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재와 침공에 맞서는 한국의 이란 디아스포라,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를 만나다 (2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이 날로 그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한편 대규모 시위로 위기에 처했던 이란 신정 체제 역시 침공으로 인해 내부적 결속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많은 지정학적 분석들 사이, 다른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내야 할 핵심은 무엇일까? 재한 이란계 디아스포라로서 중동 문제에 대한 연구자이자 반전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아바시 사파리 교수가 바라보는 제국주의 침공과 오늘날의 이란, 《도모》가 인터뷰했다.
(1부에서 계속)
- 중동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번 전쟁에서의 군사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보겠습니다. 이란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아랍 국가들에 폭격을 이어 나가는 걸 보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왜 같은 중동 이슬람 국가들에게까지 공격을 이어나가냐는 것인데요. 해당 국가들은 이번 전쟁, 더 나아가 미국-이스라엘-이란 관계와 어떻게 얽혀 있나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포함해1 이란의 친미 걸프 왕정국가들에 대한 공습을 전쟁범죄라 규정하고 규탄하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국제법적 차원에서는 그러한 문제제기가 맞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란이 이를 자신들에게 남은 유일한 전술적 옵션으로 여긴다는 점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비해 재래식 전력이 한참 부족합니다. 미국의 미사일은 이란을 향할 수 있지만, 이란의 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향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전역에 걸쳐 있는 미군기지에 대한 공격뿐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이란에는 장거리 미사일 비축량이 많기에, 이를 모두 친미 중동 국가들의 미군기지에 쏟아붓고 있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란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만약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지휘관을 그들의 저택에서 제거하는 일을 계속한다면, 자신들 역시 마찬가지로 나오겠다는 거죠. 따라서 미군 고위 지휘관들이 머무르는 두바이와 바그다드의 4성 호텔들은 군사 공격의 대상이 됩니다. 이란 금융기관들에 대한 폭격을 이어간다면 자신들 역시 중동 전역의 미국 은행을 공격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2 실제로 이란의 위협 때문에 시티뱅크는 아랍에미리트지사를 무기한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3 미군들이 오가는 중동의 주요 공항들에 폭격을 이어나가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이슬람 공화국의 핵심 목표는 전쟁의 비용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 미국이 다시는 이란을 침공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번 전쟁을 존재론적 위기로 여기는 이슬람 공화국의 가장 큰 두려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신들과의 전쟁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해 거리낌 없이 행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휴전협정을 맺는다 한들 수 개월의 정비기간을 거친 후 다시 침공해 올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미국에게 최대한 많은 손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미국의 중동 동맹국들 역시 최대한 이번 전쟁의 수렁에 빠뜨려 이들이 다시는 이란을 침공하지 않도록 미국을 압박하게끔 하는 것이 이란의 전략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석유시장을 마비시켜 중동과 유럽 국가들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얼마 전 SNS에서 이란이 자국 내 미군기지를 폭격하는 걸 보고 환호하는 바레인인의 영상을 보았습니다.4 물론 SNS의 특성상 교차검증이 불가능하며 해당 인물이 모든 바레인인을 대변할 수도 없겠지만, 인상적인 영상이었습니다. 이란에게 폭격당하고 있는 걸프 왕정의 국민들이 자국 정부와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는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우선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등의 걸프 왕국들이 이란 못지않게 억압적인 독재국가들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쟁 개전 이후에도 이들은 자국 내에서 엄격한 정보통제를 시도하며, 이란 공습 영상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 벌금형이나 구속, 심한 경우에는 반역죄로 처벌당할 수 있다고 공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에서 대중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크고 작은 여러 저항에 직면해 있기도 합니다.
말씀해 주신 바레인의 사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바레인 역시 다른 여러 중동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수만 명의 시민들이 모여 자국 정부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이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해당 움직임이 자국으로까지 퍼질 것을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수천여 명의 군인을 바레인으로 보내 바레인 군인들과 함께 이들 시위대를 무차별 학살했습니다. 미국 역시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했고요. 이에 바레인 왕실은 생존했지만, 대신 국민들의 민심을 크게 잃었습니다.5 이를 고려하면, 물론 말씀대로 해당 SNS 게시물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이란이 자국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는 것을 반기는 바레인인이 있다는 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중동 일반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과 서방은 물론 한국에서도 중동의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이란을 꼽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과 주요 정책서클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중동으로 시선을 돌리면 사정은 전혀 다릅니다. 지난 20년 간 중동 전역의 여론조사 결과를 추합해 본다면 친미 성향의 정권이 집권한 국가들에서조차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동 평화의 가장 큰 위협이자 신뢰할 수 없는 주체로 여기는 비율이 압도적입니다.6
일반 국민뿐 아니라 국가 지도층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많은 걸프 아랍 국가들이 이번 전쟁을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컨대 오만의 경우, 전쟁 전날까지만 해도 오만 외교부장관이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을 중재하기 위해 워싱턴 D.C에 방문 중이었죠.7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전쟁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던 걸프 아랍국가들과 미국 간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아랍권 전반의 폭넓은 정서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란에게 공격받고 있는 아랍 국가들조차 미국과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물론 지금이야 전쟁 중이니까 다들 국가 안보와 관련한 우려가 크고 자국 땅에 미사일이 떨어지니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쟁이 끝나면 결국 다들 이란과 다시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겁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이 이라크 편에 섰지만 전쟁 이후 다시 이란과 외교관계 개선에 나섰던 것처럼 말이죠.

- 이번 전쟁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여러모로 이중적입니다. 스페인과 같이 반전 입장을 명확하게 하는8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미국과 이스라엘 규탄에 소극적이면서도 전쟁 확전에는 반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에 대한 유럽의 반응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국가별로 분열된 양상이라고 이해하는 게 가장 정확한 것 같습니다. 말씀해 주신 스페인과 같은 강한 반전 사례가 있겠고, 또 최근에는 이탈리아 역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죠.9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현 정권이 트럼프 정부와의 밀월관계를 자랑하던 극우 멜로니 정권이기에 여러 모로 흥미로운 사례였는데요, 그만큼 이번 전쟁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유럽의 핵심 강대국들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경우에는 비교적 미국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이번 전쟁만의 일이 아닙니다. 작년 6월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전면적 공습을 가해 1,000여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았을 때, 메르츠 독일 총리가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위한 더러운 일"을 했다며 이를 지지했던 사례가 대표적이겠죠.10 이들 국가들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후세인 정권을 지지하며 그가 화학무기로 자국 내 쿠르드족을 학살하는 일을 묵인했던 전례가 있습니다(최근 위 3국은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함대 파병을 거부하며 이번 전쟁이 "유럽의 전쟁이 아니"라고 하는 등 이전보다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11 전쟁이 장기화되며 유럽의 반응도 점차 반전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편집자 주).


- 최근 사드와 패트리어트를 포함한 주한미군의 전략자산 상당수가 중동으로 차출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중동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았다고 여겨진 한국마저 이란 침공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며 전쟁에 휘말리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이재명 정부는 "개인적으로 이에 반대하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12 이번 전쟁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편으로는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중견국들의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복잡한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현재 '다극화' 체제의 가능성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힘이 압도적인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원치 않더라도 미국이 요구하면 전쟁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이와는 별개로, 한국이 이번 전쟁과 얼마나 연루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 비판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예컨대 지난 10여년 간 한국은 정권에 관계 없이 걸프 왕정 국가들과 경제를 넘어 군사안보 분야에서의 협력을 늘려갔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랍에미리트가 대표적이죠.
현재 아크부대(UAE 군사훈련협력단)가 아랍에미리트 현지에 파병되어 있고, 무기수출 역시 그 어느 국가보다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최근에도 천궁 미사일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된 한국 무기들이 이번 전쟁에서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한국 언론에 긍정적인 투로 대서특필되었고요.13 하지만 이런 협력이 늘어갈수록 한국이 필연적으로 해당 지역의 분쟁과 더욱 직접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 언론 반응이 나와서 말인데, 한 가지 꼭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한국 언론은 이런 'K-방산'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며 이번 전쟁에서도 '방산 특수'의 재미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식의 기사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무기 수출은 해당 방산기업들에게야 도움이 되겠지만, 평범한 한국인들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 일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군수기업에 투자한 미국의 자본가들은 큰 성공을 거뒀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재정고갈과 같은 전쟁의 경제적 여파를 직접 감내하며 고통받아야만 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휘황찬란한 방산 주가지수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전쟁이 평범한 한국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냉정히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한편 다시 이란 내부로 시선을 돌려 보겠습니다. 특히 재외 디아스포라 이란인들 중에는 이번 침공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슬람 정권을 붕괴시킬 기회라며 전쟁에 찬성하거나 심지어 전쟁에 반대하는 이들을 '신정 체제를 옹호한다'며 비난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대안으로 팔라비 왕조의 귀환을 바라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습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 이란 디아스포라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현상 같은데,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우선 이란이 한국이나 미국 같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단일한 생각을 가진 이들로만 이루어진 획일적인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란과 같이 민족적, 문화적, 이념적으로 다원화된 사회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입장이 갈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설사 전쟁과 관련된 것일지라도요.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몇 년간 이란 사회 역시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이는 이번 전쟁을 바라보는 여론에도 어느 정도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란인의 목소리는 단일하지 않고, 특정 개인이나 이란이 이란 사람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와 관해 제가 자주 드는 비유가 하나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에 나가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드는 극우 집회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집회를 모두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만약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이 둘 중 한 집회의 모습만 보고 "아, 한국인들은 모두 윤석열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주의자들이구나!" "아 한국인들은 모두 팔레스타인 해방에 찬성하는 진보·좌파구나!"라고 한다면, 우리는 그가 잘못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란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목소리만 듣고 그들이 이란인 전체의 여론을 대변한다고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는 서구는 물론 한국에서도 주류 언론의 대다수가 '특수한' 이란인들, 예컨대 샤의 복귀를 지지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에 환호하는 특정 부류의 이란인들에게만 발언권을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이란인들 역시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반드시 모든 이란인들의 여론을 대변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제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한국 언론 중에서도 "대부분의 이란인들이 이번 침공을 지지하는 건 알지만, 그래도 소수의견도 듣고 싶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늘 똑같은 대답을 해 왔습니다. 나는 결코 내 의견이 이란에서 '소수의견'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이를 증명해 줄 여러 증거들과 이란 현지의 증인들이 있다고 말입니다.

물론 반복해서 말씀드렸듯, 이슬람 공화국의 독재가 워낙 심하기에 외세를 끌어들여서라도 이를 전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 중에는 가족과 친구가 정권에 의해 투옥되거나 살해당한 이들이 적지 않고, 이는 한국 내 이란인 공동체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그 트라우마의 정도를 고려하면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극도의 증오심을 갖는 게 무리는 아니죠. 얼마 전 미군 폭격에 의해 알리 하메네이가 죽었을 때 환호하는 이란인들이 국내외에 여럿 있었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행동입니다.
팔라비 왕정복고에 대해 좀 더 말씀드리자면, 최근 몇 년간 해당 여론이 크게 증가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란 사회에 늘 존재했지만 소수의견에 가까웠는데, 현재는 주류에 포함될 수 있을 만한 의견으로까지 성장한 거죠. 일부 여론조사에서 왕정복고 여론은 최대 20~25% 정도로 잡히기도 하는데14, 과반이라 할 수는 없지만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의 수치도 아닙니다. 이렇게 여론이 커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레자 팔라비를 비롯한 친서방-친이스라엘 이란인들을 반정부 세력의 얼굴미담으로 세우려는 이스라엘 측 공작의 영향을 부인하기는 힘들 겁니다.15

- 《도모》 독자들을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이번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이란과 중동에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한국인들이 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번 전쟁의 중단을 요구하는 국제연대 반전 운동이 벌어져야만 합니다. 방법은 다양합니다. 관련 기사 쓰기, 지역구 국회의원들 연락하기, 가족과 친구들에세 이란의 현실 알리기, 노동조합원과 간담회 열기 등, 이번 전쟁이 이란인들을 포함한 민긴인들에게 가하는 피해를 알릴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좋습니다.
동시에 지금의 전쟁에 대한 반대를 넘어, 이란에 대해 가해지고 있는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유엔과16 휴먼 라이츠 워치의 보고서까지17, 제재가 정권이 아니라 평범한 이란인들의 삶만을 망가뜨려 왔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이란에 계신 저의 새아버지의 경우 심장질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재 때문에 필요한 약을 제때 구할 수 없어 애를 먹었습니다. 만약 이 인터뷰를 읽는 여러분이 이란인들에게 구호물자를 보내고 싶어도, 제재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재 해제는 이란인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요구이며, 결코 정권에 친화적인 자세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한국 시민사회단체 분들, 특히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가능하다면 이란 시민사회와 직접 연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란에는 민주적 노동운동부터 여성운동까지 다양한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이 있고, 이들 중에는 이슬람 공화국의 독재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미국과 이스라엘 등 외세의 개입에도 함께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한국 시민사회가 해당 노선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이란 노동운동, 여성운동, 반전운동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가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게 될 한국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상황이 정리되면 나중에 꼭 이란을 방문해 보세요. 현지에 가 이란인들을 만나며, 왜곡된 렌즈로 들여다보는 이란이 아니라 진짜 이란의 현실을 만나 보세요. 국내의 독재와 해외의 제국주의에 모두 반대하는 평범한 이란인들이 적지 않음을 직접 확인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라도 이 인터뷰를 읽을지도 모를 이란 국내외의 동포들에게 한 마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잠시 고민) 아마 오늘 받은 질문 중 가장 어려운 질문이 될 것 같네요. 앞서 말씀드렸듯 특정 개인이 이란 사람 전체를 대변하는 건 불가능하고, 이건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어떤 공식적인 성명이라기보다는, 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로 이해해 주세요.
이란에는 저와 같이 독재와 외세 모두에 반대하는 노선을 추구하는 이들이 여럿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된 전통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슬람 공화국 이전부터 조국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싸워 왔고, 이슬람 공화국 설립 이후에도 변함없이 투쟁을 이어 왔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의 정세 때문에 우리의 노선은 후퇴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2022년을 돌아보면, 당시 '여성, 삶, 자유' 운동이 낳은 거대한 변화로 인해 이슬람 공화국마저 민중의 요구를 수용하여 히잡 강제 착용을 중단하는 등의 명확한 성과가 있었습니다.18 이 밖에도 우리는 지난 수십여 년의 세월 간 여러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이 불법적이고 부정의한 전쟁 때문에, 당분간 세속적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이란 건설이라는 우리의 꿈은 이뤄지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과 상관없이, 우리의 투쟁은 계속되어야만 합니다. 설사 이슬람 공화국이 이보다 더 나은 다른 체제로 교체된다 할지라도, 인권과 여성인권, 노동권과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사례가 잘 보여 주듯이 사회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까요. 더 나은 이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우리의 운동은 장기전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살며 한국의 사회운동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는 이란 동포들이 있다면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의 역사를 공부하며, 진정한 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쟁이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사파리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 벽에 걸려 있는 포스터 하나를 보여 주었다. 이란에서 활동하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만든 포스터였다. 그는 이 포스터가 이란의 오래된 진보적 여성운동의 전통을 대표하는 것이며,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과거 샤 시절부터 현재의 이슬람 공화국 시기까지 그와 같은 운동에 헌신하다가 희생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그의 말대로 이란이 국내의 독재와 국외의 제국주의 개입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김원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 전 회장, 전환 국제연대팀장.
동국대학교와 고양시, 대학원생노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넓고 멀리 보는 이론과 구체적인 공간에서의 실천을 겸비한 운동을 지향한다.
각주
- 연합뉴스, [하메네이 사망] 유엔총장 "통제할수 없는 위험…협상 재개해야" https://www.yna.co.kr/view/AKR20260301011300075 [본문으로]
- The Hill, Banks evacuate, close offices in Qatar, Dubai after Iran threatens attacks, https://thehill.com/business/5779706-iran-qatar-financial-institutions/ [본문으로]
- Reuters, Citi to keep most UAE branches closed indefinitely due to Iran war,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citibank-keep-most-uae-branches-closed-indefinitely-due-iran-war-2026-03-16/ [본문으로]
- https://x.com/tparsi/status/2027735026427687261 [본문으로]
- Wikipedia, 2011 Bahraini uprising, https://en.wikipedia.org/wiki/2011_Bahraini_uprising [본문으로]
- Arab Center Washington DC, Arab Opinion Index 2025, https://arabcenterdc.org/resource/arab-opinion-index-2025/ [본문으로]
- 뉴스1, '중재국' 오만 외무장관 "이란, 핵물질 미보유 합의…큰 진전" https://www.news1.kr/world/middleeast-africa/6086300 [본문으로]
- 뉴스1, 스페인 총리 "전쟁 반대"…미군 이란 공격 지원 거부에 트럼프와 충돌https://www.news1.kr/world/europe/6090459) [본문으로]
- 조선비즈, [Why] '트럼프 절친' 이탈리아 총리, 이란 전쟁 두고 美와 선 긋는 이유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6/03/13/4BYSYH5RLJF2TPGKDW2L7XWDZ4/ [본문으로]
- 한겨레, “이스라엘, 모두를 위해 더러운 일 한 것”…독 총리 발언, 자국서도 비판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europe/1203690.html [본문으로]
- 연합뉴스, 유럽 "우리 전쟁 아냐"…파병 난색에 동맹 균열 https://www.yna.co.kr/view/MYH20260317009900038 [본문으로]
- 중앙일보, [단독] 사드 일부, 중동 뺀다… 李 "반대하지만 관철 어려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0808 [본문으로]
- 뉴시스, "수출넘어 안보동맹 구축"…韓·UAE, 51조 매머드급 협력 [K방산 파죽지세②]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306_0003538332 [본문으로]
- Utercht University, Support for protests in Iran significant: “81 per cent of Iranians do not want an Islamic republic” https://www.uu.nl/en/news/support-for-protests-in-iran-significant-81-per-cent-of-iranians-do-not-want-an-islamic-republic [본문으로]
- Dawn, Israel funded campaigns pushing for return of monarchy in Iran https://www.dawn.com/news/1946459 [본문으로]
- UN, A/HRC/51/33/Add.1: Visit to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the negative impact of unilateral coercive measures on the enjoyment of human rights, Alena Douhan https://www.ohchr.org/en/documents/country-reports/ahrc5133add1-visit-islamic-republic-iran-report-special-rapporteur [본문으로]
- Human Rights Watch, “Maximum Pressure” US Economic Sanctions Harm Iranians’ Right to Health https://www.hrw.org/report/2019/10/29/maximum-pressure/us-economic-sanctions-harm-iranians-right-health [본문으로]
- 연합뉴스, 이란, '여성 히잡 의무화' 법률 당분간 공포 않기로 https://www.yna.co.kr/view/AKR2025052505050010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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