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의 말: '방 바꾸기'의 역설을 넘어서려면

편집국의 말 (2025년 12월호)

'방 바꾸기'의 역설을 넘어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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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총괄하는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습니다. 영어영역 난이도 조정 실패로 인한 혼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겁니다. 이번 사퇴는 무려 9번째 평가원장 중도 사퇴였는데요, 그만큼 한국인들의 수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 동시에 한국 교육의 초점이 수능으로 대표되는 입시제도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학교 밖 청소년이나 실업계 청소년과 같이 대입 시스템 밖에 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이번 <도모> 12월호에는 이러한 한국 교육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는 글 세 편이 실렸습니다. 먼저 올해 반수를 치른 김나은 활동가의 수능 및 입시 후기가 있는데요, 한국 입시교육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줄세우기 경쟁에 매몰된 한국 교육의 현실에 대해 되돌아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최근 국민의힘이 장악한 서울시의회가 사교육 업계와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학원 심야교습 연정조례에 대해 청소년 당사자인 장효주님과 학원 강사노동자로 근무했던 에스텔님이 각각의 관점에서 비판한 두 글을 함께 읽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내란수괴는 탄핵당하고 정권교체도 이루어졌지만, '계몽령'과 '윤어게인'을 외치는 내란잔당은 여의도와 길거리, 온라인에서 목소리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권력과 자본에 취해 다수 시민들 위에 군림하며 횡포를 일삼는 '일상의 내란', '우리 안의 윤석열'의 청산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이에 대해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사측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는 이랜드 노동자들과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채윤(활동명 플룻)님과 김다은님의 글을 추천드립니다. 광장과 일터 모두에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금속노조의 첫 번째 청년 부위원장으로 얼마 전 당선된 이태현님의 인터뷰도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이외에도 이번 <도모> 12월호에는 다양한 기사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 그러나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요? 이도영 편집위원의 글은 핵잠수함의 무효성부터 동아시아 군사화의 위험성까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합니다. 해외 진보정치 사례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 정부와 노르웨이 노동당 정부에 대한 글들을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씨네도모에는 <주토피아2>를 통해 미국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보는 최상희 회원의 글이 실렸습니다. 김복동 편집위원의 문제의 오세훈 한강버스 탑승기 등도 현재 한국사회의 위치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데에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김수영 시인이 4.19 혁명의 좌절을 바라보며 쓴 시 <그 방을 생각하며>의 유명한 첫 문장입니다. 계엄 1주기에 이 문장을 다시 되돌아봅니다. 우리의 '내란청산'과 '사회대개혁'이 또 하나의 '방 바꾸기'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주류 정치의 문법에 온전히 담겨지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대안적인 정치언어로 바꾸는 일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도모>는 오는 2026년에도 그 역할을 이어나가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모두들 내년의 다양한 현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도모> 2026년 1월호는 1월 5일(월) 발간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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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 전 회장, 전환 국제연대팀장.

동국대학교와 고양시, 대학원생노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넓고 멀리 보는 이론과 구체적인 공간에서의 실천을 겸비한 운동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