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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 일반

사이비 역사와 환단고기: 공론장을 뒤흔드는 유사역사학의 위협

by Domoleft 2025. 12. 23.

[정치] 사이비 역사와 환단고기: 공론장을 뒤흔드는 유사역사학의 위협

이재명 대통령의 '환빠' 발언 이후, 때아닌 환단고기와 유사역사학 관련 논란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웃어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배타적 민족주의를 조장하는 '사이비 역사' 유사역사학의 공론장 진입과 이를 정치적으로 동원하고 이용하는 정치권을 비판한다.


유사역사학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린 이재명

이재명 대통령과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출처: MBC 뉴스

 

지난 12월 12일,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의 질의응답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하며 "역사 교육과 관련해서는 이른바 '환빠' 논쟁이 있지 않느냐", "환단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 '환빠'라고 부르는데,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사 연구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뉴라이트 계열 인사인 박지향 이사장의 역사관을 에둘러 겨냥하는 것으로 읽혀지는 발언이다. 그러나 이전 정권의 뉴라이트 역사관에 대한 비판이나 환단고기를 둘러싼 학문적 평가와는 별개로, 대통령의 이 발언은 사이비·유사역사학 담론 자체를 공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 정치계와 유사역사학 사이 접점이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당과 성향에 관계없이 유사역사학은 최근 모든 정권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빚어 왔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는 환단고기의 구절을 인용했다.[각주:1] 2015년 대표적 유사역사학자인 이덕일 등은 동북아역사재단이 한·중·일 3국의 역사학자들과 함께 만든 '동북아 역사지도'에 "독도가 누락되었다"는 주장을 하여 사실상 사업을 무산시켰다.[각주:2] 그러나 이후 독도 누락은 축척으로 인한 검토 과정에서의 일시적 누락이었을 뿐이며, 오히려 완성본에는 멀쩡히 들어가 있는 독도를 이덕일이 주장 정당화를 위해 자의적으로 누락시킨 것이 밝혀진 바 있다.[각주:3]

이덕일의 무죄판결을 축하 및 환영하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17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였던 도종환과 관련된 유사역사학 추종 논란이 있었다.[각주:4]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2023년 '전라도 천년사' 편찬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도 호남 지역 시민단체들이 이덕일을 비롯한 유사역사학계의 주장에 동조하며 압력을 형성한 바 있다.[각주:5] 또한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성남시장 시절, 김현구 교수가 이덕일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이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례들은 정치지도자가 유사역사담론과의 거리감을 얼마나,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공적 권력을 가진 정치인의 발언은 단순히 개인적 의견을 넘어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효과를 갖는 만큼, 사이비 역사학과 주요 정치인의 모호한 경계는 한국 사회의 역사인식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보도된 후 유사역사학계는 고무되어 "역사 광복", "주류 사학계의 카르텔을 정면으로 겨냥" 등의 표현을 쏟아내고 있다.[각주:6] 역사에 대한 직시와 성찰과는 무관하게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뀌는 역사 해석과 그에 열광하는 지지자들의 모습은 마치 과거 윤석열 정부의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흉상 철거 당시 환호했던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을 떠오르게 한다.


환단고기, 어떤 책인가?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환단고기는 어떤 책인가? <환단고기>는 1979년 '태백교'라는 신흥 종교의 교주 이유립이 <규원사화>, <단기고사> 등의 기존 위서(僞書, 조작된 책: 편집자 주)들을 바탕으로 저술하여 출간한 유사역사학 서적으로, 환인, 환웅, 단군 시대부터 고려 말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 위서이다. 본래 한문본으로 서술된 환단고기는 1986년 임승국의 한글 번역본이 <한단고기>라는 이름으로 출간되며 1980년대 중반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임승국이 작성한 <한단고기>의 해제에는 "우리 조국의 고대사가 대륙의 역사임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국의 역사에 대해 긍지를 갖고, 그것을 자랑하며, 그 얼을 되새기고자 하는 것이, 또 이를 통해 민족정기를 부추기고자 하는 것은 하등 부끄러울 일이 아니다" 등의 표현들을 통해 한국 고대 국가들이 대륙에서 활동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소위 '올바른 역사'를 통해 민족정기를 고취시키겠다는 민족주의적 시각이 보인다.

좌측부터: 1986년 출간된 환단고기의 첫 한글 번역본 <한단고기> / 환단고기의 한글 번역자 임승국

 

당시 임승국은 '국사찾기협의회'라는 단체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국회의원들을 동원할 수 있는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임승국은 1981년 국사 교과서와 관련된 국회 공청회에 소위 '재야' 대표로 나와서 "통일된 민족이념", "(아돌프 히틀러는) "다수결이라고 하는 것은 수학적 진리일 뿐이다. 책임을 질 사람이 대중의 치마폭 속에 숨어 버린다. 다수결은 대가리 숫자주의이니 '두수주의'일 뿐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러한 두수주의 원칙으로 사학이나 국사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각주:7]와 같이 히틀러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등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심지어는 파시즘을 긍정하는 모습까지도 보인 바 있다.

 

물론 한국 유사역사학의 기원은 환단고기의 등장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유사역사학자들은 흔히 주류 역사학계에 대해 '친일파 이병도의 후예'라는 공격을 가한다. 한국 실증사학의 시조로 평가받는 이병도는 실제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사편수회에서 일한 친일 인사이지만, 정작 이를 비판하는 한국 유사역사학의 모태 역시도 일제강점기 당시 은율군수와 황해도 내무부 사회과장을 역임한 친일파 문정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는 환단고기의 저자인 이유립과 역자 임승국, 이승만 정권 초대 문교부장관이었던 안호상 등의 인사들을 모아 상술한 국사찾기협의회를 결성하여 이전까지 각개약진하던 국수주의 사학의 구심점을 만들었고, <규원사화>, <단기고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유사역사학의 근거를 찾고 심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의 침략 대상이 확장되어 가면서 대두했던 '대아시아주의', 즉 일본, 조선, 만주, 몽골이 같은 조상을 가졌고 이는 '민족적 우월성'의 근간이 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국수주의적 주장을 전개했다. 일제 대아시아주의와 이들의 차이는 주도민족을 야마토 민족으로 설정하는지, 한민족으로 설정하는지의 차이뿐이다. 유사역사학자들은 상술한 1981년 국회 공청회 이후 국사 교과서에 자신들의 주장을 반영시키는 데 성공하는 등 일정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민족주의 계열의 정치·사회운동과 폭넓게 결합한 국수주의 사학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이들의 사상과 주장을 요약하는 결정판과 같이 등장한 책이 환단고기다. 유사역사학계는 환단고기가 '계연수'라는 인물에 의해 보존되어 온 역사서로 이유립이 이를 세상에 내놓았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계연수라는 인물의 실존 증거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유사역사학계의 초기 주요 인사들. 좌측부터: 문정창(1899~1980) / 이유립(1907~1986) / 안호상(1902~1999).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유사역사학을 청산하자

이렇게 그 기원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듯, 유사역사학은 명백히 민족주의와 파시즘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극우적 역사 서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한국의 유사역사학은 스스로의 이념적 외형을 '진보'로 위장하며, 기존의 역사학·고고학계를 '뉴라이트' 혹은 '식민주의의 잔재'라는 프레임에 가둔다. 이러한 왜곡은 진보·보수 매체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유사역사학이 지향하는 학문적 권위와 정치권력으로의 진입을 외부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유사역사학은 '민족의 자부심 고취'라는 명분 아래 단지 중국·일본의 정권뿐 아니라 그 민중 일반에 대한 적대적 정서를 증폭시키고 이를 통해 배타적 민족주의를 재생산한다.

 

유사역사학의 핵심 동력은 학문적 탐구가 아니라 민족주의적 동원에 있다. 여기서 민족은 역사적·사회적 구성물이 아니라, '초(超)역사적이고 동질적인 실체'로 전제된다. 이러한 전제는 역사의 복합성과 그 내부의 계급·지역·문화적 차이를 지우고, '위대한 민족'과 '외부의 적'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생산한다. 그들은 위대한 우리 민족, 혈통, 영토, 신화로 고정된 초역사적 실체인 우리를 강조하고, 그렇기에 계급, 젠더, 소수자 등 '하나의 우리'를 해치는 모든 것에 대해 배타적이다. 그 결과 유사역사학은 역사 연구의 방법론적 엄밀성이나 증거의 검증 가능성을 문제삼지 않으며, 오히려 '민족적 자긍심에 부합하는 서사 여부'를 진리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들의 주장은 결코 진보가 아니며 오히려 지금 명동에서,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혐중 시위와 그 결이 맞닿아 있다.

혐오선동과 극우적 구호가 난무하는 명동 한복판의 혐중 시위. 출처: 연합뉴스

 

유사역사학은 표면적으로 식민지 경험에 대한 성찰과 식민주의·제국주의 비판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식민주의 비판을 보편적 반제국주의나 역사적 책임의 문제로 확장하지 못하고 중국·일본을 향한 감정적 적대와 피해의식의 정치로 수렴시킨다. 이는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를 동시에 비판해 온 근대 이후의 역사인식과는 근본적으로 단절된 태도이며, 오히려 극우 민족주의가 활용해 온 '상처받은 민족' 서사를 재활성화하는 방식에 가깝다. 결국 유사역사학의 민족주의는 과거를 이해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현재의 정치적 조직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 지점에서 유사역사학은 정치적 선동이다. 그들의 주장은 무의미함을 넘어 저열하다. 기경량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그들은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학계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지속적으로 조장하며 파괴적이고 반지성적 행위를 일삼는다".[각주:8]

 

민주주의 사회에서 역사학은 신화를 생산하거나 우리와 다른 것을 배격하는 학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아래 역사학의 임무는 집단적 기억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공적 지식이어야 한다. 다른 이념과 지향을 갖는 정치세력이 각자의 역사관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재 살아 있는 정치권력이 특정한 정파적 관점에서 서술된 역사 서사를 승인하거나 공식적 기준으로 삼는 등의 행위는 결국 역사를 정치적 기준으로 취사선택하고 동원하여 자기정당화를 위한 언어로 변질시킨다. 그렇기에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특히 우려스럽다. 역사학은 과거를 이해하고 성찰하기 위한 학문이지 현재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역사학은 민족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창작'이 아니라, 오늘날의 민족이라는 개념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누구의 이해관계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묻는 학문이어야 한다.

 

정치권은 유사역사학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그들의 망상적 세계관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특히 극우의 혐오시위가 활개치는 현재, 그들의 이념적 토대인 배타적 민족주의와 동일한 기반을 공유하는 신화적 역사관을 비판 없이 용인하는 태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발언 이후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환단고기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대통령 개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그의 발언은 국가권력이 어떤 역사인식을 공론장에 편입시키고 있는지를 규정하며, 그 결과는 유사역사학을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마치 토론 가능한 대안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한 정치적 책임을 수반한다. 극우 이념에 기반해 정치권력과 학문권력을 추구하는 유사역사학을 공론장에서 청산하는 것은 오늘날 시민사회의 중대한 소명이다.

좌측부터: 제68회 전국역사학대회 포스터 / 특별패널 <사이비역사학 및 뉴라이트역사학 비판> 포스터

 

올해 10월 24일~25일 양일간 개최된 제68회 전국역사학대회의 특별패널은 사이비역사학 및 뉴라이트역사학 비판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수많은 학자 및 학회들은 이전에도 사이비 역사학과 뉴라이트를 비판하는 성명을 여러 차례 발표한 적이 있다. 이들은 이번 대회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하며 '사이비역사' 추방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글을 마치며 아래 해당 성명서를 첨부한다.


'사이비역사(일명 유사사학, 재야사학)'에 대한 역사학계·고고학계의 입장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

 

지난 금요일(2025.12.12)에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에서 '환빠'와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사이비역사'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명백한 위서인 『환단고기』를 바탕으로 한 '사이비역사'는 부정선거론만큼이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뉴라이트 역사학'과 일맥상통한다.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역사학계와 고고학계는 대선기간 이래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사이비역사'의 위험성에 대해 여러 차례 의견을 표명했다. '사이비역사'의 뿌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대아시아주의(대동아공영권)와 맞닿아 있다. 해방 이후 친일파 인사들이 일제의 대아시아주의를 모방해 '한민족의 위대한 고대사'를 주창하며 '사이비역사'가 싹텄다. 이들은 이승만 독재를 정당화하는 데 앞장섰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와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를 옹호하는 국수주의적 이념을 제공했다.

『환단고기』는 이 과정에서 탄생한 위서(僞書)이다. 이 책은 고려 말~조선 전기에 저술된 여러 책을 수합해 1911년에 간행됐다고 하지만, 역사학계의 정설은 1979년에 이유립이 간행한 위서라는 것이다. 1911년 간행본은 확인된 바 없으며, 1922년에 출토된 <천남생묘지명>의 내용을 비롯해 '세계만방', '원시국가', '남녀평권(男女平權)' 등 19세기 말 이후의 근현대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이비역사'는 역사학계가 『환단고기』를 역사서로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식민사학의 후예라고 비방한다. 그렇지만 위서는 말 그대로 '가짜 역사서'일 뿐 어떤 사료적 가치도 없다. 이는 조작된 증거나 위증이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갖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이비역사'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대통령의 국수주의적 고대사 인식을 부추기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을 제공했다. 이들은 이때부터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을 파고들며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역사를 정치도구화한 점, 비합리적 논리를 바탕으로 역사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뉴라이트 역사학'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의 비학문적 주장은 연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침해하고, 배타주의적 성향은 극우주의가 발호할 토양 을 제공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

역사학계와 '사이비역사' 사이에는 어떠한 학문적 논쟁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학계를 향한 '사이비역사'의 일방적 비방과 터무니없는 주장이 존재할 뿐인데, 이를 학문적 논쟁이나 관점의 차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점에서 대통령실은 '환빠'나 『환단고기』와 관련한 대통령의 애매모호한 표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역사학계는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명실상부한 국민주권시대를 열어 갈 것으로 믿는다. 이를 위해 이재명 정부는 '사이비역사'를 어떠한 형태로도 지원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사이비역사'를 지원하는 순간, 박근혜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엄청난 폐해가 발생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 국수주의와 극우주의가 만연한다면, 민주주의를 굳건히 다지려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 발언 이후 여러 보수 정치인이 『환단고기』가 위서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때 대부분의 보수 정치인이 이를 옹호하거나 방관한 것과 달리, '사이비역사'를 비판한 점이 주목된다. 다만 이러한 비판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정쟁적 발언이 아니라, '사이비역사'의 위험성을 직시한 결과이기를 기대한다. 역사 학계는 결코 '사이비역사' 이슈가 여·야의 정쟁으로 소모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는 '사이비역사'에 우호적인 정치인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이비역사'는 이들과 결탁해 국책기관의 연구사업과 지방자치단체의 편찬사업을 방해했다. 여·야 정치권이 '사이비역사'의 위험성을 깨달았다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사이비역사'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고 단호한 입장을 취하기 바란다. 아울러 역사를 정치 도구화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말고, 우리 역사를 깊이 성찰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중장기 정책 대안을 모색하기를 희망한다.

이에 역사학계와 고고학계는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사이비역사'의 위험성을 직시하라!

1. 이재명 정부는 '사이비역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어떠한 지원도 하지 마라!

1. 여·야 정치권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사이비역사'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라!

1. 이재명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역사 정책 수립·추진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라!

 

2025년 12월 17일

 

가야사학회, 강원사학회, 고구려발해학회, 고려사학회, 고조선단군학회, 공공역사문화연구소, 대구사학회,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백산학회, 백제학회, 부산고고학회, 수선사학회, 신라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역사교육학회, 역사문제연구소, 역사와교육학회, 역사학연구소, 역사학회, 영남고 고학회, 일본사학회, 조선시대사학회, 중부고고학회, 청람사학회, 한국고고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고대학회, 한국교육사학회, 한국구석기학회, 한국대중고고학회, 한국목간학회, 한국미술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상사학회, 한국사연구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생태환경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한국신석기학회, 한국역사민속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고고학회, 한국중세사학회, 한국청동기학회, 호남고고학회, 호남사학회, 호서고고학회, 호서사학회 (이상 역사학계 및 고고학계 48개 학회)


박겸도

전환 회원.

사학을 전공하며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참고문헌

- 기경량, 2016, 「 사이비 역사학과 역사 파시즘 」, 역사비평

- 이문영, 2017, 『환단고기』의 성립 배경과 기원 」, 역사비평

- 이문영, 2017, 유사역사학의 영향력과 위험성 」, 오늘의 교육


각주

  1. 프레시안, "누가 박근혜 대통령을 '환빠'로 만들었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130961 [본문으로]
  2. KBS 뉴스, ‘45억 투자’ 동북아 역사지도 “출판 불가”…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304761 [본문으로]
  3. 기경량, 이덕일이 이제는 스스로 독도를 지우기 시작했다 https://kirang.tistory.com/792 [본문으로]
  4. 뉴스1, 도종환 장관 후보자 둘러싼 '유사역사학' 공방...쟁점은? https://www.news1.kr/life-culture/general-cultural/3018450  [본문으로]
  5. 뉴스1, "전라도천년사 문제없다" 편찬위원들, '식민사학 추종' 시민단체 반발 https://www.news1.kr/local/jeonbuk/5116165 [본문으로]
  6. 한문화타임즈, 사상 최초로 '환단고기'를 언급한 대통령, 역사 광복의 서막인가 http://www.hmh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36&fbclid=IwVERDUAOrpDFleHRuA2FlbQIxMQBzcnRjBmFwcF9pZAo2NjI4NTY4Mzc5AAEes-Usca_uTXYZEBD_BZk0E_zzQkP0sk60upXWcxhecs4qwoFP9WwwmdCDVdI_aem_M3H6JW9Ae64--P_8B-N-4Q [본문으로]
  7. 경향신문, 아담과 이브도 한민족?···친일·파시즘·제국주의·이승만과도 이어지는 ‘유사 또는 사이비 역사학’ https://www.khan.co.kr/article/202311090600001 [본문으로]
  8.  기경량, 2016, 「 사이비 역사학과 역사 파시즘 」, 역사비평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