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비판 - 내 개인정보가 AI 개발에 멋대로 쓰인다구요?
8월 20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손잡고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AI 개발을 위해 개인정보 주인의 동의 없이도 기업에 데이터를 넘길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시민의 것을 자본에 내어줄 때는 어떤 대가도 없이 한없이 관대한 이 구조, 과연 정당한가?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다?
2024년 상반기 한국 사회를 달궜던 통칭 '라인 사태',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 사태를 기억하는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와 한국 기업 네이버의 공동출자로 만들어진 메신저 라인(LINE)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일본 총무성은 유출 사태의 원인을 네이버에 과도하게 위탁되어 있는 보안 시스템의 문제로 지목하고,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 주식회사 출자비율의 재조정을 포함한 라인의 '국적 재구성'을 요구했다.1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대응을 '치욕스러운 굴종 외교'로 규정하고, '일본 기업이 한국 자본의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강탈하는 것'에 대해 날을 세우며 명백한 경제 주권 침해에 총력 대응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2 2년이 지나고, 야당이던 민주당은 여당이 되었다. 당시 그 누구보다 분개하던 민주당은 지난 8월 국민 동의 없이 개인정보 데이터를 기업에 넘겨줄 수 있는 법을 손수 통과시켰다.

그 어떤 타국도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의 개인정보를 자본에 내어주는 합법적 유출의 문을 직접 열어젖혔다. 기술이 다른 나라에 넘어가는 데는 그렇게 분노하지만, 정작 그 기술을 만드는 원료인 개인정보 자체를 통째로 팔아넘길 때 정치권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자본의 것을 타국에 내어주는 것은 결코 용납이 불가능하지만 그 자본에 시민의 것을 내어주는 데는 한없이 관대한 이 구조에 더해, 'AI'라는 두 글자가 붙으면 주권의 무게는 깃털 같이 가벼워진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옳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란?
지난 8월 20일, 국회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3 개정 이전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원칙이 분명했다. 적법하게 수집한 개인정보라도 처음 수집할 때 밝힌 목적과 다르게 쓰려면 정보주체에게 별도 동의를 받거나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했다. 예컨대 내 병원 진료 기록이 신약 개발에 쓰이려면, 원칙적으로 내가 직접 그러라고 허락해야만 했다.
이번 개정은 이 원칙에 치명적인 예외를 만들었다. AI 개발 과정에서 가명정보나 익명정보만으로는 고품질 학습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 기업이나 기관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면 원본 개인정보를 그대로 AI 개발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4 보이스피싱 예방이나 자율주행로봇 개발처럼 실제 개인정보가 필요한 기술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물론 아무 제약 없이 열어준 건 아니다. 개인정보위 설명에 따르면 적용 요건은 세 가지다. 첫째, 가명·익명정보만으로는 해당 기술 개발이 곤란해야 한다. 둘째, 개인정보를 활용해야 할 공익적·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 셋째, 강화된 안전조치를 마련한 뒤 개인정보위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5
민감정보나 고유식별정보처럼 정보주체의 권리·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엔 사전에 위험요인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특례를 적용받는 기업·기관은 이 사실을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정보가 동의 없이 남에게 들어간다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 마냥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법은 아닐지 모르지만, '내 동의가 필요 없다'는 법이란 것도 맞다. 심의, 즉 행정 절차가 개인의 동의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거대 양당, 손잡고 개인정보를 팔아넘기다
이번에 통과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뼈대로 병합되어 만들어졌다. 내란세력이니 종북·종중이니 하며 늘상 물어뜯기에 바쁜 여야가, 개인정보를 팔아넘기기 위해서는 사이좋게 손을 잡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대놓고 내세우는 국민의힘이야 그렇다 쳐도, '신 스틸러'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라인 사태 때 '국민 기술주권 침해'를 규탄하던 정당이 국민의 정보 자기결정권을 내주는 법안에는 쌍수를 들고 찬성했다.
시민사회는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훨씬 전부터 반대 목소리를 내어 왔지만, 정작 "연합정치를 통해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겠다"던 민주당은 묵묵부답이었다.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보인권연구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올해 5월 법안 심의 중단을 촉구하며 AI 기술 개발을 위해서라면 헌법상 기본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것이 국회의 기본 입장인지 물었다.6 기어코 8월 20일 법안이 최종 가결되자, 디지털정의네트워크는 이를 '개악안'이라 부르며 개인정보보호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규정했다.7

개인정보 보호의 기본원칙은 '목적 제한'이다. 처음 수집할 때 밝힌 목적으로만 쓰라는 뜻, 그리고 다른 목적으로 쓰려면 다시 동의를 구하라는 뜻이다. 내 정보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헌법상 기본권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은 이 원칙에 AI 개발을 명목으로 구멍을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개정안이 법률 전체가 지켜야 할 기술중립성 원칙까지 깨뜨린 선례라는 점이다. 이미 국회에는 AI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산업, 바이오데이터 활용 등을 명분으로 한 유사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8 이번 구멍이 다음 구멍을 정당화하는 선례가 될 거라는 우려는 결코 침소봉대가 아니다.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개인정보위가 정작 누구 편에 서 있는지도 의문이다. 참여연대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수호해야 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마저 굴복한 상태라고 비판했다.9 감독기관이 감독 대상의 편의에 굴복했다는 것이 이번 개정의 가장 중요한 '킥'이다.
법이 이미 통과된 지금, 디지털정의네트워크는 최소한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최소한 내 개인정보가 AI 학습에 쓰였다는 사실만큼은 당사자에게 직접 알리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 개인정보 영향평가는 공공기관에만 의무이고 기준도 형식적이어서, 정작 고위험 AI를 만드는 민간 기업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이것부터 실효성 있게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10 '몰라도 된다'에서, '최소한 알게는 해 준다'로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내 데이터의 정당한 가치를 돌려받자
한편 이 모든 논쟁에서 빠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돈 얘기다. 만에 하나 우리의 개인정보가 꼭 필요하다 친다면, 그 개인정보를 제공한 우리 몫은 어디 있나. 우리 개인정보로 돈이 창출되는데, 우리 몫을 쓴 댓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논의하지 않는다.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시민사회는 이미 2020년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정확히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11 기업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며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가를 대신했다고 주장할 뿐이다. 개인정보가 공짜 원료 취급을 받는 구조는 5년 전에도 문제였고 지금도 똑같이 문제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 원료를 가져다 쓰는 방식이 이제는 AI란 명목으로 손쉬워졌다는 것뿐이다.
기술 발전을 위해 정말 개인정보를 써야 한다면, 개인의 재산인 개인정보를 재산답게 관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데이터세'와 '데이터 배당'은 그 답이 될 수 있다. 우리 데이터는 우리의 것임을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도 사례가 존재한다. 경기도는 2020년 지역화폐 사용자들의 결제정보를 익명 처리해 외부 기업·연구소에 판매하고, 그 수익을 데이터를 생산한 이용자들에게 되돌려주는 데이터 배당제를 실시했다. 이에 배당 대상 36만여 명에게 카드당 120원이 지급됐다.12


해외에서는 어떨까? 알래스카는 1976년부터 석유 판매 수익의 일부를 걷어 주민에게 배당해왔고, 50년 가까이 지속된 이 수익은 주민의 79%가 중요한 수입원으로 꼽을 만큼 확고한 권리로 자리잡았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은 알래스카의 사례를 들며 이 원리를 데이터에도 직접 적용하자고 제안했다.13 세계 최대 빅테크 기업들의 본진을 낀 지역의 행정수반이 직접 데이터 배당을 공론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의제의 무게가 심상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개인정보와 같은 데이터는 공짜가 아니다. 재산을 재산으로 관리하는 원칙은 이미 시민사회에서 논의돼 왔고, 국내에서 실제로 시행된 적도 있다.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이 진짜 문제적인 이유는, 이 모든 축적된 논의를 없었던 셈 치고 가장 쉬운 길, 즉 동의 없이 가져다 쓰게 해주는 길만 선택했다는 데 있다. 논의되는 대안들에 대해 '배당'이란 용어가 적절할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어쩔 수 없이 우리 개인정보를 쓴다면 그에 맞는 몫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대가를 누구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를 묻는 법안은 아직 한 줄도 발의되지 않았다.
그때 틀렸다면 지금도 틀리다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라인야후 사태가 한국 국내정치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이유는 윤석열 정부의 '굴종적' 대일외교 스탠스가 과도할 정도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가간의 외교 문제를 넘어, 이 사태가 유발된 기저에는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거대한 사건이 존재했다. '일본의 카카오톡'급으로 대중화된 메신저인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을 마주한 일본 우익 정치권은 한국 자본을 부당하게 대우했지만, '국민의 개인정보를 지킨다'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기에 일본 국내에서는 일정한 호응을 얻었다.
실제로 개인정보를 지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목적이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대놓고 자본에 팔아넘기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손 잡고 통과시킨 오늘날 한국의 양당은 최소한 명분에 있어 이들보다도 한참 수준이 뒤떨어진다. 라인 사태 때 경제 주권 침해를 앞장서 규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일본 자본에는 그 무엇도 팔아넘길 수 없지만 한국 자본에는 무엇이든 팔아넘길 수 있다'는 스탠스를 취한다. 한 손에는 민족주의를, 다른 한 손에는 무제한적 배금주의를 들고 시민의 권리를 도둑질한다.

AI의 원료를 대는 주체와 그 산업의 과실을 가져가는 주체가 다르다. 그 간극을 메울 법안은 여전히 단 하나도 발의되지 않았다. AI 개발의 문턱을 낮추는 법을 통과시켰다면, 최소한 개인정보의 대가를 정산할 방법도 같이 만들었어야만 한다. 내 개인정보가 내 재산이자 권리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그 방법을 만들어내라고 요구할 때다.
김봉독
공인회계사, 세무사. 현재 모 회계법인의 세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도모》에 어려운 경제 이슈를 풀어쓰는 글을 기고한다. 조세정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지만 여전히 세법은 어렵다.
각주
- KBS 뉴스, 일본 언론 “일 정부, 미흡한 라인 개선책에 분노해 추가 행정지도”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59440 [본문으로]
- 경기일보, 라인 사태에 입 연 민주당 경기도당 “정부, 일본 경제 주권 침해에 총력 대응하라” https://kyeonggi.com/article/20240515580245 [본문으로]
- 뉴스토마토, AI 개발 때 개인정보 활용 특례 신설…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310880 [본문으로]
- 아주경제, AI 개발에 원본 개인정보 활용 길 열린다…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 https://www.ajunews.com/view/20260820144926961 [본문으로]
- 데일리시큐, AI 개발 위한 개인정보 활용 길 열린다…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국회 통과 https://www.dailysecu.com/news/articleView.html?idxno=208141 [본문으로]
- 한국NGO신문, 4개 시민단체, 국회 정무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심의 중단 촉구···"AI 예외주의 반대"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9752 [본문으로]
- 디지털정의네트워크, 헌법상 기본권 침해하는 개인정보 원본활용 개인정보보호법 국회 통과 규탄한다 https://digitaljustice.kr/53177/ [본문으로]
- 약사공론, "건강정보 민영화법" 논란…시민사회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 중단 촉구 https://www.kp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4064 [본문으로]
- 참여연대, [공동성명] 정부 여당은 개인정보보호법 완화, 우회하는 데이터산업법 개정 추진을 중단하라! https://www.peoplepower21.org/publiclaw/2000312 [본문으로]
-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보도자료] 인공지능 시대 개인정보 제도혁신 정책 제안서 제출 https://digitaljustice.kr/53383/ [본문으로]
- 참여연대, [시평 547] 공공재 데이터 함부로 팔지 말라...데이터 배당 논의를 시작하자 https://www.peoplepower21.org/Research/1714329 [본문으로]
- KBS 뉴스, ‘데이터 수익 이용자에게 돌려준다’..데이터 배당제 실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4386437 [본문으로]
-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 The Payoff From California’s “Data Dividend” Must Be Stronger Privacy Laws https://www.eff.org/deeplinks/2019/02/payoff-californias-data-dividend-must-be-stronger-privacy-law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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