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웨덴 사회민주주의가 직면한 '반극우 전선'의 딜레마
대표적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로 우리에게 익숙한 스웨덴이 9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극우 정당의 약진 속 '반극우 전선'의 정권교체가 확실시되지만, 극우를 정말 막아낼 수 있을지는 집권 이후 사회민주당과 좌파 진영의 선택에 달려 있다. 복지국가를 만들었던 정치는 다시 노동계급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이른바 '사회민주주의의 대표국·모범국'이었으며, 한국 진보진영의 많은 논자들에게 여전히 복지국가의 좋은 모델로 평가받는 나라. 글을 읽는 많은 독자들이 바로 스웨덴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스웨덴이 최근 보이고 있는 모습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조금 다르다. 노동계급의 지지를 받아 비약적으로 성장 중인 극우 정치세력의 모습, '민주진영 VS 극우' - 소위 '반극우 전선'이라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정치 구도 등은 우리에게 '이상향'인 듯 비춰지곤 하는 스웨덴도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노동자의 정당', 대체 어디인가?
스웨덴의 최대 정당이자 최장 기간 집권하며 '복지국가'를 이끌어 왔던 사회민주노동자당(S, 이하 사민당). 현재 제1야당인 이들은 올해 9월로 다가온 차회 총선에서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러나 최근 사민당 지도부의 핵심적 고민은 정권교체 여부 자체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전통적인 노동계급 지지층의 민심이 빠르게 이반하고 있는 것이다.
2026년 5월, 스웨덴 노동조합총연맹(LO)의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는 이러한 경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조합원 사이에서 좌파 블록의 지지율은 여전히 수치상 압도적이다. S + V(좌파당) + MP(녹색당)의 합이 59.9%, 우파 진영의 M(온건당) + KD(기독교민주당) + L(자유당) + SD(스웨덴 민주당)의 합이 38.6%다. LO 조합원 전체에서는 아직 사민당이 확실한 1위이고, 좌파·적록 정당들의 지지율 합이 우세하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압도적 지지는 사라졌다. 전체 조합원 사이에서 극우정당 스웨덴 민주당(SD)의 지지율은 이미 거의 30%에 육박한다.

조사 대상자를 성별로 나눈다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남성 블루칼라 노동자 사이에서는 아예 SD의 지지율이 사민당(S)의 지지율을 역전한 사례도 나타난다. 비노조 블루칼라 노동자들까지 포함하면 S–SD 격차가 기존 LO 조사보다 더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존재한다. "올해 6월에 발표된 스웨덴 통계청의 정당 동정 조사에서, 조사 대상 LO 남성의 36.3%가 스웨덴 민주당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사회민주당은 작년 40.7%에서 오늘 31.9%로 급락했다."1
물론 첫 번째 조사는 LO 조합원 전체의 투표 의향이고, 다른 하나는 LO 남성 조합원의 정당 선호도로 조사기관도 질문 방식도 다르기 때문에 두 숫자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둘을 함께 놓으면 중요한 특징이 보인다. 스웨덴 노동계급이 '통째로' 극우로 이동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여성 조합원과 공공부문 노동자, 대도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사회민주당과 좌파당이 강세를 보인다. 반면 남성 제조업·건설·운송 노동자 등 일부 계층에서는 SD가 사실상의 제1당으로 자리잡았다. 계급투표가 사라졌다기보다는 노동계급 내부가 성별·지역·산업·학력과 이민 문제에 대한 태도에 따라 갈라진 것이다.
물론 유럽 타국의 사례와 같이 극우정당은 늘 '노동자와 서민의 대변자'로 스스로를 포장하지만 결정적 국면에서 신자유주의의 편에 선다. 스웨덴 민주당은 2022년부터 신자유주의·중도우파 온건당이 주도하는 정부에 참여하며 실업보험 축소와 복지 재정 긴축을 일관되게 지지해 왔다. SD가 참여 중인 스웨덴 우파 정부는 2025년 10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실업보험 개편안을 통과시켰다. 개편안의 골자는 노동시간 중심에서 소득 중심으로의 실업보험 수급요건 전환으로, 저소득 실업자들의 수급 액수를 줄어들게끔 하여 총 실업보험 예산을 줄이는 사실상의 개악으로 평가된다.
LO와 사민당, 좌파 진영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실업보험 개편안 통과 직전인 2025년 9월 스웨덴의 실업률은 9%에 육박하여 유럽 주요국들 대비 높은 평균치를 기록했으며, 실업자 1인당 고용 관련 정책 프로그램에 배정되는 예산의 규모는 2016년 인당 32,000크로나에서 2025년 16,600크로나 미만으로 감소했다.2 LO는 '실업자를 외면하는 정책'이라며 이 개악에 강경하게 반발했지만, 여전히 조합원들의 1/3 가량은 반노동 정책을 대놓고 펴는 SD를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임금과 복지' 문제의 해결을 통해 다른 문제에 있어서도 어드밴티지를 점할 수 있다는 사회민주주의-노동정치의 기본적 대전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범죄와 치안, 이민, 지역 공동체의 변화, 남성성의 위기, 정치 엘리트에 대한 반감 등 비(非)경제적 요소들이 노동계급의 투표에 점점 더 강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고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는 사민당을 비롯한 주류 좌파 정치세력이 오랫동안 노동계급을 당연한 지지층으로 취급하고, 정작 노동환경과 생활비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것의 대가이기도 하다. 극우가 노동자를 '빼앗아 갔다'기보다는, 기존 노동운동이 비워 놓은 공간으로 극우가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극우의 늪에 빠진 집권 중도우파
2026년 9월 13일 총선을 앞둔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 정권교체는 확실시된다. 스웨덴 통계청이 2026년 5월 발표한 대규모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은 33.9%, 스웨덴민주당 18.3%, 온건당은 17.3%, 좌파당은 8.6%, 녹색당은 6.6%, 중앙당은 6.1%였다. 기독교민주당은 4.5%를 기록했으며 자유당은 원내 진입 기준인 4%에 크게 못 미치는 2.5%의 지지율에 그쳐 원외 전락이 전망되고 있다.3
사민당·좌파당·녹색당·중앙당을 모두 합치면 55.2%, 현 정부를 구성하거나 지원하는 이른바 '티되(Tidö)' 연정의 우파 정당들을 합치면 42.6%였다. 다만 중앙당은 경제적으로 상당히 자유주의적인 정당이므로 이 55.2%를 곧바로 '좌파 지지율'로 볼 수는 없다. 정확히는 현 정부와 SD의 집권 연장에 반대하는 정당들의 총합에 해당한다. 한편 우파 정당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중도우파적 성향의 정당들(M, L)로부터 극우정당(SD)으로의 지지율 이탈이 가속화되는 모습이 특징적으로 보여진다.

현재 스웨덴 정부는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이끄는 온건당·기독민주당·자유당 연립정부다. 그러나 의회 다수를 위해서는 스웨덴민주당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SD는 신임·보완 계약인 이른바 '티되 협정'을 통해 장관직을 갖지 않으면서도 내각의 이민·치안·형사정책과 복지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2022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은 득표율을 30.3%로 높였지만, 우파 네 정당이 176석을 얻어 사회민주당·좌파당·녹색당·중앙당의 173석을 근소하게 앞섰다. 우파 진영은 기존 금기시되던 극우 SD와의 연정을 통해 과반보다 단 한 석 많은 의석으로 정권을 잡았고, 사회민주당은 선전했으나 동맹 정당들의 부진으로 정권을 잃었다.
문제는 크리스테르손이 SD를 견제하기는커녕 갈수록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에 더 깊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2026년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하면 SD를 정식으로 정부에 참여시키고, 이민·통합 분야를 비롯한 주요 장관직을 맡길 수 있다고 밝혔다.4 한때 SD와의 협력 여부를 두고 내부 갈등을 겪었던 자유당 지도부도 결국 이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2026년 들어 치러진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온건당의 지지율이 SD보다 높게 나온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정권의 얼굴은 크리스테르손인데, 정권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은 SD 대표인 임미 오케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도우파 정당들은 SD를 이용해 집권했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SD의 '정치적 정상화'에 이용당한 모양새가 되었다. 과거에는 "SD를 정부 밖에 두며 견제하겠다"고 설명했지만 이제는 "SD도 다른 정당과 똑같이 장관을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번씩 양보하다 보니 어느새 돌아갈 다리가 사라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스웨덴 중도우파 진영은 SD의 힘 없이 무엇도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정치적 식물 상태에 처했다. '극우의 늪'에 빠져 진영 내 헤게모니를 장악당한 것이다.

진영 내 헤게모니 문제는 우파 여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크게 앞서고 있는데도 차기 정부의 형태는 전혀 명확하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중앙당과 좌파당의 갈등이다. 좌파당은 2026년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이 참여하지 않는 정부에는 찬성표를 던지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사회민주당 정부를 밖에서 지지하면서 예산과 정책 일부만 얻는 역할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좌파당은 장관직과 공식적인 연정 참여를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 집권을 준비하기 위한 인력까지 구성하고 있다.
반면 야권에서 가장 중도적인 중앙당은 SD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부에도 반대하지만 좌파당이 참여하는 정부에도 반대한다. 중앙당은 규제 완화, 기업 친화적 조세정책,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는 경제적 자유주의 정당이다. 복지 확대, 부유층 증세, 민영화 제한을 요구하는 좌파당과는 경제정책에 있어 정반대편에 서 있다. 모두가 "크리스테르손 정부를 교체하자"고 말하지만, 교체한 뒤 어떤 정부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없다. 이는 좌파 연정이 들어서더라도 장기적인 정치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반극우 전선'의 딜레마에 직면한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2026년 스웨덴 총선의 구도는 점차 '티되 체제의 연장과 극우의 정상화 용인이냐, 반극우 전선을 통한 민주적 정권교체냐'라는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사민당과 좌파당, 녹색당은 극우 SD가 장관직을 차지하는 정부의 수립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당 역시도 크리스테르손이 SD의 정부 참여를 받아들인 순간 더는 지지할 수 없는 총리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이에 우파 정당들은 중앙당에 투표하는 것은 결국 좌파당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공격하고 있다.
마치 정치적으로 '정상화'된 것처럼 포장되는 SD는 대중적 지지와 힘을 얻으며 다시금 극우적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임미 오케손 대표는 집권 시 '국경 폐쇄'를 공언했으며, 우파 연정의 이민법 개악을 선도하고 있다. 중도우파 정당들이 SD를 고립시키기는커녕 정부로 데려가는 상황에서, '반극우 전선'이라는 구도가 단순한 선거용 과장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극우'라는 이유만으로 묶인 연합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오래 가기 어렵다. 이는 이미 야권 정당들 사이의 대립구도에서 일부 드러나고 있다. 중앙당은 감세와 기업 자유를 요구하고, 좌파당은 증세와 복지 확대를 요구한다. 사회민주당은 노동계급의 지지를 되찾고 싶어하면서도 중도층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녹색당은 강력한 기후정책을 원하지만 농촌과 제조업 노동자들의 반발을 감당해야 한다. "극우를 막자"는 구호는 이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다. 하지만 집권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답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한다.

극우정치의 약진을 막기 위해 연합했지만, 집권 이후 민생과 경제 등 내용에 있어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국 더 강해진 극우 세력에게 다시 자리를 내어 주는 모습은 이미 수많은 나라들에서 '반극우 전선'으로 모인 민주주의 세력이 처한 딜레마에 해당한다. 결국 오늘날 스웨덴 좌파 진영에게 요구되는 것은 '반극우 전선'을 묶어내고 또한 유지할 수 있는 정치력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 정책의 현대에 맞는 업데이트와 심대해진 불평등 문제의 해결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이는 본질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얼기설기 테이프로 붙여 놓는 임시적 봉합에 불과하다.
다시 "약간은 상상을 덧입힌" 스웨덴
지난 2013년, 장석준 전 정의정책연구소장은 당시 한겨레21의 기고에서 " '약간은 상상을 덧입힌 스웨덴'이 이미 세계인의 공유 자산인 한, 이것은 결코 스웨덴 민중만의 기대는 아니다"라 언급한 바 있다.5 다음 해인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한 스웨덴 사민당은 그러한 바람과 달리 세계 민중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보다는 여소야대에서 생존을 위해 버티는 정치를 하다가 2022년 총선에서 1석 차이로 패배했다. 현재 과반이 넘는 야권의 지지율 또한 야권 정당들의 능력보다는, 현재 온건당의 크리스테르손 총리가 취임 초기부터 3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없었으며 SD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 온 것에 기인한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사민당 총리 후보는 2025년 전당대회 이후 사회민주당을 경제·복지 분야에서 과거보다 왼쪽으로 이동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데르손은 병가 첫날의 소득을 삭감하는 '카렌스 공제'를 폐지하고, 연금과 학교·의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복지기관에서 과도한 민간 이윤을 제한하겠다는 등 공공성을 기조로 한 민생 복지 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안데르손은 뢰벤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내며 긴축을 시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민당이 야당일 때 내놓은 정책을 집권 후에도 지킬 것인지, 중도층에 다가가며 진보적 개혁 정책을 양보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확실시되는 정권교체 속에, 중요한 것은 정권교체 이후의 정치다. 노동자들에게 "극우를 막기 위해 우리를 찍어 달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업보험, 병가, 노동시간, 연금, 주거비, 공공의료처럼 노동자가 매일 몸으로 느끼는 문제에서 실제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의 불만을 인종과 이민자에게 돌리는 정치에 제대로 맞서려면, 그 불만이 생기는 물질적 조건부터 바꾸어야 한다.
반극우 전선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극우를 정부 밖으로 밀어내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극우가 성장한 이유까지 제거해야 한다. 그렇기에 2026년 스웨덴 총선의 진짜 질문은 '사회민주당이 이길 것인가'가 아니다. '복지국가를 만들었던 정치가 다시 노동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 그 해답은 한 번의 선거결과만으로 정해질 수 없다. "약간은 상상을 덧입힌 스웨덴"이 다시 한번 세계 진보 세력의 공유 자산이 될 수 있을까? 스웨덴 정치를 여전히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동백림
혁명과 개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제정세 오타쿠.
현재 시민사회단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도모의 국제면에 정기적으로 글을 연재하는 중이다.
각주
- Nyheterna, LO-männen föredrar SD igen: ”Finns ett politikerförakt” https://www.tv4.se/artikel/5fmqs5h01YbUNfBynqiP0E/lo-maennen-foeredrar-sd-igen-finns-ett-politikerfoerakt [본문으로]
- LO Bloggen, En politik som glömmer de arbetslösa https://loblog.lo.se/2025/09/en-politik-som-glommer-de-arbetslosa/ [본문으로]
- SCB, Partisympatiundersökningen maj 2026 https://www.scb.se/hitta-statistik/statistik-efter-amne/demokrati/partisympatier/partisympatiundersokningen-psu/pong/statistiknyhet/partisympatiundersokningen-maj-2026/ [본문으로]
- Omni, Statsministern: Naturligt att lova SD ministerposter https://omni.se/ulf-kristersson-fragas-ut-i-svt/a/rrmbm0 [본문으로]
- https://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35178.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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