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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차별금지법의 경제적 의의: 빌라도의 길을 걷는 민주당

by Domoleft 2025. 7. 29.

[경제] 차별금지법의 경제적 의의: 빌라도의 길을 걷는 민주당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부터 2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입법은 여전히 요원하다. "민생이 먼저"라며 차별금지법과 민생을 구분짓는 민주당,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정말 민생과 관계없는 것인가? 차별금지의 경제적 의의와 집권여당의 위선을 분석하며 비판한다.


2023년 11월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의 행사에 참석해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밝히는 김민석 국무총리.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이재명 정부의 첫 국무총리인 김민석 총리는 지난 2023년 11월 한 종교단체 행사에 참석해, 자신이 종교인이라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각주:1] 물론 우리에겐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정치인이자 고위 공직자가 공적인 법률 제정 문제를 개인적 신앙으로 반대하며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퇴행이 아니라 권력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성경을 근거로 삼은 김민석 총리의 논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성경 안의 '새' 상징에 스스로를 투영시키는 선언과 같다. 마태복음 13장에서 새는 진리와 정의의 씨앗을 훼방하는 존재다. 김민석 총리가 반대하는 바로 그 차별금지법은, 씨앗이 뿌려지기도 전에 새가 쪼아먹듯 이미 힘을 잃고 있다.

 

김민석 총리에게는 '김민새'라는 오래된 별명이 있다.[각주:2] 이 별명은 김민석의 '철새' 정치 행보에 대한 조롱이었으며 지금도 그런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이 별명은 정확한 성경적 상징이 되었다. 김민석 총리는 (예수가 말한) '씨앗을 쪼아먹는 존재'다. 그 별명을 자처하고 있다면 차라리 정직하다. 문제는 이런 자가 '종교인'을 자처하며 총리직에 앉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신앙을 방패 삼는 위선자라는 점이다. 종교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빌라도의 길을 걷고 있다. 김민석 총리는 지금 종교인이 아니다. 신앙을 외피로 걸친 정치적 인간이다.

 

김민석은 "모든 인간이 동성애를 택한다면 인류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모든 인간이 김민석 총리처럼 '새의 길'을 택한다면 인류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이 글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한 차별금지법의 경제적 영향에 대해 다루어 본다. 물론 차별금지법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차별 금지 자체를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잊지 않으면서 차별금지법과 경제의 관계를 살펴봄과 동시에 참고할 만한 사례를 짚어 보며, '민생이 우선'이라는 일부 반대 측의 주장과 달리 차별금지법이 어떻게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여당이 이런 태도를 취하게 된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차별 해소 법제화의 경제적 의미와 필요성

좌측부터: 미국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1930~2014) / 베커의 저서 <차별의 경제학>

 

경제적으로, 차별이 있는 사회는 비효율적이다.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는 인적 자원이 불합리하게 배제되어 전체 생산성이 저하된다. 인종, 성별, 장애 등 다양한 이유로 유능한 인재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사회 전체의 잠재력이 낭비되고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 이는 심지어 우파적 경제관에서도 일찍이 지적되어 온 문제다.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주류 경제학자이자 신자유주의의 시초로 악명 높은 '시카고 학파'의 대부 게리 베커는 1957년 발표한 저서 <차별의 경제학>에서 차별이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며, 기업이 차별을 지속할 경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제시했다. 그의 연구는 차별이 경제적 자원 배분을 왜곡하고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한다. 또한 특정 집단이 저임금·저숙련 일자리에 집중되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복지·의료 등 공공부문에 추가적 부담이 발생한다. 인종차별이 심각했던 시기에는 차별이 심각한 지역 전체의 경제 발전이 정체되는 현상도 관찰됐다.[각주:3]

 

차별금지법을 통한 차별 해소 법제화는 단순한 인권 보장 차원을 넘어, 사회적 정의 실현과 경제적 효율성 추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지향한다. 미국의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이 흑인 중 최초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사례를 통해 이런 차별 해소 제도화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2차대전 직후 재키 로빈슨이 최초로 MLB에 진출하면서 미국 스포츠 분야에서의 인종 장벽은 점점 허물어졌고, 이는 흑인 선수들의 경제적 기회 확대와 스포츠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각주:4] 인종차별 해소 노력을 게을리하다 망가진 이탈리아 축구 리그 세리에A와 비교하면, 산업 내에서 차별 해소가 산업 발전에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다.[각주:5]

 

차별금지법을 통한 차별 해소 법제화는 인재 풀을 확대하고, 모든 이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 사회 전체의 역량을 극대화한다. 이는 곧 기업과 국가의 혁신 동력 확보로 연결된다. 차별이 지속되면 국가의 잠재 GDP 달성에도 큰 방해가 된다.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모든 인력이 차별로 인해 배제된다면, 경제는 최대 성장 경로를 달성할 수 없다.

흑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재키 로빈슨. 출처: 위키피디아


차별 해소 법제화의 단기적 경제 효과와 조정 비용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별금지법처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법제도가 도입되면 기업과 사회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기업은 차별 방지 교육, 내부 규정 정비, 법적 대응 체계 구축 등에 투자해야 한다. 노동시장 내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며,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이나 특정 지역에서는 인력 운용 방식의 변화로 인해 일시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런 초기 비용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영업이익률 하락이나 경영 혼란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민권법 시행 초기 일부 기업에서는 단기적 수익성 저하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반대론자들은 제도 도입에 따른 혼란, 비용, 사회적 갈등을 강조하며 법제화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법제화 직후에는 기업의 자본구조 조정, 인력 재배치 등 다양한 변화가 동반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비용 증가, 생산성 저하, 조직 내 갈등 등 단기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제도 도입 초기에는 사회적 논란이나 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법의 적용 범위나 구체적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 한계는 제도 적응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기업과 사회가 새로운 규범에 익숙해지면, 초기의 혼란은 줄어들고 법제화의 긍정적 효과가 점차 드러난다.[각주:6]

좌측부터: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메이저리거 알버트 푸홀스 / 일본 출신의 메이저리거 오타니 쇼헤이

 

제도 도입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업과 사회는 차별 해소로 인한 다양성 증진, 생산성 및 혁신성 향상 등 긍정적 신호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 민권법 시행 후 미국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흑인 노동계급의 임금과 고용 기회가 개선되었고, 이는 경제 전체의 효율성 증대로 이어졌다. 앞서 말한 재키 로빈슨의 MLB 진출 역시 단기적으로는 많은 논란과 저항이 있었으나, 장기적으로는 흑인 선수들의 활약과 리그의 흥행, 시장 확대 등으로 이어져 스포츠 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 만약 재키 로빈슨이 없었다면 이후 알버트 푸홀스나 오타니 쇼헤이와 같은 다양한 인종·국적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MLB에 진출하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차별 해소를 위한 법제화의 초기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쇄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법제화의 편익이 비용을 능가하는 경우가 많다. 성경의 전도서 11장 1절에서는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고 한다. 당장은 손해를 보지만 시간이 흐른 뒤 유익으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그 무엇보다 지금 차별금지법에 적용되는 격언이 아닐까?


차별의 경제적 대가

20세기 중반까지 미국(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 남부)은 인종차별이 제도화된 지역이었다. 흑인들은 교육, 주거, 고용 등 거의 모든 공적·사적 영역에서 백인과 분리된 체계를 강요받았고, 이로 인해 인적 자원의 활용이 극도로 제한되었다. 고등교육을 받은 흑인은 고용시장에서 배제되었고, 숙련된 노동력으로 성장할 잠재력은 억눌렸다. 이 같은 구조는 흑인 개인에게만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부 지역 전체의 생산성과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현재까지 미국 남부는 북부에 비해 평균 소득과 산업 경쟁력에 있어 현저히 뒤쳐져 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낙후가 아니라 차별이라는 구조적 병폐가 만든 결과였다.

1960년대 미국의 흑인민권운동

 

경제학자들은 차별이 미국 남부의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보았다. 즉 유능한 흑인 인재가 시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으면, 노동 공급의 질이 떨어지고 기업의 경쟁력도 하락한다는 것이다. 남부 지역의 기업들은 의도적으로 흑인을 배제하며 인건비 구조를 왜곡했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생산성은 정체되었다. 뿐만 아니라 차별로 인한 사회적 갈등, 불신, 저소득층 증가 등은 공공재의 부담 증가로 이어져 지역 경제에 이중의 손실을 안겼다. 결국 인종차별은 남부를 경제적으로도 고립시켰고, 이와 같은 구조는 민권운동 이후 제도개혁이 있은 뒤에도 장기간 지속되었다.[각주:7]

 

이와 같은 사례는 미국에만 있는 것도, 과거의 일도 아니다. 김민재의 전 소속팀으로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축구팀 SSC 나폴리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세리에A 우승 직후, 주전 스트라이커 빅터 오시멘이 소속팀에 불만을 표하자 구단 공식 SNS에 '코코넛' 등 인종차별적 표현이 담긴 영상을 게시해 논란을 일으켰다.[각주:8]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계가 인종차별 문제에 여전히 무감각하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세리에A와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은 지난 20여 년간 급격한 경쟁력 저하를 겪어 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유럽 축구의 중심에 있었던 세리에A는 외국인 스타 선수들의 유입 감소, 경기장 내의 차별적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조직적 무관심으로 인해 매력을 잃었다.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빅터 오시멘을 '코코넛'에 비유한 SSC 나폴리

 

인종차별 구호가 경기장 안팎에서 반복적으로 외쳐져도 리그 사무국은 이를 사실상 방치했고, 이는 흑인·이민자 선수들의 리그 이탈과 신뢰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리그의 상황 속에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역시 사회적 통합을 기반으로 한 전력 강화에 실패하면서 2018년과 2022년 연달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는 단지 전술이나 재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인종과 다양성을 억압한 채 폐쇄적 시스템이 초래한 필연적 결과였다. 지금의 세리에A와 이탈리아 대표팀은 차별 해소에 소극적인 태도가 장기적으로 어떤 몰락을 가져오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각주:9] [각주:10]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 차별금지법 반대의 근저에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훈고학적 전통 숭배가 있다. 이는 이슬람권 일부 국가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여성 할례를 '오랜 관습'이라는 이유로 지속하는 태도와 닮아 있다. 여성 할례는 단지 개인의 신체를 훼손하는 인권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 할례로 인해 전 세계가 감당하는 의료비는 매년 약 14억 달러에 달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보건 예산의 10~30%를 차지한다.[각주:11]

 

이탈리아 축구계, 미국 남부, 그리고 여성 할례 사례는 차별철폐에 반대하는 구시대적이며 훈고학적인 신념이 조직과 경제에 끼치는 실질적인 피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고 있는 이들 역시 성경 구절의 단편적 해석이나 종교적 명분을 내세우며 사회 전체의 생산성과 다양성, 포용성을 훼손하고 있다. 그 결과는 단지 인권의 후퇴만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정체이자 국민 자원의 낭비이기도 하다. 이렇게 바라본다면 차별금지법의 입법이 정체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결국 정치와 종교의 퇴행이 빚는 사회적 타협의 고비용화일 뿐이다.

2022년 국회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반대 미스바 구국기도회 및 국민대회'. 출처: 기독일보

 

'차별 금지가 경제에 효과적이다'라는 명제에 대한 반박도 물론 존재한다. 차별 해소가 정말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정부가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차별을 없앴을 것이고,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차별을 없애는 것이 이익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움직였어야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런 변화가 잘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면 차별 해소가 경제적으로는 실효성이 없거나 오히려 손해라는 뜻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시장의 작동 방식과 현실의 제약을 간과한 것이다. 기업이 차별을 없애는 데 따르는 초기 비용은 꽤 크고, 사회 전반에 차별을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깔려 있을 경우 먼저 나서는 기업은 오히려 공격받기 쉽다.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되더라도 단기적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게 대부분 기업들의 태도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제도적 개입이 오히려 기업들이 따라올 수 있는 기준선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미국도 민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흑인을 고용하거나 소비자로 존중하지 않았고, 한국에서도 여성 고위직 확대 같은 다양성 정책은 정부나 사회적 압력이 있을 때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이나 조직은 당장의 손해를 피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하는데, 이럴 때에는 외부에서 룰을 바꿔야만 구조 역시 움직이게 된다. 물론 '차별금지법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환원론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기업이 먼저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하여 차별 해소가 경제적으로 쓸모 없다는 것은 선후관계가 호도된 결론이다.


모두가 '새의 길'을 걸을 때, 인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제21대 대선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권영국 후보의 질문에 "현안이 많다"며 회피하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 출처: YTN

 

이재명 대통령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민생이 먼저"라는 말로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살펴본 것처럼 차별금지법은 인권뿐만 아니라 경제와 민생의 문제다. 차별이 지속되는 사회에서는 인적 자원이 배제되고, 노동시장은 위축되며, 생산성은 정체된다. 차별금지법은 민생보다 앞서는 문제가 아니라 곧 민생 그 자체다. 분명한 사실을 모른 척 하면서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말하는 민주당 지지층은 단지 정치적 손익 계산에 갇혀 선량한 척 하는 나쁜 사마리아인일 뿐이다. 조국 전 교수의 말처럼 "몰랐다면 무능이고 알았다면 (차별의) 공범"인 상황이다. 늘 지금은 아니라고 말하며 십여 년을 보냈다. 그리고 또 십여 년이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그 사이 차별받는 이들은 자살하고, 해고되고, 복도에서 쫓겨난다.

 

더불어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 민주당이 1960년대 민권법 제정 당시 겪었던 내부 반발과 유사한 맥락이 숨어 있다. 당시 미국 민주당 내에서는 조지 윌리스, 스트롬 서먼드 같은 인물이 남부 백인 유권자와 지역 기반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민권법에 반대하며 독자적 활동을 벌인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등 역시 주요 지역 기반에서 종교세력을 중심으로 한 차별금지법 반대 여론이 강하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 지방 등 당의 핵심 지지층 내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는 보수적 종교 세력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는 현실이 당 지도부로 하여금 법 제정에 소극적으로 임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반대와 비슷한 예로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반응을 들 수 있다. 2022년 국민의힘은 서울시의회를 장악한 뒤 서울 학생인권조례의 폐지를 추진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선다윗 상근부대변인은 "당적은 다르지만, 종교인으로서 국민의힘에게 감사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각주:12] 당직자, 그것도 대변인쯤 되는 사람의 발언을 단순히 '개인의 의견'이나 '지나가는 사견'으로 치부할 수는 없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차별철폐를 주장하는 시민사회의 요구보다 종교계의 반동적 요구를 훨씬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좌측부터: 선다윗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 국민의힘의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당은 달라도 감사한 일"이라 말하는 선 부대변인. 출처: 오마이뉴스

 

신약성경의 사도신경은 본디오 빌라도(폰티우스 필라투스)의 통치 아래서 십자가에 못박히고 묻힌 예수를 언급한다. 본디오 빌라도가 유대교 기득권의 눈치를 보다 예수를 사형시키는 이 구절은, 더불어민주당이 종교계 등의 눈치를 보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고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환호하는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더불어민주당은 빌라도다. "손을 씻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자들이다. 김민석은 유다다. 은화 삼십에 예수를 팔았듯, 그는 정치 생명을 위해 신앙과 정의를 팔았다. 보수 종교계는 대제사장이다. 예수를 제거하기 위해 군중을 선동했던 그 기득권이다. 이 삼각구도는 다시 재현되었고, 이번에는 차별금지법을 십자가에 못박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 정의나 민생의 풍요로움은 이제 아무래도 좋아졌다. 물고기 몇 마리와 떡이 조금 더 있다 한들 표와 기득권 앞에서 무엇이 중요한가? 박해받는 이들이 세상을 등지든지 밀든지, 그까짓 무화과 나무가 비틀어 죽든지 말든지. 일부 양심적 종교인이 나타나 바알의 신도에게 불벼락을 내려달라고 했지만 이재명과 김민석의 피뢰침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도 막아내고 있다.

 

2천 년의 세월이 흘러, 무엇인가 다시 십자가에 못박혔다. 롱기누스가 창으로 예수의 옆구리를 찔러 댔듯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기득권은 차별을 없애자는 법을 마타도어의 창으로 푹푹 찔러대고 있다. 다행히 2천 년 전 예수의 제자보다는 지금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의 수가 더 많으리라 믿는다. 모든 인간이 진리와 정의의 씨앗을 쪼아먹는 '새의 길'을 택한다면, 혹은 본디오 빌라도의 길을 걷는다면, 인류는 지속 불가능하다. 민생이 더 풍요로운 세상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되어아만 하는 이유다.


김봉독

공인회계사, 세무사. 현재 모 회계법인의 세무팀에서 일하고 있다.

<도모>에 어려운 경제 이슈를 풀어쓰는 글을 기고한다. 조세정의와 진보적 경제정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무사지만 여전히 세법은 어렵다.


각주

  1. 경향신문, [단독] 김민석 “모든 인간이 동성애 택하면 인류 지속 못해” 과거 차별금지법 반대 발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160600111 [본문으로]
  2. 프레시안, '김민새'의 추억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86697 [본문으로]
  3. [도전과 응전의 경제학] 매일경제, 사회문제를 경제학으로 접근한 게리 베커 https://m.mk.co.kr/news/economy/9101200?utm_source=perplexity [본문으로]
  4. 문화일보, 재키 로빈슨, 흑인 첫 MLB 입성… 인종차별 벽 허물어[역사 속의 This week] https://www.munhwa.com/article/11423859?utm_source=perplexity [본문으로]
  5. 경향신문, 이탈리아는 왜 차별·혐오 논란이 반복될까 https://www.khan.co.kr/article/201912181651001 [본문으로]
  6. Marketplace, Understanding the civil rights movement as a labor and economic movement https://www.marketplace.org/story/2023/02/23/understanding-the-civil-rights-movement-as-a-labor-and-economic-movement?utm_source=perplexity [본문으로]
  7. EPI, The South’s high poverty rates and low economic mobility are the result of racist, anti-worker policies https://www.epi.org/press/the-souths-high-poverty-rates-and-low-economic-mobility-are-the-result-of-racist-anti-worker-policies/?utm_source=perplexity [본문으로]
  8. 마이데일리, 흑인 오시멘에게 "코코넛이야~" 인종차별한 나폴리, 역대 최악 산산조각 분위기 https://www.mydaily.co.kr/page/view/2023092719251699982 [본문으로]
  9. 풋볼 트라이브, 세리에A, 뿌리 깊은 문제점은 바람에 아니 뮐세 https://football-tribe.com/korea/2017/11/10/%EC%84%B8%EB%A6%AC%EC%97%90a%EC%9D%98-%EA%B3%A0%EC%A7%88%EC%A0%81%EC%9D%B8-%EB%AC%B8%EC%A0%9C%EC%A0%90%EB%93%A4/?utm_source=perplexity [본문으로]
  10. 경향신문, 이탈리아는 왜 차별·혐오 논란이 반복될까 https://www.khan.co.kr/article/201912181651001?utm_source=perplexity#c2b [본문으로]
  11. 연합뉴스, WHO “여성 할례로 매년 1조6천억원 경제적 손실” https://www.yna.co.kr/view/AKR20200206184900088?utm_source=perplexity [본문으로]
  12. 오마이뉴스, "학생인권조례 폐지, 국힘에 감사"... 선다윗 민주당 청년부대변인 논란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26175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