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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재명은 블레어도 아닌 대처가 되려 하는가

by Domoleft 2025. 6. 23.

[경제] 이재명은 블레어도 아닌 대처가 되려 하는가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주주자본주의 강화를 통한 자본시장 대전환'을 경제개혁의 핵심 과제로 역설한다. 그러나 이재명의 '개혁'이 한국 경제의 본질적 문제를 외면한 채 오직 주식시장 활성화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재명식 주주자본주의는 어째서 한국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없는가?


지난 2023년 소액주주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있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처: 연합뉴스

 

벌써 3주가 지난 이재명 정부의 출범 이후 현재까지,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중에서는 소위 '주주자본주의' 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이재명은 소액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안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등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강조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자본시장 대전환'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각주:1]

 

이재명과 민주당은 이러한 정책을 '실용'이라는 수사로 포장하고 있지만, 주주자본주의 정책의 본질은 결국 철저히 자본주의적 입장에서의 '실용'이며 시장 논리에 순응하는 보수적 행보다. 마치 최근 스스로 '중도보수'로 정체화하고 나서 스스로의 보수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인지 싶을 정도로, 이재명의 경제정책은 오히려 노동 중심성, 공공성 강화, 사회적 연대 등 진보·좌파가 이야기해 왔던 핵심 가치를 철저히 도외시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민주당에 종속된 일부 '진보'세력은 이재명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하거나, 혹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재명의 주주자본주의는 어째서 진보적 대안이 될 수 없는가?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노동과 충돌할 주주자본주의

이재명이 주장하는 주주 이익 중시 정책이 과연 서민과 노동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의 배를 부르게 한다고 해서 재벌의 돈이 자동으로 약자에게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이 주주 배당을 늘리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되면, 그 칼날은 고스란히 노동자와 서민에게 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으려면 주주자본주의를 넘어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에는 '국민적 합의가 없으니 안 하겠다'는 말을, 위성정당 방지법에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니 안 하겠다'는 말을 반복하던 이재명과 민주당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재명 정부가 주주자본주의를 넘어선 노동자 보호 장치를 만들 확률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좌측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성소수자 활동가에게 "다 했죠?"로 응대하는 이재명 / 국회 의원회관에서 강연 중인 장하준. 출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 시사IN

 

경제학자 장하준은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0년간 미국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주주였다. 주주환원을 많이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해외로 생산설비를 옮기고 인건비를 줄여서 주주에게 돌려줄 재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미국 250대 혹은 500대 기업의 통계에 따르면, 이윤의 90~95%가 주주에게 환원된다"며, "빌려서 자사주를 사거나 심지어 자사주 매입 규모가 이윤의 200~300%인 기업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하준 교수는 이재명의 산업정책이 주주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각주:2] 이처럼 이재명의 정책이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 모순은 이미 많은 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노동 내부의 분열 역시 주주자본주의의 강화가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주식을 보유한 노동자는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식을 보유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해고와 임금 삭감의 위험에 노출된다. 이는 노동계급 내부의 이해관계를 분할하여 노-노 대립을 의도적으로 초래할 수 있다. 즉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간의 갈등처럼, 금융자산을 축적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간의 상당한 충돌은 비자연적으로 초래된다. 배당을 받는 노동자와 해고되는 노동자 사이의 갈등이 심화된다면 결국 노동계급에 필요한 사회적 연대의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주주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자본의 논리를 우선시하는 체제다. 아무리 소액주주를 보호한다고 해도, 결국 이는 노동의 가치를 자본의 논리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그러나 '소년공 출신 대통령' 이재명은 이런 결과가 별로 괘념치 않은 듯 하다.


재벌개혁은 유보하며 소액주주를 달래는 모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는 이재명 대통령. 출처: 조선일보

 

한국 경제의 핵심 문제는 재벌 중심 구조에 있고, 박근혜 등 과거의 보수정부조차도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표면적으로나마 이에 공감한 바 있다. 현재 한국 경제의 구조는 소수 대기업이 경제 전반을 지배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이들의 하청업체나 골목상권 파괴의 희생양이 되는 구조다. 그러나 이재명의 개혁은 이를 손대지 않는 응급치료에 불과하다. 이에 그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경제 혁신은 불가능하다. 이재명의 정책은 재벌 체제 자체에는 손대지 않으면서, 소액주주가 그 체제에 편입되어 부스러기라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상으로 읽힌다. 즉 기득권에 맞서 싸우려는 것이 아니라, 기득권 체제에 편입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각주:3]

 

정말 한국 경제의 개혁을 원한다면 재벌 해체, 경제민주화, 공기업의 투명성 확대 등을 통해 자본권력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중도보수를 자칭하며 보수적 경제관을 수용한 이재명의 정책은 오히려 자본시장에 버블을 만들고 금융자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주당의 수혜를 입어 원내에 진출한 자칭 '진보' 세력 역시 이러한 흐름에 대해 침묵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동조하고 있는데다가, 진보정치의 본질적 과제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순진한 태도로 이들이 광장에서 그토록 외쳐 온 '내란 종식'과 '사회대개혁'을 과연 이룰 수 있을까?


주주로 변한 시민은 진보의 동맹이 될 수 있는가?

영국의 전 총리이자 '신자유주의의 화신'으로 불리우는 마거릿 대처는 감세와 조세개혁, 노사관계 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대규모 공기업 민영화, 공공부문에의 경쟁 도입, 규제 혁파를 통해 영국 경제를 완전히 뒤바꿨다. 주주자본주의의 이식도 대처의 주요 정책 중 하나였다. 대처 정부가 들어선 1979년부터 1992년까지 총 415억 파운드(현재 기준 약 77조 원)어치의 국유 주식들이 민간으로 넘어갔으며, 1992년이 되면 이제 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민영화가 진행되었다.[각주:4]

 

마거릿 대처의 민영화 정책과 금융화는 영국의 중산층 다수를 주주로 만들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서 주식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금융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이들은 대처와 보수당의 시대착오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강고한 지지 기반이 되었다. 자신들의 자산 가치 상승이 보수당의 정책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미 '수도권 중산층 정당'으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고 있는 민주당을 본다면, 주주자본주의에서 그칠 이재명의 개혁이 의도하는 바와 그 결과 역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1925~2013)

 

'주주의식'이 시민의식을 대체한 사회는 오히려 불평등에 둔감해진다. 자산을 보유한 시민들은 자산 가격 상승에만 관심을 갖게 되고, 자산을 보유하지 못한 계층의 어려움에는 무관심해진다. 이는 자산 중심 정치로 귀결되며 능력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는 이준석식 능력주의와 닮아갈 가능성이 크다. 주주로 변한 시민들은 연대의 가치보다 개별적 이익을 추구하게 된다. 이들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보다는 기업의 수익성을, 공공서비스 확대보다는 세금 절약을, 사회적 약자 보호보다는 자산가치 상승을 우선시하게 된다. 여전히 이들 스스로가 진보를 자칭할 수도 있겠으나,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벗어날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대처의 민영화 정책은 '두 국민 전략'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민영화로 인해 주식을 소유하거나 주식시장에 참여할 여력이 있는 일부 계층은 혜택을 받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과중한 요금 부담과 서비스 질 저하라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영국 전력산업의 경우 민영화 이후 전력도매가격은 인하되고 생산성도 향상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오히려 전력요금 실질 인하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윤의 대다수는 전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민간 주주에게 초과이윤으로 배분되었을 뿐이다.[각주:5] 주식을 가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야 좋을 수 있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에겐 더욱 힘든 삶을 주주자본주의가 선사한 것이다.

마주보며 웃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좌측)와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출처: BBC

 

1994년 영국 노동당의 당수로 선출된 토니 블레어는 '제3의 길'을 외쳤다. 제3의 길은 바로 토니 블레어가 제시한 이른바 '신 노동당'의 국가이념으로서, 고복지-고부담-저효율로 요약되는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 노선(제1의 길)과 고효율-저부담-불평등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노선(제2의 길)을 합친 새로운 정책 노선이었다. 그러나 제3의 길의 실상은 어땠을까. 토니 블레어는 집권 이후 대처리즘을 대부분 수용하였다. 그의 별명은 '바지 입은 대처', '회색 양복의 대처'였다.

 

토니 벤 같은 노동당 좌파 정치인들은 '지배 세력은 약한 보수당 정부보다 강력한 블레어 정부가 대처의 사상을 더욱 안전하게 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며 토니 블레어와 제3의 길을 비판했다. 대처 시절 만들어진 불평등은 노동당 정부였던 블레어 정부 시절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의 경재정책은 토니 블레어의 그것조차 되지 못하고, 오히려 마거릿 대처의 한국적 아류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블레어의 실패와 별개로 그가 당대 영국 경제를 바꾸기 위해 제3의 길이라는 대안적 비전을 제시했다면, 이재명은 이미 서구에서 불평등의 증가로 실패가 증명된 주주자본주의라는 신고전학파적 모델을 단순히 답습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신 주식의 방주에 올라타라고?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주주자본주의를 외치는, 즉 '밸류업'을 외치는 사람들이 주로 주장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의 자금을 주식 시장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실제로 소위 '예산 전문가'로 평가받는 서울시립대 이정희 교수는 "밸류업을 통해 자금이 부동산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게 되면 부동산 자산 가격의 하방 압력이 생기고 이는 가계의 주거비 부담, 기업의 생산요소 가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이런 방식으로 경제 전체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이뤄지고 경제의 모든 주체에 혜택이 주어지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밸류업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다.[각주:6]

 

그러나 이런 '밸류업'론자들은 몇 가지를 놓치고 있다. 첫째, 대한민국의 부동산 소유주들은 부동산 자산 가격의 하방 압력 자체에 극도로 부정적이다. 지난 2025년 4월에 있었던 구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극우정당 자유통일당의 이강산 후보가 30% 넘는 득표를 올린 것에 대해, 기성 언론은 '국민의힘이 불출마해서 가능했다'는 한 가지 이유만을 말하고 있다. 물론 주류 보수정당의 불출마가 극우 득표 견인의 핵심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는 모든 공보물과 연설의 서두에서 "구로구의 집값을 올리겠다"는 말을 외쳤다. 단순히 국민의힘 후보가 없어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부동산 소유주들의 '가격 상승 심리'를 놓지 않은 것 역시 분명 성공적인 선거전의 요인이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위해 극우정당도 서슴지 않고 뽑는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하방 압력에 순순히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리라 기대하는 것은 과연 현실적인가?

2025년 4월 구로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유세 중인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 출처: 자유일보

 

둘째, 자금을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옮기는 것은 본질적으로 풍선효과(버블)에 불과하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버블은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건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심화되었다. 실물경제의 성장 없이는 부동산 시장에 있던 돈이 주식 시장으로 간다고 해서 버블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밸류업, 즉 주주자본주의는 부동산 시장에서나 주식 시장에서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부동산 버블이나 주식 버블이나 똑같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과거 닷컴버블, 판데믹 시기 밈주식/밈코인 버블 등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이재명식 주주자본주의가 유도하는 '밸류업'은 부동산 시장의 버블을 끄는 데 효과가 있을지조차도 불분명할 뿐더러, 설령 있다고 해도 결국 주식 시장 버블이란 풍선효과를 불러올 뿐이다.


<금융 도둑>이 말하는 대안적 금융

주주자본주의의 시대를 불러오고자 하는 '이재명식 개혁'이 해법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대안적 금융인가? 그레이스 블레이클리(Grace Blakeley)의 저서 <금융 도둑>은 오늘날 신고전학파가 주도하는 금융자본주의의 폐해를 날카롭게 진단하며 대안적 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블레이클리는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현재 좌파 계간지 <트리뷴(Tribune)>의 전속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내부적 모순으로 필연적으로 작동을 멈추게 되며, 위기의 순간 폭발할 때까지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삐그덕거리며 굴러가는 속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신고전학파 경제학, 즉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가장 변질되지 않은 형태임을 폭로하며 '자본주의를 탈피하지 않으면 신자유주의 역시 탈피할 수 없음'을 말한다.

좌측부터: 그레이스 블레이클리와 그의 저서 <금융 도둑>. 출처: repeaterbooks.com / 알라딘

 

진보적 경제정책의 목소리가 주류 정치권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지금 한국에서, 그레이스 블레이클리가 제시하는 대안은 다시 읽어봄직하다. 블레이클리는 민간 금융기관이 시민의 돈으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지금의 구조에서 벗어나 국가와 지역사회가 소유·운영하는 공공은행을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국가나 지역사회가 운영할 공적 소매금융기관인 공공은행은 실물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에 필요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 금융이 자본의 수단이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금융이 복지의 수단이 되어 사회평등에 이바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한 블레이클리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노동자, 지역사회,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구조로 바꿀것을 주장한다.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이 주주의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이익을 반영하도록 만드는 장치다. 노동자나 지역사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애써 크게 만든 파이를 주주가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몫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레이클리의 책 <금융 도둑>은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넘어 금융의 공공성과 민주적 통제, 사회적 연대와 복지 강화 등 근본적인 구조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이재명식 개혁'을 통한 주주자본주의의 시대를 마주하려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더욱 큰 의미가 있는 촉구다.

 

한편 이에 더해 한국의 상황에서는 금융거래세 도입, 파생상품 규제, 대형 금융기관 분할 등으로 금융시장의 투기적 성향을 억제하고 실물경제에 해를 끼치는 금융행위를 제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재명이 윤석열과 합의하여 대책 없이 폐기한 금융투자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부활시키고, 과거 DSL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등 투기를 막기 위한 각종 제도들이 정책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앞서 말한 정책들은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동당(구 정의당) 등 독자적 진보정당들이 이전부터 꾸준히 각종 선거에서 제시해 온 공약이기도 하다.


주주자본주의라는 허상을 넘어, 다시 공공성으로

주식시장 전광판 앞의 이재명 대통령. 출처: 한겨레

 

이재명의 주주자본주의 정책은 실용을 내세우며 추진되는 보수화의 결정체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보수층의 환심을 사려는 단기적 계산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개혁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이재명의 보수적 기조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하는 자칭 진보 세력의 행태가 본질적인 경제구조개혁을 외쳐야 할 진보정치의 신뢰를 더욱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는 다시 노동·공공·연대의 가치로 돌아가야 한다. '주주만 주인 되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 되는 세상'을 위해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에서의 공공성 확충이라는 정책적 접근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다. 지금 우리 경제에는 주식시장의 거품이 아니라 <금융 도둑>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처럼, 혹은 민주당과 이재명 스스로가 폐기했던 수많은 개혁안들처럼 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사회대개혁'을 여전히 외치는 민주당과 이재명이 걷고자 하는 길은 복지국가와 경제정의의 길인가, 혹은 토니 블레어, 심지어는 신자유주의의 화신 대처의 길인가?


김봉독

공인회계사, 세무사. 현재 모 회계법인의 세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도모>에 어려운 경제 이슈를 풀어쓰는 글을 기고한다. 조세정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지만 여전히 세법은 어렵다.


각주

  1. 아주경제, 개미투자자 만난 이재명…’소액주주 보호 의무화’ 상법 개정 추진 https://m.news.nate.com/view/20230418n33406 [본문으로]
  2. 시사IN, 장하준 “이재명 산업정책, 주주자본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 https://v.daum.net/v/20250506084427698 [본문으로]
  3. 경향신문, 성장론에 밀려 ‘실종’된 대선 재벌개혁 공약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230600021#c2b [본문으로]
  4. 미래한국, ‘대처 혁명’과 마거릿 대처의 리더십 https://www.futur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7344 [본문으로]
  5. 한겨레21, [특집] 영국의 민영화 “분노가 두배로” https://h21.hani.co.kr/section-021005000/2001/04/p021005000200104100354070.html  [본문으로]
  6. 문화일보, 기업 밸류업, 국민 모두가 수혜자이다[포럼] https://www.munhwa.com/article/1142567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