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말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 특별호)
다시, 길을 나서다
월 1회 발송되며 지난 4월 1일 여러분께 뉴스레터를 보내 드린 바 있는 <도모>가, 어쩐 일로 고작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다시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있는지 도모를 구독해 오신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으며 조금 궁금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도모 뉴스레터가 여러분께 찾아가는 오늘은 4월 17일입니다. 한반도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 노동자·민중의 정당이었던 조선공산당이 창당된 1925년 4월 17일로부터 정확히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우린 이 말을 흔히 일제강점기의 사회주의자·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이 남긴 명언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 신채호의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 역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꼭 유명인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혹은 '민족'이라는 객체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여전히 이 문장은 그 나름대로 유효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변증법적 사고를 해야 하는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역사를 되새기는 이유는 선대의 업적을 기억하면서도 동시에 한계를 직시하며 지금 우리 운동이 나아갈 방향성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도모 편집위원회가 굳이 4월호 발송으로부터 2주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 특별호>를 여러분께 보내드리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흔히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 운동의 시작을 2000년 민주노동당의 창당, 혹은 조금 더 올라가 1997년 국민승리21의 창당으로 사고하곤 합니다. 그러나 군부독재와 반공주의의 엄혹함 속에서도 진보정당을 세워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면면히 이어져 온 것은, 찬란함과 서글픔을 동시에 머금고 있는 한반도 사회주의 운동의 역사성이 이들의 마음 어딘가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어서가 아니었을까요.
도모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 특별호에는 1925년 조선공산당의 이야기뿐 아니라 2025년 대한민국 진보정치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을 다루는 웹진이라는 특성 상 최근의 정치·사회적 이슈들을 그때그때 정세에 맞춰 쓰지 않을 수 없었지만, 최종적으로 이번 뉴스레터를 발송하면서는 이것이 오히려 더 의미 있는 구성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역사를 되짚는 이유는 결국 역사가 주는 교훈으로 지금의 현실을 바꿔내기 위한 것이니까요.
김현근 편집위원이 작성한 커버스토리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 반공주의에서 평등으로>는 이번 특별호의 핵심적 주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잊혀진 역사이자 때로는 금기시되는 역사인 조선공산당을 지금 우리가 왜 재인식해야 하는지 다루고, 진보·좌파 세력의 뚜렷한 역사관을 수립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직접적으로 다루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무기'라는 말이 맞다면, 승리를 추구하는 독자적 정치세력에게는 독자적 역사관이 필요합니다. 이 글을 통해 오늘날 진보정치가 가져야 할 역사관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호부터 시작한 도모의 서평 코너 '도모서재'에 두 번째 글로 올라간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조선공산당 평전> 서평>은 전환의 회원이자 정의당의 대학생 활동가인 박겸도의 글입니다. 100년 전 조선공산당의 사회주의자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을, 2025년 진보정치를 고민하는 청년활동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한편 도모에 저항미술의 역사를 기고해 왔던 고고미술사학도 이미래 편집위원의 <카프(KAPF) 100주년: 해방 조선에 사회주의 예술을 허하라>는 조선공산당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면서 조선공산당만큼이나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독립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즉 카프의 역사를 함께 되짚습니다.
또한 1925년의 이야기와 2025년 오늘 진보정치의 이야기는 교차합니다. 정재환 전환 집행위원장의 <윤석열, 그 다음에는?>은 지난 4개월 동안 이어져 온 퇴진광장에 대한 소회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광장이 피할 수 없는 균열을 당당하게 직면하고자 하는 글입니다. 한편 계속해서 광장의 최전선에 함께해 온 진보정치는 조기대선을 맞아 또 하나의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놀랍도록 많은 분들이 이 기사를 읽어 주셔서 편집장으로서 뿌듯하고 감사했는데요,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이 어떤 시도를 준비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도모의 기사 <진보정치의 조기대선,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를 다시 한 번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장 123일 동안 이어진 내란 사태가 윤석열의 파면으로 일단락되고, 정치의 시계는 빠르게 다시 조기대선을 향해 돌아가고 있습니다. 앞서 보내드린 도모의 조기대선 관련 기사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독자적 진보정당들(노동당, 정의당 - 녹색당의 경우 연대회의에 함께하고 있지는 않지만 연대회의 후보를 녹색당의 지지후보로 하는 것을 결의했습니다)과 제 노동·사회운동 세력들은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출범하여 조기대선에 공동의 후보를 내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들은 어제였던 4월 16일 서울 한화 본사 앞 거통고지회 고공농성장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고, 노동자·시민 선거인단의 참여를 통해 4월의 남은 기간 동안 진보정치를 대표할 후보를 뽑는 경선을 치를 예정입니다.
민주당의 우경화와 국민의힘의 극우화 속, 비어 버린 한국 정치의 '왼쪽 방'을 다시 채우고자 하는 이들의 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커피 2잔, 1만원의 회비로 연대회의 선거인단에 함께해 주십시오. 한국 정치에 아직 양당으로부터 자유로운 독자적 진보정치가 설 자리가 있다는 것을 함께 증명해냅시다. 부자감세와 노동유연화로 일관하는 후보가 아니라 차별금지법을 말하고 철탑에 올라간 노동자들의 삶을 말하는 후보를 우리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냅시다. 진보정치를, 노동자·민중의 정치를 재편하는 새로운 기획을 지금 시작합시다.
조선공산당 100주년이라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어느 때에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라는 확신이었습니다. 100년 전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나섰던 길을 지금 진보정치의 도전과 감히 등치시킬 수는 없겠지만, 여전히 척박한 환경임에도 누군가는 다시 평등의 정치를 시작하기 위해 나섭니다. 진보정치의 '잊혀진 역사'를 지금 복원하는 것은 동시에 앞으로 쓰여 나갈 진보정치의 역사가 결코 잊혀지지 않게 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번 특별호의 타이틀이 '다시, 길을 나서다'인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역사를 잠시 돌아보고, 다시 함께,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섭시다.
감사합니다.
* <도모> 5월호는 본 특별호 발간 및 조기대선 관련 일정으로 인해 본래 발간일자로부터 약 1주일 미뤄진 5월 9일(금)에 발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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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평등으로! 함께 체제전환 정치로!’ 동행을 요청드립니다. 우리는 윤석열 파면 광장 투쟁에서 울려 퍼진 민주주의와 평등과 연대의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그 목소리는 시대의 변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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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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