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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 일반

쿠팡 노동자와 새벽배송 논쟁 - 중요한 것은 불안정 노동자 문제다

by Domoleft 2026. 1. 6.

[사회] 쿠팡 노동자와 새벽배송 논쟁 - 중요한 것은 불안정 노동자 문제다

2025년 연말을 뜨겁게 달군 쿠팡 새벽배송 논쟁. 소비자와 노동자의 '선택권'이라는 표면적 쟁점을 넘어, 불안정 노동이 만연한 한국 사회의 현실 속에서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기업의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가? 새벽배송 논쟁이 놓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진짜 문제를 살펴본다.


11월 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새벽배송 금지를 주제로 토론하는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출처: 유튜브 박재홍의 한판승부

 

지난 연말,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것은 '새벽배송'에 대한 논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과 입장을 앞세워 이 논쟁에 가담했다. 쿠팡에서 일해 본 노동자들, 쿠팡을 소비하는 소비자들, 또 쿠팡의 노동환경을 바꾸려고 애써 온 활동가나 전문가에 더해 정치인들까지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 논쟁의 복잡함은 쿠팡의 복잡하고 불안정한 고용구조로 인해 각자가 가진 입장이 명확히 소비자-노동자 등으로 구분되지 않고, 새벽배송 '규제'와 '규제 금지' 논쟁과 같이 혼란스러운 정치적 프레임이 작동하며 소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새벽배송은 무엇이고, 여기서 발행하는 문제들은 무엇이며 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 사안인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쿠팡 노동자, 도대체 누구인데?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쿠팡 노동자들이 오히려 새벽배송과 야간노동을 선호한다고 말한다.[각주:1] 과연 그들이 이야기하는 '쿠팡 노동자'는 누구인가? 이는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 로켓배송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와 계약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건별 수수료를 받는 배송기사, 매일 문자나 앱으로 출근을 신청하는 일용직 노동자, (거의 유명무실화되었지만) 레벨제와 인센티브 체계를 기반으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 까지. 새벽시간에 쿠팡의 물류를 이동하는 노동자들은 다양한 고용지위를 가지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는 그 공급체계와 고용양식이 복잡하다. 소비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쿠팡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CFS) 소속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집품·포장해 간선차량에 싣는다. 이 상품들은 또다른 쿠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CLS)가 운영하는 지역별 물류터미널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헬퍼'라 불리는 일용직 소분 노동자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흘러오는 상품을 분류·운반한다. 마지막으로 배송기사들이 최종 배송지에 모인 상품들 중 자신의 담당 상품을 골라서 싣고 구역을 돌며 배송을 완료한다. 하나의 상품은 배송노동자에게 제공되기 전에 ㈜쿠팡, CLS와 CFS라는 두 자회사와 대리점을 비롯한 여러 업체를 통과하게 된다.

쿠팡의 두 주요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출처: 코리아비즈와이어 / 조선비즈

 

우리는 흔히 로켓배송의 노동 문제가 쿠팡의 책임일 거라 쉽게 생각하게 되지만, 법적으로 노동력 고용과 물량 공급 차원에서 ㈜쿠팡의 책임은 매우 미약하다. 로켓배송의 주 공정이 CFS와 CLS라는 두 자회사에 의해 운영되고, 쿠팡은 간선차량을 운전하는 노동자 외에는 직고용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쿠팡친구[각주:2]의 경우에는 배송 실적을 기준으로 인센티브와 승진이 가능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현장직 노동자는 설사 직고용된 정규직 노동자라 할지라도 근속이 인정되기 힘들다. 높은 신체적 노동강도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임금 불안정으로 인해 쉽게 일을 그만두기도 한다.

 

직고용 노동자 중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은 물류센터의 단기사원 혹은 헬퍼로 불리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매일 문자나 어플로 출근신청을 하고 확정을 받아야 출근이 가능한 구조로 인해 회사 입장에서는 대규모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유용하다. 계약직 중 무기계약직 전환 이전의 노동자들까지도 같은 맥락에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통제한다.

 

애석하게도, 쿠팡에는 자회사 노동자보다 더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도 존재한다. CLS 캠프의 가짜 3.3 계약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CLS 캠프에서 일하는 '가짜 3.3' 계약 노동자들이다. 가짜 3.3 계약은 노동자를 고용할 때에 해당되는 근로소득세 8.8%를 내지 않고, 개인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것으로 위장하여 사업소득세(3.3%)만 내는 계약을 일컫는다. 이 경우, 세금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료 및 노동자에 대한 퇴직금 지급 등을 회피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난 1월 근로복지공단의 감독 과정에서는 이러한 계약 수백여 건이 적발되며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각주:3]

야간배송 중인 쿠팡 차량. 출처: 한겨레

 

간선차량 운전 노동자들의 처지는 이보다 더 열악하다. 쿠팡과 매출계약을 맺고 차량을 운행하는 기사들은 주·야간 구분 없이 주 6일 차량에서 대기하며 매일 배차표를 받고 일한다. 또한 자신에게 할당된 매출을 채우지 못하면 패널티까지 감수해야 한다. '퀵플렉서'라 불리는 특수고용 택배노동자들도 있다. 이들은 쿠팡과 계약한 위탁사와 다시 계약한 지입차주로, 이는 한국 택배업계에서 일반적인 고용관계다. 하지만 쿠팡은 다른 대형 택배사들과 달리 주간 노동시간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기에, 이들은 마감시간을 맞추기 위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압박을 견뎌야 한다.

 

이렇듯 쿠팡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계약관계와 노동환경, 경제적 종속성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리고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복잡하게 얽히고 겉돌기만 하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은 이러한 고용 구조의 분절성과 복잡성에서 비롯된다. 전체 공정 구조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부분적인 사례를 경험적으로 가져오는 논의들은 눈을 감고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처럼 논의를 공회전시킨다. 새벽배송 논의의 유의미한 부분을 살리고, 비생산적 논의가 격해지는 것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 구조와 현장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새벽배송 문제는 결국 불안정 노동자의 문제

새벽배송을 둘러싼 현장의 노동환경 개선 노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4-5년 간 꾸준히 활동으로 이어져 왔고, 그 결과는 물류 현장을 바꿔 왔다. 대표적으로 2021년 택배노조의 투쟁이 있다. 택배노조는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을 위해 '과로사 대책위'를 구성하고,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 운동을 중심으로 노동시간 규제, 소분업무 추가 인력 배치, 최소 6년 고용 안정과 같은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이러한 투쟁은 주간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 감소라는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열악한 물류 산업 내에서도 아래로부터의 사회운동을 통해 노동자의 불안정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서 그 의미를 지닌다.[각주:4]

2021년 7월 28일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출처: 참여와혁신

 

문제는 당시 조치가 5개 대형 택배사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추진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이 조치들은 해당 업체들을 넘어 전체 업계로 확산되지 못했고, 바로 그 규제의 빈틈을 활용해 새벽배송을 주 브랜드로 급격히 성장시킨 기업이 다름 아닌 쿠팡이었다.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배송 중심의 초고속 물류 시스템은 장시간 노동, 고정 야간근무, 극심한 마감 압력, 수수료 삭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압박하며 과로사 문제를 재생산해 왔다. 다시 말해 기존 택배 산업의 규제·보호 체계가 만들어낸 성과가 쿠팡이라는 새로운 물류 구조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주간 노동을 전제로 구축된 과거 물류·배송 노동운동의 투쟁 성과는 야간·초단기 배송을 기반으로 한 쿠팡의 구조적 특성까지 포괄하지 못했고, 그 한계는 오늘날 새벽배송 노동 문제의 심화로 이어지게 되었다.

 

쿠팡 물류센터 내부의 문제도 비슷한 시기에 가시화되었다. 지난 2020년 쿠팡에서 고정 야간근무를 하다 과로사했던 故 장덕준님 사건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의 노동 조건과 과로 문제에 대해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각주:5] 쿠팡이 산재 승인이 되지 않도록 증거 중 일부를 삭제하는 등의 악질적 면모를 보이고, 산재 승인이 된 사례에 대해서도 산재 승인 취소 심사를 계속 내 왔음에도[각주:6], 그간 쿠팡 노동자들의 죽음은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이러한 현장을 바꾸기 위해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휴게시간 보장, 노동강도 완화,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 등 현장의 노동안전 구호를 내걸고 투쟁을 이어 왔다.[각주:7]

 

근래 드러나듯 쿠팡의 수많은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자에 대한 법적 쟁송을 비롯한 끈질긴 탄압이 있었음에도 노동자들의 법제도 개선은 현장을 바꿔내는 근거가 됐고, 안하무인의 기업에 맞서 현장을 바꿀 수 있는 무기가 됐다. 고정 야간근무, 높은 노동강도로 인한 죽음이 이어지는 쿠팡의 현장에서, 새벽배송 규제를 고민하는 것은 쿠팡에 맞서야 하는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의식일 수밖에 없다.

2025년 8월 1일 쿠팡물류센터지회의 하루파업 결의대회. 출처: 노동당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쿠팡의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 쿠팡 야간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주간 노동자보다 낮지만 법적 야간수당이 붙어 노동자들이 같은 시간 주간에 일하는 것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는다. 또한 낮 시간에 이미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사회보험이나 소득이 없는 경우, 야간노동을 통해 소득불안정을 해소하고자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지역의 생활물류센터 전반이 불법파견이거나 가짜 3.3 계약을 맺는 데 반해 쿠팡은 직고용이므로 질적으로 나은 일자리라는 점이, 지역에 따라 양적으로 부족한 일자리 상황과 맞물려 쿠팡의 일자리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실이 결코 '쿠팡이 안전하고 좋은 일터'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야간고정근무는 신체에 매우 높은 악영향을 주는, WHO가 지정한 2급 발암물질이다.[각주:8] 해외 연구들에 따르면 야간 노동을 고정적으로 하는 노동자 중 이에 신체가 적응하는 노동자는 3% 미만이다.[각주:9]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야간 노동을 지속할 때 주-야간 교대근무가 더 피로하게 느껴지는 것은 충분한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아서일 뿐, 야간근무가 무리가 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각주:10] 우리는 쿠팡이 얼마나 노동자에게 인기 많은 일터인지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이토록 열악한 노동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를 차선으로 여길 정도로 한국 사회의 노동현실 전반이 척박하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야간노동을 해야만 하는 조건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쿠팡의 규제는 꼭 필요하다. 쿠팡은 야간수당과 주휴수당을 보장하면서도 야간노동자의 기본급을 주간노동자보다 낮게 책정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쿠팡이 CLS캠프 노동자들과 가짜 3.3 계약을 체결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일. CFS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을 축소시켰다가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자 이를 원상회복하기로 한 일은 우연이 아니다.[각주:11] 이러한 쿠팡 현장 노동조건의 개선은 결코 '사측의 선의'가 아니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문제제기를 통해 달성해 낸 성과이다.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 대한 공공운수노조의 성명. 출처: 공공운수노조

 

마지막으로, 흔히 말하듯 쿠팡의 새벽배송이 정말로 '사회적 필수재'인지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맞벌이 가정, 특히 돌봄 부담을 홀로 떠안는 워킹맘의 현실에서 새벽배송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반대로 낮 시간대 가족 돌봄을 책임져야 하거나, 성차별적 노동시장 구조로 인해 재취업이 어려워 쿠팡과 같은 야간노동으로 밀려난 여성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밤새 쿠팡에서 일한 뒤 아침에 자녀를 등교시키는 워킹맘의 현실, 돌봄 시간을 줄이기 위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현실은, 국가의 노동시간 규제와 돌봄서비스의 강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구조적인 문제다. 소비자의 편의에 기반해 새벽배송이 '필수재'임을 당연히 가정하는 우리의 논의가, 정말로 사회의 필수재여야 할 해당 서비스를 지탱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한 논의를 가리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새벽배송 논쟁에 빠진, 정부와 기업의 역할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난 연말을 시끄럽게 했던 새벽배송 규제 논란에는 기성 언론과 정치인들의 말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쿠팡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쿠팡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 논쟁에서 핵심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쿠팡 로켓배송의 고용구조와 노동현실은 매우 다채롭고, 그 현실 안에서 각자의 입장도 다를 수 있다. 직고용 비정규노동자부터 정규직 노동자까지 다양한 노동의 현실에 기반한 논리들은 일관적일 수 없고, 각자의 현장과 현실에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실상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론하기는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은 논쟁은 생산적인 논의로 발전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비난만 격앙되는 소모적 논쟁이 되었다.

 

이 논의에서 또 한 가지 빠져 있는 것은 이 복잡한 구조와 다양한 형태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로서 최대의 이윤을 뽑아내려는 기업의 책임이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드러나고 있는 쿠팡의 뒷모습은 법적·사회적 책임에 대한 회피를 넘어 노동자들에 대해 가진 기만적 태도와 악랄한 방식의 노무관리다.[각주:12] [각주:13] 쿠팡의 이러한 시도들은 개별 사안에 대한 산재 불승인이나 현장의 문제를 넘어 기존의 사회보장법제, 노동법제를 무력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더욱 우려스럽다.

김범석 쿠팡 대표의 노동자 멸시. 출처: YTN

 

그리고 그 뒤에는 정부와 정치권 인사를 비롯한 수많은 관료 출신의 대관들이 존재한다.[각주:14] 경향신문 분석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만 정부와 국회 출신 퇴직 공직자 18명이 쿠팡에 영입되었고,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확인된 것만 44명의 공무원이 쿠팡으로 이직했다. 이러한 현실은 쿠팡의 새벽배송 규제 논의가 왜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소비자의 갈등처럼 보여졌는지, 야간 노동이 필요한 사람들과 이를 규제하려는 '빨갱이'들의 갈등처럼 비춰졌는지를 추측케 한다.

 

쿠팡의 노동 현실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규제 논의에 앞서, 우리는 쿠팡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이미 사회적으로, 그리고 법적으로 기피되어 온 노동 형태였다는 점을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21년 택배노조의 사회적 합의 이전에도 야간노동의 폐해를 문제삼으며 이를 금지하고자 했던 투쟁은 존재했다. 충북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야간노동이 결코 개인의 선택이나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회적으로 드러냈다.[각주:15] 또한 노동자의 불안정성을 개인이 아닌 기업의 책임으로 귀속시키기 위해 사회보장제도와 산업안전 제도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되어 왔다. 그러나 쿠팡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을 우회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해 왔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쿠팡의 노동 현실이다.

 

우리는 이제 이 문제가 더 이상 은폐될 수 없는 국면에 도달했음을 목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개별 사건을 나열하고 평가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적·법적 책임을 구조적으로 허물어 온 기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그리고 그 책임을 다시 어떻게 묻고 회복시킬 것인지가 남아 있다.


고태은

불안정 노동과 사회정책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쿠팡노동자의건강과인권을위한 대책위에서 활동합니다.


각주

  1. 디지털타임즈, 민노총 맞붙은 한동훈 “0~5새벽배송 금지비판 고소? 장난 말라택배기사 직접 소통, https://www.dt.co.kr/article/12026699 [본문으로]
  2. 초기에는 ㈜쿠팡의 정규직이었지만 현재는 자회사 전적 동의서를 쓴 대부분이 CLS 소속이고, 일부 ㈜쿠팡의 소속으로 남아 간선차량 운전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간선차량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쿠드라이버로, 고정월급제 노동자다. [본문으로]
  3. 연합뉴스, 노동부 "쿠팡 배송기사, 근로자 아냐"…'불법 파견' 논란 일단락, https://www.yna.co.kr/view/AKR20250113098400530 [본문으로]
  4. 오마이뉴스, ‘사회적 합의그 이후...택배노조가 여전히 싸우는 이유,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944237  [본문으로]
  5. KBS, 주 62시간 과로사 故장덕준…“친구들은 여전히 쿠팡서 일하고 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121141 [본문으로]
  6. 매일노동뉴스, 쿠팡 “산재 승인 부당하다”며 감사원 심사청구 남발, 대부분 ‘기각·각하’,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1999 [본문으로]
  7.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https://union-warehouse.com/%ec%84%b1%eb%aa%85-%eb%b0%8f-%eb%b3%b4%eb%8f%84%ec%9e%90%eb%a3%8c/?utm_ [본문으로]
  8. 뉴시스, 밤샘근무, 발암물질인거 아세요?…"아스파탐보다 해로워", https://www.newsis.com/view/NISX20230714_0002377505 [본문으로]
  9. Chellappa, S. L., Morris, C. J., & Scheer, F. A. J. L. (2019). Effects of circadian misalignment on cognition in chronic shift workers. Scientific Reports, 9, 699. https://doi.org/10.1038/s41598-018-36762-w [본문으로]
  10. 평화방송, [뉴스공감] '불안정 노동' 위에 선 위험 대한민국 https://news.cpbc.co.kr/article/1168633 [본문으로]
  11. 한겨레, 쿠팡CFS “일용직 퇴직금 종전대로”…수사 외압 논란에 백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23619.html [본문으로]
  12. 한겨레, [단독] ‘과로사 CCTV’ 본 쿠팡 김범석 “시급제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겠어?”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35193.html [본문으로]
  13. 한겨레, 개보위원장 “쿠팡의 장덕준씨 CCTV 분석 작업, 법 위반 가능성”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237475.html [본문으로]
  14. 경항신문, 유통기업 쿠팡, 본업은 로비?···‘대관 인력’만 기형적 대규모, 꼬리 자르고 여론전 가나,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160604001 [본문으로]
  15. 충북in news, 노동자는 올빼미가 아니잖아요. https://www.cb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009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