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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2026년 네팔 총선: 체제와 함께 몰락한 좌파

by Domoleft 2026. 3. 24.

[국제] 2026년 네팔 총선: 체제와 함께 몰락한 좌파

작년 Z세대 주도의 반정부 시위로 불타올랐던 네팔에서는 얼마 전 총선이 치러졌다. 기성 정당의 몰락과 신흥 반부패 정당의 약진 속에, 공화국 체제를 주도해 온 공산당들의 기반 역시 크게 약화되었다. 이들의 몰락은 무엇을 시사하는가? 네팔 좌파는 다시 약진할 수 있을까?


기성 정치의 처참한 몰락

2026년 3월 5일 치러진 네팔 총선은 선거 전부터 그 결과가 예정되어 있었다. 지난 2025년 9월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정부의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른바 'Z세대 시위'는 곧바로 부패·실업·불평등·기성정치 전반에 대한 분노로 확장됐고, 이 과정에서 77명이 숨졌다. 시위의 결과로서, 또한 그 여파 속에 치러진 총선은 모든 기성 정당들에게 참패를 안겼다.

 

전 수도 카트만두 시장이자 래퍼로서 이번 시위의 상징적 구심점이 된 발렌드라 샤(Balendra "Balen" Shah, 이하 발렌 샤)가 입당한 국민독립당(RSP)은 하원 275석 가운데 182석(지역구 125석, 비례 57석)을 얻어 압승했다. 반면 기존 연립여당이었던 네팔회의(NC)와 통합 마르크스주의 공산당(CPN-UML)은 각각 38석과 25석, 20년 전 왕정 폐지 혁명의 주역이었으며 이후 3회 총리를 역임한 '프라찬다(Prachanda, '독종'이라는 뜻)' 푸쉬파 카말 다할이 이끈 네팔 공산당(NCP, 구 마오주의 센터 공산당)은 17석에 그쳤다. 투표율도 약 60%로 199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네팔 총선 결과는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기성정치 전체에 대한 불신이 제도정치 안에서 폭발한 사건이었다.

위부터: 2026년 네팔 총선 결과 / 투표 중인 프라찬다 /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발렌 샤. 출처: 위키피디아 / Ratopati www.ratopati.com / CNN(로이터)

 

한국을 포함한 서구의 주류 언론 일각에서는 네팔의 전 연립여당이 '통합 마르크스주의 공산당'이었고, 주요 야당이 '공산당(마오주의 센터)'였다는 것을 강조하며 '좌파의 부패에 대한 심판'으로 선거의 의의를 설명하곤 한다. 그러나 좌파 정당들의 실정이 실존했을지언정, 이 선거의 의의를 '좌파 심판'으로만 축소하는 것은 초점의 붕괴를 야기한다. 실제로 무너진 것은 두 주요 공산당만이 아니었다. 왕정 이후 공산당들과 번갈아 네팔을 통치해 온 네팔회의는 51석을 상실했고, 체제의 위기 속에 구체제로의 회귀와 왕정복고를 외쳐 온 왕당파 정당 국민민주당(RPP)도 고작 5석만을 얻으며 함께 붕괴했다. 즉 이번 선거는 좌우 이념 대결의 결과라기보다 기성 엘리트 질서 전체의 파산이었다. RSP가 승리한 이유도 보수적 우회전이 아니라 새로운 얼굴과 반부패·일자리·행정개혁을 내세우며 '새로운 반체제'의 상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결과가 이유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돌풍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 직전부터 네팔 사회의 전반적 정서는 '누가 더 훌륭한 이념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이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질서를 끝낼 수 있느냐'로 옮겨가 있었다. RSP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반부패, 청년 일자리, 공공서비스 개선, 행정 정상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을 '새로운 반체제'에 위치시켰고, 이 프레임 속에 기존 정치질서를 대표하는 네팔회의와 공산당 계열은 모두 '이미 기회를 가졌지만 실패한 세력'으로 묶여 버렸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RSP의 얼굴인 발렌 샤가 올리 총리와 맞붙은 자파 5 지역구의 사례다. 발렌 샤는 '부패 척결의 상징'으로 구체제의 대표자인 올리로부터 트리플 스코어 이상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프라찬다는 루쿰 동부 지역구에서 승리해 의원직을 지켰지만, 소속 정당의 대패 속에 본래 자당 의원이 재임하던 텃밭에서 안정적 선거를 치렀다는 비판이 폭넓게 나오고 있다. 즉 이번 선거는 좌우 대결이라기보다 기성 질서 전체 대 새로운 신진세력의 구도로 치러진 선거였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좌측부터: 지역구에서 승리했지만 암담한 표정의 프라찬다 / 지역구 패배 후의 올리 총리. 출처: 인스타그램 24ghantanepal @24ghantanepal


왕정 폐지부터 Z세대 시위까지 – 네팔 공산당, 타락의 20년사

그러나 좌파와 우파가 모두 붕괴했다고 해서 좌파가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이번 총선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네팔 공산당들의 오늘날은 단순히 의회민주주의 아래 집권한 좌파 정권의 정책 실패 정도로 요약하기 어렵다. 이들은 20년 전 봉건주의적 왕정을 끝내고 공화국을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세력이었고, 동시에 공화국 체제에서 가장 빠르게 기성정치로 편입된 세력이기도 했다. 즉 네팔 공산당의 역사는 곧 반체제 세력이 어떻게 건국 세력이 되고, 다시 어떻게 기성 세력으로 전락했는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된다.

 

'공산당이 공산당과 연정해서 공산당에 맞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통할 만큼, 네팔의 의회민주주의에는 '공산당'을 표방하는 수많은 정당들이 있다. 여기에는 역사적 연원이 존재한다. 1990년 네팔의 불완전했던 첫 번째 민주화 이후, 네팔 공산당(CPN)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분열된다. 한 축은 왕정과의 타협으로 의회정치에 참여하게 된 통합 마르크스주의 공산당(CPN-UML)이었고, 다른 한 쪽은 1996년부터 '인민전쟁', 즉 무장투쟁을 본격화한 프라찬다 중심의 마오주의 센터 공산당(CPN(MC))이었다.

 

서로 대립했던 두 흐름이 다시 한 방향으로 수렴한 것은 왕정의 자기파괴 이후였다. 2001년 마약 중독자였던 디펜드라 왕세자가 치정 문제로 부모와 가족들을 총기로 살해한 왕실 학살 사건[각주:1]은 네팔 군주제의 권위를 근본부터 흔들었고, 뒤이어 즉위한 갸넨드라 국왕이 점점 더 전제적·권위주의적인 권력을 휘두르면서 왕정의 정당성은 급속히 무너졌다. 결국 2005년 갸넨드라가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민주정부를 해산하고 국왕 직접 통치를 선포하자 네팔회의를 비롯한 기존 주류 정당들과 마오주의 세력은 2005년 11월 '12개항 이해' 합의를 체결했다.

2006년 11월 포괄적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프라찬다(사진 가운데). 출처: The Kathumandu Times

 

이어진 2006년 혁명은 갸넨드라를 굴복시키고 왕정 종식의 정치적 토대를 만들었다. 그 결과가 2006년 11월의 포괄적 평화협정(Comprehensive Peace Agreement)이었다. 이 협정은 마오주의 인민해방군과 정부군 사이 벌어져 온 1996년부터의 내전을 공식 종료시켰고, 인민해방군을 임시 거점에 수용하며 정부군으로의 재통합·재활을 추진하는 전환 절차를 열었다. 이후 2008년 선거를 거쳐 제헌의회가 출범했고, 마오주의 공산당이 최대 정당으로 도약했다. 이어 2008년 5월 제헌의회가 200년 넘게 지속되어 온 왕정을 폐지하면서 네팔은 공화국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네팔 공산당들은 더 이상 반체제의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낸 '건국 세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여기서 네팔 공산당들의 현재적 모순이 시작되었다. 왕정을 무너뜨린 뒤 이들은 '혁명세력'인 동시에 '국가 운영 세력'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반체제성은 약해지고 통치 책임은 커졌다. 그러나 역사적 정당성이 대중적 신뢰의 지속성을 보장해 주지는 않았다. 제도권에 진입한 공산당 역시 안정적 통치를 이어가지 못했다. 2008년 공화국 출범 이후 네팔은 극심한 정권 불안정에 시달렸고, 1990년 이후 35년 동안 32차례나 정부가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공산당들은 혁명의 주체이자 체제 운영의 당사자가 되면서 점점 '기성 정치' 그 자체로 보이기 시작했다.

 

2018년 CPN-UML과 CPN(MC)는 합당하여 통합 네팔 공산당(Nepal Communist Party, NCP: 현재 마오주의 공산당이 이름을 바꾼 네팔 공산당은 Nepali Communist Party로 영문명칭이 다르다)을 출범했지만, 통합 공산당은 지속적 계파 갈등으로 3년도 되지 않아 다시 쪼개졌다. UNL과 MC뿐 아니라 공산당의 이름을 건 군소 좌파정당들이 난립했고, 연정과 분열, 재결합, 지도부 갈등이 반복되면서 한때 급진적 변화를 상징하던 공산당들은 점차 낡은 정치구조의 일부처럼 보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중들, 특히 왕정 폐지 시기에 어렸거나 그 이후 태어난 청년층에게 공산당들이 내세우는 혁명 서사는 감동적인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무능을 가리는 오래된 훈장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2018년 네팔 공산당의 통합 전당대회에 참석한 프라찬다(왼쪽)와 올리. 출처: China Daily

 

직전 2022년 총선에서만 해도 좌파 정당들은 총 132석을 확보했고 UML은 78석, CPN(MC)는 32석을 얻었다. 즉 좌파의 정치적 기반 자체는 여전히 강고해 보였다. 하지만 이 시기의 네팔 좌파 정치는 더 이상 변혁의 언어로 기억되지 않았다. 프라찬다는 2022년 말 총리로 복귀했지만 20개월 남짓한 재임 기간 동안 연정 파트너를 세 번이나 바꿨고, 다섯 차례나 불신임 투표를 받아야 했다. 2024년에는 다시 UML의 올리가 총리로 돌아왔고, 이는 공화국 이후 14번째 정부였다. 좌파는 더 이상 '새로운 사회를 만들 세력'이 아니라 '권력 연장을 위해 조합을 바꾸는 세력'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2025년의 Z세대 시위가 터졌다.

 

왕정을 몰아내고 공화정을 세운 세력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몰아낸 왕정과 닮아 갔다. 부패와 무능이 드러났고, 사회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전혀 사회주의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 왔다. 특히 사회운동과 소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들의 우경화는 특히 심각해졌다. 한 예로 2024년 CPN(MC)가 주도하는 프라찬다 정부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시위를 탄압했다. 비마이너 보도[각주:2]에 따르면 네팔 정부는 2024년 3월 26일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을 약속하고 이후 지원 확대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이행 계획을 장애인단체와 논의하여 수립하기로 약속했으나, "연구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이행을 미뤘다. 이에 네팔 장애계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네팔 정부를 규탄하며 단식투쟁과 시위를 시작했다.

 

그러나 네팔 정부는 평화적 시위를 진행하는 참가자들을 폭력으로 진압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강제로 연행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장애인을 휠체어에서 끌어내 발로 차거나 질질 끄는 등 구타를 가했다. 네팔 정부는 3명의 장애인을 시설에 강제로 구금하기도 했다.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을 충분히 돕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수자들의 평화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강제로 시설에 구금하는 것은 민중해방을 외치며 '혁명세력'을 표방하던 공산당이 어디까지 망가졌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SNS 금지 조치는 기폭제였을 뿐, 무너질 이유는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2024년 카트만두의 장애인 시위를 가로막는 네팔 경찰. 출처: The Kathmandu Post


기득권이 된 혁명의 영광

2006년 네팔 혁명은 비록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로 이행하지 않았지만, 동구권 붕괴 이후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정치세력이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은 사실상 유일한 사례다. 네팔 좌파는 혁명 승리를 이끌어낸 만큼 수십 년에 달하는 풍부한 운동사와 조직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긴 역사와 촘촘한 조직망은 대중의 신뢰가 유지될 때만 자산이 된다. 분열과 통합, 재분열, 당권 경쟁과 자리 나눠먹기가 반복되자 네팔 좌파의 긴 역사는 피로감으로 전환되었다. 대중은 더 이상 조직의 연륜을 안정감으로 보지 않고 기득권의 연장으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의 시간은 길었지만 신뢰의 시간이 끊어진 것이다.

 

네팔 좌파는 공화국 수립 이후로도 선거 때마다 불평등 해소, 사회정의, 공공성, 반봉건 민주주의라는 명분을 말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명분과 실제 통치가 연결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대중이 경험한 것은 장기간의 정치 불안정, 반복되는 정부 교체, 정책의 연속성 부재, 경제 부진이었다. 네팔 인구 중 20% 이상이 여전히 절대빈곤선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지만[각주:3] 공산당의 주요 정치인들 사이에서 네팔 체제의 근본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변혁 의지는 사라졌고, 혁명의 기억이 없는 Z세대에게 말로는 여전히 '해방'을 이야기하면서 어떤 삶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의 공산당들은 역사책에서 배운 과거의 왕정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중국과 인도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인 네팔의 정치에서 남은 것은 명백한 '친중' CPN-UML과 (상대적) '친인도' 노선을 취한 CPN(MC) 사이의 외교 노선 갈등이었고, 이는 대중에게 마치 네팔의 자원과 자본을 어느 강대국에 더 많이 넘기느냐의 문제처럼 받아들여졌다. 주요 종교와 일부의 역사를 공유하는 인도의 적극적 개입 시도는 항상 네팔 사회에서 문제가 되어 왔지만, 최근 '일대일로'를 본격화하며 네팔에 대한 자본개입을 강화해 온 중국 역시 이 국제적 착취·수탈 구조에 공모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던 네팔 포카라 국제공항 건설 과정에서 드러난 네팔 정치인 및 관료들의 부패는 곧 친중과 부패가 하나라는 인식의 트리거가 되었다.[각주:4]

2025년 시위에서 불타는 네팔 정부청사. 출처: 위키피디아

 

네팔 공산당은 오랫동안 '우리가 왕정을 끝냈다'는 역사적 권위를 바탕으로 지지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2025~2026년의 청년 유권자들에게 절실한 것은 공화국 건설이라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부정부패와 생활고를 누가 끝낼 수 있느냐였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반부패와 개혁을 내세운 탈이념적 생활 언어였다. 청년층은 '누가 더 급진적인가'보다 '누가 더 덜 썩었는가', '누가 실제로 제도를 고칠 것 같은가'에 반응했다. 공산당들은 부패를 체제의 일부로 설명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정작 자신들이 제도 속에 깊이 들어온 뒤에는 그 부패를 자기 문제로 돌려세우지 못했다. 반면 RSP는 이념적 선명성 대신 도덕적 분노와 행정개혁의 언어를 전면화하며 훨씬 직접적으로 대중과 연결되는 데 성공했다.


네팔의 구조적 불평등, 끝날 수 있는가?

RSP의 압승과 새로운 정부가 내세우는 장밋빛 전망이 시위의 여파를 넘어 일정한 정치적 안정을 불러온 것은 사실로 보인다. 중도·개혁·실용을 표방하는 RSP와 신임 총리가 된 발렌 샤는 네팔의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정말 끝낼 수 있을까? 그러나 여전히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개혁의 상징으로 추켜세워지는 발렌 샤는 카트만두 시장 재임 시기인 2022년부터 이른바 '도시 미관 개선'을 명분으로 카트만두 시내의 노점상들을 강제집행으로 철거하며 탄압해 왔다. 그러나 수도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절대빈곤율이 높은 네팔에서 노점상으로 내몰리는 영세상인들의 문제가 단순한 강제집행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현지 활동가들에 의해서도 지적되고 있다.[각주:5]

 

현재까지 보여진 대로라면, 카트만두의 빈곤층과 '불법' 시설들을 통제하여 '깨끗한 곳으로 만드는' 발렌 샤의 방식은 조란 맘다니나 켄 리빙스턴보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엘살바도르의 부켈레와 같은 '스트롱맨'들과 더욱 유사한 듯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실재하는 불평등 문제에 대한 발렌 샤의 구조적 해결책은 모호하다. 집권당이 된 RSP 역시 2022년 처음 창당된 신생 정당으로, 발렌 샤와 마찬가지로 기성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통해 2022년 총선에서 원내진입에 성공했지만 '헌법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도 동시에 경제적 자유주의와 투자 확대를 당의 강령에 넣는 등 슬로건적 '반부패 실용주의' 외의 이념적 방향성은 명확하지 않다.

2022년 카트만두의 노점을 철거하며 노점상들과 마찰을 빚는 발렌 샤. 출처: Republica myrepublica.nagariknetwork.com

 

발렌 샤의 '개혁'이 네팔을 바꿀 수 있을지는 지켜보아야겠지만, 여전히 두 강대국 사이에 놓인 주변부 국가로서의 뿌리 깊은 모순과 공화국 체제에서도 그대로인 구조적 불평등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은 요원한 듯 하다. 한편 공산주의자들은 참패했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의회 내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혁명의 주인공에서 구체제의 상징으로 전락한 네팔 좌파의 재도약은 가능할 것인가? 이는 정치 기반과 이념적 지향이 약함에도 단숨에 거대 집권당으로 도약한 RSP가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지지율 하락과 당 내 분열의 정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불평등 문제에 대한 구조적이면서도 실용적인 해결책이 다시 갖추어지는지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동백림

혁명과 개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제정세 오타쿠.

현재 시민사회단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도모의 국제면에 정기적으로 글을 연재하는 중이다.


각주

  1. Wikipedia, Nepalese royal massacre https://en.wikipedia.org/wiki/Nepalese_royal_massacre [본문으로]
  2. 비마이너, 아시아 장애계 "장애인 폭력 진압하는 네팔 정부 규탄"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6771 [본문으로]
  3. 연합뉴스, 참을 수 없는 부패와 견디기 힘든 빈곤…네팔 'Z세대' 화났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910087900104 [본문으로]
  4. 연합뉴스, 공항 건설비 1천억 부풀린 네팔 전 장관·공무원 등 55명 기소 https://www.yna.co.kr/view/AKR20251209085600104  [본문으로]
  5. The Kathmandu Post, Calls grow for regulating street vending amid ban and protests https://kathmandupost.com/kathmandu/2023/09/26/calls-grow-for-regulating-street-vending-amid-ban-and-protests#:~:text=The%20issue%20has%20been%20in%20the%20debate,have%20expressed%20solidarity%20with%20the%20street%20vendor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