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회계법인이라는 '황금옥좌', 회계 노동자들과 '미지정 회계사'들을 제물 삼다
2025년 공인회계사 시험(CPA)의 합격 인원은 1,200명. 이 중 절반 이상이 취직에 실패하고 있지만, 정작 회계법인의 회계사들은 과로와 착취에 시달린다. 닫힌 문에 절망하는 사람들과 문 안에서 절망하는 사람들, 노동자와 예비노동자들을 모두 제물 삼는 '황금옥좌' 회계법인을 현직 회계사로 일하는 필자가 고발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혹시 '황금옥좌'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유명 TRPG(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워해머 40k'에 등장하는 장치인 황금옥좌는, 겉으로는 인류의 영광을 상징하지만 속으로는 그 유지를 위해 매일 수천 명을 희생시켜야 하는 끔찍한 장치다. '인류 문명을 존속시킨다'는 대의명분 아래, 정작 그 문명의 구성원들에게 톱니바퀴를 돌리는 소모품으로 전락해 타 죽어가도록 등 떠미는 이 황금옥좌는 지극히 종말론적인 워해머 40k의 세계관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설정이다.
"황금옥좌의 종말이 다가왔다"고 하면 아마도 워해머 세계관의 수많은 팬들은 눈을 빛낼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TRPG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회계법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회계사 시험에 붙은 많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회계법인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정작 회계법인에 들어온 회계사들은 부족한 인력에 과로가 일상이다. 미지정 회계사들이 연일 금융위원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시기, 주요 회계법인 중 하나인 삼정KPMG에서는 연달아 두 명의 회계사가 과로사했고 노동부차관의 지시로 노동부에서 직접 근로감독을 나오기도 했다.1
회계법인은 가히 'K-황금옥좌'와 다름없다. 겉으로는 대한민국 경제와 회계 업계의 번영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 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 수천 명은 매일 과로에 시달린다.2 회계법인은 AI를 핑계로 시장의 문을 닫았지만, 정작 닫힌 문의 뒤편에는 과로와 착취가 가득하다. 그 문 뒤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오늘 나는 'K-황금옥좌'의 실상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회계사 수요 감소의 실상
최근 금융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는 전례없는 풍경이 펼쳐졌다. 수 년간 공부한 끝에 공인회계사 시험에 최종 합격하고도, 정작 받아주는 법인이 없어 실업자가 된 이른바 '미지정 회계사'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3 2025년 CPA(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인원은 1,200명. '역대급' 선발 인원을 뽑았지만 정작 회계법인들이 신규 채용에 극도로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시험에 합격해도 절반 정도밖에 취직을 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펼쳐졌다.4

"나라가 뽑아 놨으면서 시장은 외면한다"며 미지정 회계사들은 절규한다. 물론 전문직 수요 감소는 비단 회계사 시장만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회계사 시장이 조금 더 '시끄러운' 것은 '실무 수습'이라는 독특한 제도 때문이다. 보통 6개월이 기한인 다른 전문직 직종들의 수습기간과는 달리, 회계사는 지정된 기관(주로 회계법인)에서 2년 이상의 실무 수습을 마쳐야만 '등록 회계사'가 되어 감사보고서에 서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게 된다. 즉 시험 합격은 회계사 수험생에게 미래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 일종의 '티켓팅 성공'에 해당하는데, 취직을 못해 수습처를 구하지 못하면 법적으로 회계사라고 불릴 수조차 없는 기괴한 신분이 되는 것이다.
한편 AI 시대의 도래는 회계 업계의 채용 거부를 부채질하고 있다. 회계법인에서 AI는 단순히 업무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스태프 회계사(회계법인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주니어급 회계사)의 자리를 지워 버리는 '역구조조정'의 명분으로 군림한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내 4대 회계법인 관계자는 "주니어 3명이 8시간 걸릴 일을 AI가 1시간 만에 끝나"니 스태프 회계사를 뽑을 필요성이 줄었다고 주장한다.5 단순한 업무보조를 넘어, 과거 신입 회계사들이 실무를 익히며 거쳐 왔던 '도제식 수련'의 과정 자체가 통째로 AI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신입 회계사들은 기초적인 데이터 추출, 전표 검증, 정형화된 조서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회계의 흐름을 몸소 익혔다. 그러나 이제 법인들은 이러한 '저부가가치 노동'에 더 이상 사람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시야를 넓혀서, 거시경제 환경의 악화는 회계법인의 핵심 수익 모델인 재무 자문(Deal)과 컨설팅 시장을 직격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자본 시장이 경색되면서 기업들의 신규 투자, M&A, IPO 수요는 급감했다. 한때 수많은 신입 회계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재무 자문 본부들은 이제 신규 채용은커녕 기존 인력조차 유휴인력으로 남을까 봐 전전긍긍하는 처지에 놓였다. 경기가 불황일 때 기업들이 가장 먼저 줄이는 비용은 외부 컨설팅과 자문료이기 때문이다. 일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법인들이 택한 생존 전략은 '조직 슬림화'다. 회계법인은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신입을 뽑아 가르치는 '미래 투자'를 포기하고, 당장 현장에 투입해 단가를 뽑아낼 수 있는 소수의 경력직 위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2019년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포함된 신 외부감사법이 도입될 당시, 정부는 감사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인다는 명분 하에 회계사 선발 인원을 매년 파격적으로 늘렸다. 강화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시장에 필요한 회계사 공급을 늘리는 것은 당시로서는 타당한 산식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기업 규제 완화'와 '시장 자율'을 내세우며 주기적 지정제의 대상을 축소하고 제도를 후퇴시키는 등 정책적 방향을 급선회했다. 제도적 수요를 창출하겠다며 공급(합격자 수)을 잔뜩 늘려 놓고는, 정작 그 수요의 근거가 되는 제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정책을 통해 수요를 꺾어 버렸으면서 이미 과잉 상태인 선발 인원은 줄이지 않은 채 시장에 쏟아냈던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전문직 수급 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회계법인 내 과로의 실상
일감이 줄어서 신규 채용이 줄었다면, 기존 노동자들의 일 역시도 줄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한국의 회계법인에서는 만성적 과로로 여전히 사람이 죽어나간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핵심은 실제 투입된 노동 시간과 시스템에 기록되는 '타임리포트' 사이의 괴리에 있다. 회계법인에서는 특정 기간 동안 초과근무를 할 시 보상휴가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리프레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6 그러나 연장근로를 사실보다 적게 씀으로 인해 '그림자 노동'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얻은 보상휴가 역시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노동부의 익명 설문조사에 응한 한 회계법인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회계법인이 프로젝트 수익성을 관리하고 개인의 업무 효율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투입 시간을 엄격히 통제하다 보니 실무자들은 인사고과에서의 불이익을 피하고자 실제 노동시간보다 적게 입력하는 관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더해 상해로 인한 병가를 써야 함에도 보상휴가를 대신 쓰게 하거나, 기한 내 미처 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현금으로 보상하는 일을 막기 위해 보상휴가를 쓰고서도 출근하는 일 역시 벌어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임신한 여성노동자에 대해서도 심각한 노동권 침해가 포착된다. 근로기준법상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의 연장근로는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회계법인에서는 연장근로 없이 완수가 불가능한 수준의 업무가 부과된다. 앞서 언급한 노동부의 익명 설문조사에서도 마치 이런 점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임산부가 야간근로 등에 노출된 사례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 담겼으며, 실제로도 그런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즉 법에 의해 타임리포트에 연장근로를 쓰지 못하게 됨에 따라, 일은 일대로 하고 연장근로에 대한 보상은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회사에 차라리 임신사실을 밝히지 아니하고 연장근로를 하는 회계사의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또한 회계법인이 운용하는 포괄임금제가 실질적인 노동규제 회피 수단으로 작용하는 점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노동부 당국이 파악한 조사 실태에 의하면, 포괄임금제의 취지대로라면 업무 수행 방식의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실제로는 상급자의 세밀한 지시와 수시 보고, 강제 대기 등 실질적 통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연말연초의 감사 성수기에는 마치 윤석열의 발언이 떠오르게 하는 '주 120시간 노동'이 현실로 다가온다. 즉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과로사한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법적 안전망조차 작동하지 않는 왜곡된 조직문화의 피해자인 것이다.

회계 현장에서 체감하는 AI는 경영진의 홍보 문구와는 달리 실상 회계사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최근 대형 회계법인의 내부에서는 이른바 'AI 워싱'이라 불리는 괴이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경영진은 AI가 도입되었으니 업무 단가를 절반으로 깎고 프로젝트 일정도 절반으로 단축하라고 압박한다. "AI를 활용해 효율을 2배로 높이라"는 지시는 실무진에게 있어 "잠을 줄여서라도 2배의 일을 해내라"는 명령과 다름없다.
이 과정에서 실무진은 자신들의 밤샘 노동으로 채운 결과물을 경영진에게 보고하며 "AI를 통해 효율을 개선했다"는 거짓 공을 돌린다. 성과 평가 지표에 'AI 활용도'가 포함되어 있다 보니, 인사고과를 잘 받기 위해 실제로는 수작업으로 마친 일을 AI의 성과로 포장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에나 있었던 실적 부풀리기와 다를 바 없는 형태이며, 내부적으로는 실무 회계사들의 극심한 불만을 야기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7 현장의 회계사들은 AI로 인한 유의미한 업무 시간 단축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을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AI는 앞서 언급한 스태프 회계사의 채용을 줄이는 구실로 쓰이는 동시에, 매니저급 회계사들에게는 전례 없는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미지정 회계사'와 과로, 동전의 양면
앞서 언급한 이른바 '미지정 회계사' 사태와 회계사 과로 문제는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재무제표상 회계법인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50%보다 낮은 곳은 없었으며, '리딩 펌(해당 분야의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의 경우에는 72%에 이르렀다.8 타 업계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대표적인 제조업 기업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2% 가량이며, 업계 톱 IT 기업들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17% 수준이었다. 9 이는 회계법인이 상당히 노동집약적 사업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런 노동집약적 구조에도 불구하고 회계법인에게는 인건비를 더 줄이고 싶을 요인이 존재한다. 회계법인의 특성상 파트너 회계사(회계법인의 최고위 회계사들)는 임원과 주주를 합쳐 놓은 존재다. 회계법인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을 매년 배당하기 위해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10 인건비를 줄인다면 파트너들이 받는 배당의 액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인건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실적을 높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의 AI 시대 도래는 신입 회계사를 줄여 인건비 상승 유인을 억제하기에 가장 제격인 핑계다.
이는 결국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파트너에게 이익에 대한 유인(혹은 압박)이 있으면 그 아래의 인원들은 업무량이 증가하고, 참다 못한 인원들은 퇴사를 택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AI 워싱과 거시경제환경의 악화는 신입을 더 뽑지 않는 현상을 만들어낸다. 남은 인력은 부담이 가중되고, 실적을 위해 저가 수임 경쟁이 이어지며, 이는 앞서 말한 대로 파트너의 이익에 대한 유인(압박)이 더욱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2년의 수습기간 같은 회계사 고유의 특성을 제외한다면, 이런 구조적 문제는 회계법인이 아닌 법무법인 등 다른 전문직 법인 역시 마찬가지다. 파트너가 임원 및 주주를 겸하는 구조는 같으며, AI 워싱에 고통받는 것도 똑같고, 극단적인 노동시간을 투입하는 문화 역시 똑같기 때문이다. 결국 전문직이라는 '황금옥좌'를 유지하는 동력은 신입 및 중간관리자급 전문직에 대한 착취에 다름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의 문제에 생각보다 더 관심이 없다. 노회찬 전 정의당 원내대표는 민주노동당 의원이던 2005년 조종사 파업을 '귀족노조' 프레임으로 고착화하려는 참여정부와 사측의 태도를 비판하며, 연봉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노동권과 건강권을 침해당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발언했다.11 그러나 이로부터 21년이 지난 오늘날, 전문직 과로 문제를 보는 시선은 '돈 많이 받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에서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전문직'에서 '전문직 노동자'로

타임리포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실제 근로시간을 은폐하는 것은 시스템적 폭력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 기록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외부에서 감독할 수 있는 체계의 의무화가 시급하다. 앞서 말한 대로 고액 연봉이 노동권 박탈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면, 전문직 역시 근로기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한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는 '그림자 노동'을 완전히 걷어내고, 초과 근무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혹은 강제적 휴무가 주어져야 한다.
회계법인의 이익 배분 구조 역시 반드시 개혁되어야 한다. 하부 조직의 영혼을 태워 상부의 파트너 회계사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지금의 구조는 전형적인 상후하박의 형태다. 법인이 벌어들인 유보금이 파트너들의 배당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기금 적립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업무 환경 개선에 힘쓸 수 있게 해야 한다. 실제로 회계법인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상황에 대비해 매출액의 일부를 법령에 따라 각종 기금 등에 적립해 두고 있다. 이처럼, 업무환경 개선 자체를 위한 기금 적립을 강제하는 등 착취적 이익 배분 구조를 개혁할 방법은 많다.
마지막으로, 기술을 착취의 명분으로 삼는 'AI 워싱'을 멈추고 업무의 본질을 재정의해야 한다. 지금의 AI는 신입 회계사의 채용을 막는 바리케이드이면서 동시에 실무진의 업무 강도를 높이는 채찍이다. 실체 없는 '기술 혁신'의 환상을 앞세워 현장의 실질적인 노동을 기만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실무진에게 불가능한 일정을 강요하고, 그 물리적 한계를 개인의 희생과 밤샘으로 메우게 만드는 것은 기술의 진보를 면피로 두른 착취의 재생산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조직해내고자 하는 회계 노동자들의 의지일 것이다. 지난 2018년, 회계업계의 리딩 펌인 삼일회계법인에서는 업계 최초로 회계사들의 노동조합인 'S-Union'이 설립된 바 있다.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의 가맹 단위로 발족했던 S-Union은, 그러나 야심차게 설립된 지 불과 3년만인 2021년 9월 해산되었다.12

사측의 탄압이나 억압보다는, '실명 활동이 꺼려진다', 그리고 '노조 경력이 커리어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회계사들의 인식이 노조의 존속을 어렵게 했다. S-Union의 위원장이 한국공인회계사회 산하 청년공인회계사회의 회장이 되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그만둔 것은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해프닝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이제 정말 회계사들 스스로가 자신의 '노동자성'을 당당히 드러내지 않는다면, 지금 이 비상식적인 구조를 상식으로 바꿔내는 것은 앞으로도 어려울지 모른다.
금융위원회 앞에 선 미지정 회계사들, 그리고 회계법인에서 과로로 쓰러진 회계사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비극의 다른 단면으로 기능한다. 한 쪽은 문이 닫혀서 절망하고, 다른 한 쪽은 그 문 안에서 숨이 막혀 절망한다. 화려해 보이는 회계법인은 실상 '전문직이니 감수하라'는 기만을 정당화하며 양쪽의 절망을 감출 뿐이다. 전문직이라는 이름표는 시스템이 저지르는 착취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아니다. 높은 연봉은 생명을 깎아 바치는 대가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이 아니다. 단지 '전문직'만이 아닌 '전문직 노동자'들이 나서, 이 종말적 'K-황금옥좌'를 이제는 정말 끝내야 하는 이유다.
김봉독
공인회계사, 세무사. 현재 모 회계법인의 세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도모》에 어려운 경제 이슈를 풀어쓰는 글을 기고한다. 조세정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지만 여전히 세법은 어렵다.
각주
- 한겨레, 노동부, 30대 회계사 과로사 의혹 회계법인 근로감독 착수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249584.html [본문으로]
- 국세신문, 회계법인은 총 254개, 회계법인 소속 등록회계사 1만6422명 https://in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7380 [본문으로]
- 문화일보, “회계사 합격했는데 3년째 백수” 회계사 500여명 시위… 무슨 일? https://www.munhwa.com/article/11539210 [본문으로]
- “CPA시험 합격해도 절반은 ‘미지정’ 신분”…”일본, 합격인원 줄자 문제해결” https://www.taxtimes.co.kr/news/article.html?no=272255 [본문으로]
- AI발 역구조조정…청년 일자리 뺏고 중장년 일자리 는다 [AI발 지각변동]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87649 [본문으로]
- 이투데이, 회계사 신풍속도 “한 달 휴가 가요” https://www.etoday.co.kr/news/view/1771301 [본문으로]
- 블라인드, 현직자가 본 신입 회계사 미지정 사태 (장문) https://www.teamblind.com/kr/post/%ED%8E%8C-%ED%98%84%EC%A7%81%EC%9E%90%EA%B0%80-%EB%B3%B8-%EC%8B%A0%EC%9E%85-%ED%9A%8C%EA%B3%84%EC%82%AC-%EB%AF%B8%EC%A7%80%EC%A0%95-%EC%82%AC%ED%83%9C-%EC%9E%A5%EB%AC%B8-i16mkgy2) [본문으로]
- 2025년 재무제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 DART(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4년 기준 재무제표상 숫자를 활용했다 [본문으로]
- 지난달 DART에 공시된 재무제표를 참조했다 [본문으로]
- 실제로 회계법인 재무제표를 보면 가지고 있는 유형자산은 집기비품 등이고, 부동산이나 기타 비유동자산은 없는 것에 가까운 수준이다. [본문으로]
- 뉴스와이어, 민주노동당-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등 노동계 파업과 관련하여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66554 [본문으로]
- 조선비즈, 48년 만에 생겼는데… 3년 만에 사라진 회계업계 최초 노동조합, 이유는 https://biz.chosun.com/stock/market_trend/2025/02/21/2SDP3C3RP5FSDM2EWXTH37DF3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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