무너졌다. 우리의 정치도 어쩌면 그렇게 낡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균열을 알면서도 '설마 여기서 무너지겠어' 하면서 일단은 버티는 것. "우리가 매일 걷는 그 길은 안전합니까" "자식이 아플 때 병원비가 무서운 적은 없었습니까" 이 질문에 상식적인 답을 내놓는 목소리가 왜 지방의회에 필요한지, 새벽 우장산역 앞에서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고가도로는 이미 무너져 있었다. 다음에 무너질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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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독

공인회계사, 세무사. 현재 모 회계법인의 세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도모》에 어려운 경제 이슈를 풀어쓰는 글을 기고한다. 조세정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지만 여전히 세법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