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 전쟁의 시대, 미군 '위안부'의 80년을 되돌아보다
전쟁의 화살은 늘 소수자와 약자를 먼저 향하고, 그 과정에서 여성의 몸은 동원의 대상이 된다. 군사주의와 함께하는 성착취 구조에 맞서는 우리 곁의 투쟁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주한미군 주둔 80년, 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와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부지 존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신지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활동가의 글을 게재한다.
전쟁이 동원하는 여성의 몸
요즘 우리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우리 교과서의 모든 교육과정은 늘 '한국은 휴전 중인 국가'임을 강조해 왔고, 그만큼 한국 사회는 본래도 군대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은 사회였다. 그럼에도 주말 낮 동네 사우나에서 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한 기름값 걱정을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로 전쟁이 우리의 일상에 가까워진 시대를 살고 있구나,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전쟁은 더 이상 전선에만 머무는 사건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을 재편하는 현실이 되었다.
이란과 우크라이나에서 가자와 수단까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한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자본과 국가권력이 반복적으로 동원해 온 방식이다. 그것이 경제위기든 국내 권력의 위기든, 이는 결국 권력자들이 직면한 위기를 전쟁이라는 카드로 돌파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전쟁이 일상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단지 경제적 불안의 문제가 아니다. 전쟁은 언제나 특정한 사람들의 몸 위에 구체적인 형태로 새겨진다. 그것은 집을 잃고 국경을 넘는 난민이 되고, 생계와 안전을 잃은 채 삶의 불안정에 노출되는 사람들의 삶으로 나타난다.
특히 그 부담은 여성의 몸에 집중되며, 인신매매와 성착취라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후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에 대한 성적 수요와 성산업 유입이 급증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성매매에 등록된 우크라이나 여성 수가 1년 사이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유럽 전역에서 '우크라이나 여성'과 관련된 성매매와 포르노 검색량이 폭증했다.1 전쟁은 여성들을 이동시키고, 성산업은 그들을 흡수한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쟁은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를 관리하는 방식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집을 잃고 이동하는 사람들, 보호받지 못한 채 생존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 그 중에서도 여성들은 그 비용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떠안는다. 전쟁으로 인한 강제이주로 난민이 된 여성들은 생계 불안정 속에서 성착취에 노출되기 쉽고, 이미 제도화된 성매매 시장은 이러한 취약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실제로 독일 등 성매매가 제도화된 국가에서는 성매매 시장의 다수가 대부분 이주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성매매 산업이 국경을 넘어 여성의 취약성을 조직적으로 활용함을 보여 준다.
이렇듯 전쟁은 자본과 군사주의가 결합된 체제 속에서 여성의 몸을 성착취와 폭력의 대상으로 동원하는 과정이다. 소수의 이윤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복되는 전쟁은 난민이 된 여성들을 성매매와 인신매매에 노출시키며, 전쟁으로 인한 위기 관리 비용을 가장 취약한 여성들의 삶에 전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사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시대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동시에 전쟁과 군사주의가 여성의 몸을 동원하고 착취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이 글은 전쟁과 군사주의가 여성의 몸을 어떻게 조직적으로 동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사례,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80년의 시간을 넘어: 미군 '위안부'와 동두천 성병관리소
2025년 9월 8일은 해방 이후 한반도 남쪽에 주한미군이 처음 주둔한 지로부터 8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리고 이 날은 총 117명의 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주한미군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진행한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2

한국전쟁 이후 수십년 간 국내 모든 주한미군 기지의 주변에 형성되어 운영된 기지촌은 수많은 여성들을 '국가안보를 위해', '외화벌이를 위해', 그리고 '한미동맹 유지를 위해' 국가적으로 동원한 공간이었다. 주한미군은 군인들의 사기 진작과 부대 안정을 명목으로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여성들의 제공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기지촌을 적극적으로 조성·관리하였다. 이는 단순한 묵인이 아니라, 국가가 직접 개입하여 성매매 구조를 제도화하고 유지한 과정이었다. 또한 정부는 강제적 성병검진, 폭력적인 토벌(단속), 낙검자 수용소 운영 및 강제 성병 치료, 직업보도소 수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들의 신체를 통제하였다. 이러한 조치들은 '보건'이나 '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졌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의 이동과 신체를 통제하고 성착취 구조에 묶어두기 위한 국가폭력이었다.
이처럼 여성들의 몸을 강제적으로 동원한 결과, 기지촌은 당시 한국의 최대 외화벌이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정부는 기지촌 여성들을 보호하는 대신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군인들에게 잘해줄 것'을 교육하며 그녀들을 '애국자'로 호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삶은 결코 애국자로 칭송받는 삶이 아니었다. 미군들에 의해서는 인종차별과 폭력의 위협을 감수해야 했다면, 한국 사회로부터는 '양공주'라는 낙인 속 혐오와 차별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기지촌 전체에서 여성들의 몸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고스란히 포주와 건물주, 국가의 손에 들어갔고 여성들은 빈곤과 신체적·정신적 후유증, 사회적 고립 속에 살아남아야 했다.3
지금 경기도 동두천시에 남아 있는 옛 성병관리소 건물은 국가가 어떻게 여성의 몸을 동원하였는지를 보여 주는 구체적 증거다. 이 건물은 전세계적으로 존재했던 여러 성병관리소 건물 중 유일하게 남은 건물로, 과거 국가가 '미군의 안전과 건강'을 이유로 여성들을 강제수용하고 페니실린을 맞추며 감금했던 공간이다. 소요산 개발 사업을 명목으로 해당 건물을 철거하려는 동두천시의 시도에 맞서 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시민들이 모여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만들고 벌써 581일째(2026년 3월 31일 기준) 건물 앞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동두천시에 항의방문을 하러 갔을 때, 노년의 남성들 일군이 공대위 사람들의 앞을 막아서고 욕설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자기도 기지촌을 보고 자랐지만, 그건 득과 실이 있는 것이었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누구에게 그것이 '득'이었고, 누구에게는 '실'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누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어떻게 이용했는지도 말하지 않았다. 이는 기지촌 구조를 '경제적 기여'로 정당화하며, 그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과 착취를 지워 버리는 인식이다. 이 공간을 지킨다는 것은 이 침묵을 깨고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국가와 군사주의가 여성의 몸에 가한 폭력을 드러내고 그 책임을 묻는 일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역사, 변치 않는 구조
전쟁과 군사주의가 여성의 몸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사례는 미군 '위안부'가 처음이 아니다. 널리 알려진 일제 시기의 일본군 '위안부' 제도부터, 한국전쟁 시기에도 이는 유엔군 '위안소'의 형태로 존재했다. 이렇게 군대의 무력에 의거했던 직접적인 강제동원은 전후 국가와 시장의 통제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겉으로는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도록 재구성되었지만, 실제로는 경제적·사회적 조건에 의해 강하게 제약된 '선택'이었다.
그러나 마치 자발적인 선택이 가능한 듯 보여도 기지촌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80년 가까이 지속된 주한미군 주둔은 성착취 구조를 장기적으로 재생산하는 토대가 되어 왔다. 많은 기지촌은 성매매 집결지로 바뀌어 지금도 운영되고 있으며,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성산업의 형태를 일상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이제 한국은 적극적인 성구매 수출 국가가 되어, 동남아시아 등지로 해외 성구매 관광을 가는 한국 남성들의 사례를 우리는 너무나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앞서 유럽을 비롯한 세계의 전쟁 난민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성매매로 유입되는 현실을 이야기했지만, 한국은 여성의 취약성을 자원화하여 자본주의의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하고, 이를 통해 자본의 이윤을 유지하며 확장하는 성매매 산업이 이미 일상화되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곧 '일상이 전쟁'이 되는 것이다. 여성의 몸은 위기의 순간마다 가장 먼저 동원되고 가장 쉽게 소비되는 자원이 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 비용을 전가하고 이용하는 알선업자와 성구매자를 비판하는 대신 여성들에게 차별과 혐오의 화살을 돌려왔다. 혹은 정말로 이 여성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 실제로는 이 구조의 책임을 떠넘겨 왔다.
그러나 전쟁과 군사주의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더욱 분명히 드러나듯, 위기의 비용을 여성의 몸에 전가하려는 시도는 그저 폭력이자 착취일 수 밖에 없다. 군사주의를 비판하면서, 그 군사주의가 필요로 해 온 여성의 몸에 대한 착취를 외면할 수는 없다. 동시에 여성의 취약성이 자원이 되는 사회에서 위기의 비용은 계속해서 여성의 몸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즉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전쟁은 반복되고 성착취 역시 반복될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성에게 성매매 피해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다. 한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가면 시위를 하는 내내 그 옆에서는 일군의 혐오 세력이 혐오표현을 쏟아냈다. 그 중 가장 많이 들려왔던 혐오표현은 '위안부는 강제로 동원된 피해자가 아니라 창녀'라는 비난이었다. 누가 그 여성들의 몸을 사고자 했고, 살 수 있게 만들었는지 결코 묻지 않는 그들에게 여성의 몸은 살아 숨쉬는 인간조차 아닐 것이다.
침묵하지 않는 실천을 위해

지금도 여전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 속에서, 그러나 살아남은 여성들은 결코 침묵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미군 '위안부' 생존자 122명은 명백한 국가폭력에 맞서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8년이 흐른 2022년, 대법원은 국가가 기지촌 성매매를 중간 매개하고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지난 2026년 3월 7일, 3.8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국가가 기지촌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성평등과 여성 인권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히며, 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표명했다.4 비록 대통령의 이름으로 나온 사과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군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국가의 인권침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뒤이어 지난 3월 17일에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부지 존치 문제를 논의할 협의체에 그간 참여를 거부해 오던 동두천시 당국이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5

그러나 사과도, 협의체 참여도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이 구조를 가능케 했던 조건들을 해체하는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 길원옥 할머니는 기지촌 피해 여성들을 만났을 때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저들이다. 용기를 내어 가해자가 사죄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말은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해 온 사회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박이자, 이 폭력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여성의 취약성이 자원이 되는 사회에서 더 이상 침묵은 해결이 될 수 없다. 전쟁과 군사주의, 그리고 성착취 구조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수요와 권력, 그리고 이를 방치하거나 조장해온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는 이 구조를 가능하게 해 온 성착취를 정당화하는 문화와, 여성의 취약성을 자원으로 삼아 이윤을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체제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전쟁의 시대에 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연대한다는 것은 이러한 구조를 끝내기 위한 실천이어야 할 것이다.

신지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사무처 활동가.
주한미군성착취규명공대위 사무국 및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 공대위에서 활동 중이며, 이전에는 사단법인 직장갑질119, 진보정당 등에서 활동해 왔다.
자본주의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방식인 성매매·성착취를 끝내기 위해 더 넓은 운동을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각주
- CNE News, War in Ukraine causes spike in refugees being recruited for prostitution https://cne.news/article/2857-war-in-ukraine-causes-spike-in-refugees-being-recruited-for-prostitution [본문으로]
- KBS 뉴스, 미군 트럭 실려 감금·주사…"여전히 그 밧줄에 묶여있습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52140 [본문으로]
- 오마이뉴스, "100억 준다고 해도 소용없어"... 미군이 '언니'들에게 저지른 만행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01929 [본문으로]
- 미디어오늘, 성평등부 장관, ‘미군 기지촌 여성 인권침해’ 첫 공식 사과 https://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2906 [본문으로]
- 더팩트, [단독] 동두천시, 전격 참여…성병관리소 존치 여부 가릴 '협의체' 닻 올린다 https://news.tf.co.kr/read/ptoday/2303274.htm [본문으로]
'사회 > 사회운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국에 맞서는 우리의 항해: TMTG 한국지부, 가자로 가는 배를 띄우다 (0) | 2026.02.27 |
|---|---|
| 약속된 권리를 지키는 싸움 - GM부품물류 집단해고 사태가 던지는 질문 (0) | 2026.02.03 |
|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 -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개정운동에 다시 나서며 (0) | 2026.02.03 |
|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 투쟁 113일: 동국대학교에 자비는 있는가 (0) | 2025.12.11 |
| '비상경영'과 구조조정에 맞선 이랜드노동조합의 175일 투쟁과 남은 과제들 (0) | 2025.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