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헌법재판소의 봉쇄조항 폐지 결정, 무엇이 바뀌는가? 무엇을 할 것인가?
2026년 1월 29일 헌법재판소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3% 봉쇄조항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다. 오랫동안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을 막아 온 봉쇄조항이 사라진 지금, 선거제도는 어떻게 바뀌는가? 새로운 룰을 마주한 진보정치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진보정당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발을 담가 온 사람 중 '봉쇄조항'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 할당에 있어 득표율 하한을 규정하는 봉쇄조항으로 인해 진보정당을 비롯한 수많은 군소정당들은 매 선거마다 쓴잔을 마셔 왔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바로 2년 전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이 봉쇄조항을 돌파하지 못해 원외로 밀려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렇기에 지난 1월 29일 헌법재판소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봉쇄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고했을 때, 진보정당을 지지해 온 많은 사람들이 기쁨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봉쇄조항의 폐지가 정말 진보정당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 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진보정당의 상황과 진보정당이 대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품고 달려들었던 2020년 총선의 기억, 그리고 그 때의 부채는 여전히 우리가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전략적 실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선거제도 변화의 의의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룰이고, 룰이 변하면 게임의 양상이 변한다. 요즘 말로 게임의 '메타'가 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룰의 변화 앞에서 대체 무엇이 어떻게 변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메타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분석해 보는 것은 2020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중요한 일이다.
무엇이 바뀌는가
봉쇄조항이 규정된 현행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은 다음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한 정당에게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을 배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 임기만료에 따른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 '2. 임기만료에 따른 지역구국회의원선거에서 5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
이 중 1호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 룰'이고, 2호가 대부분이 모르고 있는 또다른 봉쇄조항의 규정이다. 두 번째 조건을 대부분 모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회의원 총선거에 1인 2표제가 도입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1호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지만 2호의 조건을 만족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은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근접했던 사례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지역구 4석에 비례 득표 2.82%를 얻었지만 근소하게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 못한 바 있다.

앞서 2020년 7월 노동당과 녹색당, 진보당 등은 해당 봉쇄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5년 반이 지나 2026년 1월 말 헌법재판소가 내놓은 답은 위의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 전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었다. 해당 결정은 보통 '단순 위헌'이라고도 불리는데, 특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니 국회에 개정하라고 요구하는 '헌법불합치'와 달리 국회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해당 규정의 효력을 정지하도록 하는 결정이다. 제1항의 효력이 전부 사라진 지금 대한민국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는 봉쇄조항이 없다.
어떻게 바뀌는가
그렇다면 실제로 선거가 치러질 때, 의석의 배분은 어떻게 바뀔까? 우선 봉쇄조항이 존재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의석을 계산해 왔는지 먼저 살펴보자. 이른바 '준연동형'으로 선거제도가 바뀐 후 비례대표 의석 계산이 상당히 복잡해져 가상의 사례로 단순화시켜 설명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직전 선거인 2024년 총선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당시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여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자격이 있던 정당은 국민의미래(10,395,264표, 36.67%), 더불어민주연합(7,567,459표, 26.69%), 조국혁신당(6,874,278표, 24.25%), 개혁신당(1,025,775표, 3.61%) 이렇게 4개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4개 정당에 투표한 25,862,776표만이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반영되고 4개 정당에 투표하지 않은 2,481,743표는 의석 배분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먼저 전체 국회의원 의석 수에서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의 수를 제한다. 직전 총선의 전체 국회의원 의석 수는 300석이었고, 비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는 2석으로(새로운미래, 진보당 각각 1석), 300에서 2를 빼면 298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즉 해당 298석이 비례대표 득표율에 영향을 받는 의석수에 해당한다.
이제 총 의석수인 298에 '특정 의석할당정당에 투표한 숫자/전체 의석할당정당에 투표한 숫자'의 값을 곱해 보자. 국민의미래는 10,395,264표를 얻었고, 의석할당정당인 4당이 받은 표를 모두 더하면 25,862,776표이니 10,395,264/25,862,776 = 0.4019...이다. 298에 이 숫자를 곱하면 119.77...이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더불어민주연합은 87.19..., 조국혁신당은 79.20, 개혁신당은 11.81... 이라는 숫자가 나온다.
여기서 각 당이 획득한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뺀다.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가 효력을 발휘하는 순간이다.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은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았기에, 의석할당정당이 배출한 지역구 국회의원 수는 개혁신당이 배출한 1석에 불과하다. 선거제도가 100% 연동형이었다면 그렇게 나온 숫자를 바탕으로 의석을 나눴겠지만, 우리 선거제도는 '준'연동형이기에 여기에서 50%만 연동이 된다. 따라서 위 숫자에 1/2을 하고, 거기에 반올림을 하여 각자가 배분받아야 할 의석 수를 구한다.
국민의미래: (119.77-0)/2 = 59.885 → 60석
더불어민주연합: (87.19-0)/2 = 43.595 → 44석
조국혁신당: (79.20-0)/2 = 39.6 → 40석
개혁신당: (11.81-1)/2 = 5.40 → 5석
그러나 지금 한국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수는 46석에 불과하다. 배분해야 하는 의석 수는 149석에 달하는 만큼 당연히 의석이 모자라게 된다. 이렇게 되면 '비례식'을 활용하여 각 당이 배분받을 의석을 구하게 된다.
국민의미래: 60:149 = x:46, x = 18.52
더불어민주연합: 44:149 = x:46, x = 13.58
조국혁신당: 40:149 = x:46, x = 12.34
개혁신당: 5:149 = x:46, x = 1.54
소수점 부분은 이렇게 해결한다. 일단 소수점 앞부분을 다 더한 뒤(18+13+12+1=44) 모자라는 의석만큼 소수점 뒤의 숫자가 큰 순서대로 배분한다. 이렇게 되면 2석 모자라기에 소수점 뒤의 숫자가 큰 순서대로 2석을 배분하게 되고 소수점 뒤의 숫자인 0.52, 0.58, 0.34, 0.54 중 첫 번째, 두 번째로 큰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이 한 석씩 더 가져간다. 따라서 국민의미래는 18석, 더불어민주연합은 14석, 조국혁신당은 12석, 개혁신당은 2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배분받았다. 이런 식으로 소수점 뒤를 해결하는 방식을 '최대잔여법'이라고 하는데, 잠시 후 설명하겠지만 이번 결정으로 이 최대잔여법이 꽤나 중요해졌다.
정말이지 국민들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인지를 확인하는 것 같은 복잡한 의석배분 과정인데, 일단 이러한 의석배분 과정 자체에 변화는 없다. 다만 봉쇄조항이 사라졌으므로 3% 이상 득표 정당이 아니라 직전 총선에 참여한 38개 정당 모두를 대상으로 이 계산을 수행하고, 38당 중 38등을 한 신한반도당의 1,580표까지 모두 포함하여 이 계산을 수행하게 된다. 주요 정당의 계산 결과만 아래 표를 통해 정리해 본다.
| 국민의 미래 |
더불어 민주연합 |
조국 혁신당 |
개혁신당 | 녹색 정의당 |
새로운 미래 |
자유 통일당 |
소나무당 | |
| 득표율 | 36.67% | 26.69% | 24.25% | 3.61% | 2.14% | 1.70% | 2.26% | 0.43% |
| 비율에 따른 의석수 | 110.01 | 80.07 | 72.75 | 10.83 | 6.42 | 5.1 | 6.78 | 1.29 |
| 준연동형 의석수 | 55 | 40 | 36 | 5 | 3 | 2 | 3 | 1 |
| 46석 조정 | 17.448 | 12.689 | 11.42 | 1.586 | 0.951 | 0.634 | 0.951 | 0.317 |
| 배분받는 의석수 | 17 | 13 | 11 | 2 | 1 | 1 | 1 | 0 |
이렇게 주요 결과를 정리해 보면 국민의미래, 더불어민주연합, 조국혁신당이 한 석씩 줄어들고,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자유통일당이 한 석씩 배정받게 된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앞서 설명한 최대잔여법에 따라 46석 조정 시 1석 밑의 숫자가 나온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 자유통일당도 한 석씩 의석을 가져갔다는 것이다. 따라서 2.n%가 나와야 의석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말은 오류가 있다. 복잡한 선거제도와 최대잔여법을 거쳐, 득표율 분포에 따라 의석을 배분받을 가능성이 있는 득표율 수치는 요동칠 것이다.
직전 선거의 경우 약 1.01% 이상을 득표했다면 한 석을 배정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예측되지만, 2020년 선거에서 봉쇄조항과 캡 조항이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면 민생당(2.71%), 민중당(1.05%), 기독자유통일당(1.83%)뿐 아니라 우리공화당(0.74%), 여성의당(0.74%), 국가혁명배당금당(0.71%), 친박신당(0.51%), 자유의새벽당(0.36%) 이상의 5개 당까지도 '추첨을 통해' 한 석을 배분받을 수 있다. 0.36%만 받고도 당의 운명을 결정할 살 떨리는 추첨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러 번의 보정을 거치는 현행 선거법상, 이 지점에서 표의 등가성을 고려하였을 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짚고 가야 한다. 2020년 당시 우리공화당의 득표수는 자유의새벽당의 2배가 넘었다. 그러나 봉쇄조항과 캡 조항1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동등한 입장에서 추첨에 나서게 된다. 반올림하여 자연수로 만든 뒤 초과의석을 조정하는 독특한 제도와 위성정당이라는 제도 해킹이 결합한 결과, 위성정당이 존재하는 경우 비례 선거에서 약 0.34%~1.0% 사이로 득표했으나 지역구 당선자가 없는 정당들은 모두 동일하게 대우받고 만약 제한된 의석수를 두고 다투는 경우 이들 간의 우열은 추첨을 통해 가려진다. 이는 1.02~1.69% 사이의 득표를 올린 정당 간에도 동일하다.


만약 선거제도가 추가로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렇게 추첨으로 당선자를 가리는 일을 자주 보게 될 수도 있다. 이런 독특한 제도가 존재감을 발휘한 일은 이미 발생한 바 있는데, 2024년 총선에서 자연수로 반올림하지 않고 득표율 기준으로 당선자를 배분했다면 국민의미래는 18.55석, 더불어민주연합은 13.50석으로 소수점 뒤의 숫자가 큰 국민의미래가 19석, 더불어민주연합이 13석이 되어야 했지만, 반올림한 후 조정을 거치는 독특한 제도 탓에 투표 가치에 왜곡이 발생하여 국민의미래가 18석, 더불어민주연합이 14석을 가져가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반올림 전 국민의미래 연동배분의석수가 59.885석이고 더불어민주연합 연동배분의석수가 43.595석이었기에, 반올림 과정에서 국민의미래는 불과 0.115석이 늘어났지만 더불어민주연합은 0.405석을 추가 획득한 탓이다.
다만 모든 정당이 이런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여전히 대부분이 인식하지 못하는 '숨은 봉쇄조항'이 존재하는 탓이다.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2항 제1호는 의석 배분 방식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각 의석할당정당에 배분할 의석수(이하 이 조에서 "연동배분의석수"라 한다)는 다음 계산식에 따른 값을 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산정한다. 이 경우 연동배분의석수가 1보다 작은 경우 연동배분의석수는 0으로 한다.' 해당 규정을 1보다 작은 경우에도 반올림한다는 규정으로 해석하였을 경우, 연동배분의석 계산 결과가 0.5보다 작아지는 0.33% 아래로 가면 당선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사라진다.2
이러한 조항들을 감안하여 종합적으로 예상해 보면, 지역구 당선자가 없는 정당이 1.7% 이상을 득표한 경우 1석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고, 1.01%~1.7% 사이로 득표하더라도 1석 배정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며, 0.32~1% 사이로 득표한 경우 극히 낮은 가능성과 추첨을 뚫기 위해 기도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는 양당의 위성정당의 존재를 가정한 것이다.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유지된다는 가정은 이미 두 번이나 출현한 위성정당의 존재를 상수로 만들고 있다.
결정의 취지, 그리고 전망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봉쇄조항이 없어지더라도 군소정당 난립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비례대표 의석은 300석 중 46석밖에 안 되고, 군소정당이 원내에 진입하더라도 교섭단체 제도가 존재하여 20석 이상 확보하지 못하면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려우며, 정당법상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은 그 창당 자체가 막혀 있다. 특히나 이미 양당제가 자리잡은 상황에서 봉쇄조항을 통해 군소정당의 진출을 막아야 할 이유가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출함으로 발생하는 공익적 이유보다 크다고 볼 수 없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봉쇄조항이 없더라도 군소정당 난립의 우려가 없고, 설령 많은 군소정당이 난립하더라도 그들이 정치에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 역시 없기에 봉쇄조항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실제로 직전 선거결과를 보더라도 봉쇄조항이 없었다 가정할 때 300석 중 단 3석에 대해서만 변동이 생길 뿐이다. 진보정치의 입장에서 어쩌면 이는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결론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미미한 변화만이 있다 하더라도 진보정당과 같은 소수정당에게는 큰 변화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정치적 변동을 예상해 볼 수 있는가. 우선 전제할 것은 소위 '독자 행보'를 위해 목표로 해야 할 허들이 3%에서 1% 가량으로 크게 낮아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해 온 특정 정당들은 향후 참여를 재고할 가능성이 있고, 신당 창당 역시 더 활발해질 수 있다. 특히 양당에서 밀려난 소수 계파가 신당 창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준연동형 도입 이후 열린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과 같은 시도가 많아진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의 조직력과 확신이 있는 계파들만 선택할 수 있는 길이었지만, 이제는 계파에 이르지 못하는 소수 그룹 정도만 되더라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40만~50만 표 정도를 조직할 수 있는 의제를 통해 선거를 '일점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워 볼 수도 있다. 과거에는 단지 '이런 의제·계층을 대변할 정당도 필요하다'는 '소금정당론'만으로는 의회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이제는 특정 의제 정당을 내세워 일정한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진보정치 내부에서의 응집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만으로 1%는 얻을 수 있겠다는 근시안적 생각으로 연대를 구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0%대 득표율을 얻고 공멸하는 결말이 예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소수정당으로서는 문이 더 넓어졌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만큼 경쟁자가 더 많아진 현실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총선이 2년이나 남아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양당은 혼란스러운 현행 선거제도를 개편하고자 할 것이다. 봉쇄조항의 폐지는 반올림과 조정을 연속으로 하는 복잡한 선거제도를 더욱 혼란스러운 결과로 이끌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어쩌면 봉쇄조항의 재도입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 결정의 취지에 반하는 국가단체의 행위를 금지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결정의 취지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유사한 행위를 하는 것은 가능하고, 이것이 현실적으로 결정의 취지에 반하는지의 여부는 다시 헌법재판소가 오랜 시간을 들여 판단한다. 똑같이 3%의 봉쇄조항을 재도입하면 당연히 빠르게 위헌이 나오겠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소폭 늘리면서 2%의 봉쇄조항을 재도입하면 어떻게 될까?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당연히 위헌이라고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헌재와 국회의 태도를 볼 때 장담하기는 어렵다. 굳이 봉쇄조항을 재도입하지 않더라도 비례대표 배분방식을 소수정당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변경하여 이번 결정을 회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양당이 진지하게 봉쇄조항 위헌에 대한 대처를 고민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헌재의 결정 취지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봉쇄조항의 유무가 양당에게는 별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선거제도에서 선거결과가 비례대표가 아니라 지역구에서 결정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비례위성정당으로 의미가 퇴색된 준연동형을 병립형으로 변경하거나, 지역구 의석을 늘리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 수를 추가 축소하는 정도로 마무리하고 다시 다음 선거에 진입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간 한 표의 격차는 최대 2:1 이내여야 하는데, 현재와 같이 인구소멸지역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최근 양당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커녕 지역구를 제 때 획정하지도 못해 왔다. 이 문제는 지방선거에서 더욱 크게 드러나는데,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0일도 안 남았지만 지방의회 선거의 선거구는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를 축소하여 인구가 적은 지역의 선거구 축소를 벌충하는 것이 최근의 선거구 획정 경향이었는데, 최근 양당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다음 선거에도 제대로 된 선거제도 개편 합의가 없이 이러한 땜질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소수정당에게 있어 이러한 경향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님은 물론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번 결정이 그 자체로 소수정당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평등선거의 원칙과 정치적 다양성을 무시하는 봉쇄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는 그 자체로 유의미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진보정당이라면 선거의 유불리를 논하기에 앞서 스스로 좁은 구멍을 넓히는 일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앞장서야 하는 것은 지방의회 선거에서의 봉쇄조항 폐지 투쟁이다. 이번 결정으로 폐지된 것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봉쇄조항이다. 비례대표 지방의회 선거에서의 봉쇄조항은 국회의원 선거에서보다 더 큰 5%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대로라면, 구조적으로 국회보다 더 양당의 독점이 심한 지방의회에서 국회보다 더 높은 5%의 봉쇄조항은 그 정당성이 없다.
국회의원보다 비례대표 숫자가 더욱 적은 지방의회에서 봉쇄조항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일 수 있지만, 최대잔여법 하에서 경기도의회와 서울시의회의 경우 5% 미만으로도 지방의회 입성이 가능하다. 예컨대 직전 지방선거인 2022년 지방선거의 경우 만약 봉쇄조항이 없었다면 경기도의회에서 국민의힘의 비례 의석이 1석 줄어들고, 해당 1석은 정의당이 획득했을 것이다.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 78석씩을 획득하여 동률의 의석을 얻었는데, 만약 국민의힘 비례대표 중 한 석이 정의당에게 갔다면 어느 쪽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깨지고, 진보정당이 도정에 있어 발언권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지난달 23일, 사회대전환 연대회의 소속의 노동당·녹색당·정의당과 직전 지방선거에서 봉쇄조항이 없었다면 당선될 수 있었을 조귀제 민주노총 경기본부 부본부장(2022년 지선 정의당 경기도의회 비례대표 1번) 등 3당의 당원들은 비례대표 지방의회선거의 봉쇄조항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190조의2 제1항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 하나에 3년은 기본으로 걸리는 최근 헌법재판소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 전까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부터 해당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구하는 가처분 역시 함께 신청하였다. 해당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이번 선거에서부터 비례대표 지방의원 선거의 봉쇄조항이 폐지되고,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의 경우 5% 미만의 득표로도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봉쇄조항 폐지가 아직 와 닿지 않는 유권자가 많을 것이기에, 봉쇄조항 폐지의 의의를 알리고 다양한 세력의 의회 진출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 특히 봉쇄조항 폐지의 실효성이 존재하는 서울·경기의 비례대표 선거에 출마하고 해당 선거에서 최대한 좋은 득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진보정치의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결정이 진보 재편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 기회를 살려내야만 한다는 점이다. 선거제도의 변화는 그 자체로 과대평가하기 어려운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그러나 현재 위태로운 진보정치의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 하나하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소중하다.
독자적 진보정치를 고민하는 모든 세력은 '진보정당을 모은다고 3%를 넘길 수 있느냐'는 회의를 떨쳐내고, 독자적 진보정당들의 앞에 놓인 길이 더 넓어졌고 함께 대응한다면 이 길을 넘어갈 수 있다는 새로운 논리와 결의로 함께할 세력을 모으고 설득해 나가야 한다. 제도의 변화가 약속된 성공을 예비한다는 안이한 생각은 결국 무난한 실패만을 가져올 뿐이라는 걸 우리는 2020년 총선에서 체감한 바 있다. 최소한 2024년 총선의 60만 표(2.14%)를 유지한다는 목표 하에 전략과 조직을 가다듬어야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직시하고, 3개월 뒤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2년 뒤 있을 제23대 총선을 바라보며 긴 호흡으로 가능성을 돌파하여 현실을 쟁취하자.

김현근(목성돼지)
전환 기관지 《도모》 편집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치개혁TF에서 비례대표 지방의회선거 봉쇄조항 폐지 등을 위해 활동 중입니다.
주의: 말이 많음.
각주
- 2020년 총선 때는 준연동형 적용범위를 30석으로 제한하여 선거제도가 훨씬 더 복잡했다. [본문으로]
- 상세: 다만, 공직선거법 제189조 제2항 제1호 “각 의석할당정당에 배분할 의석수(이하 이 조에서 “연동배분의석수”라 한다)는 다음 계산식에 따른 값을 소수점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여 산정한다. 이 경우 연동배분의석수가 1보다 작은 경우 연동배분의석수는 0으로 한다.” 중 “이 경우 연동배분의석수가 1보다 작은 경우 연동배분의석수는 0으로 한다”는 문구의 해석에 따라 계산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문언만 보면 ➀ 해당 규정은 앞서 반올림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 문구의 예외규정으로 계산 결과 1보다 작으면 내림을 해야 한다 ➁ 해당 규정은 반올림을 규정한 앞 부분의 예외규정이 아니라 연동배분의석수가 마이너스가 되는 결과를 방지하는 것이기에 0~1 사이의 결과에서도 반올림 원칙이 적용된다는 두 가지 해석이 모두 가능하고, 봉쇄조항의 존재로 0~1 사이의 결과가 나오는 것보다 마이너스가 나오는 상황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하였을 제정 당시의 맥락을 고려하였을 때 후자가 더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만약 전자로 해석하게 된다면 0.67% 이상 득표하여야 의석배분을 받을 수 있어 0.67%가 숨은 봉쇄조항으로 기능하게 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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