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금속노조 청년 부위원장 후보, '청년 금속주의자' 이태현을 만나다
2025년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 14기 임원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19만 조합원을 자랑하는 거대 산별노조 금속노조의 임원선거에 직선제 사상 최초로 1993년생 청년 후보가 입후보했다.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조선소 노동자이자 '청년 금속주의자'를 선언하며 선거에 나선 이태현 금속노조 부위원장 후보를 <도모>가 인터뷰했다.
- 먼저 <도모>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 이태현입니다. 노조 소속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울산에서 배 만드는 노동자입니다. 조선소에 대해 이야기할 게 많은데, 잠시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1993년에 태어났습니다. 민주노총보다 딱 2살이 많은데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용기를 내서 이번 금속노조 14기 임원선거에 일반명부 부위원장 후보자로 출마했습니다. 기호 5번입니다.

- 여기까지 오시게 된 활동가로서의 경로가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와 이유로 노동운동에 몸담게 되셨는지, 현재는 무엇을 주로 고민하고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조선소에는 간접고용 하청 노동자가 매우 많습니다. 제가 일하는 현장도, 원청 소속과 하청 노동자가 함께 같은 일을 하는 '혼재작업'을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한 공장 안에서 공정마다 원청, 하청 노동자가 뒤섞여 있습니다. 말하자면 '한 지붕 두 노동자'인 셈이지요. 제가 올해로 입사 14년차인데, 신입 시절 알게 된 하청 노동자 형님이 지금도 여전히 하청 소속입니다. 급여는 제 연봉의 절반 수준입니다.
한국 사회도 그렇지만 현장에서도 이런 차별에 대한 생각은 '하청은 원청과 다르니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묵인하는 생각과 '이건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나뉩니다. 다행인지 저는 후자에 속했고요. 왜 이런 불평등이 존재하지? 왜 시간이 오래 지나도 고쳐지지 않는 거지? 이런 의문을 가지고 고민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원청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합 유무였습니다. 역사와 힘을 가진 노동조합으로 보호받는 원청과 그렇지 못한 하청노동자의 차이가 가장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단체교섭과 행동으로 자신의 처지를 개선할 수단을 가지지 못하니 집단적인 차별 구조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인 겁니다. 하청 노동자가 진짜 사장 원청과 교섭할 권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하청 노조는 교섭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탄압에도 매우 취약하죠. 하청노조 결성이 큰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합니다. 그럼 이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제가 찾은 답은 '산별노조의 산별교섭'입니다. 하청이라는 경계, 사업장이라는 경계를 뛰어 넘어야 비로소 싸울 수 있는 힘, 쟁취할 수 있는 힘이 나옵니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가 조직되고 산별교섭을 실현해도, 원청과 하청이라는 경계가 존재하는 한 격차를 줄일 수는 있어도 폐지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차별 없는 노동,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 확립입니다. '모든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하고 교섭할 권리', '산별교섭 실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제가 노동운동을 하는 이유이자, 목표입니다.

- 말씀하신 대로 오는 11월 17일~20일 간 치러지는 금속노조 제14기 임원선거에 부위원장 후보로 입후보하셨습니다. 노동조합의 선거 절차와 의미를 잘 모르는 독자 분들이 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속노조 선거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모종의 특별함이 있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간부 선거입니다. 다만 아시다시피 금속노조의 덩치가 민주노총 산별조직 중 굉장히 크기 때문에 투표권자가 18만 명이 넘습니다. 게다가 이 투표권자들이 높은 투표율로 참여해 지도부(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처장, 부위원장 7명)를 선출하기 때문에 사실은 어지간한 국회의원이 총선 때 얻는 표의 수보다 훨씬 덩치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중 일반명부 선거로 치러지는 부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것이고요.
선거의 의미라는 지점에서는 ‘산별노조의 선거' 자체가 갖는 의미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금속노조는 19만 조합원으로 구성된 하나의 단일한 노동조합입니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대우조선과 같은 사업장별 노동조합의 연합체가 아니라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19만명이 가입한 단일산별노조입니다. 따라서 위원장 1명이 조직 전체를 대표하고요, 노조 지도부의 선거와 동시에 각급 지부와 지회의 선거를 동시에 치릅니다. 동시 선거를 통해 '하나의 조직'이라는 소속감과 일체감을 강조하는 의미가 있고요, 중앙부터 지역까지 선출 간부들이 함께 시작하고, 함께 마무리한다는 의식을 통해 산별노조의 정체성을 강하게 지키고자 합니다.


- 어떤 마음으로 이번 선거에 입후보를 결심하셨는지, 그리고 어떤 주요 공약을 갖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선거 구호가 '젊은 금속, 강한 산별'입니다. 조합원 분들께는 이 구호를 노조의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노조 임원의 필요성, 그리고 산별노조의 정체성을 완성하기 위한 산별교섭의 실현으로 설명드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선배님들이 나이가 드셨고 시간이 지났으니 세대교체해야 한다'는 식으로는 선배 노동자들에게도, 청년 조합원들에게도 동의를 얻지 못할 겁니다. 전노협으로부터 이어진 금속산업·제조업 노동운동의 역사와 전통을 미래에도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청년 조합원을 노조의 중심 대오로 세우는 교육, 실천, 투쟁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이런 힘으로 산별교섭을 쟁취하고 사업장의 벽을 뛰어넘는 '진짜 산별노조'를 완성하자는 것이 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입니다.
조합원 동지들을 만나면서 가장 먼저 이야기한 약속은 선배님들의 지혜와 젊은 노동자의 열정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청년 조합원들에게는 대변인의 역할을, 선배님들에게는 통역자의 역할을 하겠습니다. 공약이라고 하면 좀 거창한 느낌인데, 정책 측면에서 제가 갖고 있는 최대 목표는 노조법 35조(일반적 구속력)를 개정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데요, 단체협약의 적용을 원청에서 직접고용한 노동자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하청노동자까지 확대하자는 내용입니다.
- 이번 선거에서 위수사(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선거와 부위원장 선거를 모두 통틀어 유일한 청년 후보로 입후보하셨습니다. 의미 있는 타이틀이지만, 청년 후보가 많지 않다는 것은 한편으로 고령화되어 가는 제조업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향후 금속노조의 청년부문 강화를 위해 어떤 고민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선 저도 노조 교육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인데요, 현상만 놓고 보면 제조업의 고령화 현상이 분명히 있고, 이에 연동해 금속노조도 고령화되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정확히는 단순히 그렇게 보기만은 어렵습니다. 제조업 노동조합은 IMF 경제위기 이후인 2000년대부터 대부분의 생산현장이 정규직 채용을 아예 중단하면서 이미 조합원의 고령화가 강제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신규 고용을 늘리거나, 비정규직 늘리기에 노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업보가 지금의 고령화된 제조업 인구구조의 시작이라고 보입니다.
그렇기에 결국 청년 노동 문제에 대한 대책은 단순히 조직화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청년의 일자리를 늘리는 노조의 투쟁과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조선산업부문은 일찍부터 정규직 확대, 청년이 일하고 싶은 조선소 만들기를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자본의 벽,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성과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미 노조의 울타리 안에 있는 청년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결심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청년들에게 권력을 부여하고 실천 속에서 훈련과 함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권한이 없는데 책임만 강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아울러 지부·지회의 담장을 넘어 청년 조합원들이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더 많이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조선소 노동자로서 조선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 보고 싶습니다. 최근 이재명과 트럼프의 통상 협상에서 소위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로 칭해지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가 화두에 오른 바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를 한국 조선산업의 부활 신호탄이라 주장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내투자 축소 및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조선노동자이자 노조 활동가의 입장에서 'MASGA'와 국내 조선업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마스가'가 마치 나라 구하는 길인 것처럼 언론에서 보도하고, 대중도 이를 대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 현장에서도 섣불리 비판의 칼을 대지 못합니다. 그러나 두 가지 지점이 큰 우려입니다. 우선 어디서 배를 만드는가입니다. 한화오션이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큰 비용을 들여 인수했습니다. 여기서 미군의 배를 만들고 수선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되면 회사의 장부에는 수익이 늘어나지만 한국의 노동자와 조선소 지역 경제에는 하등 도움되는 것이 없습니다. 부자들이 돈을 벌면 서민은 떨어지는 부스러기로 배불러진다는 신자유주의 낙수효과론의 재판일 뿐입니다.
두 번째는, 군함이 단지 배만 만든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 각종 첨단장비와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미국의 장비를 쓰게 됩니다. 결국 현대건 한화건 비싼 미국 무기체계로 채워진 배를 납품하다 보면 남는 게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주는 한국 조선사가 부리고, 돈은 미국 군산복합체가 벌게 됩니다. 마스가뿐만 아니라 트럼프가 한국, 일본 등에 투자를 강제하고 관세를 늘리는 것은 현대판 조공 제도의 부활입니다. 지난 대선 시기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대선 토론에서 정확히 지적했듯이 제국주의적 수탈체제의 부활인 것이죠.
중국의 추격, 선박 기술의 전환 등 여러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한국 조선업이 방산 부분을 특화하거나 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방향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번갈아 찾아오는 사이클 산업인 조선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조선산업기본법'을 제정하려는 노력과 함께, 노조가 산업 대안을 가지고 조선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사회적 투쟁을 함께 벌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한편 올해는 민주노총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최근 민주노조운동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있어 큰 난항을 겪어 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조운동의 가장 중요한 양 날개라고 생각합니다. 부위원장이 되신다면 어떤 방향성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 문제를 풀어 나갈 생각이신지요?
입장은 명확한데, 운동 내부적으로 꼬인 것이 너무 많습니다. 여기에 더해 현장의 정치 의식이 싸늘하게 식어 버렸습니다. 솔직히 말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엄두가 안 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핵심은 조합원들의 정치 의식과 계급의식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투쟁을 단지 투표로만 연결시키는 지금의 노조 정치사업으로는 조합원들의 (민주당으로의) 이탈만 가속화할 뿐입니다.
다시 한번 현장으로 들어가 조합원들에게 노동자의, 노동운동의 존재의의와 정치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이를 결합하는 풀뿌리 운동을 벌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조합원의 시선이 매 해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에만 쏠리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반면 노조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혹은 할 것이냐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진보정당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당이 수혜자의 지위가 아니라 당사자의 입장에서 직접 노동자 속으로, 현장으로 침투해 들어가야 합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이 지점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금속노조 조합원 동지들에게, 그리고 인터뷰를 읽는 <도모>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족한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입후보가 금속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청년 후보가 임원선거에 나선 사례라고 합니다. 저는 선거 공보물에서 '청년 금속주의자'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말 그대로입니다. 저에게도 출마 결심이 쉬운 결단만은 아니었습니다. 책임에 대한 부담, 혹시 자리부터 탐한다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앞장서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유지되는 한 노동은 여전히 생산과 경제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소외된 권력일 겁니다. 미래 세대가, 미래의 노동자가 당당하게 노동하고 당당하게 투쟁하는 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목소리를 모아서 함께 미래를 "도모"합시다. 감사합니다!

이도영
전환 집행위원, <도모> 편집위원.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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