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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 편집국/편집장의 말

편집장의 말: '두 개의 진보정치'

by Domoleft 2026. 9. 3.

편집장의 말 (2026년 9월호)

'두 개의 진보정치'


 

웹진 《도모》 2026년 9월호를 발간하는 지금, 모든 언론의 정치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이슈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하 용혜인)의 이재명 정부 성평등가족부 장관직 지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에 두 차례나 승선하여 '비례 재선'으로 의원직을 수행 중인 용혜인이 청문회를 통과하고 성평등가족부 장관에 임명된다면 위성정당 출신의 첫 번째 장관, 그리고 국민의정부 당시 DJP 연합 이후 첫 번째의 소위 '연립정부'가 동시에 탄생하게 된다(물론 '이재명과 함께, 민생개혁 쇄빙선'을 단일 슬로건으로 하여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 과연 여당과 '별개의'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적잖은 논쟁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먼저 명백히 할 것이 있다.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한다면 용혜인에 대해 가해지는 전방위적 비판 중에서 '틀린 것'을 제대로 골라내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비롯한 우익 세력은 벌써부터 용혜인의 과거 이력을 바탕으로 색깔론 몰이에 열중이다. 얼마 전 개혁신당 대표직을 사퇴한 이준석 의원은 2016년 정의당 페미니즘 논쟁 당시 당원게시판에 올라온 '차라리 종북을 하라'는 댓글을 끌어오며 용혜인을 '꼴페미'로 지칭했다. 비단 이준석만이 아니더라도 용혜인이 여성·소수자 의제에 대해 과거 밝혔던 입장들을 끌어오며 그를 조롱하는 여론은 이미 파다한 상황이다.

 

실제로 원내에서 얼마나 그러한 실천을 해왔는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기본소득당은 스스로 '진보정당'임을 표방하는 정당이며 이들이 의제적으로 페미니즘, 동성혼 법제화, 또는 사회적 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상한 일도, 틀린 일도 아니다. 그렇기에 단지 오늘날 이재명 정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는 가장 큰 세력이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용혜인이 낙마해야 하는 이유가 그가 '꼴페미이기 때문'이 되어 버리는 일련의 경향성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 색깔론적 프레임의 강화와 재생산은 우리 사회의 진보를 위해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이 낙마해야만 하는 진짜 이유를 가리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가장 왼편의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극도로 권위주의적인 '언더조직'을 유지하다가, 어느 시점 과거의 자신들이 비판하던 모든 정치적 작태를 그대로 수행하는 것. 그렇게 배출한 의원직을 통해 민주당 주류의 행동대장으로 활약하며, 진보정치가 제기해야 할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을 제시하지 않으면서(혹은 종종 립서비스로만 제시하면서) 오직 여당 지지층에서 쌓은 호감도와 이미지만을 통해 장관직을 얻어내는 것. 단 한 명의 유권자로부터도 총선에서 직접 선택받지 않은 정당이 이제는 '책임지는 정당정치'를 운운하며 장관 지명 시에도 사퇴 없이 원내정당으로 남겠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것. 이것이 2026년 오늘날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첫 번째 '진보정치'의 모습이다.


용혜인의 장관 후보자 지명 바로 전날인 8월 29일, 정의당은 제9기 전국동시당직선거를 마치고 새로운 당대표를 선출했다. 공공연맹 위원장·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등을 지낸 양경규 정의당 신임 대표는 2020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경선에서 10번을 받아 원내입성에 실패했지만, 2024년 1월 류호정 전 의원의 탈당 이후 의원직을 승계받아 마지막 4개월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정의당의 지지율 하락 속 위성정당 참여 압박이 당내외적으로 거세지고 있던 때, 양경규 의원은 장혜영 의원 등과 함께 독자적 진보정당의 가치를 지키고 위성정당행을 막아내는 선봉에 섰다.

 

22대 총선 패배와 정의당의 원외 이탈이 확정된 후, 양경규 당시 의원은 의사당에서의 마지막 5분 발언을 통해 "정의당, 반드시 23대 국회 단상에 서겠습니다"란 다짐을 남겼다. 그리고 혹한의 2년, '새로운 진보정당, 승리하는 진보정치'를 약속하며 돌아온 양경규 대표의 취임 이후 첫 번째 행보는 '위성정당 정치에 면죄부를 주는 용혜인의 지명을 철회하라'는 일갈이었다. 그 누구의 선택을 받지 않고서도 8년 간의 임기를 온전히 보장받고자 하는 용혜인. 4개월짜리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67세의 노구를 이끌고 돌아온 양경규. 이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두 개의 진보정치'다.

 

'독자성'이 곧 '더 나은 진보정치'임을 그 자체로 담보할 수는 없다. 양경규 대표의 새로운 정의당호, 그리고 독자적 진보정치 세력 앞에 놓인 과제는 여전히 많다. 도대체 무엇이 새로운 진보정당일지, 어떻게 그 길로 갈 수 있을지를 대중 앞에 명확히 규명해야만 한다. 하지만 최소한 이 배의 항로에 위성정당을 통한 원내입성이라는 좌표가 없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왜일까? 단언컨대 결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다. '과정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얻느냐와 진보정치의 과제를 얼마나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이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는 10월은 웹진 도모가 발간 2주년을 맞는 달이다. 2주년을 맞아 도모는 매체의 규모를 감안할 때 작지 않은 개편을 추진 중이다. 우선 티스토리 기반의 플랫폼에서 자체 사이트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매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CMS를 통한 정기후원 역시 도입 예정이다. 이에 앞서 8월호부터는 도모 자체 인스타그램 계정(http://www.instagram.com/domo_left/)을 개설하였으며 이번 호부터는 이 계정에 도모의 주요 기사들을 요약하여 이미지와 함께 정리한 카드뉴스 등을 업로드할 예정이다. 이 모든 개편 사항은 2주년 특집호로 발간될 2026년 10월호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도모의 첫 발간으로부터 2주년이라는 말은, 필자 개인으로서는 곧 편집장을 맡은 지 2년이 지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제 글을 모으고 편집하며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작업이 어느덧 루틴화될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양적·질적으로 적잖은 발전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군소 온라인 매체로서의 성격, 위상, 상태에 대한 내부적 고민들은 여전하다. 편집장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점차 커지는 시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 매체가 존재론적으로 유효한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독자적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입장에 입각한, 정파적이면서도 현장적인 대안 미디어'를 지향했던 그 목표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 필요성과 고민이 더욱 발전되어나갈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왜 '두 개의 진보정치' 중 '독자적 진보정치'가 지금 우리 시대의 유일한 해법인지를 더 설득력 있게 많은 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드리며, 1년 11개월차 편집장의 말을 마친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