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청년 활동가 그레그를 만나다 (2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진보·좌파들을 고무시킨 조란 맘다니의 뉴욕시장 당선. 맘다니의 당선 뒤에 있는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최대도시에서 '사회주의자 시장'을 만들어낸 DSA는 어떤 조직이며, 맘다니의 승리는 어떤 맥락 속에 있는가?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청년 DSA와 DSA 뉴욕시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 그레그 정(Greg Chung)을 《도모》가 인터뷰했다.
(1부에서 계속)
뉴욕이라는 지역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 보죠. 뉴욕시는 민주당의 지지세가 압도적인 곳이지만, 동시에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기득권이 그 어디보다 강력한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에 맞서는 풀뿌리 운동의 전통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전통이 현재 뉴욕 DSA의 활동은 물론, 이번 맘다니의 선거운동에도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을까요?
네,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뉴욕시 정치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민주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사실상의 일당제로 돌아가는 곳이 바로 뉴욕입니다. 소수의 보수 우위 지역을 제외하면, 당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무조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야 하는 거죠. 덕분에 좌파 후보들이 비교적 걱정 없이 출마할 수 있는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아이오와 같은 곳에서라면 '(급진좌파들이) 민주당 경선에서 이겨도 본선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식의 비판이 가능할 텐데, 뉴욕시에서는 민주당 경선만 통과하면 사실상 당선 확정이니 그럴 우려가 없죠. 물론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뉴욕에서 DSA 소속 당선자들이 많이 나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렇게 민주당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뉴욕시 민주당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진보적으로 보이려는 척조차 잘 안 하는 편입니다. 부정부패가 여러모로 만연하죠.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면 제가 다니는 뉴욕시립대(CUNY) 전 총장이 수만 달러의 학교 공금을 횡령하여 사임했는데요1, 총장직에서만 물러났을 뿐 여전히 학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뉴욕시 민주당 정치인들과의 유착관계가 이에 영향을 끼첬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인터뷰 일자 기준: 편집부) 시장인 에릭 애덤스의 경우에도 터키(튀르키예) 정부로부터 뇌물을 받아 수사 중에 있고요.2

개인적으로는 제가 살았던 모든 곳 중에서 뉴욕이 가장 부패한 곳인 듯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민주당 압도적 우위 구도에서 기인하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의 상대적인 장점 역시 존재합니다. 일종의 유사 사회민주주의라고나 할까요? 복지제도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등에서 미국 내 다른 지역들보다 앞서가는 측면이 분명 존재하죠.
더불어 뉴욕시에서 진보적 사회운동의 영향력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DSA의 경우 그냥 운동이 아니라 사회주의 운동과의 연계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물론 저희 역시 여러 NGO나 노조들과의 관계가 깊지만, 사회주의적 지향 없이 사회운동과의 연계 자체에만 중시하는 다른 정치조직들, 예컨대 노동가족당(Working Families Party)같은 곳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예시로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 때도 노동가족당은 버니 샌더스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워런을 지지하고, 이번 선거에서도 나중에 가서 맘다니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반(反)쿠오모 후보 지지에 더 가까웠거든요. 구체적인 정치적 지향점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모호하고 추상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진보성'을 어필하는 거죠.
DSA는 이와 다르게 명확한 사회주의 노선과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대변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뉴욕시 민주당의 주류 정치적 경향성과 맞서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요. 종종 저희끼리는 뉴욕 정치가 민주당과 DSA의 양당제로 운영된다고 농담하는데요(웃음), NYC-DSA 조직 산하에는 '사회주의 공직 위원회(Socialist In Office Committee)'를 둬 시의회 등에서 DSA 소속으로 당선된 공직자들이 예산권 등과 관련해 우리의 정치노선에 충실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들이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DSA 소속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된 맘다니 역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맘다니가 당선 후 연설에서 미국 사회주의 운동의 대부인 유진 뎁스를 인용하던 게 생각납니다.3 그가 여러모로 지난 사회주의 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본인의 정치행보를 이해하고 있다는 좋은 사례였는데요.뉴욕 사회주의 운동의 전통과, 이로부터 맘다니 선거운동이 받은 영향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뉴욕은 그 나름대로 사회주의 운동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19세기 중후반부터 여러 노동계급 기반 정치조직들이 활발히 활동했는데요, 무려 카를 마르크스가 직접 이를 주목하고 여러 차례 관련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4 20세기에도 사회당(SPA)을 비롯한 여러 사회주의 정치조직들이 나름의 정치적 지분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했던 곳이 다름 아닌 뉴욕입니다. 사회당이 해산되고 공개적으로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기 힘들어진 냉전 이후에도, 해당 운동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이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게 바로 '하수도 사회주의(Sewer Socialism)'이라는 정치노선입니다. 이는 사회주의자들이 지역정치에 적극 참가해 계급 의제 등 평소 관심을 가지는 문제들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민생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5 이는 심지어 스스로 사회주의자로 정체화하지 않는 정치인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뉴욕시 역대 최고의 시장이라 불리는 피오렐로 라과디아(Fiorello La Guardia)가 하수구 사회주의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뉴욕 정치인입니다. 당시 그가 실시했던 여러 진보적인 정책들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 영향을 주기도 했죠.
이렇게 나름의 분명한 진보·좌파적 전통이 존재하다 보니, 확실히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고유한 정치적 정체성이 존재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여러 유사 사회민주주의 정책들이 대표적일 테고요. 맘다니의 경우에는 뚜렷한 좌파 노선을 견지하면서 뉴욕시의 이러한 정치적 전통을 현대적 맥락에 맞게 되살리는 것으로 스스로의 브랜드를 내세워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무료 공공버스 정책을 예시로 들며 "라과디아 시장의 후계자가 되겠다" 이야기한 게 대표적이겠죠.6 맘다니가 팔레스타인 문제나 이민 문제, 성소수자 문제 등에서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노동계급의 지지를 받는 민생의제 중심의 선거전략을 수립할 수 있던 데에는 이런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맘다니가 시장에 취임하게 되면, 그는 여러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될 겁니다.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자본 기득권, 시 관료와 경찰권력, 그리고 맘다니 본인이 속한 민주당 내 기득권 정치인들까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약속한 진보적 정책을 실현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어떻게 하면 이런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혹여나 마주해야 할지도 모를 맘다니 시정부의 우경화와 타협 가능성에 대해 뉴욕의 정치·사회운동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요? 가능하다면 그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이 존재할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오늘 인터뷰에서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현재 NYC-DSA 조직에서 굉장히 고민이 많은 주제이기도 합니다. 제가 속한 DSA 내 의견그룹인 마르크스주의 연합 그룹(Marxist Unity Group, MUG)(DSA 내에는 이념적 지향과 민주당과의 관계설정 등의 의제와 관련한 여러 의견그룹들이 존재한다. MUG는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기반한 사회주의 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는 의견그룹이다: 편집자 주)이 특히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쟁하고 있습니다. 공직, 특히 선출 행정직에 있는 정치인이라면 아무래도 예산 등의 문제에 있어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이들과 여러 조율과 타협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잖아요. 현재 뉴욕시의회에 사회주의 노선을 지지하는 이들이 과반이 아니니 이런 현실적인 문제는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고, 시 예산의 1/3을 제공하는 주정부와 연방정부와의 갈등 문제 역시 고려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사회주의 노선에 반대하는 이들이 곳곳에 산재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시정을 펼쳐야 할 것이냐, 이와 관련해서는 DSA 내에 크게 두 가지 노선이 경합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거칠게 요약하면 '인민전선 노선(popular frontism)'정도인데, 일단 주류 리버럴 정치세력과 타협하는 한이 있더라도 부분적으로나마 우리의 의제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노선입니다. 그와 반대방향에서 보다 독자적인 정치노선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단기적으로 노동계급에 유리한 정책들을 통과시킬지언정 장기적으로는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조직적으로 와해시킬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노선을 지지하는 이들은 우리의 원칙과 노선을 바탕으로 주류 정치세력과 명확히 차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조직적 확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맘다니의 정치적 타협과 관해 가장 논쟁적인 것은 아마도 그의 경찰개혁일 것입니다. 맘다니는 애덤스 시장 때 임명된 뉴욕시 경찰청장 제시카 티시를 유임시키겠다 발표했는데, 그는 2024년 대학가의 팔레스타인 연대시위를 강제진압하고 무슬림 공동체를 불법적으로 감시하며 ICE와 비공식적으로 협력하는 등의 활동으로 논쟁이 되었던 사람입니다. 따라서 유임 계획이 발표되었을 때 팔레스타인 연대운동과 무슬림 공동체, 이민자 공동체의 강한 반발이 있었죠.7

다만 이 경우에는 대체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공권력 내 카르텔마냥 작동하고 있는 뉴욕시 경찰을 함부로 건드렸다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와 개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고려가 있었을 듯 합니다. 경찰들이 파업을 통해 고의적으로 치안을 악화시키는 식으로 저항하면 시 정부에서도 현실적으로 답이 없으니까요. 실제로 과거 데이비드 딩킨스 시장 때 경찰개혁을 시도했다가 4000명이 넘는 경찰들이 무력시위를 벌여 해당 개혁안을 철회하고 딩킨스 시장 역시 재선에 실패하는 일도 있었고요.8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쇠락 때문에 개혁에 동력을 부여할 외부 사회운동의 도움을 바라기 힘들다는 점 역시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타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그러한 타협이 정말로 불가피하다면, 우리 지지층에게 솔직하게 그것이 왜 필요한지 열어 놓고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동시에 DSA와 같은 정치조직의 경우에는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노선과 어긋나는 정책이나 결정을 내리면 이에 대해 거리를 두고 명확히 비판하고, 반대로 리버럴이나 우파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을 때는 앞장서 변호할 수 있어야겠죠. 저는 이 둘을 모두 할 수 있고, 또한 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맘다니 캠패인에서 가장 이슈였던 건 물가와 집세 등 민생 이슈였지만,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역시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최근 맘다니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우호적인 회동을 가졌지만, 트럼프 특유의 변덕스러운 성격과 혼란스러운 미국의 정세를 고려하면 언제 이와 같은 휴전이 깨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의 맘다니 시정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다면,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도 그 회동 영상을 봤는데요, 여러모로 참 재미있었습니다. 맘다니의 개인적인 카리스마와 매력, 그리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트럼프의 성격을 모두 보여주는 부분이었는데요, 사실상의 소수정부를 이끄는 맘다니가 앞으로 자주 발휘할 '스킬'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하지만 이런 맘다니의 개인적인 노력과 별개로,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할 듯 합니다. 시카고나 포틀랜드 같은 다른 대도시들이 그러했듯 뉴욕시 역시 ICE(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대규모 습격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뉴욕시에 다른 지역마냥 수천 명의 ICE요원들이 들이닥치지 않은 데에는 에릭 애덤스가 트럼프 정부와 ICE에 부분적으로 협력하는 대가로 법무부가 그의 부패혐의를 기소하지 않는 정치적 거래를 한 게 주효했는데요9, 맘다니 취임 이후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겠죠.

그렇다면 맘다니 시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우선 가장 최근에 실시한 조치로는 이민자 대상으로 ICE 단속 당시 법적 권리를 알려주는 영상을 찍은 적이 있습니다.10 이외에는 시카고 같은 도시에서 그러했듯 뉴욕시 소유 토지와 건물들을 '노 ICE 존'으로 지정해11 이들의 활동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네요. 다만 이를 실제로 시의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을지, 통과되더라도 뉴욕시 경찰을 동원해 이를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게 가능할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겠죠.
또한 시정부가 ICE와 협력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모두를 위한 뉴욕(New York For All)' 법안12, 현재의 폭압적 이민자 강제구금 정책을 보다 인권친화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구금이 아닌 존엄을(Dignity Not Detentions)' 법13 등 현재 뉴욕시의회에 발의되어 있는 여러 반 ICE 법안 통과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예산 관련해 주정부 및 연방정부와의 여러 마찰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역시 ICE 문제와 엮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가 'ICE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식으로 나온다면 주택정책 등에 있어 기존 설정한 목표대로의 진행이 힘들 수도 있으니까요. 현재까지는 앞서 말했듯 이런 문제들에 있어 맘다니 본인의 개인적인 매력에 기대어 협상 테이블에 임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정부를 운영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어디까지 협상하고 어디까지 내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DSA 차원에서는 이민자 정의 워킹그룹(Immigrant Justice Working Group)을 만들어 ICE 단속으로부터 이민자 공동체를 보호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저도 이 그룹에 소속되어 있는데요, 지역 이주민 공동체와 적극 협력해 ICE 요원들이 공동체를 급습하는 상황에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앞서 말했듯이 이런 과정에 있어 DSA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맘다니 시정부가 우리의 원칙을 넘어서는 수준의 타협을 하고자 할 때 이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율성일 것입니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우경화가 계속되며 진보·좌파 정치세력들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맘다니의 사례가 어떤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요? 혹은 그 정도가 아니더라도, 맘다니 사례에서 참고할 만한 것들이 있을까요?
네, 분명히 참고할 지점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미국도 지난 대선 이후 Z세대의 우경화 문제가 여러모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특히 18~21세 나이대에서는 공화당 지지가 압도적인 상황입니다.14 아직은 삶의 경험이 제한적이라 정치적 세계관이 분명하지 않을 때고 코로나 시기에 성장한 세대라는 것 역시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여러모로 우려할 만한 상황임에는 분명하죠. 말씀하신 대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되는 현상이고요.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우경화되었다는 이들 Z세대 내에서도 맘다니 지지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번 선거에는 눈길을 줄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는 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삶의 문제와 직접 연관되는 이슈에 대해 말하며 이를 개선하겠다는 정치인을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제 주변에도 보수적인 성향의 지인들 중 맘다니에 투표하고 그 이후 저에게 일론 머스크부터 팔레스타인까지 여러 이슈들에 대해 사회주의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열린 태도를 가지고 우호적으로 물어보는 이들이 여럿 생겼습니다. 여러모로 한 세대의 정치의식에 있어 이번 선거가 중요한 변화를 가져온 듯 합니다.
맘다니와 다른 진보 성향 정치인들을 본격적으로 구분하는 부분이 존재한다면, '나는 페미니즘을 지지해' '나는 친 이민자 후보야'와 같이 '나'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우리'로서 노동계급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세웠다는 것입니다. 서민들의 밥상머리 물가가 너무 올라가면 시에서 운영하는 공영 식료품점을 만들어 대응하고, 교통체증이 심각하면 무상 버스를 만들어 보급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민생 의제를 바탕에 두고 이민자 문제나 복지 문제 등 보다 넓은 의제들로 사람들의 시선을 확장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크게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인데요. 사실 생각해 보면 20세기의 파시즘은 당대 강력했던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발생했던 건데, 지금의 흐름은 좌파가 그리 강하지 않은데도 정치적 우경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흥미롭죠. 그런데 반대로 말하면 좌파가 이런 우경화 흐름에 대한 맞불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번 맘다니 캠페인이 이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좌파가 사람들의 삶과 직접 연관된 긍정적인 정치적 비전을 제공해 준다면, 사람들에게 극우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으로 선택받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을 《도모》 독자들, 더 나아가 한국의 진보·좌파 활동가들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먼저 우리 모두가 한 배를 타고 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미국의 사회주의자들이 한국 운동으로부터 배울 지점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역사적으로 누적된 반공주의 정서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이 이뤄낸 성과들도 그렇고, 미국과는 다르게 진보정당이 민주당과 독립된 제3정당의 위치를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유지하고 있는 것 역시 인상적입니다. 서로 다른 부문운동들 간의 활발한 연대체 활동도 흥미롭고요. 전 세계 노동계급이 경험하는 문제들이 결코 별개의 것들이 아니니, 한국과 미국 운동사회 간의 보다 활발한 국제연대 활동이 가능하기를 희망합니다. DSA도 정의당이나 전환과 같은 한국 정치조직들과 본격적인 교류활동을 늘려 나갔으면 좋겠고, 그와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자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맘다니 캠페인이 계급적 관점을 핵심에 놓았다고 해서 인권이나 인간 해방과 관련된 핵심 원칙들에서 타협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노동해방이 곧 젠더해방이고 이민자 해방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거죠. 결국 극우 파시즘의 목표는 우리를 이런 여러 정체성들로 갈라놓아 노동계급이 단결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따라서 노동계급을 조직하고 싶다면 모든 의제에서 진보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노동계급이 가장 관심을 지니는 삶에 와닿는 민생 의제가 중심에 와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맘다니의 승리가 극우 파시즘에 맞서는 우리 시대 좌파들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의 동지들도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원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 전 회장, 전환 국제연대팀장.
동국대학교와 고양시, 대학원생노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넓고 멀리 보는 이론과 구체적인 공간에서의 실천을 겸비한 운동을 지향한다.
각주
- The New York Times, President of City College Quits Abruptly Amid Scrutiny of Her Finances https://www.nytimes.com/2016/10/08/nyregion/president-city-college-quits.html [본문으로]
- Reuters, New York Mayor Eric Adams charged in Turkey bribery, fraud scheme https://www.reuters.com/world/us/criminal-charges-against-new-york-mayor-adams-expected-be-unsealed-2024-09-26/ [본문으로]
- Zohran Mamdani for NYC, Zohran Mamdani's Full Victory Speech, November 4th, 2025 https://www.youtube.com/watch?v=5cG4WD8uEwE [본문으로]
- Karl Marx, Address to the National Labor Union of the United States https://marxists.architexturez.net/history/international/iwma/documents/1869/us-labor.htm [본문으로]
- 금속노동자, 조란 맘다니와 하수도 사회주의 https://www.ilabor.org/news/articleView.html?idxno=12069 [본문으로]
- The Nation, Zohran Mamdani on FDR, LaGuardia—and Trump, https://www.thenation.com/article/politics/zohran-mamdani-interview-donald-trump-laguardia/ [본문으로]
- The Media Line, 3,500 Lawyers Call on Mamdani To Dismiss NYPD Commissioner Tisch Over Policing at Pro-Palestinian Demonstrations, https://themedialine.org/headlines/3500-lawyers-call-on-mamdani-to-dismiss-nypd-commissioner-tisch-over-policing-at-pro-palestinian-demonstrations/ [본문으로]
- Wikipidia, Patrolmen's Benevolent Association Riot, https://en.wikipedia.org/wiki/Patrolmen%27s_Benevolent_Association_Riot [본문으로]
- The City, Your Guide to the Trump-Adams Deal That Pushed 7 Prosecutors to Resign, https://www.thecity.nyc/2025/03/04/trump-adams-quid-pro-quo-deal-trial-guide/ [본문으로]
- Zohran Mamdani for NYC, Know Your Rights When Dealing With ICE, https://www.youtube.com/watch?v=Tq-KqQXy4LE [본문으로]
- City of Chicago, Mayor Brandon Johnson Signs “ICE Free Zone” Executive Order, Prohibiting Use Of City Property For Federal Immigration Operations, https://www.chicago.gov/city/en/depts/mayor/press_room/press_releases/2025/october/city-property-executive-order.html [본문으로]
- NYIC, New York for All, https://www.nyic.org/our-work/campaigns/new-york-for-all/ [본문으로]
- NYCLU, Legislative Memo: The Dignity Not Detention Act, https://www.nyclu.org/resources/policy/legislations/legislative-memo-dignity-not-detention-act [본문으로]
- Newsweek, Young People Are Now Overwhelmingly Republican https://www.newsweek.com/republican-support-poll-young-gen-z-2060258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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