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서구 부패 잔혹사에 맞선 '부패정치 저격수'의 기록
올해 초 드러난 '강선우-김경 게이트'는 지난 20년간 똑같이 반복되어 온 강서구 부패정치 잔혹사의 일각일 뿐이다. 지역에 만연한 부패정치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부패정치 저격수'를 자처하며 뿌리 깊은 강서구 부패의 구조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위원장의 기고를 게재한다.
강서구의 부패정치 잔혹사 20년

지난 7월 21일, 복수의 '공천 헌금' 의혹으로 구속된 무소속(구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이른바 '쪼개기 후원' 건에 대해 경찰에서 무혐의·불송치 처분을 받았다.1 본 사건이 지방선거 선거판을 달군 대규모의 부패정치 스캔들인 데다 이미 밝혀진 수많은 부정들이 산적함을 고려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처분이지만,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여전히 강서구 정치를 뒤덮어 온 '부패정치 잔혹사'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강선우 개인의 처분 여하보다 훨씬 거대한 문제다.
강서구 정치의 부패사는 어느 한 정당의 역사도, 몇몇 정치인의 우발적인 일탈사도 아니다. 구청장이 바뀌고 국회의원이 바뀌고 지방의회의 다수당이 달라졌지만, 정치권력과 사적 이해관계가 결합하는 사건은 여러 차례 모습을 바꾸며 반복됐다. 어떤 때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된 구청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어떤 때에는 지역 건설업체의 자금이 선거운동에 흘러 들어갔다. 개발 인허가와 토지 용도 변경을 둘러싼 로비, 불법 정치자금, 공천을 둘러싼 금전 거래 의혹, 정치적 지위를 가족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특혜 사건까지 그 형태도 다양했다. 문제는 '어느 정당이 더 부패했느냐'가 아니라, '정당과 인물이 바뀌어도 왜 같은 유형의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가'에 있었다.
강서구는 마곡지구 개발을 비롯한 대규모 도시 재편이 진행된 지역이다. 개발은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산업과 인구를 불러들였지만, 동시에 토지 용도 변경과 건축 인허가, 공공사업을 둘러싼 행정 권한의 경제적 가치도 키웠다. 막대한 개발이익을 기대하는 사업자에게 정치인의 영향력은 중요한 자원이 되었고, 선거와 조직 운영에 돈이 필요한 정치인에게 지역 사업자는 유력한 후원자가 될 수 있었다. 지역의 성장과 함께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만날 수 있는 접점도 넓어진 것이다.

2007년 김도현 당시 강서구청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했다. 그의 부인은 지지자들에게 간고등어를 돌리는 등 가히 '막걸리·고무신 선거'가 떠오르는 부패 행각을 대놓고 벌였다. 7년 후인 2014년, 부동산 용도 변경 로비와 거액의 금전이 얽힌 김형식 서울시의원 사건은 강서구를 넘어 전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2 거액 자산가가 자신의 부동산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는 데 힘을 써 달라며 정치인에게 로비 자금을 건넸고, 금전 관계가 틀어진 끝에 사건은 청부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파국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개인 간의 단순한 금전 분쟁이 아니었다. 개발이익을 원하는 자본과 행정·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지방정치인이 결합했을 때 어떤 파국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지역 건설업자와 정치권의 관계는 다시 문제로 떠올랐다. 강서구청장 예비후보였던 김승현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 사조직을 활용해 선거운동을 하고, 지역 건설업자로부터 선거사무소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1,530만 원을 지원받은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과 추징금이 확정됐다.3 후보자에게 금전을 제공한 건설업자 역시 유죄를 선고받았다. 개발사업자와 정치인의 관계는 과거의 용도 변경 로비에서 끝나지 않고, 후보자를 만들고 선거조직을 움직이는 자금의 문제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났다.
강서구 정치의 문제는 특정 정당만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았다.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들은 선거법 위반과 불법 선거자금 문제로 직을 잃거나 유죄를 선고받았고, 민주당 정치인들 역시 공천헌금, 불법 정치자금, 사전선거운동과 관련된 의혹과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물론 사건마다 법적 결론은 달랐다. 유죄가 확정된 사건도 있었고, 증거 부족이나 차용 관계가 인정돼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정당과 인물이 달라도 선거자금, 공천권, 지역조직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반복해서 정치의 주변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강선우-김경 게이트'를 고발하다
2025년 12월 29일, 다시 한번 강서구 정치에서의 공천과 금전의 관계를 의심하게 하는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강선우 국회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경 서울시의원 후보 측으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었다.4 의혹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한 정치인의 도덕성이나 개인적인 금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가진 공천 영향력과 지방의원 후보의 정치적 이해관계, 금전과 지역조직이 하나의 연결망 안에서 작동했을 가능성을 묻는 사건이 된다.
지방선거에서 정당의 공천은 단순한 내부 인사 절차가 아니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공천이 사실상 당선 가능성을 결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천권이 금전이나 사적 관계의 영향을 받았다면 문제는 정당 내부의 도덕성에 그치지 않는다. 주민들이 후보자를 선택하기도 전에 선택지가 왜곡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돈과 권력이 거래됐다면 피해자는 경쟁 후보만이 아니다. 제대로 된 선택권을 빼앗긴 주민 전체가 피해자가 된다.
당시 정의당 강서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나는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2025년 12월 30일 강선우 국회의원, 김경 서울시의원, 강선우 의원의 전직 보좌관 등 세 사람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당시 내가 확보한 것은 언론에 공개된 보도와 그 보도가 제기한 문제의식뿐이었다. 나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주민의 대표를 결정하는 공천 절차가 금전과 사적 관계에 의해 왜곡됐을 수 있으므로, 당사자들의 해명만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26년 1월 5일 고발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나는 사건의 법적 쟁점을 다시 검토했다. 언론에 보도된 금전이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 공천에 관한 청탁이나 대가성이 있었는지, 다른 형사법상 책임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를 수사기관에 물어야 했다. 나는 그날 강선우 의원에 대해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배임수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추가로 적시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어떤 혐의가 실제로 성립하는지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판단될 문제였다. 그러나 공천권과 거액의 금전이 결합한 의혹을 공적 검증 없이 넘길 수는 없었다.
중요한 변화는 그 뒤에 일어났다. 첫 고발과 이후 고발인 조사가 진행된 뒤, 나는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관련된 별도의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이 순서는 다시 한번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나는 제보를 받아 처음 고발한 것이 아니다. 언론 보도만으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먼저 고발했고, 그 뒤에 별개의 제보들이 이어졌다. 정치적 목적에 맞는 제보를 찾아 나선 것이 아니라, 이미 공적 책임을 감수한 상태에서 새로운 자료와 의혹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들어온 유의미했던 제보는 전화도, 대면 만남도 아닌 이메일이었다. 발신자는 자신을 밝히지 않았다. 열어 본 첨부 문서는 막연한 주장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문서가 담고 있던 내용은 앞서 고발한 공천헌금 의혹보다 범위가 넓었다. 제보에 따르면 이 문제는 김경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다수 의원들의 이름이 함께 등장했다. 제보자는 이를 개별 사건들의 우연한 나열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개입된 정황으로 읽어 달라고 요청했다. 고발인으로서 공적 책임을 지고 있던 나는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했다.
제보자는 국제행사 출입증 제공, 대규모 당원 모집과 입당원서 대리작성, 가족·측근 명의 법인·단체를 통한 공공사업 수주와 자금 조성, 여러 명의와 계좌를 거친 정치후원금·공천자금 전달을 하나의 흐름으로 제시했다. 이후 사진, 이메일 화면, 법인 설립서류, 출연재산 문서, 회원명부, 부동산 사용자료, 공공기관 계약자료가 순차적으로 전달되어 왔다. 제보자의 모든 주장이 입증됐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무엇을 어떤 순서로 확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정황은 구체적이었다.

자료를 모두 검토하고 나니, 처음 보도된 1억 원 의혹은 더 큰 구조의 한 장면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제보가 그린 그림에서 특정 개인은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공공기관과 연락해 자원을 확보하는 역할, 법인·단체의 명의를 제공하는 역할, 회원과 당원 명부를 관리하는 역할, 서류를 작성하는 역할, 공공계약을 수행하는 역할, 여러 계좌로 돈을 나누어 보내는 역할, 정치권과의 연결을 담당하는 역할이 나뉘어 있었다는 것이 제보의 핵심이었다.
이 가운데 누가 어떤 행위에 실제로 가담했는지는 반드시 개별적으로 입증돼야 한다.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의혹의 전체 모습은 한 사람의 우발적인 일탈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장기간에 걸쳐 여러 사람과 조직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공공자원·법인·계약·당원·후원금이 같은 방향을 향해 연결됐다는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단순한 정치자금 사건이 아니라, 공적 권한으로 자원과 사업을 연결하고 측근조직으로 서류와 명부를 관리하며 여러 명의와 계좌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조직적 권력범죄의 가능성을 가리킨다.
이런 문제는 곧 한국 정당정치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비위 사건이 발생하면 정당은 대체로 신속하게 그와 선을 긋는다. 당사자의 개인적인 일탈이며 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는 이유로 판단을 유보하고, 여론이 악화되면 탈당이나 사퇴를 통해 사건과 조직을 분리하려 한다. 그러나 공천과 선거를 둘러싼 사건을 오직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책임의 일부만을 보는 것이다.
정당은 후보자를 공천하고 조직과 자원을 제공한다. 후보자의 경력과 재산, 도덕성을 검증할 책임도 정당에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당이 개인의 탈당이나 사퇴로 책임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당을 떠나면 더 이상 내부 조사나 징계를 진행하지 않고, 사건의 원인이 된 공천 구조와 지역조직 운영 방식은 그대로 남는다. 이 상황에서 비슷한 사건은 다른 인물을 통해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문서와 제보 경위를 정리해 추가 고발을 결정했다. 개인의 일탈로 축소될 뻔한 사건이 실은 특정인 몇 명을 넘어서는 범위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이 정황을 수사기관이 직접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고발 이후 벌어진 일들
고발장을 제출하고 조사를 받으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고발인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사건이 어느 부서에서 담당되고 있는지, 관련 사건들과 병합됐는지, 핵심 관계자 조사가 진행됐는지, 수사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을 듣기 어려웠다.
수사기관이 모든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점은 당연하다. 증거 인멸과 진술 오염을 막으려면 수사에는 보안이 필요하고, 피의자의 방어권과 명예도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수사 보안과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특히 선거와 공천에 관련된 사건은 시간 자체가 중요한 변수다. 선거가 끝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나 결론이 나오면 법적 판단과 별개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시민이 공익을 위해 의혹을 제기하고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사건이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조차 알 수 없다면, 고발 제도는 시민 참여의 통로가 아니라 자료를 접수하는 일방적인 창구에 그치게 된다.
한편 제보를 받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공익적 의미를 가진다고 해서 즉시 공개하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성급한 폭로는 제보자의 신원을 노출하거나 증거 인멸의 기회를 줄 수 있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다. 반대로 모든 자료를 수사기관에만 맡기고 무기한 기다리는 것 역시 시간이 흐르며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고 사건이 공론장에서 사라질 위험이 있다.
나는 결국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출하는 것과 별개로, 언론을 통해 의혹의 일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다만 확보한 자료를 한꺼번에 배포하거나 여러 언론사에 무차별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 사실처럼 확산되는 것을 막으며, 수사에 필요한 자료가 훼손되지 않도록 공개의 범위와 순서를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언론을 선택하는 기준도 단순히 보도 규모나 영향력만은 아니었다. 이 사건을 정치인 개인 혹은 특정 정파의 도덕적 추문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천권과 지역 정치조직, 공공사업, 명의와 계좌를 이용한 자금 흐름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취재할 언론이 필요했다.


여러 언론사가 관련 의혹을 취재하고 있었지만, 나는 사건의 성격을 나와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문서와 관계자 취재를 통해 사실관계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의지가 있는 언론사를 찾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한 종합편성채널로부터 단독 특집 보도 제안을 받기도 했다. 내가 확보한 자료와 정보를 해당 방송사에 단독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에 특집 인터뷰를 편성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사건을 널리 알리고 수사를 촉구한다는 점만 생각한다면 쉽게 거절하기 어려운 기회였다.
그러나 나는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방송사가 보수적인 논조를 가진 곳이라는 사실만으로 취재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건이 다뤄질 정치적 맥락이었다. 내가 제기하려는 것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가 아니라, 공천권과 정치자금, 지역조직과 공공사업이 결합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였다. 그런데 단독 특집이라는 형식과 당시의 정치적 구도 속에서는 이 사건이 지방정치의 구조적 문제보다 특정 정당을 공격하는 정파적 소재로 소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높은 시청률과 단독 보도라는 조건은 매력적이었지만, 사건을 크게 알리는 것만큼 어떤 맥락과 방식으로 알리는지도 중요했다. 나는 보도의 파급력보다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취재와 독립적인 검증을 우선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일부 언론은 쪼개기 후원이 이루어졌다는 의혹의 구체적인 방식과 시기를 추적했고,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설립하거나 관여한 법인들의 실체와 사업 관계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규모 입당원서 작성이 이루어졌다는 시기와 장소, 관련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취재가 진행됐다. 이는 제시했던 주장이 모두 사실로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수사기관에 제출된 자료가 언론의 독립적인 취재와 교차하면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고' '누가 설명해야 하는지'가 보다 분명해졌다는 의미가 있었다.
부패정치 저격수, 강서구 정조준

'부패정치 저격수'라는 표현은 자칫 특정 정치인을 공격하고 제거하는 역할로 오해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저격수의 역할은 특정인을 향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아니다. 저격수에게 필요한 것은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조준의 정확성이다. 확인된 사실과 의혹을 구분하고,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을 분리하며, 개인의 잘못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찾아야 한다. 겨누어야 할 것은 정치인의 사생활이나 개인적 약점이 아니다. 주민이 위임한 권한을 사적 이익과 교환하는 행위, 공천권을 개인의 영향력으로 사용하는 구조, 돈과 조직을 가진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선거제도, 문제가 드러난 뒤에도 설명하지 않는 정당과 수사기관의 무책임이다.
부패는 돈을 받는 순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권 의식, 조직이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확신, 주민보다 공천권자에게 충성하는 정치 문화 속에서 자라난다. 감시받지 않는 권력은 자신의 행동을 예외로 여기기 시작하고, 반복되는 예외는 결국 하나의 관행이 된다. 따라서 부패정치 저격수의 역할은 사건을 폭로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수사가 지연되면 이유를 묻고, 정당이 개인의 일탈로 책임을 축소하면 공천과 조직의 책임을 추궁하며, 제도가 허술하다면 조례와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 한 사람의 정치 생명을 끝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음 사람이 같은 일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강서구의 부패정치 잔혹사를 되짚어 볼 때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지역에서 반복된 것은 특정 정당의 부패가 아니라, 부패를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 그 자체였다는 점이다. 공천권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지역위원회가 외부에 닫혀 있고, 정치자금의 흐름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지방정치인이 중앙정치인의 뜻에 따라 공천과 낙천을 오가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등장인물이 바뀌어도 사건은 다시 나타난다. 김도현에서 강선우까지 이어진 20년의 시간은 그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구조를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균열을 내고자 도전할 것인가. 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강서구 나선거구에 정의당 후보로 출마하며 "부패정치 저격수, 강서구 정조준"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결과는 5.15퍼센트, 1,580표. 3위로 낙선했다. 거대 양당의 조직과 자금 앞에서 이 숫자는 초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선거를 통해 내가 확인한 것은 명확했다. 고발과 제보만으로는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 한계를 알고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비로소 다음 균열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저격수라는 말은 누군가를 무너뜨리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이 사건을 통해 다시 정의한 저격수는,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구분할 줄 알고, 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라 그 개인을 만들어낸 구조를 겨누는 사람이다. 강선우와 김경이라는 두 사람의 이름은 이 사건의 입구일 뿐이다. 이 '저격'의 진짜 목표는 공천권이 사적으로 거래될 수 있는 폐쇄적인 정치 시스템, 그리고 사건이 드러난 뒤에도 정당이 스스로 설명하지 않는 책임 회피의 관행이어야만 한다.
고발이 필요 없는 정치를 위해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글이 다루는 의혹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혐의가 인정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률상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기본이다. 그러나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이번 사건이 던진 질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지방선거의 후보자를 결정하는가. 공천 과정에서 국회의원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후보자와 공천권자 사이의 금전 관계를 정당은 어떻게 검증하는가. 내부에서 문제를 목격한 사람은 안전하게 제보할 수 있는가. 수사기관과 정당은 시민에게 얼마나 설명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치가 답하지 않는다면 사건은 한때의 스캔들로 소비되고 끝날 것이다. 당사자가 사퇴하거나 처벌받더라도 정치구조는 그대로 남고, 몇 년 뒤 다른 이름과 다른 명목의 사건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강서구의 부패정치 잔혹사가 지금까지 보여준 방식이 한번 더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더 많은 사람을 고발하기 위해 부패정치 저격수를 자처하지 않았다. 시민이 고발하지 않아도 제도가 먼저 문제를 발견하고, 언론에 폭로되지 않아도 정당과 의회가 스스로 책임을 묻고, 권력을 가진 사람이 주민에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그 역할을 선택했다. 고발은 부패가 발생한 뒤 책임을 묻는 일이다. 정치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부패가 발생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가야 할 곳은 고발장을 더 많이 제출하는 자리가 아니라, 고발이 필요 없는 정치를 만드는 자리다.

이상욱
정의당 강서구위원장, 발산포럼 대표.
강서구에 진보정치의 씨앗을 심고자 노력하고 있다.
각주
- 노컷뉴스, [단독]경찰, '시의원 후원 의혹' 강선우 의원 불송치 https://www.nocutnews.co.kr/news/6551126?utm_source=naver&utm_medium=article&utm_campaign=20260721043449 [본문으로]
- 중앙일보, 김형식 현 시의원 "청부살해 자살지시" 충격적인 재력가 살인사건 https://www.joongang.co.kr/article/15110232 [본문으로]
- 연합뉴스, '불법 정치자금' 前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 벌금형 확정 https://www.yna.co.kr/view/AKR20240328158400004 [본문으로]
- [단독] MBC 뉴스데스크, "의원님 살려주세요"‥강선우-김병기 대화서 드러난 '1억 원' 수수 의혹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89561_36799.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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