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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 일반

평양냉면이 맛있다고요? 국가보안법 위반! -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에 부쳐

by Domoleft 2026. 1. 6.

[정치] 평양냉면이 맛있다고요? 국가보안법 위반! -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에 부쳐

지난 12월 2일, 또 한 번의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이 제22대 국회 처음으로 발의되었다. 낡은 반공주의의 잔재인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우리 사회를 어떻게 옭아매고 있는가? 진보·좌파가 지금 국가보안법 폐지운동에 함께해야 하는 이유를, 국가보안법 피해자 권용석 씨의 기고를 통해 함께 알아보자.


2025년 12월 2일 발의된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


지난 2025년 12월 2일, 민형배, 김준형, 윤종오 등 국회의원 31인의 공동발의를 통해 제22대 국회에서도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이 정식으로 발의되었다. 또 한 번의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를 환영하고 그것이 시도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수많은 이유를 읊기에 앞서, 먼저 한 가지 꼭 밝히고 싶은 사실이 있다. 필자는 과거 이명박 정권 말기 소위 '리트윗 보안법 사건'[각주:1]으로 당시 양천구 신정동 소재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압수수색에 이어 '대공분실'에서 하루 12시간씩의 장기간 조사를 받았던 국가보안법 피해자이다.


평양냉면과 '김정일장군님 빼빼로 주세요'

그 날 아침의 일들을 나는 단 한 순간도 잊을 수 없다. 아침 일곱 시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라며 문을 열어 달라던 이상한 사람은, 문이 열리자마자 태도가 돌변하며 캠코더를 들이대고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그들은 힙합 가수라도 된 마냥 빠른 속도로 영장을 읽어나갔다. "이적표현물 게재... 이적표현물 배포... 이적단체에 대한 찬양 및 고무의 혐의..." 수사관들은 바로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압수수색은 그 날 오후까지 이어졌고, 수십 권의 일기장, 과제물, 개인적인 기록들을 포함한 여러 박스 분량의 자료를 비롯하여 당시 사용하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도 압수당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시작된 조사는 끝없이 이어졌다. 나는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신정동 대공분실로 출석하여 오후 7시까지 조사를 받고 조서에 날인한 뒤 귀가해야 했다. 부모님은 매일 조사가 끝날 때까지 대공분실 근처에서 기다렸다. 수사관들은 부모님을 언급하며 "불효자" 운운했고, 변호사와 통화를 요청했을 때는 "찔리는 것이 있느냐"며 조롱했다. 대공분실에서는 내가 그 때까지 주고받은 모든 이메일, 문자, 메신저와 SNS 기록들을 총 4,853페이지의 문서로 프린트해 놓고 그 모든 내용을 취조했다. 단순히 SNS에 올린 내용이나 주고받은 메시지 말고도 친구 및 지인 관계부터 개인 정치성향까지, 그들은 말 그대로 나라는 인간의 모든 것을 낱낱이 까발리려 했다.

당시 필자가 리트윗했던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게시물과, 무혐의 판결 이후 필자의 트위터 게시물

 

당시 수사관들이 던지던 질문들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 질문들의 내용은 "학생은 노동자민병대를 조직하여 대한민국 정부와 자본주의를 전복하고 프롤레타리아트독재정권을 세우고자 하나요?"부터, "모월 모일에 신촌에서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사건의 오세철 교수를 만난 적이 있죠?" 같은 미행 내용까지 다양했다. 그 중 가장 압권은, "평양냉면이 맛있다고 트위터에 썼는데, 이런 건 누가 알려 준 것인가요?"였다. 그렇다. 평양냉면이 맛있다고 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것 말고도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는 문장으로는 "김정일장군님 빼빼로 주세요,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용가리치킨을 북에 보내자" 등도 있다.


증인 없는 소극(笑劇)의 트라우마

나의 국가보안법 사건은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또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정권이 두 번 바뀐 뒤에야 담당 수사관의 짧은 사과전화와 함께 '혐의없음'이 적힌 '피의사실 처분결과 통지서'를 수령하며 일단락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법정 기록으로도 남지 않은 구금과 조사, 사실상의 비공식적 '고문'은 내게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남겼다. 고문이라는 단어를 읽고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 당시 내가 그들의 취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대답하자 그들은 "제대로 대답하면 쉬게 해 줄게"라며 나를 을러대었는데, 이것이 고문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필자의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없음'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

 

그 순간 내가 느꼈던 고립감, 그리고 단 10분이라도 쉬기 위해 집회 홍보물, 단체 기관지 따위를 준 사람의 이름을 댔던 '자백'이 내면적 양심을 무너뜨릴 때의 절망감은 나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은 어느 누구도 100%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법정에 섰더라면, 그 법정에서 국가보안법의 기만성을 질타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나를 취조한 수사관들이 평범한 공무원들이 아니라 고문과 폭행을 일삼는 정말 악독한 정보경찰이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도 종종 한다. 그러나 그들은 당시 대학을 다니던 내게 자식의 입시 문제를 질문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그 상처는 평생 남아 있을 것이며, 가끔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사건이 종결되고 나서 한참 시간이 지나고, 인터넷 검색 중에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를 신고한 것은 같은 고등학교 선배였다고 한다. 그가 직접 "자신이 이 녀석을 신고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랑을 했다. 나에 대한 질투와 함께 국가정보원에서 주는 시계를 받고 싶어서 그랬다고 고백했는데, 그 글을 보고 확인한 것은 나에게 더 이상 욕을 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에게 연락하여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글 삭제를 확인한 뒤 조용히 차단을 눌렀다. 거대한 것들이 사라진 인간사는 이렇게 지리멸렬한 법이다. 악독한 고문경찰도, 군사독재도, 그에 항거하는 정치범이나 밀고자도 없다. 내 자신의 기억을 제외하면 어느 무엇도 그야말로 소극(笑劇, parce)이었던 이 사건의 피해를 증명하거나 보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조사가 끝나고 나서 수사관에게 물었다. "제가 정말로 북한 간첩이나, 현 정권을 뒤엎을 무장봉기를 준비하는 사람으로 보여서 저를 수사한 건가요?" 수사관의 답은 "이것도 그냥 일"이라는 말이었다. 이걸 하지 않으면 월급을 받지 못하고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도 없는 것이라고. 게다가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북한 선전물이 인터넷에 올라가면 심신이 미약한 사람들이 '좋지 못한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대화를 마치며 그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도 한 것 같다. "네가 앞으로는 이런 걸 하지 않을 테니까, 크게 엇나가는 것을 일찍 예방한 것이라고 생각해. 혁명이나 마르크스주의 같은 것 말고, 세상을 바꾸고 싶고 남을 도우고 싶다면 인권변호사나 노무사, 기자 같은 걸 추천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 사건의 본질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결국 국가보안법의 본질이란 나를 겁먹게 하여 시키는 대로 생각하도록 '기를 꺾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처벌할 수는 없다, 그 누구도

2000년대 초반의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출처: 통일뉴스 / 미디어오늘

 

1987년의 제도적 민주화 이후 자유주의 정권이 집권할 때마다 국가보안법 폐지 시도는 늘 있어 왔고, 그 때마다의 논란 덕에 국가보안법이 거의 80년 간 얼마나 남용되어 많은 사람들을 살해하고 고문하였는지는 이미 익히 알려져 있다. 일제의 치안유지법에서 시작하는 그 역사라거나, 벌금형이 존재하지 않고 무조건 징역과 사형 따위만 존재하는 무시무시한 법이라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요새 국가보안법으로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한다지만, 관련 뉴스를 한 번만 검색해 봐도 여러 사업가, 연구자, 언론인 등이 국가보안법으로 고초를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수많은 인사들도 과거 군부독재 시절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당한 바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폐지되지 않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우익들의 논리 중 가장 흔한 것은 《조선로동당 규약》의 소위 '통일노선', 즉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중략)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이다. 당-국가 체제인 북한에서 조선로동당 규약에 포함되어 있던 이 내용은 '북한이 여전히 적화통일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며 의기양양하게 내세우는 반공주의자들의 근거로 쓰여 왔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이미 지난 2021년 제7차 당대회에서 삭제되었고[각주:2], 이어 2023년 12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는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등 대남부서들을 모두 정리하기로 결의하였으며, 이에 따라 2024년 1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에서 북한 트위터, 유투브 계정들을 운영하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이 모두 해체되었다. 또한 휴전선을 '남쪽 국경'으로, 대남관계를 모두 외교관계로 두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상정하였다.

사진 위부터: 조선로동당 규악의 '남조선혁명론' 변화 / 북한의 대남기구 폐지와 두 국가론 본격화. 출처: 한겨레 / 연합뉴스

 

'두 국가론'에 대한 찬성 여부를 떠나서, 북한의 이런 노선전환이 국가보안법 문제에 시사하는 점은 명확하다. 국가보안법의 가장 큰 존립근거는 '대한민국 북부의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었는데, 이제 더 이상 북한이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민주혁명' 등으로 '변란'을 시도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한 지금 어째서 국가보안법은 계속 존재하고 있는가. 혹자는 '중국 간첩을 막기 위해' 따위의 논지를 운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국가보안법은 '반국가단체'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법률이기 때문에 이는 기실 넓은 의미의 '간첩'과 큰 상관이 없는 법이다. 지난 2025년 연말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간첩법 개정안은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했다.[각주:3] 이는 국가보안법이 타국의 간첩 문제에 있어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국가보안법의 본질은 '생각'을 처벌하는 법이다. 내가, 혹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조선로동당을 지지하거나 그들의 입장 일부를 지지한다면 우리는 처벌 대상이 된다. 나를 심문했던 수사관들은 "6.15 공동선언에 대해 어찌 생각하냐"고 묻더니, 내가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고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대답하자 "그것은 조선로동당이 연방제통일을 위해 펼치는 화전양면전술의 일부"라며 나의 답을 부정했다. 이런 식이라면 조선로동당이 살인과 방화, 폭력을 배격하는 입장을 견지할 경우 우리는 대량살인과 방화, 폭력을 옹호해야 하는 셈이다. 심지어는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 했다면 처벌대상이 된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우리는 끝없는 자기검열의 그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국가보안법 없는 세상에서, 우리의 세계를 확장하자

2025년 12월 1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 공동발의 기자회견. 출처: 연합뉴스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말미암아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고, 그러한 관계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또한 자기자신을 인식하며 능동적 주체가 된다. 이렇게 인간은 외부세계의 영향을 받고 또 외부세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상호연관적(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인간은 사회를 만들고, 또 사회의 모순을 변혁하며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은 '북한'이라는 타자, 그리고 조선로동당이 내세우는 '주체사상'에 대한 인식과 관계맺는 것 자체를 금지한다. 따라서 우리는 조선로동당의 지도이념인 주체사상에 대해서 그것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 일체의 논쟁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이 있기에 우리의 인식능력 발휘는 그 자체로 제한되고 있고, 이는 우리를 근본적으로 부자유한 주체로, 법질서에 예속된 미성년의 주체로 머무르도록 한다. 그리고 이것은 자유주의를 표방하건, 보수를 표방하건 지배계급들의 사회통제를 용이하게 한다. 이것이 아직까지도 국가보안법 폐지가 지지부진한 이유일 것이다. 지난 2025년은 한반도에서 최초로 자본주의를 넘어서고자 했던 정치조직이자, 국가보안법의 전신인 치안유지법의 희생양이었던 조선공산당 창당으로부터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한반도 변혁운동의 역사와 내일을 논하기 위해 조선로동당의 노선에 대한 공개적 비판과 논쟁은 필수적이다. 그 또한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역사를 고찰하지 않고 미래를 논할 수는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하는 진보정치의 현재와 미래를 고민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서야 한다. 사회의 모순을 인식하고 그것을 변혁하고자 한다면, 지금 여기를 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진정 자유롭게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면, 국가보안법과 한 하늘을 이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 모두 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적극적으로 떨쳐나서자.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당신이 평양냉면을 좋아한다면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에 함께해야 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권용석

대학원생, 오래되었고 아름답고,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을 좋아한다.

예술은 인간에게 영향을 주고, 예술이 촉발한 인간의 행동은 사회적인 영향력이 된다.

이러한 예술, 특히 문학과 사회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지금은 객관적 정세가 최후의 결단을 요구할 때까지 힘을 기르고 자유롭고자 하고 있다.


각주

  1. 경향신문, '리트윗 보안법' https://weekly.khan.co.kr/article/201201171614201 [본문으로]
  2. 한겨레, [단독] 북, 76년 지켜온 '남한 혁명통일론' 사실상 폐기 https://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997464.html [본문으로]
  3. 세계일보, '간첩법 개정안' 헌정사 첫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 https://www.segye.com/newsView/2025120352027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