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지방동원, 이재명 정부 '5극 3특'의 세계관을 비판한다
곳곳에서 난무하는 광역행정통합과 마치 지역 발전을 위한 묘수인 양 선전되는 양당의 개발주의적 논리 속에, 지방은 또 한 번 동원되고 있다. 지역소멸이라는 만들어진 공포가 어떻게 지방을 수도권에 동원하고 있는지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전략 비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지역 개발주의의 달콤한 함정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때때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끔 한다. 나의 기반이자 어떤 터전을 지역이라고 부르는 명확한 영토적 개념으로 실체화해서 느낄 수 있다는 안정감과 동시에, 서울이나 중앙이라고 하는 곳에서 벗어나 있는 주변부로서의 불안감이다. 지역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감각과, 어딘가 중요한 것들로부터 계속 미끄러져 나가고 있다는 감각이 이 감정 속에 공존한다.
이번 '5극 3특'과 행정통합 논의 속에서도 그러했다. 강원도는 이번 행정통합 논의에서는 빠져 있었지만 5극 3특의 '3특'에 해당한다. 2022년 지방선거 이후 강원도는 '강원특별자치도'로 거듭났고, 강원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소위 '강원특별법')은 이미 2차 개정을 거쳤다. 김진태 도지사는 제왕적이라 불릴 만큼 확대된 도지사 권한을 발판 삼아 절대농지 해제, 군사규제지역 해제를 추진하며 개발로 지역을 살리겠다 나서고 있다.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지역 주민들이 이에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오랫동안 규제와 소외 속에 묶여 있던 도민들에게 '개발'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얼마나 매혹적인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순간마다 느낄 수 있다.
강원도 국회의원들은 이로도 부족해서 권한을 더 늘리고 더 적극적인 지원을 받겠다며 강원특별법의 3차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계엄과 대선을 거치고 정권이 바뀌면서 시의성에서 밀려나며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속 계류 중이다. 이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가 아니고서는 이런 법안에 대해서조차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지방의 현실이라고 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지역에서는 강원특별법TF라는 모임이 몇 년째 활동 중이다. 해당 법안의 문제를 파고드는 활동가들의 작은 모임체인데, 이 모임의 텔레그램 방에는 며칠 전 올라온 충격적인 사진이 있었다. 바로 김진태 도지사의 삭발 사진이었다.1 아무리 다음 지방선거에서 밀릴 것 같아도 그렇지, 현직 도지사가 삭발을 하다니. 삭발의 주된 이유는 5극 3특에서 새로운 행정통합 논의에 밀려 강원특별법이 소외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빠르게 3차 개정안을 통과시키라는 압박 수단으로서 삭발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 사진을 보고 든 건 '2월에 삭발했으니 6월 지방선거 즈음이면 머리 스타일이 좀 어색하겠다'는 실없는 생각이었지만, 김진태를 응원하기 위해 3천 명의 도민들이(물론 국민의힘 당원 및 당협위원장들이 동원한 사람들이겠지만) 국회 앞까지 올라갔다는 소식에는 입맛이 썼다. 그러나 정말 씁쓸한 것은 저 삭발과 3천 명이 요구하는 것이 결코 지방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원특별법이든 5극 3특이든 지역통합이든, 이 모든 것들은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세계관 위에 서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공포를 연료 삼아, 지방을 자본과 중앙의 필요에 맞게 재편하는 방식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만들어진 공포

2026년 2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은 남부내륙철도 착공식을 위해 경상남도 거제시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 중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낙수효과가 상당한 성과를 냈던 게 사실이고, 이제는 그 방식이 한계를 맞이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거제까지 2시간대로 연결하는 것이 5극 3특 대전환의 시작"이라 말했다.2 낙수효과를 긍정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눈에 띈 건 '한계를 맞이한 낙수효과'에 대한 그의 해법이었다. 낙수 지점을 하나(수도권)에서 다섯 개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결국 낙수효과를 복수화하는 것이 5극 3특의 실체다. 그런데 이를 비판하기에 앞서 이 담론 자체가 어디서 왔는지를 먼저 짚고 넘어가자.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2014년 일본에서 처음 수입되었다. 아베 1차 내각과 후쿠다 야스오 내각에서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増田寛也)가 주도한 보고서가 지방소멸 담론의 원본이다. 보고서는 20~39세 여성 인구를 '인구 재생산의 주체'로 설정하고, 해당 연령대 여성이 2040년까지 50% 이상 감소하는 지자체를 '소멸 가능성 도시'로 분류했다. 일본 전국의 1,800여 개 지자체 중 896개가 여기에 해당된다.3 '소멸'이라는 단어가 행정구역에 붙는 것 자체가 새로운 일이었다. 아베 내각은 이 보고서를 즉각 국가전략으로 번역했다. 지방창생본부를 설치하고 10년에 걸쳐 수조 엔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도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오히려 늘었다. 2014년 약 10만 9천 명이었던 전입 초과는 2019년에 14만 6천 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025년에도 12만 4천 명 수준을 유지했다.4 구조적 흐름은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이 실패를 알면서도 같은 길을 선택했다.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은 이 방법론을 수입해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만들었고, 2021년 행정안전부는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했다. 2022년부터는 10년간 10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이 만들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2023년 보고서에서 KDI는 분산된 지원 방식을 포기하고 전국 7개 거점도시에 자원을 집중하면 생산성이 8.2% 제고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5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을 구하는 방법으로, 더욱 선택적인 집중을 제안한 것이다. 지방소멸 담론이 거점화 전략의 근거로 직결되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담론이 작동하는 방식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은 지방을 '소멸하고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는 권력의 언어다. 소멸이 선언되고, 지표가 만들어지고, 제도가 생기면 그 다음은 자동으로 따라온다. 소멸 위기니까 무언가를 해야 한다, 메가시티를 만들어야 한다, 광역을 통합해야 한다, 거점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등.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가 지적하듯 "지역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소멸을 강요당하고 있다".6 그는 면 단위 농촌 지역에 실제로 살고 있는 약 450만 명의 주민들을 '소멸될 운명'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라고 말한다. 진단이 이미 처방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소멸 위기라는 공포가 클수록, 평상시라면 논란이 됐을 대규모 행정통합과 토건 사업은 저항 없이 정당화된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허상
'지역균형발전'은 오랫동안 한국 진보정치의 핵심 의제였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에 권한과 자원을 돌려 주고, 사람이 지역에서도 존엄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그 방향성 자체에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언어가 전혀 다른 내용을 포장하는 데 쓰일 때다. 지금의 5극 3특이 바로 그런 경우다.
5극 3특의 내부 논리를 따라가면 하나의 연쇄가 보인다. 광역을 통합하고, 특별법으로 규제를 해제하고, 원전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철도와 산단으로 수도권과 지역을 더 촘촘하게 연결한다. 이 모든 것은 AI·반도체 자본의 수요에 복무한다. 21세기형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경제개발의 논리가 민주당 정부에서 시작되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뒤덮고 있다. 탈원전을 공약했던 정당에서 원전 2기 신설이 나오고, 산재 근절을 약속한 대통령 아래서 새벽배송 확대 검토가 나오고, 지방분권을 말하는 자리에서 중앙 주도의 광역통합이 나온다. 각각의 사안에 각각의 이유가 있다고 해도 이 패턴이 단지 우연의 집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5극 3특의 설계에서 더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수도권 모델을 지방에 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바이오 산업, AI 인프라, 신도시형 거점 개발.7 이것은 지방의 고유한 조건에서 출발한 발전 전략이 아니다. 수도권에서 작동했다고 여겨지는 성장 모델을 다섯 개의 거점에 분산시키는 것이다. '소서울'을 다섯 개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도권은 60년에 걸친 국가 자원의 집중 투입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그 결과물을 모형으로 삼아 지방에 복제하려는 시도는, 지방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수도권의 축소판으로 재편하는 것에 가깝다.
데이비드 하비의 '공간적 조정(spatial fix)'8 개념으로 보면 이 구조는 더욱 선명하게 읽힌다. 자본주의는 과잉축적 위기에 빠지면 새로운 공간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건설함으로써 위기를 유예한다. 거점 도시를 키우고, 특구를 지정하고, 철도를 깔면 당장 건설 자본에 이윤이 생기고 지역 경제가 부양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위기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위기로 연기하는 것이다. 17개 시·도를 5개 초광역권으로 묶는 것은 AI·반도체 자본이 투입될 수 있는 규모의 공간을 국가가 설계하는 작업이다. 지방의 자치가 목적이 아니라, 자본을 위한 공간 재편이 목적인 것이다.
박배균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이 구조를 '토건동맹'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해 왔다.9 그는 1960년대 이후 국가가 어떻게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동원해 대규모 SOC 투자와 행정 통합을 정당화해 왔는지를 추적했다. 이 체계의 핵심은 중앙 권력과 지역 엘리트가 개발의 이익을 함께 나눔으로써 지방 스스로가 이 논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이 개발을 열망하고, 지역 정치인들이 국책사업 유치를 성과로 내세우고, 지자체장들이 선착순으로 통합에 달려드는 것은 애초에 이 구조가 그렇게 작동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의 균열이 계급이 아니라 지역에 기반을 두고 형성될수록 풀뿌리 민주주의와 계급정치는 미성숙한 채로 남고, 개발주의 담론이 그 자리를 채운다. 김진태가 삭발을 하고 3천 명이 국회 앞까지 올라가는 것은 결국 이 동맹의 논리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5극 3특은 이 패턴을 초광역 단위로 확장한 버전이다.
특별법이라는 설계도, 지방동원의 완성


각 지역 통합특별법의 조문을 들여다보면 앞서 말한 세계관이 법률의 언어로 번역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경북특별법의 최저임금 적용 배제, 대전충남특별법의 44개 법률 인허가 의제 처리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고용차별금지법 면제, 영재학교 설립 특례, 국방산업혁신클러스터 조성 등. 각 조항의 세부적인 문제는 이미 여러 곳에서 꼼꼼히 비판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개별 조항의 독소성이 아니라, 이 법안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패턴이다.
이 특별법들이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수도권에서는 감히 없앨 수 없는 규제들을 지방에서만 푼다'는 것이다. 노동권이든 환경권이든 교육 평등의 원칙이든, 수도권 시민들의 저항이 두텁게 쌓여 있는 곳에서는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이 '지역 경쟁력 강화'라는 이름 아래 지방이라는 공간에서는 조용히 해체된다. 대구경북특별법과 대전충남, 광주전남특별법의 발의 정당은 각각 다르지만, 이 패턴은 완벽히 동일하다. 이것은 지방을 살리는 것이 아니다. 지방을 자본에게 규제 없는 실험장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선례는 이미 이 구조를 선행적으로 실험했다. 외국 자본 유치를 명분으로 노동규제에 대한 특례가 특정 공간에만 적용됐고, 그 공간을 활용한 자본이 지역을 떠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일견 지역에 특혜를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혜자는 지역 주민이 아니라 자본이었다. 2024년 지역소득 통계에 따르면 광역도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는 5,032만 원으로 수도권 평균 4,900만 원보다 높다. 지방이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1인당 지역내총소득은 수도권이 5,421만 원, 광역도가 4,466만 원이다. 광역도 주민은 1인당 평균 565만 원이 유출되고, 수도권 주민은 520만 원이 유입된다.10


지방의 문제는 생산력 부족이 아니라 유출 구조다. 특별시를 만들고 규제를 풀어 개발을 늘려도, 유출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그 과실은 다시 수도권으로 향한다. 더 심각한 것은 광역시가 있는 광역도가 없는 광역도보다 1인당 가처분소득이 오히려 낮다는 데이터다. 당연한 일이다. 거점이 생기면 거점이 주변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메가시티를 만들수록 광역 내부의 빨대효과는 강화되고, 거점에서 먼 농어촌은 또 다른 내부 식민지로 남겨진다. 이것이 바로 지방동원의 본질이다. 지방소멸이라는 공포를 동원해, 지방을 자본과 중앙 권력의 필요에 맞게 재편하는 과정. 지방은 그 과정에서 자립의 주체가 아니라 동원의 객체가 된다.
지방은 앞으로도 동원될 것이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특별법은 지난 2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졸속으로 처리된 법안에는 독소조항이 가득하지만, 행안위원들은 정확한 내용도 모르면서 "하루라도 지역의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개문발차'를 하겠다며 통과시켰다. 민주당 정부가 쏘아올린 졸속의 행정통합은 이 과정에서 '구국의 결단'으로 둔갑했고, 지방의 많은 주민들 역시 20조라는 거대해 보이는 지원 금액에 쌍수를 들며 어떤 견제와 문제의식도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이 허상이고 실상은 지방동원이라면, 주민들은 왜 통합 논의를 찬성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차별받고 소외된 지역에서, 개발은 실제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레토릭으로 자리잡았다. 양당 정치와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가 지역에서의 더 나은 삶을 토지 규제 완화나 기업 유치로 등치시켜 왔지만, 정작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세력은 없어졌기에 발생한 문제다. 주민들의 분노와 열망은 진짜다. 그것이 개발동맹의 연료로 소진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 논의의 다음 단계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논의될지도 모른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조국혁신당과의 통합 논란을 유예로 일단락했고 봉쇄조항도 위헌 판결을 받아 사라진 지금, 민주당은 위성정당이 주는 부담을 어느 정도 덜면서도 비례대표제에서 압도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하다. 비례 의석의 확대 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양당의 자장 바깥에 있는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을 합법적으로 막아내면서 동시에 지역소멸의 공포정치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열망을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된다.

지금 광역통합을 이야기하는 정치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는 정치는 사실상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어느 쪽이 더 '똑똑하게' 그 언어를 사용하는지의 문제일 뿐, 양당이 공유하는 세계관은 동일하다. 단지 조기대선을 통해 정권을 잡은 민주당 정부가 보수 야권의 지리멸렬함 속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통합 카드를 선제적으로 던지며 정치적 우위를 계속해서 잡아나가고 있을 뿐이다.
광역통합이 정치 전략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는 각 지역 정치인들의 반응에 있다. 예컨대 대전충남특별법은 본래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이 최초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져가자 국민의힘은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정략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행안위에서 멈추기 바란다"며 비판했다.11 자신들이 먼저 발의한 법을 두고 '상대방의 정략'으로 규정한 것이다. 반면 보수정당의 우위가 확고한 대구·경북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례 수용을 오히려 촉구했다.12 같은 당이 지역마다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 것이다.
국민의힘이 여전히 다소 우위를 점하지만 이미 이전 몇 차례 통합에 난항을 겪고, 또한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부울경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6월 지방선거 대신 2028년 총선 시점으로 통합을 미루는 역제안을 내기도 했다.13 정책컨설팅그룹 더체인지플랜의 박신용철 선임연구위원은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더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광역 숫자가 줄어드는 것 자체가 민주당에 유리하다. 판이 커지면 주도권은 정당이 아니라 대통령이 가져간다."14 행정 효율도, 지역 경쟁력도 실제로는 중요치 않다. 광역통합은 정치적 세력권의 범위를 재조정하는 전략이고, 지역민들은 그 체스판의 말로 동원되고 있다.

지방은 앞으로도 무수히 동원될 것이다. 수도권의 지대를 충분히 높이는 데 동원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거점도시의 지대를 높이는 데, 풀뿌리 민주주의와 계급정치의 발전을 저해하는 데,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중앙에 더 큰 영향력을 이양하는 데 다시 동원될 것이다. 지역민들은 소멸의 공포 속에서 이미 공포정치에 동원되어 있고, 그 분노와 열망은 개발동맹의 연료가 되고 있다. 성장 중심 담론과 지방을 자본의 공간적 조정 수단으로 동원하는 맥락이 소거되지 않는다면, 광역통합이든 권역별 비례대표제든 결과는 위장된 지방동원일 뿐이다. 지방에서 만들어진 부는 계속 유출되고, 노동권과 환경권은 지방이라는 이름 아래 계속 유예되고, 주민들은 소외된 채 소멸을 막아야 한다는 공포 속에서 다음 동원을 기다리게 된다.
지방이 정말로 살려면, 동원이 아니라 자치가 되어야 한다. 접속이 아니라 자립이 되어야 한다. 규모가 아니라 삶의 질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방동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포장은 한 겹 벗겨진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가장 필요한 일이다.
최상희
현 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처장, 춘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최근까지 전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지역운동, 지역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각주
- 서울신문, 김진태, 국회에서 ‘삭발 시위’…“이렇게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포착] https://www.seoul.co.kr/news/politics/congress/2026/02/09/20260209500303 [본문으로]
- 뉴스1, 李대통령 "수도권 '몰빵' 전략 한계…균형 성장이 생존 전략"(종합) https://www.news1.kr/politics/president/6064652 [본문으로]
-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지방소멸론을 통해 살펴보는 일본의 지방소멸 문제 https://diverseasia.snu.ac.kr/?p=1122 [본문으로]
- 연합뉴스, 日수도권 인구 집중 '여전'…작년 도쿄에 6만5천명 순유입 https://www.yna.co.kr/view/AKR20260203129800073 [본문으로]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DI FOCUS '수도권 집중은 왜 계속되는가: 인구분포 결정요인과 공간정책 함의'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56740450 [본문으로]
- 한국농정신문, '지방소멸' 부추기는 지방소멸론 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7890 [본문으로]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산업부, 내년 초 '5극 3특' 성장엔진 산업 선정…AI 팩토리 500곳으로 확대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956638 [본문으로]
- 대학원신문, 데이비드 하비: 공간의 정치경제학 https://gspress.cauon.net/news/articleView.html?idxno=14111 [본문으로]
- 박배균, 한국공간환경학회, 한국에서 토건국가 출현의 배경: 정치적 영역화가 토건지향성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시론적 연구 [본문으로]
- 국가데이터처, 2024년 지역소득(잠정)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10000&bid=243&act=view&list_no=442567&tag=&nPage=1 [본문으로]
- 한겨레, 대전충남 통합은 안 된다는 국힘…“선거 유불리 따지다 내부분열”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245054.html [본문으로]
- 뉴스1, 국힘 TK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특례 수용하라" 정부 압박 https://www.news1.kr/politics/assembly/6071343 [본문으로]
- 한겨레21, 행정통합 '주민투표'가 어깃장이 된 이유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861.html [본문으로]
- 주간경향, 행정통합의 ‘나비효과’…판 커지는 지방선거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0216060000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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