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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 편집국/편집장의 말

편집장의 말: 새로운 정부와 그리 새롭지 않은 세상 사이에서

by Domoleft 2025. 7. 2.

편집장의 말 (2025년 7월호)

새로운 정부와 그리 새롭지 않은 세상 사이에서

 

웹진 <도모>의 7월호를 구독자 여러분께 보내드립니다.

지난 6월호가 선거가 마무리된 후인 6월 13일에 발간되었기에 이번 호는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았습니다만(본래 7월 1일에 발송하고자 노력했으나 모종의 이유로 다음날인 7월 2일에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기다려 주신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역시 이번 호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시의성 있고 좋은 글들을 모아 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기사의 수는 조금 줄었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재명의 시대'가 찾아온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주 솔직한 말로,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새로운 정부가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역할을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베트남 전쟁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을 면담한 것에서는 "이걸 정말 한다고?"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저의 기대치가 낮았던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부가 정말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그의 슬로건처럼 이전까지의 민주당 정부보다 무언가를 더 할 만한 정부인 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전 정부가 민주주의와 헌정을 유린했던 후과로 인해 상대성이 커졌을지도 모릅니다. 그 판단을 누구도 지금 내릴 수는 없을 것이고, 아직 내려서도 안 된다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무엇인가를 더욱 하면 할수록, 그의 세계관이 진보정치의 세계관과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이 주주가 된 주주자본주의의 세상에서 사회연대와 평등이 설 곳이 있을까요?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성소수자 차별을 막지 않겠다는 국무총리의 행정부에서, 분명히 이전 정권보다는 조금 더 확장될 민주주의는 그러나 이번에도 약자와 소수자에게까지는 닿지 않을 것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대통령 자신이 의도한 바가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 스스로가 '중도보수 정권'임을 자임하면서 출범한 정권이니까요.

 

이번 7월호 <도모>에는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라는 기대감에 너무 쉽게 가려지곤 하는 이면(異面)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장혜영 의원실 보좌진으로서 차별금지법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던 장태린은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류 지속가능론'을 통렬히 비판합니다. 경제 면에서는 이재명이 내세우는 주주자본주의가 어째서 결코 '진보적 대안'이 될 수 없는지 논설하고, 국제 면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이야기와 함께 최근 화제가 된 '무슬림 민주적 사회주의자' 조란 맘다니가 어떻게 승리했는지 분석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궁금하시다면, 전환 집행위원장 정재환이 그리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사회비전, '시장과 더 시장'의 경쟁 속에서 다시 '사회연대'로 돌아가자는 그의 말에도 귀기울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4월호부터 운영 중인 '씨네도모'에는 양질의 영화 및 애니메이션 평론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유일한 문제점이라 한다면 편집을 하는 제가 아직 못 본 영화들을 강제로 스포일러당하게 된다는 점이지만(^^;), 편집장으로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최정운 님은 아직 극장에서 상영 중으로 주위에서 호평이 자자한 소라 네오 감독의 신작 <해피엔드>를 리뷰해 주셨습니다. 한편 '애니프사를 단 전직 국회의원'도 이번 호 도모에 글을 보내 주셨습니다. 스스로 '애니프사'가 될 정도로 <장송의 프리렌>을 사랑하는 장혜영 전 의원의 이야기, "용사 힘멜이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새로운 정부의 시대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세상은 그렇게까지 새롭지 않은 듯 합니다. 진보정치는 '사회대전환 대선 연대회의'를 통해 다시 한 번 존재를 증명했고 자신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그 존재가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은 뼈아픕니다. 그럼에도 뚜벅뚜벅, 다시 한 번 일어서서 걸어가 봅니다. 새로운 정부도 결코 만들어낼 수 없을 정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진보정치밖에 없기 때문에.

 

<도모>는 8월호에도 다시 양질의 기사로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