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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 일반

김포와 오사카: 행정통합, 지역의 열망을 동원의 대상으로

by Domoleft 2026. 3. 3.

[정치] 김포와 오사카: 행정통합, 지역의 열망을 동원의 대상으로

전국을 관통하는 민주당의 광역행정통합론 이전에는 윤석열의 김포 서울 편입론이, 그보다 더 전에는 일본유신회의 '오사카도 구상'이 있었다. 지역의 열망을 정치적 동원의 대상으로 삼으며 표를 위해 장밋빛 미래를 선전하는 지역통합론들의 실상을 비판한다.


행정통합이라는 데자뷰

"지방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명한 페미니스트 사상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말을 조금 바꾸어 빌리자면, 그렇다. 오늘날 서울이 대한민국 속에서 취하고 있는 위치는 결코 어떠한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 숙명에 의해서가 아니다. 단지 한국이 서울의 잉여체를 만들어 내어, 그것에다 '지방'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각주:1]

 

작년까지 나는 내가 언젠가 김포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단지 처가가 김포 어딘가에 있는 관계로 종종 방문할 일이 있었을 뿐이다. 지난해 가을, 어쩌다 가족과 함께 들린 김포시 통진읍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5호선 김포 연장안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를 조기발표하지 않는 정부를 힐난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 현수막을 붙힌 주체는 '김포서울편입시민연대'라는 이름의 시민단체였다.[각주:2] 당시 김포 외부에 살며 서울 편입론을 그저 말도 안 되는 포퓰리즘 정도로 치부했던 내게 그 현수막은 생경했다. '아직도 저 구호를 진지하게 외치는 사람이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내가 집안 사정으로 김포로 이사를 오게 된 것은 불과 작년 말의 일이다.

출처: 뉴스김포

 

이 '김포서울편입시민연대'의 현수막은 내가 김포에 온 지금도 종종 길거리에서 볼 수 있다. 이렇듯 과거 윤석열 정권이 꺼냈다가 수많은 지탄을 받았던 '김포 서울편입론'이 채 잊히기도 전에, 새롭게 들어온 이재명 정권에서는 광역행정통합을 위시한 갑작스런 지역 통합론을 꺼내들고 있다. 왠지 기시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윤석열이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도시들의 표를 끌어모으고자 행정통합을 제시했듯, 이재명은 지역의 표를 끌어모으고자 지역 메가시티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단지 그 구호가 '김포 서울 편입'에서 '5극 3특 행정통합'으로 바뀌었고, 무대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데자뷰(Deja Vu)나 다름없다.

 

김포의 서울 편입론이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24년 총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 타이밍부터가 이미 이 논의의 성격을 짐작케 한다. 광역행정구역의 개편이라는 국가적 의제가 정교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의 산물로 등장하기보다는 선거 캠프의 기획안처럼 하루아침에 튀어나왔다. 현수막이 내걸리고, 유세 차량이 거리를 누비며 "김포가 서울이 됩니다"라는 말이 골목마다 메아리쳤다. 대통령과 당시 여당 정치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요동친 부동산 커뮤니티와 지역카페는 덤이다.

 

그러나 이 상황의 본질을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시민들의 실질적인 정주 여건 개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출퇴근길 만원 버스가 나아진 것도 아니었고, 부족한 의료 인프라가 채워진 것도 아니었다.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출근길에는 세 대를 보내도 타기 어려운 김포골드라인 경전철은 어차피 승강장이 2량으로 건설되어서 서울 지하철로 편입되더라도 증차가 불가능하다. 편입론이 실제로 자극한 것은 삶의 질이 아니라 부동산 심리였다. 아파트 값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서울 주소지를 갖게 된다는 상징적 설렘. 정치는 그 심리를 교묘하게 건드렸고, 정작 선거가 끝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출근길의 김포골드라인 승강장. 출처: 안전신문 safetynews.co.kr


'서울시 김포구'와 '오사카도 구상'

최근 중앙정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지방개편 이슈와 김포에 있었던 서울편입론을 보며 떠오른 것은 일본에서 십수 년째 진행 중인 소위 '오사카도 구상'이다. 오사카도 구상이란 오사카의 우익 지역정당인 일본유신회가 주도하는 지방개편 안으로, 기존 오사카시를 해체하여 4개의 특별구로 나누고 그 권한을 광역지자체인 오사카부로 통합하여 일종의 '메가시티'를 만들겠다는 시도다(이후 오사카부의 명칭을 오사카도로 바꾼다는 것 또한 이 의제의 핵심이나, 단순한 명칭 변경에 불과하므로 이하에는 오사카부라는 명칭을 쓰도록 하겠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최근 국내에서 논의되는 '광주전남특별시' 등의 구상과 구조적 궤를 같이 한다.

 

광주전남특별시 논의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하나의 통합 특별시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꾀하듯, 김포 서울편입론이 김포를 서울로 묶어 메가시티 생성을 꾀하듯, 오사카도 역시 이중 행정의 낭비를 줄이고 서일본의 핵심 거점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논의들의 핵심 공통점은 해당 지역의 주요 정치세력들이 정치적 동력 확보를 위해 통합을 위한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우며 장밋빛 미래만 보여주고 단점은 공론장 위로 올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초 단위의 자치권 약화와 지역별 복지 서비스의 불균형 확대라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재정 구조의 변화 측면을 살펴보자. 김포시가 서울특별시의 자치구로 편입될 경우 기존 기초지자체로서 가졌던 독자적인 세입 관리권과 예산 편성권이 대폭 형해화될 우려가 크다. 현재 김포시가 직접 거둬 독자적으로 사용하던 지방소득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 주요 세목이 서울특별시세로 전환됨에 따라, 김포는 스스로 세입을 관리하던 '시'의 지위를 잃고 서울시가 배분하는 조정교부금에 의존하는 '구'의 처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지역 특화 복지나 시급한 현안 사업에 투입할 예산의 우선순위 결정권을 서울시에 양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일본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명백한 퇴보다. 오사카시와 같은 '정령지정도시(일본의 광역시 격에 해당하는 대도시 행정단위: 편집자 주)'들이 광역 업무를 대행하는 대가로 세원 배분 비율에서 기초지자체의 몫을 더 많이 챙기며(기초 8 : 광역 2) 자치권을 강화하는 것과 정반대로[각주:3], 김포는 거꾸로 서울이라는 거대 광역 체제에 세원을 헌납하고 그 배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오사카시를 4개 구로 나누는 오사카도 구상 / 2020년 오사카 주민투표 결과. 출처: 위키피디아

 

재정적 종속은 오사카도 구상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핵심 원인과 궤를 같이 한다. 오사카도 구상에서 시의 재원이 광역지자체인 오사카부로 귀속되어 기초 단위의 복지 재원이 고갈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고, 결국 일본유신회의 의도와는 달리 오사카도 구상은 2015년, 2020년 두 차례의 주민투표에서 모두 근소한 표차로 부결되었다(2015년 찬성 49.6% : 반대 50.4%, 2020년 찬성 49.4% : 반대 50.6%). 당초 김포의 일부 시민단체들은 김포의 서울편입을 찬성하며 "김포의 미래는 김포 시민이 결정한다"고 외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에 편입되면 '김포의 현재(예산)'도 김포시민의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되는 일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행정 서비스의 측면에서도 단점은 명확하다. 서울특별시에 편입되는 순간 김포시는 약 1천만 명에 달하는 서울 인구에 종속된다. 기존처럼 경기도 산하의 시였다면 도농복합지역이라는 특성에 맞는 행정 서비스를 검토할 수 있겠으나, 철저히 도시화되어 있는 서울 산하라면 얘기가 다르다. 김포는 농업 지원이나 접경지역 특화 복지 등 일반적인 서울 자치구와 다른 고유한 행정 수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의 표준화된 행정 기준이 적용될 경우 이러한 지역 밀착형 서비스는 효율성 논리에 밀려 단순화되거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는 머릿수에 밀려 또 하나의 '내부 식민지'로 전락할 위험성마저 존재한다. 예컨대 기존 자치구들의 반발로 신규 쓰레기 매립지 설치가 어려운 현 서울의 상황에서라면, 가장 먼저 검토될 대상은 넓은 땅과 비도시화 지역이 공존하면서도 서울의 구에 해당하게 된 김포일 수밖에 없다.[각주:4] 당연하겠지만, 서울시의 전체 행정 우선순위와 자원 배분은 자연스럽게 인구가 밀집된 기존 서울 도심 지역이나 거대 자치구들의 요구에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서울시 김포구민'들은 지역적 숙원사업이 서울시 전체의 행정 순위에서 밀려나거나, 표의 파급력이 큰 지역에 예산과 정책이 우선적으로 투입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2023년 김포시에 걸린 서울 편입 공론화 주민설명회 현수막. 출처: 노컷뉴스


지방의 위기, 정치 동원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지방 행정통합의 본질적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이 각각의 정치적 실리 확보를 위해 제대로 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익적 정치경향에 오사카 지역주의를 통합하여 간사이 지역의 대표적 포퓰리즘 정당으로 자리잡은 유신회에게 있어 오사카도 구상이 갖는 의의는 단지 자신들의 지역적 정치 기반을 강화하는 정치전략일 따름이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을 추진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표심 공략을 위한 '장밋빛 미래'만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통합으로 인한 부동산 가치 상승이나 교통망 확충 같은 자극적인 홍보에만 치중했을 뿐, 실제 주민의 삶에 직결된 복지 축소와 행정 권한 약화라는 어두운 단면은 철저히 내팽개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서울 편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소소하게 상승했던 집값마저 빠르게 원상복귀되었음은 덤이다.[각주:5]

 

내란을 진압하고 들어선 정부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정권과 현 집권여당 민주당의 정치전략은 이와 아무런 차이점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광역행정통합 중 가장 적극적으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다. 민주당은 전남과 광주 지역의 모든 지역구 국회의원을 석권하고 있으며 전남도의회 61석 중 55석, 광주시의회 23석 중 21석을 보유하고 있는 호남의 초거대 여당이다. 전남광주특별법을 추진하는 호남의 민주당 정치인들은 지역 투자를 유치하고 공공기관을 옮겨와 지역을 살리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앞다퉈 선전하며 이미 '민주당의 영토'인 호남에서 입맛대로의 지역통합을 통한 영구집권을 추진한다. 유신회의 정치전략과 다를 바 없다.

 

서울에서 김포로 이사를 온 후, 나는 통진읍에서 보았던 '김포서울편입시민연대'의 그 열망이 척박한 출퇴근길과 소외된 인프라 위에서 피어난 일종의 '구조요청'이었음을 이해했다. 그러나 그 절박함의 끝이 '서울 편입'이라는 허울 좋은 거대 통합이어야 하는지는 역시 의문이 남는다. 십수 년을 끌어 온 오사카도 구상이 결국 시민의 손에 의해 두 번씩이나 거부된 이유는, 화려한 명칭 변경이나 도시 브랜드의 상승보다 내 삶을 실제로 지탱하는 세밀한 행정의 유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2023년 김포시에 걸린 서울 편입 찬성 현수막. 출처: 오마이뉴스

 

오늘날 전국의 지방 도시들이 직면한 위기는 그저 '서울이 아니어서' 발생하는 운명이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던지는 자극적인 지방 개편 시나리오에 휘둘리며, 지역 스스로가 가진 자치권과 재정적 자립성을 손쉽게 포기하려 할 때 진짜 위기는 시작된다. 지방은 서울의 잉여체가 아니라 스스로의 미래를 꾸려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윤석열과 이재명, 혹은 그 어떤 정치권력이 던지는 장밋빛 주사위놀이에 일상을 판돈으로 걸 수는 없다. 유권자로서 우리가 심판해야 할 것은 상대 정당의 실책이 아니라,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며 표를 구걸하는 모든 기만적인 공약들이다. 지방은 이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야 한다. 그 '태어남'을 위한 답이 주민들의 숙의를 거친 행정개편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재명-윤석열식 도박이 될 수는 없다.


김봉독

공인회계사, 세무사. 현재 모 회계법인의 세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도모》에 어려운 경제 이슈를 풀어쓰는 글을 기고한다. 조세정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지만 여전히 세법은 어렵다.


각주

  1.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1949) 참조 [본문으로]
  2. 뉴스김포, 서울 5호선 연장 발표 지연에 김포 시민사회 반발 확산 https://www.newsgimpo.com/news/articleView.html?idxno=1860  [본문으로]
  3. 오사카부, 2024년도 오사카부세안내 3페이지 htts://www.pref.osaka.lg.jp/documents/18617/r06_korean_ver.pdf [본문으로]
  4. 더스쿠프, 서울 생활쓰레기를 왜 다른 지역에서… 서울시 ‘탄소 배출 역주행’ https://www.thescoop.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8899  [본문으로]
  5. 중부일보, 쏙 들어간 ‘서울 편입설’에 동력 상실한 김포 아파트값 https://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69612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