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왜 권영국인가? - ③ 청소년 인권활동가가 권영국을 지지하는 이유
<도모>는 제21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연속기고 <왜 권영국인가?>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왜 권영국을, 진보정치를 지지하는지 각자의 언어로 풀어낸 글들을 모아 보고자 합니다. 세 번째 글로 청소년 퀴어 당사자로서 진보정당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 수영 님의 이야기를 게재합니다. (편집부)
나는 입시경쟁 중심 사회에 대한 저항의 방식으로 정치적 행동을 선택하며 2023년 진보정당에 처음 입당했고, 지금은 청소년녹색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 당사자다. 또한 다양한 청소년이 모든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상상하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이하 아수나로)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청소년인권활동가이기도 하다.
벌써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12월 3일의 기억은 아직도 며칠 전 일처럼 선명하다. 일정을 끝내고 침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와중 X(구 트위터)에서 '비상계엄령 선포'라는 뉴스 썸네일을 보고는 순식간에 온 몸이 얼어붙었다. 그 짤막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권단체인 직장 특성상 탄압을 받지는 않을지, 회원 명부를 폐기해야 하는지 온갖 고민과 불안감 속에 전전긍긍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 뭐라도 해야만 하겠다는 마음 속에 광장에 나섰고, 결론적으로 퇴진광장 국면에서 총 42번의 광장에 함께했다.
그리고 마침내 4월 4일 11시 22분, 나는 헌법재판소 앞에도 있었다. 전날부터 동료 활동가들과 떨리는 마음으로 밤을 꼬박 지내며 맞이한 파면의 순간에서는 그간 광장의 기억이 스쳐 가며 울컥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모두가 바래 마지않았던 파면이건만, 왜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을까.
그 답을 찾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청소년인권운동단체들의 연대체인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시민 전국행동'은 청소년 526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이재명·김문수·이준석·권영국 등 4명의 주요 후보들에게 '청소년이 요구하는 대선공약' 질의를 보냈다. 질의에 응답한 후보는 ‘전부 수용’ 의사를 밝힌 권영국이 유일했다. 1차 TV토론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권영국 후보의 질문에 이재명 후보는 "너무 복잡한 현안이 얽혀있다"며 사실상 또 한 번 '나중에'로 답했다.
퇴진광장이 열리던 와중에도 내 주위에 있던 불안은, 민주당이 결국 파면 이후 광장의 이미지만 챙기고 광장의 요구는 철저하게 지워버릴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는 머지않아 현실로 닥쳐 왔다. 입으로는 '빛의 혁명'이라면서 광장을 함께 지킨 시민들의 이야기는 어디로 지웠는지, 이런 후보를 '광장 대선후보'라며 치켜세우는 것이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런 장면이 그리 생경하지는 않았다. 기득권 정치에서 청소년의 삶과 권리는 계속해서 나중으로 밀려 왔다. 민주당은 이미 2017년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 이후에도 청소년들의 권리 보장 요구를 내팽개친 역사가 있다. 2019년 6월,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이 도의회 심의에서 부결된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경남도의회의 교육상임위 구성은 민주당 5명, 당시 자유한국당 3명, 무소속 1명으로 민주당 다수였기에 충분히 처리가 가능했지만 결과는 3명 찬성-6명 반대로 부결이었다.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올릴 수도 있었지만, 민주당 출신 김지수 경남도의회 의장은 조례 직권 상정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언제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차별받는 사람들과 시민들의 권리 따위는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 준 셈이다.
교문만 넘으면 학교는 인권의 사각지대였고, 끝없는 입시경쟁은 청소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소수자 청소년들의 존재는 정책에서 지워져 왔다. 더 이상 이런 정치를 반복할 수는 없다. '타임루프물'처럼 반복되는 '나중에 정치'를 끊어낼 진보정치가 절실하다. 불평등한 세상에 레드카드를 들고, 평등사회로 갈아엎는 길의 선봉에 기꺼이 나설 진보대통령 권영국이 필요하다. 입시경쟁으로 얼룩진 청소년의 삶에 대학 평준화를, 교문을 넘지 못하는 학생인권의 현실에 학생인권법을,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권리를 제한받는 청소년들에게 16세 선거권과 청소년 참정권을, 청소년들이 어디로든 부담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청소년 기본소득과 무상교통을 공약한 유일한 대통령 후보는 권영국이다.
누군가는 이번 선거를 '내란세력과 내란에 맞서는 세력의 대결'이라고 규정하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 주면서 '압도적 정권교체'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은 보수양당의 우산에 들어가는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 독자성을 상실하며 기반을 잃어 온 지난 민주노동당 1기의 역사가 증명하듯, 사회대전환은 보수정당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진보정치의 역량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민주당이 중도보수를 선언하는 지금의 정치적 지형 속에서 진보의 영역을 공백으로 남겨둔 채 민주당 정권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압도적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겨우 10석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목도했다. 당시 급진적이다, 말도 안 된다고 평가받았던 무상교육, 무상급식과 같은 정책들은 이제는 상식이 되어 일상에 자리잡았다. 학생인권법을 국회에 처음 발의한 것도 다름아닌 민주노동당이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증명했던 것처럼, 다시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된 권영국은 진보정치의 필요성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윤석열의 내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김문수의 악수를 거부하고, 이재명 후보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가감 없이 묻고, 동덕여대와 전장연 투쟁을 '폭력 사태'라며 매도하는 이준석의 혐오정치에 "원인이 아니라 결과를 따지는 질문이 잘못되었다"며 일갈했다. 모두가 보수를 선언하고, 우클릭 일색인 선거판에서 누구보다 선명하게 진보의 가치를 밝히는 역할을 권영국은 이미 톡톡히 해내고 있다.
청소년인권운동의 많은 요구들은 '지금 당장'으로 수렴된다. '어른'이 되고 나서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제도에, 직접행동을 하는 청소년에게 "더 커서 하라"는 비청소년들에게, "다 너를 위한 거"라며 입시경쟁이 힘들어도 참으라고 하는 이들에게, 청소년의 권리를 '나중에 훌륭한 어른이 되어서'가 아닌 지금 여기에서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아수나로는 민주노동당 청소년선거대책위원회와 5대 청소년인권 우선추진과제에 대한 정책협약을 맺었다. 학생인권법 제정, 여성·성소수자 청소년 차별 해소, 탈학교·탈가정 청소년 권리 보장, 청소년 참정권 확대·보장, 청소년 의료접근권 보장이 그 내용이었다. 아수나로가 특정 정당의 후보자와 정책협약을 맺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외에도 권영국 후보의 청소년 공약은 다른 주요 후보자들의 그것과 달리 시혜적·복지적 접근에서 벗어나 권리보장 중심 접근을 택하고 있다. 여성·성소수자·탈학교·탈가정·이주배경·노동자 등 ‘청소년’이라는 넓은 범주로 생략할 수 없는 이질성과 맥락을 짚으며 각각에게 절실히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걸고, 입시경쟁 폐지와 학생인권 보장, 의료접근권 보장으로 청소년의 삶을 '지금 당장' 바꾸는 공약들을 약속하고 있다.
협약식 이후 권영국 후보와 가진 청소년 간담회에서, 권영국 후보는 참석자들에게 먼저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청소년 동지'라고 불러도 될지를 물으며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사실 당연히 광장을, 민주주의를 함께 지킨 동지가 맞지만 청소년을 타자화하는 광장과 제도권 정치를 몸소 겪은 입장에서, 청소년 당사자들을 '청소년 동지'라고 부르는 정치인의 존재는 개인적으로도 무척이나 반가웠다. 권영국이 어떤 사람인지 잘 드러내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권영국이다. 누구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 정치인, 대통령이 되면 고공농성자들의 손을 잡고 함께 내려오겠다며 '우리를 지키는 진보대통령'을 선언하는 후보는 권영국이 유일하다. 권영국은 윤석열을 파면시킨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의 이름을 걸고 선거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 나는 유일하게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차별받는 사람들과 노동자·시민들의 곁을 지키는 권영국 후보를 지지한다.
한 표의 힘은 강력하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을 뽑은 91만 명 시민들의 표가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를 TV 토론에 세웠다. 혹자는 사표라고 하는 그 91만 명의 표가 여성의 이야기, 소수자의 이야기, 청소년의 이야기를 TV 토론에서 지워지지 않게 한 것이다. 권영국을 뽑는 한 표는 모두가 보수를 호소하며 우클릭에 나서는 선거에서, 아직 우리 사회에 진보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에 드러내 보일 무엇보다 강력한 수단이다.
평등사회를 요구하는 우리에게 대선은 분명 종착지가 아닌 경유지이지만, 지금의 국면이 광장에서 세운 평등의 화살표의 방향대로 세상이 바뀔 수 있을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국면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운동사회의 동료들과 청소년 동지들, 그리고 청소년기의 기억을 잊지 않은 모든 시민들에게 절실한 마음으로 호소하고 싶다. 이제 '나중에 정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시민들의 삶을 바꾸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킬 진보대통령 권영국을 뽑아 달라고. 주류에서 벗어난 사람들, 차별받는 사람들, 노동자 시민들의 삶을 뒤로 미루는 기득권 양당 정치와의 단절을 위해서 당신의 한 표를 될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 되어야 하는 후보에게 기꺼이 내어 달라고 말이다.
수영
청소년녹색당 비상대책위원장.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에서도 일하고 있는 청소년 퀴어 당사자다.
누구도 밀려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우리를 지키는 진보대통령, 권영국을 후원해 주세요!
갈아엎자! 불평등 세상, 권영국의 손을 잡아주세요
권영국 후보 후원계좌: 국민 231401-04-366303 대통령후보자권영국후원회
※ 후원금 영수증 신청 안내
- QR코드 또는 https://linktr.ee/250603kyg 링크에 접속해서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후원은 개인 명의로만 가능합니다(개인 당 최대 1천만원)
- 현행 정당법 상 외국인, 교사, 공무원 등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없는 분들은 후원하실 수 없습니다.
'정치 > 진보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권영국인가? - ④ 노동당 성소수자 활동가가 권영국을 지지하는 이유 (0) | 2025.05.31 |
---|---|
왜 권영국인가? - ② 결혼을 준비하는 성소수자 여성이 권영국을 지지하는 이유 (0) | 2025.05.23 |
왜 권영국인가? - ① 장애당사자 대학생이 권영국을 지지하는 이유 (0) | 2025.05.21 |
생태·평등·돌봄의 사회국가, 생활동반자법으로 되짚어 보기 (0) | 2025.05.16 |
진보정치의 대선후보, 어떻게 팔레스타인과 연대할 것인가? (0) | 2025.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