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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운동

919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마음

by Domoleft 2026. 9. 28.

[사회운동] 919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하는 마음

지난 9월 19일, 서울 도심에서는 5회째를 맞이한 919 기후정의행진이 열렸다. 각자의 소중한 시간과 마음을 모아 기후정의를 외치려 모인 2만여 명의 시민들, 그 중 한 명으로서 919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한 이상혁 정의당 동대문구위원장의 후기를 싣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기후정의행진의 달인 9월이 돌아왔다. 지난 주였던 2026년 9월 19일 경주, 광주, 대구, 대전,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기후정의를 외치는 행진이 진행되었다. 나는 소속 지역인 동대문구 정의당원들과 함께 그 중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수도권 기후정의행진에 결합하였다.

 

최고기온 29도에 달했던 이날, 서울 행진에는 무려 2만여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지난 수년간 당과 사회운동의 일원으로서 다소간의 의무감 속에 행진에 참여해왔던 내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많은 시민들이 소중한 주말 시간을 내어 뙤약볕 속에서 행진을 하도록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 소중한 마음들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앞으로는 어떤 행진을 고민해야 할까? 함께 이 질문들에 대해 고민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당일의 기록과 그에 따른 고민을 나눠보고자 한다.

919 기후정의행진 본집회 전경. 출처: 919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


종이피켓과 함께한 기후정의행진

내게 있어 9월 19일은 참 바쁜 하루였다. 당일 오전, 행진에 참여하기에 앞서 지역 당원들과 함께 이번 기후정의행진의 핵심 요구사항과 내용들을 공유하고 폐박스를 활용하여 피켓을 만드는 시간을 가졌다. 박스로 만든 손피켓은 이제 어느 집회에서든 매우 흔한 풍경이 되었는데, 집회 때마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 손피켓이 기후위기 시대에 적절하지 않다는 고민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박스 피켓의 의의는 단순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데에만 있지 않다. 기존 집회에서는 참여자들이 주최 측에서 정한 몇 가지 구호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었다면, 직접 피켓을 만들면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관성적으로 머릿수를 채우는 집회 참여가 아니라, 피켓을 만드는 과정에서 집회의 목표와 요구를 공유하며 현안에 대한 토론·학습을 촉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다만 이 당원모임을 기획하면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종이피켓은 이제 매우 흔한 풍경이 되었다. 이는 그만큼 우리가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더 많이 인식하게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 자체가 이미 뻔하고 관성적인 기획이 되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지역 당부의 당직자로서는 어떻게 이 활동의 취지를 잘 살리면서도 뻔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매력적인 기획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드는 시간이었다. 이 글을 읽는 다양한 독자 분들께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나눔받고 싶다.

종이박스로 피켓을 만들고 있는 정의당 동대문구위원회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 파병과 메가프로젝트에 맞서자

당원들과 피켓을 만들고 나서는 오전 12시 진행된 기후정의행진 사전집회와 1시부터 열린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특히 기후정의행진에 앞서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에 참석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일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학살, 그리고 미국의 이란 침공까지. 세계는 수많은 전쟁으로 뒤덮였고 이 전쟁은 모두 기후위기를 심화하고 있다. 기후정의를 외치기에 앞서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단순히 시간적으로만 연결된 일정이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직접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주류 정치권에서 '국익'이니, '매국'이니 하는 근거로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또는 찬성)하는 목소리가 난무한 상황에서 이런 목소리는 더더욱 필요하다. 우리가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국익에 반하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수많은 죽음을 낳고 기후위기를 심화하는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이기 때문이다. 지구 모든 곳이 불타고 있는 상황에서 일국의 국익이 과연 파병의, 혹은 파병 반대의 핵심적인 근거가 될 수 있는가.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와 한날한시에 진행된 919 기후정의행진. 우연 혹은 역사의 비극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기후정의가 결코 일국적이거나 독립된 의제가 아니라 반전평화를 포함한 다른 운동과도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오늘날 시대적 과제임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9월 19일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에서 발언하는 양경규 정의당 대표

 

수많은 사전행사를 거쳐 마침내 919 기후정의행진 본집회에 참석했다. 이번 행진의 핵심 구호는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였다. 다양한 세부 요구사항들이 있었지만, 모든 내용들은 크게 '3대 메가프로젝트 중단'이라는 하나의 내용으로 수렴되었다. 그만큼 올해 서울시청 앞에 모인 2만 시민의 중심에는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강력한 반대가 있었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 데이터 센터, 피지컬 AI 등의 산업 분야에 정부와 민간이 합하여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국 각지에 관련 시설 건립을 계획하고, 노동·환경 등 각 분야의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물과 전력을 요구하는 산업군이다. 당연히 현재의 물과 전력 공급망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그렇기에 3대 메가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농촌에서 더 많은 용수를 끌어다 쓰고, 핵 및 석탄화력 발전을 확대하며, 초고압 송전탑을 전국 곳곳에 증설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지역 간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며 '기후환경에너지부'를 신설한들, 이런 3대 메가프로젝트가 시행된다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게다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현 정부는 메가특구에서 노동시간 규제 완화(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 확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 등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메가특구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에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겠다며 잠시 물러서긴 했으나, 언제든 다시 추진할 수 있다. 기후정의에 반할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삶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3대 메가프로젝트는 반도체와 AI라는 첨단산업의 열풍 속 지구와 노동자·농민을 먼저 희생시키는 경항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 세계가 마주한 문제를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정책이다.

919 기후정의행진 중 3대 메가프로젝트 반대 손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 출처: 뉴시스


관성을 넘어, 더 넓은 행진으로 나가자

지난 2022년 처음 시작된 기후정의행진은 올해로 벌써 5회째를 맞았다. 이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에서는 9월이면 자연스레 기후정의행진을 떠올리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행진은 비단 사회운동뿐 아니라 기후위기에 관심 있는 시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대중적 행사가 되었으며, 특히 최근 정기적으로 열리는 집회 중 가장 다양한 스펙트럼의 시민들이 모이는 행사이기도 하다. 퀴어문화축제처럼 소위 말하는 '운동권'뿐 아니라 해당 의제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하나의 행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 919 기후정의행진에서 다소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축제라기보다는 관성화된 '기성 집회'스럽다는 인상이 깊어졌다는 점이다. 다양한 단위들의 개별적 사전집회 이후 본집회에 들어서면 몇 개의 발언과 공연이 오가고, 그 뒤에 각자 배정받은 차량에 따라 행진하고, 다이인(Die-In) 퍼포먼스로 마무리되는 진행은 매년 반복되는 방식이다. 행진 초창기에는 나름대로 신선한 퍼포먼스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의미와는 별개로 신선하다고 하긴 어렵다.

 

물론 다른 집회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와는 구별되는 기후정의행진의 참여자 집단에 대한 고려는 더욱 필요하다. 더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대중적 행사인 만큼 매력적이고 신선한(혹은 소위 '힙한') 기획과 진행방식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집회를 준비하는 인력과 주체들은 한정되어 있는 속에서 이런 기획에 더 많은 인력과 품이 든다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진행되는 연례집회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가한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후정의행진이 단순한 연례행사가 아니라 정말로 간절한 기후위기의 문제,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를 시민들에게 와닿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행사로 거듭나기 위해 이는 반드시 모든 사회운동진영이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중앙 무대 중심으로 집회를 진행하기보다 대오 중간마다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배치하고, 공연이나 퍼포먼스도 대오를 뚫어가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부족하나마 나도 함께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

919 기후정의행진의 다이인(Die-In) 퍼포먼스. 출처: 금속노동자(이진희 선전홍보부장)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한 마음을 모아내자

919 기후정의행진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번 집회에서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했던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제 시작이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메가특구특별법을, 정부는 이미 반쯤 답이 결정된 '사회적 대화'를 알리바이 삼아 밀어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족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내용을 담은 '원자력 공론화 계획'도 이미 발표했고, 동시에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는 더욱 요원해졌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위해 초고압 송전망과 용수 사용 확대로 비수도권 주민을 희생시키는 움직임 역시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했던 그 소중한 마음을 모아서 우리 모두가 각자 서 있는 지역과 현장에서 기후정의를 위한 활동에 돌입해야 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구체화될수록 이에 반대하는 실천적 운동의 필요성 역시 비례하여 커진다. 동시에 그 소중한 마음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기후정의행진을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한 번씩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추기 위한 실천을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919 기후정의행진에 함께한 정의당 동대문구위원회 당원들


 

이상혁

 

정의당 동대문구 지역위원장.

서울 동대문구에서 진보적 지역정치를 꿈꾸는 한낱 미물.

중용, 절제, 겸손한 삶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