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동법 바깥의 노동자, 대학 한국어강사들의 현주소
바야흐로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 한국어학당의 수요는 늘어만 간다. 그러나 정작 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대학 한국어강사들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노동법 바깥의 노동자인 대학 한국어강사들은 지금 어떤 문제에 처해 있나? 17년 차 한국어강사이자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영남지회장 이경규의 글을 게재한다.
'확실한 수입원'의 불확실한 노동권
나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강사다. 2003년 계명대학교 한국문화정보학과(현 한국어교육학과)에 입학하여 첫 전공생으로 졸업하였고, 2009년부터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니 잠시 쉬었던 해를 빼더라도 올해로 17년 동안 이 일을 해 왔다. 국내 대학, 해외 대학, 세종학당, 초·중등학교 이주배경학생들의 방과후 수업 등 다양한 곳에서 강의를 해 왔고 업계에서는 나름 베테랑 강사로 취급받는다. 그럼에도 지금 대학의 한국어강사 처우 문제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이 상황에 마음이 착잡하다. 그만큼 오래된 문제였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이기에.
한국의 대학에 한국어학당이 설립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1959년 연세대학교에 최초의 한국어학당이 설립된 이래 벌써 70년이 다 되어 간다. 현재 대학 한국어학당의 주 교육대상은 국내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어학연수생이 대부분이다. 교육부의 적극적인 유학생 유치 정책으로 국내 대학 유학을 목적하여 한국어 학습을 위해 한국어학당에 입학하는 외국인 학생의 수가 매우 늘어서, 내가 소속되어 있는 학교에만 한국어학당 학생이 1,500명이 넘을 정도다. 이들은 침체되어 가는 국내 대학, 특히 지방 대학에서는 '확실한 수입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편 한국어강사는 비단 대학뿐 아니라 초·중등학교, 가족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각 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어강사(한국어교원)의 자격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 제19조와 시행령을 통해 법적으로 한국어교원이라는 직업과 자격요건이 생겨났다. 나는 해당 법령의 요건에 따라 전공을 이수하고 한국어교원자격증을 취득한 거의 첫 번째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한국어교원자격증 소지자는 국내외에서 무려 십만 명 가까이 배출되었다.
처음에는 법적인 자격증이 생기고 자격 기준이 정해지면 처우가 좀 나아질 거라 기대했다. 국내외 한국어 학습 수요 증가와 국내 대학의 유학생 수 증가 역시 우리의 권리에 힘을 실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정부와 한국어강사가 필요한 대학의 관심사에 우리는 없었다. 정부는 국내외 한국어 학습 수요와 유학생 증가에 몰두했지만, 최일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강사들의 고용 문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대학은 나날이 늘어나는 유학생 수요에 맞춰 한국어학당을 확대하거나 신규개설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정작 강사에게는 여전히 턱없이 적은 강의 시수만을 주려 한다. 어째서일까?
만성적 고용불안과 노동법의 사각지대
짐작하다시피, 이는 기업화되고 시장화된 대학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대학에 설치된 한국어학당들의 커리큘럼은 주로 1년 4학기제(봄학기-여름학기-가을학기-겨울학기)로 구성된다. 학기당 학생들의 수업 시간은 200시간이며 주로 환산하면 10주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한 반에는 최소 두 명의 강사가 배치되고, 이 둘이 한 학기의 수업을 운영한다. 여기서 상당수 강사들의 주당 강의 시수가 14시간으로 고정된 경우가 많다. 이는 퇴직금 지급 기준 때문이다. 즉 1년 이상 계속근로, 4주 평균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라는 퇴직금 지급의 기준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의 시수가 사용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는 연차휴가, 주휴수당 및 4대보험 의무 가입의 회피 수단이 된다. 이에 더해 대학은 1년 이상 계속근로를 회피하기 위해 10주에 한 번씩 계약을 하며 연속 근로를 부정한다. 프리랜서로 계약을 하여 3.3%의 소득세를 떼는 곳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도 학교의 업무상 지휘·감독을 늘 받아야 하는 가짜 프리랜서의 경우가 매우 많다. 이렇듯 대학 한국어강사들은 전형적인 불안정노동자이며 만성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법적으로는 '초단시간 근로자'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노동시간은 과연 배정된 강의 시간만일까? 강의 시간 외에도 학교 행사, 강사 워크숍, 강제된 학회 참석 등의 시간 할애 및 그 안에서의 노동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자신의 강의를 위한 준비도 하고, 학생들 상담도 하게 된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더하면 주당 노동시간은 15시간이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여전히 강의 외 업무 및 강의수반업무는 법적인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어강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이런 상황은 대다수의 대학이 어학당과 한국어교원을 교육인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활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이렇게 시수를 축소하게 된 원인이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강사법은 대학교 어학당 한국어강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강사법은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과 처우개선, 교원 지위 인정을 위해 입안되어 시행된 법이다. 하지만 어학당 한국어강사는 '대학 시간강사'가 아니며 학부(대학원)의 교육과정을 담당하지 않고 외국인 어학연수생을 가르치기 때문에 고등교육법상의 교원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교육부(19년 2월 1일 질의회시)와 고용노동부(19년 2월 22일 질의회시)에서 거듭 확인된 바 있다.
그렇다면 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무엇일까? 단순하다. 바로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과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이다. 노동조합법과 근로기준법은 강사가 학교와 계약한 계약서의 명칭과는 상관없이, 사용자인 대학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는지의 여부 등에 따라 노동자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록 계약서에는 근로자가 아닌 듯 '위촉', '위탁' 따위의 용어를 사용하지만, 여전히 교육을 대학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강사에게 사실상의 통제나 관리감독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어강사가 프리랜서가 아닌, 대학의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대학 어학당의 한국어강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2년을 넘기는 경우에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해당되는 것은 덤이다. 대학이 강사법을 들먹이는 것은 그저 한국어강사의 노동자성을 부정해 그들에게 퇴직금과 연차 주휴수당, 4대보험 의무가입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핑계일 뿐이다.
법률적 쟁점들
그러나 여기에는 쟁점이 있다. 단기간 계약이 반복·갱신된 대학교 어학당 한국어강사의 경우, 기간제법에 의해 무기계약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로는 소정근로시간이 주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가 아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단절 없이 계속해서 2년 이상 근무했어야 한다. 한국어강사 중에는 주 15시간 미만으로 강의를 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비록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에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소정근로시간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거나 명시하더라도 강의시간만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강의 외 업무 및 강의수반업무 시간은 제외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비전업 시간강사의 강의수반업무를 인정하여 초단시간근로자가 아님을 인정하는 판례1가 있어, 무기계약 전환에 보다 유리한 법적 조건이 마련되었다.
또한 학기마다 반복적으로 계약을 갱신해 왔던 한국어강사의 경우 심사 없이 계약을 갱신하였는가의 문제, 방학기간의 근로시간 공백을 계속 근로로 볼 것인가 아니면 계약의 단절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하여 '학기 종료-방학-새 학기 시작' 등으로 계약 갱신에 따른 공백 기간을 업무의 성격 및 근로조건의 동일성으로 연속근로를 인정하는 판례2가 있으나, 동 판례에서 갱신을 위한 심사의 존재 여부와 또 학기 사이 공백기간에서 다음 학기 준비를 위한 강사회의 등으로 강사가 출근을 한 점이 근로계약기간으로 인정되지 않은 점, 별도의 전형 없이 계약을 수차례 반복해 체결했을 때 계약갱신기대권이 인정된 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계속고용을 충분히 보장하기에는 미흡한 상황이다. 대학 한국어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이들의 노동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법률해석에 관련한 매듭이 지어져야만 한다.
한국어강사들의 투쟁, 이제 시작이다

대학 어학당 한국어강사의 열악한 지위의 핵심인 고용불안정성은 현행 노동법 체계 내에서의 법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단결과 단체교섭으로 대표되는, 노조를 통한 노동자들의 집단 대응이 중요한 이유이다. 권리침해 등에 대한 법적 대응도 계속해서 제기해 나가야 한다. 서울과 제주, 춘천 등의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노동조합을 통한 집단적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내가 활동하는 영남을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아직 유의미한 수준의 투쟁의 성과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대학교 한국어강사들의 노동권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고, 대학사회 특유의 교수-학생 간 관계로 인해 문제제기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 이제는 단결하여 바꿔내야만 한다. 나는 한 달 전 출범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영남지회의 지회장을 맡게 되었다. 내가 노동조합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한국어강사가 되기 위해 전국의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 이미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면서도 대학원에 입학하여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였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업계의 진짜 변화는 결국 의식화된 대학원생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경규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영남지회장. 17년 경력 한국어 강사.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한국어강사들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각주
-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3다217312 판결 https://www.scourt.go.kr/supreme/news/NewsViewAction2.work?gcurrentPage=&searchWord=&searchOption=000100&gubun=4&type=5&seqnum=9961 [본문으로]
- 서울행정법원 2020.4.23. 선고 2019구합75570 판결 https://casenote.kr/%EC%84%9C%EC%9A%B8%ED%96%89%EC%A0%95%EB%B2%95%EC%9B%90/2019%EA%B5%AC%ED%95%A9755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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