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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진보정치

정의당 당명개정에 부쳐: 평등사회로 함께 나아가자

by Domoleft 2025. 4. 27.

[정치] 정의당 당명개정에 부쳐: 평등사회로 함께 나아가자

현재 정의당은 대선 공동대응을 위한 당명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근 13년 간 사용한 '정의당'이라는 당명을 지금 변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당명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가? 새로운 당명 후보인 '평등사회당' 공동제안자인 조승렬이 정의당 당명개정의 이유, 절차, 제안된 당명들, 그리고 왜 '평등사회당'을 제안하는지를 설명한다.


정의당, 당명개정 왜 해요?

 

윤석열 파면으로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진보정당 정의당 역시 후보를 출마시킨다. 다만 이전 대선들과 같이 정의당만의 독자적 출마가 아니라, 여러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노동운동 조직들이 함께 결성한 연대체인 '가자! 평등으로 사회대전환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에 참여하여 공동의 대통령 후보를 내기로 결정하였다. 연대회의는 대선후보를 정하는 공동 경선을 치르고, 이 경선에서 결정된 후보를 연대회의의 후보이자 정의당의 후보로 출마시킨다.

 

그렇다면 왜 연대회의 후보가 '정의당 후보'로 출마하는가? 정의당은 지난 지방선거 광역의원 비례대표 투표에서 4.14%를 득표하였으며, 이 득표율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TV 토론회에 초청받을 자격이 확보되는 수치이다(직전 대선, 총선 비례, 지방선거 광역비례 득표율 중 3% 이상 득표). 현재 원외정당이 된 정의당과 기타 진보세력이 여전히 정치세력으로서 존재함을 알리기 위해서 TV 토론회는 굉장히 중요한 기회일 것이다. 따라서 연대회의 경선에서 선출된 후보가 TV토론권을 보유한 정의당의 후보로 출마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현재 연대회의 경선에는 정의당 권영국 대표와 노동자계급정당건설추진준비위원회(노정추)의 한상균 상임대표 2명이 후보자로 참여하고 있다. 4월 26일까지 선거인단 모집이 진행되고, 이후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투표를 거쳐 두 후보 중 한 명이 제21대 대선 연대회의의 후보이자 정의당의 후보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연대회의 경선에서 선출되는 후보가 '정의당의 후보'가 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무슨 말일까? 그 이유는 여러 정치세력이 공동으로 이번 대선에 대응하면서 진보정치 역사상 없었던 연대·연합을 널리 알리고, 또한 앞으로도 이러한 연대를 이어나가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의당의 당명을 개정하여 출마하는 것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의당은 4월 12일 있었던 전국위원회와 13일 있었던 당대회에서 당명 개정을 의결한 상황이며, 4월 27일 있을 당대회와 5월 2일부터 4일까지의 당원총투표 과정을 거쳐 당명 변경을 최종적으로 승인할 예정이다.

4월 26일(토) 있었던 정의당 전국위원회 결과. 출처: 정의당 홈페이지

 

정의당은 4월 14일부터 당명 개정을 위한 당원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고, 22일까지 당 홈페이지에서 당원들로부터 당명 제안을 받았다. 이 글이 송고되는 현재는 의견수렴 기간이 끝나고 광역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와 전국위원회의 토론 및 투표를 통해 3개의 당명이 이미 선택된 상태다. 연대회의 측에서는 '가자 평등으로(약칭 평등당)'라는 당명을 사전에 제안한 바 있고, 여기에 당원들이 제안한 당명 후보 중 선택된 3개의 당명을 포함하여 모두 4개의 당명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다. 이어 오는 27일(일) 있을 정의당 당대회에서는 여러 개의 당명 후보를 대상으로 선호투표가 실시되며, 이 투표에서 1위를 한 당명이 최종 당명 후보가 되어 당원총투표로 찬반투표를 거친다. 당원총투표에서 당명개정안이 가결된다면 즉시 당명개정 절차가 이루어지며, 권영국 혹은 한상균 후보는 해당 당명으로 이번 대선의 후보로 출마할 예정이다.


무슨 이름으로 바뀌나요?

그렇다면 어떤 당명이 정의당의 새로운 이름으로 거론되고 있을까? 당명 추천이 마감된 현재 기준으로 제안된 당명의 수는 52개이며, 이 중 추천수에 따라 주요 당명 및 당명개정 관련 주장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 중 지난 26일 전국위원회를 통과한 당명은 '평등사회당', '민주노동당', '사회연대당'의 3개임을 미리 밝혀 둔다.

 

우선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당명은 '평등사회당'이다. 제안을 올리며 공동제안자를 모집한 평등사회당은 4월 26일 기준으로 63명의 공동제안자를 모았으며, 공동제안자는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평등사회당을 최초로 제안한 것은 마포구 부위원장이자 전국위원인 장태린으로, 최초제안자가 청년인 것답게 많은 공동제안자가 청년 당원들이다. 평등사회당 제안자 측은 해당 당명 제안 취지로 정의당이 말하는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의당이 그동안 말하던 '정의로운 복지국가'와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란 비전이란 곧 평등한 사회라고 말하며, 그 비전을 '평등사회당'의 이름으로 구체화해 나가자 말하고 있다. 앞서 '평등사회당'이라는 이름은 지난 2016년 정의당이 당명개정을 추진했을 때에도 유력 당명 제안 중 하나로 올라온 바 있다.

평등사회당 당명 제안자 측의 홍보 이미지.

 

그 다음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당명은 '민주노동당'이다. 진보정당 하면 모두가 생각하곤 하는, 2000년에 창당된 민주노동당의 이름을 차용한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제안한 김종호는 민주노동당 탄생의 초심으로 돌아가 정의당과 진보정당, 노동자들이 함께 손을 맞잡은 정당의 지향성을 표현하고자 해당 당명을 제안하였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남양주위원회 한영섭 위원장이 제안한 '사회연대당'은 당원 추천수가 높지는 않았으나 평등사회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지난 26일 전국위원회를 통과하여 당대회에 부쳐질 예정이다.

 

평등사회당, 민주노동당에 이어 추천수 기준 셋째로는 당명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윤오 도봉구 지역위원장의 '퐁당퐁당'이 뒤를 이었다. 윤오 위원장은 그 스스로 "당명 변경에 반대한다"는 것을 당명 제안 글 초반에 천명하였으며, 그럼에도 당명을 제안한 이유로 연대회의의 대선 대응 전제조건이 당명 개정이기 때문이라 말하고 있다. 퐁당퐁당을 제안한 이유로는 홍보 측면과 특이한 당명으로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것, 그리고 당의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제안자가 해당 당명을 추천한다기보다는 이번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도부를 비롯해서 당 전반이 연대회의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넷째는 경기도당 위원장 신현자가 제안한 '노동시민평등연대(약칭 평등연대)'가 있다. 평등연대를 제안한 이유는 연대회의가 가지는 가치가 '다양한 일하는 시민들의 평등한 연대'로 상징될 수 있으며, 계엄 이후 수요일마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세바넷)' 주도로 이어졌던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의 가치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 말하고 있다. 또한 '평등연대' 제안자 측은 해당 당명을 대선 이후 다시 '정의당'으로 복귀할 수도 있는 과도기적 당명으로서의 의미를 두자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4월 26일 기준 15명의 추천을 받은 마포구위원회 운영위원이자 대의원인 조현익의 당명개정 반대 주장이 있다. 조현익은 이번 당명 개정에 반대하며 이번 21대 대선에서만큼은 정의당 당명을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조현익을 비롯한 당명개정 반대 주장 측은(상술한 '퐁당퐁당'의 제안자 윤오 역시 이러한 입장에 가깝다) 여전히 '정의당'이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있으며, 급조된 당명으로 대선을 치르는 것은 무리라 말한다. 이번 대선에 연대회의를 통해 제 진보정치·사회운동세력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13년간 이어온 상징적인 당명인 정의당이라는 이름을 갑자기 개정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정의당 마포구위원회 운영위원 조현익의 "2025 대선까지는 '정의당'을 당명으로 남겨두자" 호소에 대한 홍보 이미지.


평등사회로, 함께 나아가자

살펴보았듯이, 현재 정의당 내에는 당명 개정에 찬성하며 당명을 제안한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당명 개정에 반대하는 이들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내란 사태와 탄핵까지, 우리는 광장에서 너무 바쁘게 싸워 왔고 그만큼 당이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해 토론할 여유를 갖지 못했다. 민주적 정당에 정치적 이견의 존재는 당연하지만 그 이견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원활하게 토론될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연대회의에 정의당이 끌려다닌다는 입장부터, '내란세력 청산'이 우선인 상황 속에서 '민주진보대연합'을 실현하기 위해 정의당은 출마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까지. 정의당 내에서는 이번 대선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필자는 연대회의와 같이 대선에 공동대응하기로 한 상황 속, 정의당의 당명을 고집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의당이 과거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로 인하여 TV 토론회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연대회의의 결정에 정의당이 '종속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그런 지점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정의당'이란 당명을 바꾸는 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다만 현재 정의당을 비롯한 모든 독자적 진보정치세력이 원외정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진보제세력을 다시 규합하고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과정이라면, 당명을 개정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출발하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방법일 것이다.

 

필자는 현재 당명 개정과 관련하여 '평등사회당'이라는 새로운 당명의 공동제안자로 나선 상황이다. 해당 당명을 함께 제안하게 된 이유는 제안자들 각자가 전부 다르겠지만, 평등사회당 공동제안자들은 단순히 연대회의 결정사항에 대한 종속을 넘어 당명개정과 평등사회당이라는 이름을 진보정치의 새 정치세력화를 시작하는 전기(轉機)로 삼자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평등사회와 평등정치가 시대정신과 광장 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며, "윤석열도, 이재명도, 한동훈도, 이준석도 정의를 말하는 시점에서 정의당과 진보정치가 말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힐 때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본인을 포함한 평등사회당 공동제안자들은 "평등사회가 곧 정의당과 진보정치가 말하는 정의"라고 믿고 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불평등을 개인의 몫으로 떠넘기지 않는 평등사회를 이룩하는 정치공동체의 역할을 평등사회당이 주체로서 자임하고 또한 당의 그런 존재의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에서 당명을 '평등사회당'으로 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다.

'평등사회당' 제안자 측의 카드뉴스.

 

특히 청소년과 장애인, 성소수자, 그리고 지금은 외국인과 함께 마주치고 부딪히며 일하는 본인에게 있어 '평등'은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평등을 국어사전에 치면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다'는 의미가 나온다. 하지만 본인과 본인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전혀 그 가치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편히 손잡지 못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했다고 비난받고, 원하는 곳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 그런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본인을 포함한 평등사회당 공동제안자들은 '평등사회'를 실현하고, 시민들에게 평등사회로 가기 위한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이 진보정치 세력의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평등사회당을 정의당의 새로운 이름으로 주장하고 있다.

 

정의당 내에는 당명개정과 관련한 여러 의견이 많은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상술하였듯이 당명개정 자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당원들이 많다. 본 기사를 송고하는 것 역시 '평등사회당'으로의 당명개정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당명개정이라는 상황 자체를 더욱 알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당명개정을 반대하는 당원들 역시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녹색정의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후 원외정당이 된 설움 때문일 수도, '정의당'이라는 당명이 가지고 있는 대중성 때문일 수도 있다. 본인은 당명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당명개정 반대의 입장 역시 당 내에서 충분히 토론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당원총투표까지 며칠 남지 않았지만, 당원들 간의 활발한 토론을 통해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져 대선과 더 나아가 진보정치와 시민들에게 가장 도움을 주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전환의 입장 및 <도모>의 편집 방향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승렬

성소수자와 노인, 그리고 장애인이 공존하는 종로구에 살고 있다. 정의당 종로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