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의 말(2025년 4월호)
만우절보다 더 거짓말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도모 4월호 뉴스레터가 여러분들께 찾아가는 2025년 4월 1일,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그리고 미증유의 내란 사태가 시작된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정확히 120일이 지난 날이기도 합니다. 간단히 한 달을 30일로 산정한다면, 오늘로 우리는 벌써 4개월 동안 내란의 시대를 살아온 것입니다.
만우절에 발송하는 이번 호 뉴스레터에 어떤 소소한 즐거움을 끼워넣어 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시대가 만우절보다 더 거짓말 같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란을 획책하고 시민과 입법자들에게 총칼을 겨눈 윤석열이 대통령 관저에 들어앉아 있다는 사실이 그 무엇보다 거짓말 같기 때문입니다. 어떤 즐거운 거짓말도 정말로 즐길 수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는 씁쓸함이 입가에서 가시지 않습니다.
본래 지난 3월호를 보내드린 후 진행한 편집위원회 회의에서는 이번 호가 당연히 윤석열의 파면 이후에 나오게 될 것이라 믿고(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주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3월 중순을 파면의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뒤이어 전개될 조기대선 국면에 있어 독자적 진보정치 진영의 대선 대응에 대한 심층취재와 인터뷰, 그리고 오는 4월 17일에 창당 100주년을 맞는 조선공산당 특집기사 등을 함께 배치하자는 기획을 해 둔 바 있습니다. 그러나 파면이 기약 없이 밀리고 광장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편집위에서는 해당 기사들의 탈고를 다음 달로 미루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한 편집위원은 도모가 <월간 윤석열>이 되어 버렸다고 자조하기도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 삶의 모든 토대는 결국 민주주의의 존속에 달려 있고, 그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우리의 운동 역시 민주주의가 존속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을.
도모 4월호의 기사들은 광장의 최전선에 있는 우리의 싸움을 그려냄과 동시에, 그럼에도 파면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을 멈추지 말자는 의지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극우 탄핵반대 대중운동의 캠퍼스 침탈과 그에 맞서는 학생운동의 방식을 살펴보는 <극우의 캠퍼스 공격: 대학에 다시 풀뿌리 민주주의를>, 광장의 응원봉 시민에서 노동운동의 연대자로 진화한 '말벌 동지'들과 민주노조운동의 만남을 다룬 38년차 노동운동가 조귀제의 <노동운동은 2030 '말벌 동지'들과 어떻게 만나야 할까?>는 극우의 도전에 직면했지만 그럼에도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우리의 운동, 우리 민주주의의 생생한 이야기들입니다.
한편 어느덧 개전 3년을 맞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 병영화되고 군사화되는 유럽의 좌파들을 비판하는 <러-우 전쟁 3년, 유럽 녹색좌파들의 군사화와 평화·진보주의의 위기>와 최근 양당 합의로 통과된 연금개혁 이슈를 톺아보는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의 <국민연금 개혁, 어디쯤 와 있나?>에는, 탄핵 심판이 장기화되고 모두가 지쳐 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우리가 원칙을 지키고 상상을 멈추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유를 담았습니다.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당당히 가시화하는 광장 속, 과거 운동의 과오를 되짚고 지금 우리의 갈 길을 고민하는 김현근 편집위원의 역사 칼럼 <에이즈, '미국의 침략'? - <한겨레>를 통해 돌아본 1980년대 한국의 에이즈 인식> 역시 일독을 부탁드립니다.
이번 호부터 도모의 문화 면은 '문화·역사'로 개편되고, 동시에 새로운 코너를 시작합니다. '도모서재'와 '씨네도모'가 그것입니다. 책과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에 대한 진보좌파적 비평을 토대로 문화적 상상력을 나누는 두 코너의 첫 타자로는, 오키나와 여성들의 삶을 다룬 르포 <맨발로 도망치다>에 대한 장태린 정의당 전국위원의 서평과 함께 거대로봇과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오타쿠로서 제가 열심히 쓴 건담 시리즈의 신작 <기동전사 건담 지쿠악스 비기닝> 리뷰가 올라갔습니다.
민주주의와 사회의 위기 속에서도 문화적 교양과 상상력을 나누는 것은 우리의 삶을 지켜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다른 코너도 물론 그렇지만, 특히 '도모서재'와 '씨네도모'에는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기고를 모아 나갈 생각입니다. 편집위원회는 여러분이 보내 주실 소중한 서평과 영화평을 언제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윤석열 파면이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수많은 찌라시와 '받'이라는 이름을 단 소문들이 온갖 곳에 나돌고 있습니다. 우리를 미혹하는 혼란한 정세 속, 헌재가 실제로 어떤 평결을 내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계속 해야만 합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피곤하고 정신 없지만 그럼에도 광장에 함께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투쟁에,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존경과 연대를 보냅니다.
이 글을 여러분께 보내드리려고 한 바로 이 순간, 지금 4월 4일이라는 선고기일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헌재를 압박해야 합니다. 탄핵은 법관과 정치인들의 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만들어내는 것임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에서는 이 뉴스레터가 여러분께 전달되는 오늘 밤, 즉 4월 1일에서 2일로 넘어가는 24시까지 헌재에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100만 시민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20일 동안 계속되고 있는 길고 긴 내란의 밤을 끝내고 함께 평등으로 나아갑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과 공유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달부터 도모는 '독자와 도모하기'라는 이름으로 독자 설문 코너를 운영합니다. 4월호에 대한, 그리고 꼭 이번 호가 아니더라도 도모의 기사들과 편집 방향성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모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기고 문의, 향후 진행 예정인 독자 인터뷰 관련 문의 역시 독자 설문 응답을 통해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꼭 참여하셔서 도모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도모는 5월에도 좋은 기사로 여러분을 다시 찾아뵙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뉴스레터가 여러분을 찾아갈 때는 긴 겨울이 끝나고 다시 봄이 와 있기를 기대하면서.
감사합니다.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지금 서명하러 가기
📢 선고 지연 헌법재판소에 대한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전국 시민 서명
[72시간 100만 온라인 긴급 탄원 캠페인] 주권자 시민의 최후 통첩,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1. 문형배 권한대행은 4월 첫주까지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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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 4월호 독자 설문 참여하기
독자와 도모하기 - <도모> 4월호 독자 설문조사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도모 편집위원회는 매번 열심히 도모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러분들의 반응을 알 수 없기에 매번 막막한 느낌이었어요. 우리들이 잘 하고 있는 건지, 독자 분들은 어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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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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