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신사법 통과에 부쳐: 타투이스트로 산다는 것
2025년 9월 25일 국회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는 문신사법을 통과시켰다. 1992년 대법원의 '문신은 의료행위' 판결 이후 33년 만에 타투이스트가 합법적 직업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법으로 인정받지 못함에도 분명히 존재해 왔던 그들의 삶, '타투이스트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었으며 이제는 또 무엇이 될까? 문신사법 통과에 부쳐, 연남동에서 활동하는 한 타투이스트가 현장의 목소리와 앞으로의 과제를 <도모>에 기고해 왔다.
확신과 불안 사이, 타투이스트들의 삶
저는 홍대 앞 연남동에서 활동하는 올해로 3년 차 타투이스트입니다.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타투에 관심이 많던 친구가 시술을 받을 때마다 동행했고, 그때 본 작업 과정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도안이 어떻게 피부 위로 옮겨지는지, 어떤 위생 절차를 거치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궁금증이 생겼고, '나도 배워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주로 수채화 느낌의 꽃과 연기 모티브를 그립니다. 누군가의 한 시절, 취향과 의미를 담은 이미지를 피부 위에 남기는 일은 제게 소중합니다. 도안을 만들고, 스텐실을 붙이고, 바늘을 세팅한 뒤 첫 라인을 긋는 순간만의 긴장감이 있습니다. 결과가 오래 남기 때문에 매번 손이 조심스러워집니다. 좋은 순간이 많았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은 오랫동안 제도 밖에 있었습니다. 불법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고, 그 말이 사람들의 인식과 일하는 환경을 함께 바꾸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작업하는 사람과 시술을 받는 사람 모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저는 샵에서 일했고, 샵 오너는 종종 주의를 주었습니다. "우리 샵이 신고당하면 안 돼요. 위치 노출 조심하세요." SNS에 작업 사진을 올릴 때 위치 정보를 끄고, 샵 이름을 직접 밝히지 않았습니다. 예약이 확정된 뒤에야 주소를 개별 안내했고, 첫 방문 고객에게는 "건물 앞에서 메시지 주시면 맞이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샵 문은 평소에도 잠겨 있었고, 초인종이나 연락을 통해서만 들어오실 수 있었습니다. "근처 샵 단속 떴대요. 조심하세요." 샵 단체 채팅방에서 그런 말이 오갈 때마다 평소엔 잘 느끼지 못했던 불안이 올라왔습니다. 신발 안에 돌멩이 하나가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걷는 건 가능하지만, 완전히 편하진 않은 상태.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업계 내 경쟁 속 틀어진 관계에서 악의로 신고했다는 이야기, 작업 중에 경찰이 들이닥쳤다는 이야기가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서는 늘 도시전설처럼 돌았습니다. 저는 제 일을 책임감 있게 해 왔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그 확신은 항상 누군가의 신고 한 통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과 함께 있었습니다.
이런 불안은 제도 밖이라는 조건에서만 생기지 않습니다. 사회의 시선도 영향을 줍니다. 인터넷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타투가 여전히 '불량함'과 쉽게 연결됩니다. 그런 표현을 볼 때마다 제 일과 제가 동시에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동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어머니가, 용돈을 벌기 위한 대학생이, 주말에만 투잡으로 일하는 직장인이, 한 집안의 가장이 생계를 위해 타투이스트를 했습니다. 그들에게 타투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고 책임이 따르는 서비스였습니다. 표정과 태도로 신뢰를 쌓아야 했고, 위생과 안전을 반복해서 확인해야 했습니다. 멸균 포장 상태를 확인하고, 장갑을 갈아 끼우고, 표면을 소독하고, 폐기물을 분리하는 과정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낡은 제도 아래에서 이 모든 노력은 '불법'이라는 한 단어로 묶였습니다. 제도 밖이라는 현실은 현장의 질을 고르게 만들기 어렵게 했습니다. 공식 교육과 감독 체계가 없었고, 기준을 배우고 점검하는 과정도 부족했습니다. 저는 가능한 범위에서 위생을 지키려고 했지만, 어떤 곳에서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 소독을 소홀히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가정집에서 은밀하게 작업하거나, 미성년자에게 시술을 권했다는 불편한 소문도 들었습니다.
제도는 단속을 가능하게 만들지만 단속만으로 개선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기준을 정하고, 기준을 배우고,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개선할 지점을 피드백하는 순환이 없다면, 시장은 값싼 선택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제도의 부재가 개선의 가장 큰 방해요소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의도가 있어도 체계가 받쳐 주지 않으면 현장은 개인의 양심과 경험에만 기대게 됩니다. 이 구조에서는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가 함께 존재하고, 소비자는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 결국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집니다.
남아 있는 현장의 과제들
문신사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환호하기보다는 안도했습니다. 이 일이 마침내 법의 안쪽으로 들어오는구나, 이제 작업 공간이 조금 더 안전해지겠구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동료들과 나눈 대화는 짧고 현실적이었습니다. "이제 정말 면허가 생기나 봐요." "교육은 어떻게 되려나." "경력은 인정될까요." "이미 개인 업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려나." 기쁨 다음에는 바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 변화를 단순히 '허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느낀 것은 존재를 인정받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제가 하는 일과 우리가 있는 자리가 더는 누군가의 통화 한 통에 흔들리지 않는 범주의 일이라는 확인입니다. 샵 주소를 숨기지 않아도 되고, 위생 절차를 공지하고, 고객 권리를 안내하는 문구를 벽에 붙일 수 있는 환경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법 조항만으로 현장이 곧바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문신사법이 시행되고 나면 타투이스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시험, 시설 기준과 기록 관리 등이 필요해집니다. 문턱은 필요하지만, 문턱이 벽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을 해온 타투이스트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경력 인증과 유예기간, 전환 교육 같은 장치가 필요합니다. 손의 기억으로 일해온 사람들이 글과 시험만으로 평가받아 배제되지 않도록 실기와 포트폴리오가 제도 안에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위생과 안전 기준이 서류에 적힌 문장으로만 남으면 힘을 잃습니다. 기록은 책임의 흔적이 되어야 하고 점검은 위협이 아니라 개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작은 샵과 지방 샵을 고려한 현실적 기준, 장비와 소모품에 대한 정보 접근성, 정기 교육의 비용과 시간에 대한 배려가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규제는 억압이 아니라 함께 지키는 약속으로 작동합니다. 고객의 권리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고객은 깨끗한 환경에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동의한 뒤 시술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알레르기나 질환, 피부 상태를 충분히 묻고 기록하는 일, 사후 관리 안내를 문서로 제공하는 일,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 절차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일은 기본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제도 안에서 정리되면 타투는 더 안전한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한편 인식의 변화는 가장 느립니다. 법이 바뀌어도 사람들의 견해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타투가 여전히 '문제'로 먼저 언급될 때, 저는 제 일을 설명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그렇다고 설명을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타투는 신체 위에 남는 이미지이고, 개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누군가는 상실을 기록하고, 누군가는 다짐을 남기고, 누군가는 공동체의 기호를 선택합니다. 타투이스트는 그 과정에서 기술과 위생, 디자인과 태도로 신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제도는 그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야 합니다.
현장에서 저는 다양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자해로 생긴 흉터를 가리고 싶다는 손님이 찾아오신 적이 있습니다. 조심스레 소매를 걷으며 "이제는 가족 앞에서도 숨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셨습니다. 시술을 마친 뒤, 새로 새겨진 작은 꽃무늬를 손끝으로 살피던 표정이 지금도 또렷합니다. 또 어떤 날은 어린 아들이 그린 낙서 그림을 들고 오신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참 금방 큰다"며 그 그림을 그대로 종아리에 새기셨습니다. 시술이 끝난 후, 잉크가 마른 자리를 바라보며 미소 짓던 그 표정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순간들 속에서 저는 타투가 단순히 '멋'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마음에 닿아 있는 일임을 실감합니다.
때때로 타투가 부정적으로 언급될 때마다, 저는 반사적으로 제 일을 방어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방어만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과정을 더 보여 주려 합니다. 장비를 어떻게 개봉하고, 멸균 포장을 어떻게 폐기하며, 표면을 어떻게 소독하는지, 어떤 잉크를 쓰고 어떤 기준을 통과했는지, 어떤 피부에는 어떤 주의가 필요한지, 시술 후 며칠 동안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한 번의 설명이 하나의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 작은 정정들이 쌓이면, 타투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불량'이라는 단어의 자리는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신사법 통과 이후 과제를 몇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경력 전환의 다리가 필요합니다. 현직 타투이스트가 경력과 포트폴리오, 위생 실천을 검증받고 교육을 이수해 제도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위생·안전 기준이 실제로 작동하는 절차가 되어야 합니다. 체크리스트를 넘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교육-점검-피드백-재교육이 반복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셋째, 이용자 권리와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합니다. 시설 인증, 시술자 자격과 교육 이수, 소독과 폐기 절차 같은 기본 정보를 소비자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단지 투명성을 위한 문장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기본 단계입니다. 이 밖에도 현장 의견을 제도에 반영할 통로가 있어야 합니다. 샵 규모와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운영 주체와 종사자, 이용자, 행정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시행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빠르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문신사법 통과, 끝이 아닌 변화의 시작
저는 종종 제도와 인식 사이에서 우리가 잊기 쉬운 문장을 떠올립니다. "나는 아직 당신의 삶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제 일의 의미를 설명하려 애쓰면서도, 타투를 불편하게 느끼는 누군가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합니다. 불편함은 정보 부족에서 오기도 하고, 나쁜 사례에서 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일은 정보와 사례를 바꾸는 일입니다. 더 깨끗하고, 더 자세히 설명하고, 더 책임 있게 일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장면들이 쌓이면 사회의 기억도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언젠가 샵의 문을 열 때 주소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겠지요. 위생 절차 안내문을 벽에 붙이고, 자격과 교육 이수 증빙을 카운터에 두고, 처음 오신 분께도 차분한 목소리로 절차를 설명하는 날들. 저는 여전히 같은 도구를 잡고 같은 순서로 일을 시작하겠지만, 마음 속 조심스러움의 성격은 달라질 것입니다. 숨기기 위한 조심스러움이 아니라 더 잘하기 위한 조심스러움으로 바뀔 것입니다.
문신사법의 통과는 끝이 아니라 이제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열어 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자리에서 그 목록을 하나씩 채워나가려 합니다. 스텐실을 붙이고, 바늘을 꺼내고, 손을 소독합니다. 그리고 시술 후 주의사항을 설명합니다. 예전부터 해오던 일들을 이제는 조금 더 떳떳하게, 조금 더 자세하게, 조금 더 공개적으로 하려 합니다. 그 변화가 제도에서 현장으로, 현장에서 인식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타투이스트의 손이 만드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이 일이 자연스럽게 '직업'이라고 불리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때가 오면 지금 이 시절의 불안과 조심스러움이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남동
홍대 연남동에서 활동하는 3년차 타투이스트입니다.
주로 꽃과 연기의 잔상을 그립니다.
'사회 > 사회 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폰 금지법', 청소년을 시민으로 보지 않는 사회의 악몽 (0) | 2025.09.23 |
---|---|
축복이 선언: 한국의 양육자여, 단결하라! (0) | 2025.08.27 |
그늘 없는 나라에서 일하는 그림자들 - 폭염 속 연이은 이주노동자의 죽음에 부쳐 (0) | 2025.08.01 |
더위는 차별적이지만 인권에는 예외가 없다 - 교정시설 에어컨 설치 논쟁에 대한 단상 (0) | 2025.08.01 |
'불평등이 재난이다' - 덮쳐오는 기후재난, 가난한 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0) | 2025.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