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 - ③ 새노추 상임대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다
도모는 2025년 새해를 맞아 릴레이 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를 진행합니다. 2025년 오늘날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주요 행위자들을 인터뷰하며 올해 진보정치가 가져야 할 방향성을 함께 찾아나가고자 합니다. 릴레이 인터뷰의 세 번째 회차로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 추진모임(새노추) 한상균 상임대표의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편집부)
민주노총 위원장에서 권리찾기유니온(권유하다) 위원장,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 추진모임(새노추) 상임대표까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 판을 짜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공덕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년 전 박근혜 퇴진 투쟁의 선봉에 섰던 민주노총 위원장은 다시 열린 지금의 퇴진광장과 진보정치의 현주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전 민주노총 위원장 활동을 했었고 현재는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 추진모임(이하 새노추)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한상균입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 권리찾기유니온(권유하다)의 조직부장이기도 합니다. 노조 밖 개별 노동자들, 작은 사업장들의 문제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고 당사자들을 조직화함과 동시에 새노추 상임대표로서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민주노총 위원장이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웃음),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위원장이라는 호칭이 편하니 위원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수감 생활이 끝나고 KGM(구 쌍용자동차) 판매노동자를 하고 계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요. 위원장 역임 이후 현재까지의 삶에 대해 먼저 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아시다시피 민중총궐기 당시 박근혜 정권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2018년 출소했습니다. 출소 후의 시계는 굉장히 넓고 깊게 돌아갔던 것 같네요. 우선 남미와 유럽을 다녀왔고, 좌파 정치, 민주노조운동을 하는 해외의 동지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그 쪽에서 박근혜를 끌어내린 민주노총 전 위원장을 만나 보고 싶다는 초청이 와서 갔는데요, 사실 전 박근혜를 끌어내릴 때 촛불 하나도 들 수 없었던 감옥에 있었지만요(웃음). 덕분에 책으로만 봐 왔던 남미와 유럽의 저항의 역사, 희망의 역사를 실제로 보고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 부족했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새노추의 결성과 노동 중심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추진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부터는 감옥에서 다짐한 대로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과 함께 권리찾기유니온을 창립해 지금까지 활동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령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단위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요. 처음에는 위원장직을 맡았고 현재는 조직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KGM 차량 판매는 생업으로 하고 있는데, 방금 말씀드린 활동들에 일상의 대부분을 투여하다 보니 잘 되지는 않아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위원장님께는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질문을 먼저 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진보당 지지철회 관련 갈등, 회계공시 거부안 부결 관련 갈등을 비롯해 민주노총 내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과거와 달리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요, 위원장 임기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볼 때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제 임기 때는 아시다시피 박근혜 정권이 임기 시작 전부터 거센 탄압을 가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박근혜 퇴진 투쟁을 모든 사업의 전면에 배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 탄압이 있을 때는 민주노총의 사회적 존재감이 커지고 탄압과 지지가 비례하는 상황이 되곤 합니다. 탄압하니까 오히려 조합원이 늘어났고, 우리는 그 공은 박근혜가 조직부장 역할을 해 주었기 때문이라며 농을 치곤 했었습니다. 다만 반성하고 싶은 것은 그 당시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우선순위로 두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의 민주노총이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면서 광장의 열망을 대안적 정치세력화로 연결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당시에도 촛불 광장에는 수많은 청년이 있었는데, 그들이 스스로 정치적 주체로 서게끔 돕지 못한 부분도 아프기만 합니다.
지금 민주노총은 진보정치를 둘러싸고 극한의 상황까지 몰려 있습니다. 지난 2022년 대선 당시부터 민중경선 제안과 함께 조정자 역할을 하기 위한 테이블을 만들었지만, 대안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종합적 그림과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 한계는 3개 진보정당(노동당, 정의당, 진보당)이 각자의 대선후보를 내고 모두 패배하면서 뼈아픈 결과로 돌아왔죠.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현장의 노동자들,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노동자·민중이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전략과 전망의 부재는 그대로였고 결과는 냉혹했습니다.
작년 총선 당시에도 민주노총 중심의 연합정당론을 제기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야권연대와 위성정당 참여에 관한 문제로 불거진 내부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정당들이 완전히 존재감을 상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기반으로 하여 독자적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판을 도모해야 함에도 민주노총의 존재감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후퇴하는 와중, 한 편으로는 비상시국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작년 12월 3일 이후 쿠데타에 맞선 퇴진광장이 펼쳐졌지만 동시에 극우 세력의 발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계엄과 그 이후의 한국 사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극단의 정치가 극우들의 집단행동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만들어낸 것은 결국 87년 체제이고, 절대권력을 독점하기 위한 보수 양당의 권력 쟁투 과정의 대결 구도는 다양한 형식으로 나타났었지만, 이번이 가장 극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가 후진적이라고 흔히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 말도 어울리지 않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체제를 바꿔내지 않는다면 지금의 내란 사태가 종결되고 나더라도 극단적 진영대결은 계속될 것입니다. 얼마 전 윤석열이 최후 진술에서 민주노총을 대상으로 '간첩' 운운하며 수준 이하의 막말을 퍼부은 것은 그 스스로가 수구 파쇼들의 수괴를 자임하겠다는 포석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 정치는 언어로 하는 것이죠. 기존 공중파 언론을 통한 메시지 정치는 사라져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 없이 다양한 매체들이 넘쳐나고, 남녀노소 다수가 유튜브나 다양한 SNS를 통한 정치적 소통 구조에 동조화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기독교 종파주의'가 함께 결합되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한 극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정한 목사뿐 아니라, 전현직 국회의원과 정치인들까지도 점점 더 자극적 발언을 쏟아내며 더 많은 주목을 받는 데 혈안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극단적 선동가들이 여론을 호도, 왜곡하면서 민중의 극단화를 부추겨 발생하고 있는 일상의 내전 상황은 절대권력 쟁투가 낳은 괴물이고, 보수양당 체제의 적대적 공생 판을 깨부수지 않는다면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정치의 언어가 중요합니다.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고, 누가 덜 나쁘고 더 나쁘냐로 한국 사회의 내일을 설계했던 것이 우리 정치의 역사입니다. 과연 우리 노동자 민중은 어떤 방식으로 지금의 야만적이고 파렴치한 대결 구도를 민중적 에너지로 바꿔낼 수 있을지,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적 과제라고 봅니다.
- 이런 지금의 국면에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 판을 짜기 위해 현재 새로운 노동자정치운동 추진모임(새노추)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새노추에 대한 소개와 무엇을 하고자 하시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새노추는 노동자·민중의 집권을 분명한 목표로 하는 노동 중심 대안세력을 어떻게 성장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정치조직입니다. 국민승리 21, 민주노동당 등 지난 시절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대한 꿈이 무너진 후 현재는 당적이 없는 동지들이 절치부심, 의기투합해 만들었습니다. 직접적인 출범 계기는 지난 2022년 대선이었습니다. 당시 각자도생하고 있는 현재의 진보정치 지형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기 위한 첫 발 떼기로 제안했던 민중경선이 출발점이 된 것이죠.
사실 새노추가 하고자 하는 것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고, 노동자계급의 계급투표 시대를 어떻게 열 것인가 하는 기본적 질문에 대한 응답일 것입니다. 그 동안 87년 체제가 만들어낸 보수양당의 적대적 공생 시스템에 의해 노동자·민중의 정치 권력 확장이 근본적으로 차단당했는데 어떻게 파열구를 낼 것인지, 같은 방식으로 다른 결과를 얻고자 하는 기대감 제로의 관성을 어떻게 넘을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지혜와 실력, 실천을 키워 가는 중입니다. 집권 전략을 짜는 것이 어려운 구조 속에서 비례 의석 몇 석 건져서 원내정당으로 호명되는 잠깐의 안락함이라는 늪을 이제는 빠져나와야 한다는 절박함이기도 합니다.
민주노동당 이후로 우리의 현실적 목표는 비례 의석을 몇 석 얻거나 조직노동자 밀집 지역인 울산, 창원에서 몇 명의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고 구청장 한두 개를 얻는 정도의 목표였기에 노동자 민중의 집권 전략은 사치로 치부되어 왔죠. 저는 목표가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몇 석의 의석 확보와 생존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이 지금의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했을 거라 생각되면서도 동시에 체제와 제도가 노동자·민중의 집권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한탄만 하고 있다면 보수 양당은 대안 세력의 탄생을 용인하지도 반겨 주지도 않겠지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스스로가 10~20년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대단히 중요했는데, 그런 장기적 목표의 설정과 이행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봅니다.
한때 진보정당은 270만 표, 13% 이상의 득표를 올린 적도 있죠(민주노동당 2004년 총선 13.03% 득표: 편집자 주). 선거로 보여 준 성과였지만 동시에 절대 작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이기도 했던 것인데, 그것이 (우리 안에서) 일관되게 비례 의석 몇 석과 현역 지역구 몇 석을 당선시키는 문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냐 못 이루냐의 문제로 국한되어 왔는지에 대해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당으로서 생존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그를 뛰어넘어서 노동자·민중이 권력을 잡기 위해 조금씩, 집요하게 확대해 나가는 여정을 밟아 나갔어야만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지금까지의 진보정치가 의석 한 석 한 석에 국한된 생존전략에 스스로를 가두어 왔다 생각하고, 지금 그대로 간다면 앞으로도 이 문제는 동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목표 의식이 분명할 때 비로소 공통분모가 생깁니다. 목표와 방향을 무엇으로 설정하고 좌표를 어디로 잡을 것인지, 그런 문제들을 우리부터 스스로 고민해 보자는 것이 지금 새노추의 출발점입니다.
- 지난 1월 말 노동/진보/좌파 정치세력을 모아 노동자 정치대회를 개최하신 바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원내 입성 이래 20년 만에 독자적 진보정당들이 힘을 잃고 민주당에 의탁한 진보정당들이 의석을 얻는 지금의 상황 속, 노동자 정치대회의 의의를 무엇으로 보고 계십니까?
솔직히 아직 완전히 맞는 경로를 찾고 있다는 확신은 없습니다. 응원봉을 든 광장의 동지들, 청년 여성 중심의 새로운 세대와 어떻게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들은 여전히 우리의 숙제인 것이죠. 그리고 '계급정당 건설'이라고 하는 큰 방향은 잡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작은 조직이 정당이라는 틀과 형식을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해 오고 있는 진보정당들과 같은 몸짓으로, 동일 방식으로 나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문제인 거죠.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우선 독자적 노동자 정치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합의한 동지들을 모아 1차 정치대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지역 중심 정치운동을 통해 멀리 보고 조직화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곧 있을 2차 대회에서 구체화하고자 합니다. 1차 참여자들 간에 완전히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정치대회 이전에 몇 개 지역에서 관련 의제를 가지고 이미 구체적인 테이블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울산, 부산, 경남, 광주, 대전, 경기의 지역에서부터 정치운동을 구체화하고, 그 논의가 지역당을 세우는 문제로 연결될 수도 있고 계급정당 건설이라는 전체 정치운동의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는 거죠.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 진보정당들과의 연대도 계속 고민해 나가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노동자 정치대회에는 편집장님을 비롯한 청년 동지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웃음). 전체 노동·진보세력, 노동자·민중의 집권을 꿈꾸는 세력들이 체념의 시간을 털어내고 희망의 시간을 만들어나가자는 소중한 자리를 계속 넓혀 가고 싶습니다.
- 말씀대로, 곧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 조기 대선이 펼쳐질 예정으로 보입니다. 관련해 최근 내란 국면에서 진보 3당 및 사회운동세력, 노동 세력이 연대를 강화하고 있고 새노추도 그 한 축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선과 그 이후의 국면에서 제진보좌파 세력 간의 연대연합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주시네요(웃음). 맞습니다. 사실 그 내용에 답을 찾지 못하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바늘에 실 꿰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죠. 다음이 분명하게 약속되는 첫 발이어야 하고, 그 첫걸음에 동반되는 난관과 허들을 잘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다름과 갈등을) 봉합만 해서도 안 되는 일이겠고요. 무엇보다 가슴이 뛰도록 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돌파해야 하냐, 저는 지금 우리에게 당의 관점으로 30%를 보고, 광장의 관점으로 30%, 조직노동자들의 관점으로 또 30%를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조직노동이 다시 어떻게 정치세력화 문제에 마음을 쏟을 수 있을지의 문제는 매우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광장의 새로운 목소리들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유효하게 묶어낼지도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단순히 '지금 우리의 상황과 조건이 어려우니 약자끼리 연대하자' 정도의 수준이라면, 현장은 냉담할 것이고 퇴진 이후의 광장도 더욱 우경화로 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어쨌든 말씀드렸듯이 노동자 정치대회에는 새로운 정치운동을 고민하는 적지 않은 동지들이 모였습니다. 노동운동 그룹들뿐 아니라 체제전환을 말하는 사회운동 그룹들, 그리고 진보 3당(노동당, 녹색당, 정의당)도 함께 실천하며 연대의 근육을 만들고 있죠. 정치의 문제는 선거를 비껴갈 수 없기에, 지금의 신뢰가 곧 있을 대선과 맞닿을 수 있고 조화를 잘 이뤄낸다면 많은 에너지가 분출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아직 그 부분까지 (우리의 연대를) 어떻게 성사시켜 낼지 장담할 수는 없기에,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하고 지역 중심의 실천을 통해 자신감을 찾아가면서 동시에 대선을 어떻게 치러낼 것인지의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조금 다른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예전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던 이재명 후보는 당시 수감 중이었던 한상균 위원장님을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하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8년이 지난 지금은 '중도보수'를 선언하면서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네, 당시에도 감옥에서 그 말을 듣고서 황당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노동운동, 노동조합, 민주노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이 너무 자의적이고 시혜적이라 느꼈기 때문이죠. 저는 (그 당시 이재명의 발언이)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세계를 이루는 두 개의 축은 결국 노동과 자본일 수밖에 없는데, 적대적 공생으로 기득권 세력이 된 보수 양당 정치의 시선의 높이를 보여 주었던 뉴스였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노동자 계급이나 노동운동을 주변부로 여겨 왔고 배제적으로 바라봐 온 결과로 나온 발언일 것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지난 대선에 이재명 후보는 '대동세상'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중도보수'가 필승 전략이라고 합니다. 선거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정치적 정체성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교통정리인 거죠. 결국 문제는 우리의 몫입니다. 그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때 진보·좌파 세력들이 어떻게 그 자리를 책임 있게 조직해 나가고 대안 세력으로 거듭날 것인가의 문제이죠.
지금부터 우리의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만 할 것이고, 그 실력을 제련해 나갈 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철의 제련은 수많은 공정을 거칩니다. 좋은 철을 만들기 위한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 용도에 맞는 철을 만들어냅니다. 노동자 민중의 삶을 견인하기 위해 단단하고 부러지지 않는 철을 만들어내는 것이 노동 중심 진보정치의 소명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행위자로서, 2025년을 맞은 지금 한상균 위원장님과 새노추의 핵심 목표는 무엇인가요? <도모> 구독자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민주노동당을 경험했던 세대가 이제 앞으로 4~5년이면 모두 직장을 떠납니다. 이미 현장에서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질적인 단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들에게 다시 다가가야 하는가. 정치의 결과는 이념과 가치, 함께하고자 하는 당원과 지지자 세력이 만들어내는 것인데, 광장 반대쪽의 저들은 교회로, 가진 자들의 연대로, 태극기와 성조기로 자기규정을 하며 세를 불려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 들었던 '죽창'을 들자면서 저항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헌재만 바라보고 있고 '헌법 수호 세력'이란 민주당의 프레임에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결국 우리의 고민은 노동자계급의 계급투표 시대를 어떻게 다시 제대로 열어갈까일 수밖에 없고, 그 길을 열기 위해 현장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서야만 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에게 저항과 연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지 않는다면 진보정치의 방황은 더 길어질 것입니다. 이런 좌표와 목적의식을 우리 스스로가 명확히 하는 2025년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 목표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력을 키워나가는 도반(道伴)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제련의 과정을 걷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도, 진보정치도, 계급정당의 전망도 동일한 선상에서 제련의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민중의 역사에는 늘 좌절과 아픔이 있었지만, 그 또한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저항의 DNA를 진화발전시켜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항과 연대의 DNA, 그것은 어찌 보면 세계의 어떤 철학보다도 소중한 우리의 철학이 아닐까 합니다. 그 속에서 작은 차이를 녹여내고 저항적 연대를 넓혀 갔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민중이 집권하는 세상이라는 우리의 꿈을 한 단계 더 전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집시다. 서로에게 힘을 주는 다양성을 가지면서, 함께 내일을 설계하고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동지로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입니다.
오늘의 인터뷰를 87년부터 노동운동을 해 왔던 1세대 노동자 한상균이 <도모>를 아껴 주시는 동지들께 드리는 반성문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윤석열 없는 세상, 찐 다르고 더 상큼한 세상, 당당하게 함께 열어 갑시다.
- 감사합니다. 한상균 위원장님과 새노추의 도전을 <도모>도 응원하겠습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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