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운동] 장애인의 노동, 그리고 정치 - 2026년 한국 장애인운동의 현주소
지난 4월 20일은 25번째를 맞는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날이었다. 이 날 탈시설장애인당堂 조상지 예비후보는 해고노동자이자 탈시설 장애인으로서 서울시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2026년 지금, 이재명 정부 하 한국 장애인운동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이들의 지방선거 도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후의 무산계급'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가 인류사에 등장한 이래, 모든 운동의 핵심 과제는 생산수단 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노동계급, 즉 무산 노동계급의 생존권과 정칙적 권리, 지위 향상, 그리고 궁극적으로 착취 시스템으로부터 그들의 해방을 중점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후 등장한 68혁명과 신사회운동의 갈래들 역시 무산 노동계급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확장하는 운동이었으니 큰 틀에서는 모두 무산계급의 운동이었다.
'무산 노동계급'이란 곧 자신의 노동력을 자본가에게 팔아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흔히 생각하는 '노동자' 이미지의 표상인 중공업 남성 노동자뿐 아니라, 여성과 성소수자들 역시 절대다수는 자신의 노동을 팔아야만 생존할 수 있을 테다. 도시빈민 또한 마찬가지이며, 과거 농민의 지위를 이어받은 자영업자들 또한 프랜차이즈 대자본의 가맹 시스템 하에서 소작농 및 빈농의 처지와 같아졌고, 파산하는 순간 무산 노동계급 내지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므로 큰 틀에서 무산 노동계급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장애인은 무산 노동계급인가? 현재 장애인들, 특히 중증장애인들은 빈곤율과 고용율, 학력 수준에 있어 분명 '무산계급'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장애인은 과연 자본주의의 생산에 참여하고 있는가? 아니, 참여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의 이윤 추구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자의 신체조건은 자본가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빠르게 AI가 발전하고 로봇이 늘어나도 아직은 사람이 해야만 하는 일이 많다. 그렇기에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서 노동자들의 신체 조건 유지는 필수불가결하다. 흔히 복지국가 모델을 연구할 때마다 지적되듯, 모든 사회복지 지표가 OECD 하위권에 위치하는 한국에서도 공적 의료보험만큼은 잘 발달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장애인은 이윤 생산에 도움이 되지 않아 배제되곤 하는 집단이다. 많은 장애인은 무산계급이면서도 동시에 자본이 필요로 하지 않는 무산계급, 다시 말해 '노동력을 팔 기회조차 박탈당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무산계급이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노동력을 팔도록 강제된 사람들'이었다면, 오늘날 한국의 상당수 장애인은 '팔고 싶어도 노동력을 팔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로서 존재한다. 이들은 자본주의가 어떠한 수정과 개량을 거듭하더라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게 되는 '최후의 무산계급'이다.
'기준점에서 탈락한 신체조건'을 가진 장애인들에게도 노동을 할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호작업장이나 직업재활시설 등 국가의 임금보조를 받는 곳에서는 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곳에서 장애인은 자신의 노동력을 다시 생산할 비용조차 건지지 못하며, 노동자로서의 법적 지위도 얻지 못한다. 기준점에서 탈락한 만큼 법이 이들의 임금을 극한까지 낮추기 때문이다. 한국의 최저임금법은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법적인 장애인 의무고용 조항 역시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장애인을 고용할 바에 그냥 벌금을 내고 말아 버린다. 장애인의 노동력을 '감수'하는 것보다 벌금 납부가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이윤 추구에 대한 스스로의 쓸모를 증명하려면 임금 삭감을 수용하여 노동력을 다시 생산할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노동자 지위도 얻지 못하고, 비장애인보다 들어가는 의료비용이 훨씬 높다는 현실은 냉혹한 노동시장에서 중요치 않다.

복지를 넘어, 해방을 말하는 운동
오늘날 한국의 노동운동 및 시민사회운동은 빠르게 기성정치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특히 노동운동과 진보적 시민사회운동, 심지어는 일부의 진보정당조차도 민주당의 자장에 점차 포섭되어 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방향성에 대한 동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어느 방향의 운동이든 운동의 성과가 제도화되면 운동 조직이 제도권에 일정하게 동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 속에서도 포섭과 동화에 저항하는 시도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진압한 후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외적으로 강한 '친노동'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노란봉투법 입법, 노정협의체 설치, 안전보건공시제 추진, 공무직위원회 설치, 정년연장과 교원, 공무원 정치기본권 입법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노조법 2조 시행령을 통한 입법 취지 후퇴 등 논란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관계 속에서 민주노총은 국회의장이 중심이 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에 가입하게 되었다. 투쟁과 승리의 운동은 이렇게 거래와 교섭의 운동으로 재편되고 있다.

노동계급과 무산계급의 이름은 점점 지워지고, 중산층의 이해관계 조정자로서 노동조합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런 포섭의 정치 속에서도 기성 정치세력이 마지막까지 포섭하지 않는 운동이 있다. 바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진보적 장애인운동이다. 전장연이 포섭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매일 공격적으로 점거하고, 방해하고, 들이박고, 틀어막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최후의 무산계급'인 장애인의 이해는 다시 한 번, 심지어 운동사회 내에서조차 주변부로 밀려난다. 기성 노동운동이 자기를 더 이상 무산계급의 조직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파트너'로서 위치시키는 순간, 장애인의 급진적 요구는 '운동의 보편적·공익적 이미지에 해가 되는 과격함'으로 보이기 무엇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장연이 이 전술을 고수하는 이유는 운동의 기본적 목표에 있다. 전장연은 애초에 운동의 목표를 조금 더 많은 복지사업, 조금 더 큰 위탁물량이 아니라 헌법적·구조적 권리의 재구성에 두고 있다. 관변 장애인단체들처럼 약간의 이익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삶의 궤적으로 연결하는 탈시설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복지'와 '해방'의 차이는 여기서 드러난다. 복지는 기존 체제 안에서 소득·서비스를 조금 더 나누는 문제다. 예산 항목이 늘고, 급여액이 강화되면 일단 숨은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해방은 삶의 시간과 공간, 인간관계, 의사결정 구조를 통째로 재조직하는 문제다. 탈시설은 시설의 복지를 늘리라는 것이 아니라 시설이라는 공간 권력 자체를 해체하라는 요구이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는 이러한 요구의 가장 대표적 예시다. 이는 기본적으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의 내용을 홍보하는 캠페인 활동을 통해 권리를 생산하는 일자리에 해당한다. 즉 보호작업장의 시혜적 일거리를 조금 늘려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장애인의 노동을 국가·사회가 공적으로 인정하며 그 노동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장애 당사자가 통제할 권리를 달라는 요구다. 이 정도 수준의 요구는 어떤 정권에서도 조금 더/덜 준다는 정도의 타협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포섭이 어렵고, 그래서 끊임없이 미운털이 박힌다. 물론 장애인운동이 영원히 포섭의 유혹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기회만 되면 제도정치권은 전장연의 요구를 검토하겠다 하면서 '자제'를 요구하지만, 최소한 아직까지 그러한 자제 요구는 단 한 번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6년 한국 장애인운동의 과제들
2026년 지금, 한국의 진보적 장애인운동에 던져진 가장 대표적 과제는 무엇인가? 본 글에서는 행정·입법 차원에서의 당면 과제와 운동의 방향성이라는 측면에서의 과제를 차례대로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2023년 연말, 오세훈의 서울시청은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를 폐지하면서 장애당사자 노동자 400명을 해고했다.1 과거 윤석열 정권이 중앙정부의 힘으로 건설노조·화물연대노조를 '건폭'몰이와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무력화시키며 자행했던 공안탄압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오늘날 한국 장애인운동의 정치적, 행정적 최대 과제가 오세훈과 그 일당들을 서울시 행정권력에서 몰아내는 것인 이유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 국면에 이 과제의 중요성은 날로 부각되고 있다.
오세훈 시정의 장애인운동 탄압은 단순히 일자리의 제거에 그치지 않는다. 2024년 6월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는 폐지되었고, 탈시설 정책인 거주시설연계사업 역시 사라졌다. 한편으로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에 '불법 시위'를 이유로 9억 원 이상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즉 장애인운동에게 서울시 행정권력의 교체는 서울교통공사가 지금까지 4년간 저지른 폭력의 청산, 400명 해고자들의 복직을 이뤄내고 장애인 해방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교두보를 다시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몰아냄이 단순히 내란 세력에서 자유주의 세력으로 서울시장을 교체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행정권력의 교체가 그 자체로 운동의 과제 이행을 보장하지 않음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장애인의 삶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서울시 행정권력의 교체가 시급함과 더불어, 또 다른 측면에서는 내란세력 이후 집권한 자유주의 세력인 이재명 정부를 향한 투쟁으로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유예되고 미뤄졌던 장애인권리입법을 쟁취할 필요성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장연을 중심으로 한 장애인운동 진영이 2024년 총선 때부터 요구해 오고 있는, 크게 '7대 입법'과 '탈시설 3법'으로 구분되는 장애인권리입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구분 | 법안명 | 핵심 요구 |
| 7대 입법 |
장애인권리보장법 | 장애인을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보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기반으로 장애인의 자립생활, 지역사회 통합, 권리 옹호를 체계화 |
|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공식으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전부개정안) |
‘편의’가 아니라 이동권으로 재정의하고, 버스·철도·택시·항공·해운 등 전 교통수단에서 접근권을 보장하자는 요구 | |
|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 특별법 | 최중증장애인이 권익옹호·문화예술·인식개선 등 활동을 통해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특별법 | |
| 발달장애인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별 권리보장, 주거생활서비스, 조기개입·조기진단, 중증 발달장애인 노동권 보장 강화 | |
| 장애인자립생활권리보장법 (공식으론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안) |
시설·보호 중심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립생활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자는 요구 | |
| 장애인평생교육법 | 장애인의 평생학습권을 별도 법으로 보장하고, 국가·지자체 책임과 전달체계를 명확히 하자는 요구 | |
| 특수교육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전부개정) |
장애학생의 교육권·통합교육·국가책임을 강화하고, 특수교육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자는 요구 | |
| 탈시설 3법 |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 |
국가·지자체의 탈시설 로드맵, 개인별지원계획, 주거·돌봄·소득·건강 등 지역사회 지원체계를 법으로 만들자는 요구 |
| 장애인수용시설폐쇄법 | 장애인 수용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시설 중심 체제 자체를 종식시키기 위한 별도 법 | |
| 시설수용 피해생존자 보상법 | 시설 수용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국가 사과·보상·의료지원을 하라는 요구 |
이 중 7대 입법과제에 해당하는 장애인평생교육법은 2025년 11월에 국회를 통과했고 2027년 5월 1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장애인권리보장법은 2026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였다. 장애인권리입법을 틀어막고 있던 내란 세력이 중앙정부에서 밀려나면서 진보적·개혁적 입법이 일정 정도 활성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도 진보적 입법의 한계는 명확하다. '친노동' 드라이브를 걸며 노란봉투법을 통해 교섭과 파업 대상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장애인의 노동권을 대표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특별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건복지부의 완강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현 보건복지부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대한 입장은 과거 서울시가 '데모하는 일자리'라는 명분으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해체시킬 때와 차이가 없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협약 내용과 장애인의 권리를 홍보하고 캠페인 활동을 하는 캠페이너들의 노동을 단순한 '데모'로 규정짓고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자본과 국가에게 이윤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생산성 있는 노동'만이 노동이라고 주장하는 자본주의적 사고관이 정부를 가리지 않고 주요 보수정당에 뿌리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정과 같은 방식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정부에서도 역시 장애인 일자리의 퇴행이 알음알음 이루어지고 있음은 양당의 근본적 사고관에 차이가 없음을 입증한다. 김동연 도지사의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조례 제정과 도 예산 투입을 통해 2021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프로그램을 시작한 경기도는 2024년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이 일자리를 주체적인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이 아닌 시혜적 복지 프로그램으로 전환시키려는 퇴행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임기 내 1,000개의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추진하겠다 공약했지만, '기회균등'을 명목으로 다수의 수탁기관에서 수탁 연장이 취소되며 많은 장애인들이 해고되고 있다. 이는 장애인들의 일자리 개념을 고용안정성 없는 단기적·시혜적 복지 성격의 일자리에 제한시키려는 시도에 다름아니다.

한편 정권교체 이후로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의 장애인운동에 대한 탄압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입장은 방관에 의한 탄압 유지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월 9일까지 6개월 동안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의 강제 퇴거·차단·낙상 위험 유발, 무정차 통과와 역사 내 고립 같은 이동 봉쇄 조치, 형사고소·손배소·중형 구형을 통한 법적 압박 등은 계속 진행되었다. 구체적 사례로 대통령 취임 당일인 2025년 6월 4일 전장연은 국회까지 가기 위해 지하철 바닥을 기는 퍼포먼스를 했는데2, 현장 기사에는 휠체어 안전발판을 사실상 방패처럼 이용해 장애인들의 이동을 막는 장면이 보도됐다. 경찰은 당일 취임식에 참석하고자 했던 박경석 대표와 전장연 활동가들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며 참석을 막아섰다. 2026년 예산안에서 장애인권리예산 요구가 사실상 반영되지 않은 점 역시 현 정부의 장애인정책에 본질적 변화가 없음을 시사한다.3
2025년 6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성격을 가진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이재명 정부 연행 1호'로 전장연 활동가들이 연행되었을 때 이들이 경복궁 영추문에 걸었던 현수막 내용은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확대하라'였다.4 스스로 '친노동 정부'임을 자랑스럽게 자임하는 이재명 정부의 이중성이 명백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내란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에 장애인의 노동권이 없다면, 이윤이 아닌 권리를 생산하는 노동의 자리가 없다면 비록 표면적 내란이 끝났을지라도 이를 '새로운 민주주의'라 부를 수는 없다.

이에 더해 올 초 벌어진 '색동원 사태'는 왜 장애인 운동이 주장하는 모든 의제가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를 명백히 보여 주는 사건이다. 인천 강화군 색동원 사태는 중증발달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시설장에 의한 성폭력·폭행 의혹이 제기되고, 이후 수사·기소·시설폐쇄·탈시설 대책 논란으로 번진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다.5 사건은 여전히 수사 중에 있지만, 이미 드러난 행정·제도적 문제만으로도 '인천판 도가니'라 불릴 만큼 파장이 크다.
색동원 사태의 본질은 세 겹이다. 첫째, 시설장이라는 압도적 권력자가 중증장애인을 상대로 성폭력·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둘째, 피해자가 말하기 어렵고 외부 접근이 제한된 폐쇄시설에서 피해 확인·증거보존·긴급분리가 늦어졌다는 문제다. 색동원 거주 장애여성 중 13명에 대해서는 시설로부터의 긴급 분리조치가 취해졌지만, 나머지 장애여성들은 사건이 언론에 공론화된 이후로도 색동원에 남아 있어야 했다. 셋째, 사건이 드러난 뒤에도 피해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주거, 활동지원, 자립훈련 체계가 부족해 다시 시설로 옮겨질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5년 국회에서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부의 2026년 예산안에 탈시설지원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색동원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2026년 지방선거와 장애인운동
바로 그렇기에,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는 장애인운동에게 있어 단순한 선거 일정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방관과 서울시의 권리 약탈을 심판함과 동시에 장애인 의제의 절박함을 알리는 정치적 전장이 되고 있다. 탈시설장애인당當 서울시당은 이미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동권·노동권·활동지원·탈시설이라는 4대 의제를 내건 후보단을 구성하며 선거·정책 투쟁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정식 정당이 아니기에 후보들은 제도상 무소속으로 표기될 수밖에 없지만, 바로 이 무소속 출마 자체가 기성 정당정치가 포섭하지도, 대표하지도 못한 장애인의 권리를 선거의 한복판으로 밀어넣는 실천이다. 한편 탈시설장애인당當은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을 비롯한 기존 진보정치 세력과도 선거 과정에서의 적극적인 연대를 예고하고 있다.
조상지 탈시설장애인당當 서울시의원 예비후보의 출마는 이 중에서도 상징적이다.6 그는 오세훈 서울시정의 권리중심 중증장애인맞춤형 공공일자리 폐지로 해고된 해고노동자이자 탈시설 장애인으로서, "우리가 이 도시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싸워온 시간들을 서울시의회 안으로 밀고 들어가겠다"는 선언과 함께 6·3 지방선거 서울시의원 종로구 제2선거구에 후보자로 나섰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이 정식 정당이 아니라 무소속으로 표기된다는 점, 그리고 구어 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지방의회 지역구 출마가 12년 만이라는 점은 이 출마가 단순한 후보 등록을 넘어 장애인 시민권의 부재를 폭로하는 사건임을 보여 준다.

2026년 한국 장애인운동의 과제는 더 이상 '복지 확대를 요청하는 것'에 머물 수 없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400명 원직 복직, 서울시 탈시설지원조례 재제정, 거주시설 연계사업 복원, 활동지원 삭감 철회와 24시간 활동지원 확대, 이동권 보장과 1역사 2동선 확보 같은 요구들은 모두 지방정부의 예산과 행정권력, 그리고 지방의회의 조례 권한과 직결되어 있다. 탈시설장애인당當의 지방선거 대응은 이 요구들을 선거 공약의 주변부가 아니라 선거의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다.
오세훈 시정이 표방해 온 기만적 '약자와의 동행'이 실제로는 권리의 삭감과 시설로의 회귀에 지나지 않음을 폭로하고, 또 한편으로 자유주의 세력의 집권 역시 자동으로 장애인 해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 바로 여기에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장애인운동이 가져야 할 독자적 정치의 의미가 있다. 장애인의 권리는 누가 대신 선물해 주는 복지가 아니라,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법정에서, 그리고 이제는 선거판에서 쟁취해야 할 해방의 문제다.
안준호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담당 상근활동가.
각주
- 한겨레, [단독] 장애인 400명 직업 뺏는 서울시…"월급 75만원도 끝"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16341.html [본문으로]
- 비마이너, 이재명 대통령 취임 날, 장애인들 지하철 바닥 기어 국회까지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8011 [본문으로]
- 비마이너, "이제 대통령이 응답하라"… '구멍 난 예산'에 지하철 투쟁 나선 장애인들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9043 [본문으로]
- KBS 뉴스, 경복궁 영추문에 대형 현수막 건 전장연 활동가들, 하루만에 석방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14238 [본문으로]
- 비마이너, 인천 장애인시설 '색동원'서 성폭력 발생… "수사결과 나와야" 지자체·정부 '뒷짐'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8744 [본문으로]
- 한겨레21, "밀려난 권리를 앞으로"… 탈시설 장애인 조상지, 서울시의원 출사표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9245.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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