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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3선 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기회주의자인가 노련한 전략가인가?

by Domoleft 2026. 9. 11.

[국제] 3선 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 기회주의자인가 노련한 전략가인가?

2026년 6월 3일, 덴마크 총리 메테 프레데릭센은 3달 간의 연정 협상 끝에 세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했다. 반이민과 문화적 보수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재분배를 강조하는 '보수 좌파' 노선의 선두주자이자 노련한 정치인 프레데릭센은 다른 한편으로 기회주의자라는 강력한 비판을 받는다. 오늘날 메테 프레데릭센과 덴마크 사회민주주의가 직면한 현실을 살펴본다.


정치적 기회주의는 한 국가의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경향이 크다. 타협과 기회주의는 같은 말이 아니다. 타협은 자신이 지키려는 원칙과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한다. 반면 기회주의는 그 원칙이 무엇인지 끝내 알 수 없게 만든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왼쪽으로, 우파가 치고 올라오면 오른쪽으로, 그 결과 권력은 남지만 정당의 정체성과 지지층은 조금씩 마모된다.

 

이민자 문제가 거대한 사회 갈등으로 비화되며 노동계급의 지지를 극우에 넘겨준 유럽 각국의 좌파 진영에서는 최근 우파적 구호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적 기회주의가 대두하고 있다. 극우 진영의 핵심 가치인 '반이민'과 '문화적 보수주의'를 당의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재분배 강화를 요구하는 독일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 체코의 보헤미아-모라바 공산당(KSČM) 등이 대표적 예시다. 이런 경향의 '원조'는 2019년부터 덴마크 총리를 맡고 있으며 얼마 전 세 번째 내각을 구성한 사회민주당의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다.

2026년 덴마크 총선 선거유세 중인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 출처: 로이터


메테 프레데릭센의 3번째 총리 재임

2026년 3월 24일 치러진 덴마크 총선 이후 무려 3개월이 지난 6월 3일, 메테 프레데릭센은 지난한 연정 협상을 거쳐 3번째로 덴마크 총리에 취임한다. '네잎클로버 정부(Firkløverregeringen)'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새 정부는 사회민주당(약칭 A), 사회주의인민당(F), 사회자유당(RV), 중도당(M)의 4개 정당이 참여하는 소수 내각 연립정부로, 적록동맹(Ø)과 대안당(Å)이 각외협력을 통해 정부를 지지한다.

 

다양한 평가를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커리어의 측면에서 프레데릭센이 '성공한 정치인'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2019년 첫 취임 이후 밍크 살처분 스캔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생활비 위기, 2025년 지방선거 참패 등 여러 악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7년째 총리직을 지킨 것도 모자라 큰 문제가 없다면 4년 더 총리직을 유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당제가 기본인 유럽 각국에서 연립내각이나 정당연합이 몇 달만에 무너지는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을 생각하면 프레데릭센의 정치적 생존 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26년 총선 결과를 들여다보면 이를 '유권자의 압도적 신임'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사회민주당은 21.1%의 득표율과 38석의 의석을 얻어 제1당을 유지했지만, 2022년의 27.5%·50석에서 크게 후퇴했다. 의석 수로도, 득표율로도 1903년 이후 가장 나쁜 총선 성적이었다. 민주사회주의 정당인 사회주의인민당은 사민당에 실망한 좌파 유권자들을 흡수하여 20석으로 2위에 올랐다. 반면 전통적 중도우파의 중심이던 자유당은 18석으로 추락했다. 사회민주당이 강해서 이겼다기보다 경쟁자들이 더 잘게 쪼개졌기 때문에 제1당으로 남은 선거였다. 우파는 중도우파와 극우로 분열되어 있고, 좌파들은 정권을 우파에게 넘겨주기 싫었다. 프레데릭센은 잘게 쪼개진 국회를 활용하여 총리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2026년 덴마크 총선의 정당별 의석수. 출처: 덴마크 의회 폴케팅(Folktinget)


좌우를 오갔던 7년

프레데릭센의 시작은 분명 왼쪽이었다. 2019년 처음 수립된 적록 정부는 복지 확대와 부자 증세, 장기간 일해 온 육체노동자에게 조기 은퇴와 연금 수급을 허용하는 아르네 연금 도입, 야심찬 기후 정책 등 좌파적 색채가 강했다. 그러나 프레데릭센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이자 비판점으로 꼽히는 강경한 이민 정책은 이 당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프레데릭센은 대규모 이민과 값싼 외국 노동력이 노동계급의 임금과 복지국가의 결속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유럽 밖에서 망명 신청을 처리하는 구상, 난민 유입 억제, 외국인 범죄자 추방 강화라는 정책들 속에 반이민 기조는 더 이상 우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분배에서는 왼쪽, 이민과 사회적 가치에서는 오른쪽'이라는 프레데릭센 내각의 정책 기조는 극우 덴마크 인민당(DF)으로 빠져나간 노동자 표를 되찾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동시에 이민자가 발생하는 국제적·사회구조적 조건을 도외시한 채 극우와 동일한 해법을 채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프레데릭센의 노선은 이후 독일의 BSW 등 유럽 각국에 등장하는 현대 '보수 좌파' 노선의 효시로 꼽힌다.

 

논란 속에도, 2022년 치러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은 27.5%의 지지율과 50석의 의석을 얻으며 20년 만에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그린란드, 페로 제도 등 북대서양 부속 도서들의 의석까지 계산하면 기존 적색 블록만으로도 재집권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프레데릭센은 선거 전부터 예고했던 '중앙을 가로지르는 정부'를 선택했다. 사회민주당은 좌파 진영의 사회주의인민당과 적록동맹 대신 전통적 경쟁자인 자유당, 그리고 라르스 뢰케의 중도당과 손을 잡고 다수정부를 만들었다.

2022년 총선 이후 자유당, 중도당 당수와 정부구성 발표 기자회견을 갖는 메테 프레데릭센(가운데). 출처: 로이터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추진한 상징적 정책은 '스토어 베데다그(Store bededag)', 즉 국교인 루터교회 대기도일 공휴일의 폐지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직면한 내각은 국방비와 노동생산성을 늘린다는 이유로 노동자에게 하루 더 일하라고 요구했다. 노조와 교회, 좌우 야당이 함께 반대했고 40만 명이 넘는 시민이 반대 청원에 서명했지만 정부는 밀어붙였다. 고소득층 세제 완화와 노동공급 확대, 공공부문 구조개혁도 중도 연정의 핵심이 되었다. 복지국가를 지키겠다던 정당이 노동자의 휴일을 반납시키고 중도우파와 함께 '개혁'을 추진한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자 방향은 다시 바뀌었다. 2026년 선거를 앞두고 사회민주당은 복지와 생활비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새 네잎클로버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 국민 무상 치과진료를 추진하고, 청년 대중교통 무상화, 과일·채소 부가가치세 폐지와 식품 부가가치세 인하, 저소득 연금생활자 지원, 아르네 연금 보강, 강한 동물복지·환경규제를 약속했다. 2022년보다 명확히 왼쪽으로 이동한 강령이다. 하지만 이민·추방정책은 그대로 유지됐고, 중도당을 만족시키기 위한 세제 양보도 남았다. 선거 때 거론했던 부유세는 연정 합의에서 아예 빠졌다. 오른쪽에서 필요했던 것은 남기고, 왼쪽에서 인기가 높은 정책을 다시 빌려온 새 정부의 강령은 이념적 회귀라기보다 선거결과에 따른 산술적 정책 재조합에 가깝다.


작아지는 당과 커지는 개인

프레데릭센 내각이 추진한 대기도일 폐지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노동계급의 일상으로 옮겨놓았다. 정부는 단 하루의 공휴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많은 노동자에게 있어 대기도일 폐지 문제는 사회민주당이 누구의 편인지 보여주는 시험대였다. 집에서 일할 수 없고 몸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에게 하루의 휴일은 그저 추상적인 생산성 지표가 아니었다. 그런데 사회민주당 총리가 노조와의 협의보다 정부의 결정을 앞세운 것이다. 다수 노동계급 유권자들은 프레데릭센이 말하던 '노동하는 덴마크'가 정작 노동하는 사람의 시간을 가장 쉽게 가져간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2023년 2월 대기도 공휴일(Store bededag) 폐지에 반대하는 덴마크 노동조합연맹(FH)의 시위. 출처: 덴마크 노동조합연맹

 

결과는 2025년 지방선거에서 폭발했다. 사회민주당의 전국 득표율은 23.2%로 떨어졌고, 코펜하겐과 글라드삭세 같은 상징적 거점에서 권력을 잃었다. 도시의 진보 유권자는 사회주의인민당과 적록동맹으로 이동했고, 농촌과 지방의 불만층은 덴마크 인민당과 덴마크 민주당 등 우익 포퓰리즘 정당으로 향했다. 생활비와 주거비, 노인돌봄과 복지서비스에 대해 폭증한 불만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사회민주당을 빠져나갔다.

 

당 내부의 불만 역시 같은 질문으로 모였다. 사회민주당이 자유당과 같은 경제정책, 덴마크 인민당과 비슷한 이민정책을 시행한다면 유권자가 굳이 사회민주당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우파 정책을 따라가더라도 우파 유권자는 원래 정당으로 돌아가고, 그 사이 전통적 좌파 유권자는 사회주의인민당이나 적록동맹으로 떠난다. 프레데릭센의 전략은 우파 포퓰리즘의 성장을 한동안 억제했지만 사회민주당 자체의 기반을 넓히지는 못했다.

2025년 덴마크 지방선거 지역별 결과. 출처: 위키피디아

 

그럼에도 당내에서 그를 실제로 끌어내릴 만한 도전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프레데릭센은 여전히 사회민주당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외교·안보 위기에서 총리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지방 조직과 노동계가 불평해도 당 지도부는 '메테 없이 선거를 치르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한 지도자가 정당을 약하게 만들고, 약해진 정당이 다시 강한 지도자에게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2026년 총선은 이 모순을 그대로 보여줬다. 프레데릭센은 총리직을 지켰지만 사회민주당은 123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개인은 살아남았지만 당은 줄어들었다.

 

프레데릭센에게 가장 뜻밖의 정치적 구원자는 도널드 트럼프였다.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욕을 드러내고, 덴마크의 영토와 주권을 공개적으로 압박하자 덴마크 국내정치의 초점이 순식간에 뒤집혔다. 생활비와 공휴일, 복지 축소로 공격받던 총리는 갑자기 세계 최강국을 상대로 작은 나라의 주권을 지키는 국가 지도자가 되었다. 프레데릭센은 2026년 2월 26일, 법정 시한보다 몇 달 앞당겨 3월 조기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정치에서 가장 유리한 순간을 놓치지 않은 선택이었다. 트럼프가 불러온 외교 위기가 지방선거 참패 뒤 수세에 몰린 프레데릭센에게 '안정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되돌려준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사회민주당까지 구해 준 것은 아니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유권자의 관심은 다시 이민, 물가, 연금 수급 연령, 세금과 복지로 돌아왔다. 그린란드 위기는 당의 지지기반을 회복시키지 못했고, 대신 프레데릭센 개인이 총리 후보로 남아 있을 이유만을 강화했다. 트럼프는 사회민주당의 구세주라기보다 메테 프레데릭센의 구세주였다.

그린란드 병합을 시사하며 자신의 사진을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전경에 합성한 도널드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포스트. 출처: 도널드 트럼프 트루스소셜(@realDonaldTrump)


노련한 전략가와 기회주의자 사이에서

메테 프레데릭센이 진보주의자가 아닌 국가주의적 사회민주주의자라는 것은 명확하다. 이민정책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경제정책을 상황에 따라 조정하면서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사회의 통제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일관적이었다. 그러나 일관된 국가주의가 모든 변화를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2022년 프레데릭센은 적색 블록의 표로 승리한 뒤 우파와 정부를 만들었고, 노동자의 공휴일을 폐지하면서도 사회적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202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자 다시 복지와 공공성을 전면에 내세웠고 선거에서 부유세를 언급했지만, 중도당이 반대하자 연정 합의에서 사라졌다. 동맹은 바뀌었고 설명은 언제나 사후적으로 붙었다.

 

더 큰 문제는 반이민 정서가 대중화된 오늘날의 유럽에서 이런 기회주의가 거대한 사회적 퇴행에 기여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치러진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약 44%의 득표를 확보하여 과반에 근소하게 미달하는 의석을 획득했다. AfD를 막는 '방화벽'이었던 주요 정당들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정부 구성의 키는 5석을 확보한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에게 주어졌다. 프레데릭센과 유사하게 좌파를 표방하면서도 반이민 수사와 기회주의적 포퓰리즘을 택한 BSW는 AfD 정부의 수립을 막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AfD 주총리 후보인 울리히 지그문트는 BSW에 공식적인 연합을 제의함과 동시에 불법 이민자 구금 및 추방과 난민 및 이주민 아동 '분리 교육' 등 반헌법적 공약을 공공연히 내세우고 있다.

2026년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 주총리 후보 울리히 지그문트. 출처: 로이터

 

기회주의의 핵심은 입장을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정치인은 현실이 바뀌면 입장을 바꿔야 한다. 핵심은 그 변화가 어떤 원칙과 우선순위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 대가를 자신도 감수하느냐에 있다. 프레데릭센은 대체로 정책 변화의 비용을 정당과 지지층에 떠넘기고, 자신은 '책임 있는 유일한 지도자'의 자리를 지켰다.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은 떨어졌지만 총리의 생존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새로운 임기의 성패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약속이 협상과 재정논리 속에서 희석되고 강경 이민정책과 국방비 확대만 남는다면, 세 번째 임기 역시 그녀 개인의 집권 연장을 위한 또 하나의 임시 조합이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메테 프레데릭센은 노련한 정치인이며 동시에 기회주의자다. 두 평가는 모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노련함은 기회주의를 성공시키는 기술이다. 그는 좌우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권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좌우의 조각을 골라 하나의 정부로 묶는다. 그 결과 덴마크는 위기 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총리를 얻었지만, 사회민주당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지 점점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프레데릭센은 덴마크에서 가장 유능한 생존자다. 문제는 그 생존 끝에 사회민주주의의 원칙과 존재 이유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


동백림

혁명과 개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제정세 오타쿠.

현재 시민사회단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도모의 국제면에 정기적으로 글을 연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