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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 편집국/편집장의 말

편집장의 말: 특별한 지역들의 시대

by Domoleft 2026. 3. 4.

편집장의 말 (2026년 3월호)

특별한 지역들의 시대


 

바로 위에 올라와 있는 《도모》 2026년 3월호의 표지를 제작하면서(놀랍게도 도모의 표지 디자인, 웹 디자인, 뉴스레터 디자인 등 모든 디자인 관련 업무는 편집장인 제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능력을 보태 주실 디자이너 분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조금 놀랐던 점은 한국(남한) 국토의 절반 이상이 이미 "특별해졌다"는, 혹은 "특별해질 예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였습니다.

 

이번 호 표지에 들어간 한국 전도에서 하얗게 채워진 광역시도는 이미 이름에 '특별'이 들어가 있거나, 가시적인 '특별법'이 발의되어 곧 특별해질 지역들입니다. 전국의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도,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인천광역시, 충청북도 6곳을 제외한 11곳, 면적으로 따지면 국토의 2/3 가량이 이미 '특별하다'는 수식어를 붙였거나 붙일 예정에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소위 '특별해진 대한민국'에 대한 수많은 비판과 비아냥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걸 아실 것이기에, 거기에 하나의 비꼼을 더 얹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궁금한 건 있습니다. 왜 이 나라의 모든 곳은 그렇게 특별해지고자 할까요?

 

두 가지 정도의 정답을 스스로 생각해 봤습니다. 하나는 한국에서 정말 특별한 유일한 도시인 서울이 갖는 특별함이 너무 커서 누구든 그만큼의 특별함을 갖고 싶기 때문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그만큼 서울이 아닌 스스로의 지역이 전혀 특별하지 않음을 - 그리고 특별해질 수도 없다는 사실을 -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일종의 정명(正名) 운동을 자처하면서 이름을 바꾸면 특별해질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요. 적어 놓고 나니 사실 이 둘은 별개의 두 가지가 아니라 같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전국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행정통합특별법은 생각보다는 순탄치 않게, 그러나 또 생각보다는 더 빠르게 처리되어 가고 있습니다. 2월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3군데의 지역통합 법안(전남-광주, 대구-경북, 충남-대전) 중 전남광주특별법은 통과되었지만 대구경북특별법과 충남대전특별법은 논쟁 속에 통과가 미뤄졌습니다. 졸속으로 처리되는 법안에 대해 논쟁을 가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논쟁'이 단지 양당의 정략적 논쟁일 뿐, 이 법들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는 논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입안된 세 법들의 내용에는 양적 차이와 발의주체의 차이만 있을 뿐 질적 차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소위 '지역 투자 활성화로 지역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모든 규제를 해체하고 지역을 노동권의, 평등권의, 기후위기 대응의 예외지로 만드는 자본의 전략은 이미 하루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경제자유구역, 외국인 영리병원과 국제학교는 이미 한국 내의 작은 '자본의 해방구'가 되어 왔습니다. 지역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은 곧 그나마 법으로 규제되어 온 자본의 영토들을 광역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살아가는 터전을 지키고 싶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한 줄기 희망을 거는 지역민들의 마음은 분명히 오늘날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이 받아안아야 할 무언가이지만,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썩은 동아줄에 다름없는가를 단 한 문장으로라도 더 폭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모 3월호는 지역통합 특별호로 구성했습니다. 대구-경북과 충남-대전에서 졸속 통합에 맞선 투쟁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말, 강원특별법으로 이미 진즉 '특별'해졌던 강원도의 이야기, 앞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서울-김포 행정통합을 통렬히 비판하는 김포시민의 이야기 등을 통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특별함'의 위선을 꼬집고자 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봉쇄조항 폐지가 가져올 결과를 분석하며 지방의회선거에서의 봉쇄조항 폐지 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합니다. 주제와는 살짝 다른 이야기이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세계를 뒤흔드는 신제국주의에 의해 봉쇄된 쿠바와 가자에 닿기 위한 국제적 연대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모든 것이 특별하다는 것은 곧 그 어떤 것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특별한' 지역도 없는 한국을 상상해 봅니다. '특별'이라는 말이 사라진 한국 지도 속에서, 그 때가 된다면 비로소 모든 지역이 고유의 특별성을 정말로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불어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더욱 능동적인 대응을 기대하고 싶습니다. 비판에 머물지 않고, "그렇다면 너희의 지역에 대한 대안은 무언데?"라는 질문에 조금 더 명확한 언어로 답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한국을 휩쓰는 이 특별함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도모는 다음 호에도 좋은 기사로 여러분을 찾아뵙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