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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 - ① 정의당 대표 권영국을 만나다

by Domoleft 2025. 1. 31.

[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 - ① 정의당 대표 권영국을 만나다

도모는 2025년 새해를 맞아 릴레이 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를 진행합니다. 2025년 오늘날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주요 행위자들을 인터뷰하며 올해 진보정치가 가져야 할 방향성을 함께 찾아나가고자 합니다. 릴레이 인터뷰의 첫 번째 회차로 정의당 권영국 대표의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편집부)


'거리의 변호사'에서 '거리의 당대표'로. 정의당 권영국 대표의 삶을 이만큼 잘 요약하는 말이 있을까. 원외정당으로서의 험난한 시기 정의당의 대표직을 맡아 헌신하고 있는 권영국.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는 왠지 광장의 조끼 차림이 더 어울리는 그를 만나러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의 정의당 당사를 찾았다.

도모와 인터뷰하는 권영국 대표. 사진: 김지현

 

-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드립니다.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고 싶으세요?

 

'거리의 당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웃음) 권영국입니다. 반갑습니다.

 

 

- 예상되는 소개였습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당대표를 맡으신 지 7개월 정도 되셨죠?

 

네, 5월 28일에 취임했으니까 그 정도 되었죠. 21대 국회 임기가 마무리되기 직전에 국회에서 취임식을 가졌으니까요.

 

 

- 국회의원회관 223호였죠. 기억이 나네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시기에 원외 진보정당의 대표직을 수행하고 계신데요, 대표를 맡으신 지 벌써 반 년이 넘어섰는데 취임 후 지난 시간들에 대한 간단한 회고나 8기 지도부의 지금까지의 행보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8기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했던 생각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지난 선거 이전부터 정의당이 시민들로부터, 또 시민사회로부터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었고 그것이 결국 총선에서의 아주 낮은 득표율로 나타났던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큰 목표는 노동계와 시민사회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이냐는 것이었고, 그 방식으로 처음에 내걸었던 것이 '현장 속으로, 민중 속으로, 더 아래로 길을 찾아나서겠다'. 즉 우리는 이렇게 다시 시작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로 투쟁 현장이나 우리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현장들에 발걸음하며 연대해 왔죠.

 

또 하나는 제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다양한 노동이나 민생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었고, 그래서 정의당 비상구(비정규직 상담 창구)를 다시 출범시켰습니다. 비상구를 통해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 내에서나 일터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많은 분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구제 절차도 함께 밟아나가는 중입니다. 이렇게 실제 분쟁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것을 포함해서, 노동현장에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접근하기 위한 노력들을 주로 해 왔습니다.

정의당 비상구 발족식에서 축사 중인 권영국 대표. 출처: 매일노동뉴스

 

최근에는 비상구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기존에 해결되지 못하고 있던 산재 사망사고 같은 문제들에 대해 정의당에 해결 또는 연대를 요청하시는 분들도 종종 계십니다. 예를 들어 경남 창원 세코(CECO) 컨벤션센터에서 일하시던 비정규직 경비노동자 김호동 님이 얼마 전 고용승계 문제로 돌아가신 사건이 있었죠. 이 문제가 외화되지 못하고 아무도 유족들의 손을 잡아 주지 않을 때부터, 정의당 경남도당에서 유족 분들과 함께 천막 농성에 들어가며 현재까지도 주도적으로 투쟁을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또는 2021년도에 한국전력 하청 노동자 김다운 님이 돌아가셨던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저지른 부실수사 문제에 대한 인권위 진정 등도 유족 분들과 함께 진행 중입니다.

 

시민들이 또는 노동자 민중이 일상 속에서 겪고 있는 문제들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런 활동들이, 사실 아주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꾸준히 지속되고 있고 말씀드린 대로 이제는 일정하게 연대 요청이나 문제해결 요청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당이 원래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것들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천적 부분이) 그렇다고 한다면 다른 한 축으로는 당의 비전, 미래를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었는데요. '생태·평등·돌봄 사회국가'를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비전으로 내걸고 꾸준한 활동을 목표하고 있는데, 저는 이것(생태·평등·돌봄 사회국가)이 상당 부분 현재의 정세나 시대 흐름에 맞닿아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SWM 본사 앞에서 故 김호동 노동자 유족들과 함께한 기자회견. 출처: 정의당

 

'생태'의 문제는 결국 우리가 직면한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 고유한 목표와 방안을 세워야만 하는 것이고, 또 '평등'의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겪는 본질적 문제들 중에 차별이나 불평등의 문제가 있죠. 특히 양극화가 훨씬 더 심각해지면서 평등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잖아요.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정의당이 선도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정의당의 핵심 정책인) 차별금지법 제정은 하청노동자들이 겪는 차별적 처우, 또는 성소수자들의 삶의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돌봄', 이제 우리 사회는 고령화를 겪고 있고 1인 가구 역시 굉장히 많아지고 있죠. 이 과정에서 결국에는 고립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을 어떻게 공동체의 문제로서 제대로 해결해 나갈 것인가. 이런 문제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사회비전을 세우고 어떤 지향을 갖고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지금 정의당이 내세우고 있는 생태·기후 문제나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는 문제 또는 상호의존적 돌봄 공동체로 나아가자고 하는 가치들은, 결국 그 동안 보수양당 구도 하 개인주의, 능력주의 그리고 자본에 의한 노동의 일방적인 지배 과정에서 늘 뒤로 밀려나 왔습니다.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보수양당제와 신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심화되어 왔고, 이 문제를 (거대 양당으로의 종속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한 독자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 가지는 차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는 물론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 대응에 가장 집중하고 있습니다. 법치주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고 있죠. 당연한 것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제도적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우리의 권력에 대한 저항이나 투쟁과 별개로 아직 우리의 일상이, 삶이 바뀌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장 절박한 민생의 문제에 있어서, 누구도 돌보지 않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꾸준하게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2월 3일 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에서 투쟁하는 권영국 대표. 출처: 정의당

 

- 좋습니다. 사실 말씀하셨다시피 정의당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이미지가 많이 안 좋아졌잖아요. 예를 들면 집회 현장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거나 비난을 듣는 경우도 많았는데요, 요즘도 집회나 투쟁 현장에 가장 많이 결합하시는데 말씀하신 활동들을 거치면서 정의당에 대한 인식 개선을 현장에서 실제로 체감할 때가 있으신가요?

 

아시다시피 정의당이 공격받는 이유의 중심에는 항상 2022년 대선을 완주한 심상정 후보에 대한 비난이 있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가 마치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주범인 것처럼 낙인찍혔으니까요. 특히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반민주적, 독재적 통치가 더욱 노골화되기 시작하면서 윤석열 개인에 대한 반감이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그런 반감이, 물론 부적절한 프레임이고 사실이 아니지만 어쨌든 정의당이 이 정권의 탄생에 기여했다는 프레임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실제 (대표를 맡은 후) 초반에는 정의당에 대한 비난이 굉장히 많았어요.

 

가령 처음에는 현장에 나가도 "정의당은 국민의힘 2중대짓을 해 놓고 (어디라고 나오는 거냐)" 이런 목소리들이 막 들려왔습니다. 온라인 상에서도 정의당 관련 기사에 댓글이 100개 정도 달리면 한 99개는 정의당을 욕하는 댓글이었어요. 그런데 이제 특히 계엄 이후에 노동당, 녹색당, 정의당의 진보 3당이 적극적으로 공조하고, 체제전환운동을 하고 있는 여러 단위들과 행보를 함께하게 되면서 정의당이 다시 현장에 많이 보이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비난을 하는 경우의 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민주당 열혈 지지자 분들의 경우에는 여전히 많이들 비난하고 지나가시기는 하는데(웃음) 그 수가 굉장히 많이 줄었다는 것은 실제로 느끼고 있어요.

 

또 한 측면에서는 이제 SNS에 어떤 글을 올렸을 때 댓글에서 정의당을 비난하는 댓글이 또 많이 줄어들었긴 했죠. 그래서 일정 부분은 호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현장에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서) 함께 싸워나간다는 의식이 생기니까. 마이크가 잘 주어지지 않아서 정의당이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만큼 알려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적어도 정의당을 알고 있고 인식하고 있는 분들은 이 당이 앞장서서 함께 그 투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잖아요. 최소한 정의당의 존재에 대한 인지가 넓어지고, 지속적으로 싸움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다양한 경로로 확산이 되는 것 같아요. 덕분에 비호감의 일정 부분은 그래도 좀 옅어지거나 바뀌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희망적인 생각을 가집니다.

관저 앞 한강진역 집회에 함께한 권영국 대표와 정의당 당원들. 출처: 정의당

 

- 계엄과 내란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12월 3일 계엄 당일에도 국회 앞에 계셨는데요.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시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계엄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어떤 느낌과 생각이 먼저 드셨나요?

 

다들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오후 10시 30분쯤에 비상계엄 선포라는 속보가 떴죠. 당사에서 당원모임을 갖고 나서 귀가를 하는데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속보가 떴습니다. 처음에는 오보나 가짜뉴스가 아닌가 의심했는데, 실제 계엄이 선포된 것을 확인하고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대표단 및 당직자들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마침 그 당시 문정은 부대표가 여의도에 계셨어요. 그래서 일단 상황을 확인한 뒤에 여의도 국회 앞으로 집결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을 했고 당원 집결 지침을 함께 내렸습니다. 저도 다시 택시를 타고 국회의사당까지 와서 당원 동지들을 만난 기억이 나네요.

 

처음 든 심정은 사실 실소였어요. 너무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다시 보면서 생각하니까 비상계엄이 그대로 지속되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공포감이 확 밀려왔습니다. 아무리 터무니없이 선포된 계엄령이라 하더라도 진짜 사회가 계엄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 엄청나게 폭압적인 공포정치가 시작되는 것이고 일체의 자유가 사라지는 것이죠. 80년대를 살아갔던 사람으로서 저항하는 모든 사람들이 곧 체포당하거나 고난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인사하고 나올 땐 나름대로의 각오를 하고 나갔던 것 같아요. 지금 나가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정의당이 반드시 현장에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당원들에게도 집결하라는 방침을 내렸던 거죠.

 

 

- 저도 그 당시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네요. 그 이후부터 윤석열 퇴진 투쟁을 거의 두 달째 전당적으로 해 오고 계신데, 뭔가 중간 과정들을 많이 뛰어넘은 것 같지만(웃음) 이번 국면에서 사회운동적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것이 남태령과 응원봉, '키세스 시위'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모습들입니다. 운동을 오래 해 오신 분으로서 이런 새로운 세대, 새로운 운동적 현상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열린 광장에는 확실히 과거와 다른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12월부터 지금까지 펼쳐지고 있는 광장의 중심은 분명히 청년 여성이에요. 물론 2016년, 17년에는 젊은 여성들이 없었냐, 당연히 있었죠. 사실 훨씬 전 효순·미선 사건 때도 중학생들을 비롯해서 그 또래의 여성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미 FTA 때도 청년 여성들이 광장에 뛰어들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었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도 마찬가지로 중학생, 고등학생 분들이 많이 나왔던 것처럼 광장에는 늘 2030 또는 10대들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제 운동을 주도한다거나 광장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해 왔던 것인데, 이번에는 실제로 광장을 메우는 인원수로 봐도, 발언이나 목소리를 보더라도 광장의 여러 가지 흐름들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거죠.

 

또 2016년에는 '깃발'에 대한 자제를 요구했었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깃발에 대한 제한이 없었습니다. 노동조합 깃발이든, 정당이나 단체 깃발이든 또는 개인이 들고 나오는 깃발이든 오히려 마치 깃발 경연대회가 벌어지는 것처럼, 굉장히 다종다양한 목소리들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상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또 자신을 드러내고. 이런 것들을 보면 다양한 부분들이 오히려 조화롭게 섞이고 또 자연스럽게 조장되는 광장으로 발전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헤게모니가 응원봉 문화로까지 연결되어 들어갔고, 오히려 과거에 광장의 핵심이던 중년 또는 남성 중심의 조직된 집단들이 이제는 이 헤게모니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인 것이죠.

윤석열 퇴진 집회의 다양한 깃발. 출처: 이투데이

 

깃발도 그렇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자기 정체성의 표출이 아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집회 발언을 들어 보면) 성별 정체성이든, 혹은 자신의 소속이든 이런 것들을 밝히는 것이 너무나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죠. 이 정체성들의 대다수가 결국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던 정체성 아닙니까. 이번 광장이 만들어지면서는 우리가 단순히 권력자를 끌어내리고 탄핵시키는 데 머무르는 게 아니라 차별과 배제가 없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야 된다. 그래서 새로운 사회상들에 대한 열망이나 염원,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표출된 시민광장이 아니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뭐 촛불항쟁 이렇게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응원봉 항쟁 뭐 이렇게 표현해야 되지 않을까(웃음).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연대가 굉장히 활성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꼭 특정한 광장으로만 모인 게 아니고, 실제로 남태령의 경우에는 전농이 주도하는 농민 시위였잖아요. 그런데 여기에 주로 응원봉을 든 2030 시민들이 달려가서 연대의 장을 열었고 거기서부터 이 운동이 부문을 뛰어넘는 전체적 연대운동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것이죠. 그 국면에서 연대를 통한 승리를 거두고, 그 승리감이 이제는 응원봉을 든 시민들과 기존의 조직된 민중운동이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결합되는 운동으로까지 자가발전했는데 그것이 예를 들면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한 연대인 것입니다. 혹은 동덕여대,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한국옵티칼 투쟁도 그렇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광장은 서로 간의 연결과 연대를 통해 운동이 지속적으로 확장되는 광장이었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말씀하신 대로 확실히 광장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런 광장의 의제들을 정치화해야 하는 진보정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아까 말씀해 주신 대로 최근 광장에서는 진보 3당과 체제전환을 외치는 일군의 사회운동세력이 함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죠. 이런 공동전선이 현재의 상황에서 어떤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조만간 정치적 국면이 바뀔 텐데 이후로도 이런 공동전선이 펼쳐질지, 혹은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노동-녹색-정의당의 진보 3당이 처음 공식적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던 것은 22대 총선 이후 정의당 8기 대표단이 취임을 하고 나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22대 총선이 우리 정치에 가져온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정치는 보수양당 구도로 더욱 양극화되어 버렸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총선을 치르며 또 한 번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던 거죠. 사회운동이나 노동운동의 일부도 독자성을 잃고 비례위성정당으로 수렴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보수양당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정치를 하는 세력들은 모두 원외로 밀려났고 민주당에 의존하는, 민주당이 허락하는 공간으로 들어간 세력만이 원내에 진입하는 구도로 나뉘어진 것이죠.

 

그렇다면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에 의존하는 진보정당이라는 것이 정말로 독자적이고 진보적인 가치를 유지하면서, 신자유주의 문제라든가 또는 기후 문제·소수자 문제에 있어서 민주당과 차별화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한가. 여기에 대한 의문들이 남게 되면서 결국은 민주당과 제대로 차별화할 수 있는 진보정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래서 남아 있는 독자적 진보정당들인 노동당·녹색당에게 일단 가치 공조 기반의 연대를 해 나가자는 제안을 한 것에서부터 (지금의 공조가) 시작된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연대가 얼마만큼 사회적인 확장력을 가지고 있는가는 차후 평가되어야 될 문제겠지만, 지금 돌이켜 본다면 일단 시작은 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12월 7일 열린 진보 3당 및 체제전환운동 윤석열 퇴진 결의대회. 출처: 녹색당

 

더하여 민주노총 내에도 비례위성정당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반발했던 여러 산별노조들이 존재했고, 여기에 사회운동의 장까지도 확장이 가능했던 계기가 이제 '체제전환운동'이었죠. 우리 사회가 지금의 자본 우위의 체제, 기득권 체제로부터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데 이것을 추동할 수 있는 세력이나 힘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내용이나 방향성에 동의하는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초적인 수준에서나마 세력을 형성하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쪽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잖아요. 그런 면에서 진보 3당이 최초 공조를 시작했던 것도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을 포괄하는 폭넓은 연대의 한 계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있어서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폭넓은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이 물론 지금의 윤석열 퇴진 국면을 주도하고 있지만, 새로운 사회의 상을 선도적으로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특히 저희 진보 3당과 체제전환운동이 주도하는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가 사회적·진보적인 의제들을 각인시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네트워크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를 함께하면서 <평등으로>라는 소식지를 내고 있는데, 우리가 윤석열 정권 퇴진 이후에 만들어가야 될 사회에 대한 염원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고 함께 실천한다는 점에서 공동전선으로서의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여전히 넘어야 될 산은 많죠. 각 부문이나 단위별로 정치 주체별 목표나, 이념적 스펙트럼이라는 게 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에서는 지금의 기득권 체제 또는 탄소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넘어서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차별과 양극화를 극복하고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특히 계엄이 선포되고 난 이후에 각각 자신들의 활동들을 해 나가면서도 상호 간의 결합력을 조금씩 높여 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도 이 연대는 계속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소식지 <평등으로>. 출처: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

 

- 좋습니다. 그러면 이어서 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인데요, 고민이 많으시겠으나 어쨌든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질문일 것 같습니다. 탄핵이 인용되는 사실상 거의 확정적이라고 대체로 생각을 하고 있잖아요.

 

그렇죠. 탄핵이 안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럼 공포정치의 시대.. 상상하기도 싫네요. (웃음)

 

 

- 내전을 하게 되겠네요. 저도 상상하기 싫습니다. (웃음) 어쨌든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조기 대선 국면이 올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이렇게 된다면 2017년에도 그랬듯이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슈에 모든 것이 빨려들어가 독립적·진보적인 사회운동 세력이 존재감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것 같은데, 이러한 상황에서 정의당은, 더 나아가 한국의 진보정당운동과 사회운동은 어떤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먼저 지금의 퇴진광장을 들여다보면,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전에도 여전히 비상계엄 상태에 있었다"는 분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통치 방식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을 싸잡아 국민으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반국가세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농민, 소수자들이 이미 계엄 상태에 있었던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은 그들의 기본권이 정권에 의해 전면적으로 부정당하던 시기였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계엄 이전까지) 범국민적 연대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리고 난 뒤에 우리가 맞이해야 될 일상, 사회가 어떻게 될 거냐에 대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던 것인데, 예를 들면 민주당 정권으로의 교체가 과연 답인가에 대해 이전부터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었지 않습니까. 그렇게 다양한 세력들이 모두 윤석열에 반대하면서도 주저하는 부분이 있다가 계엄이 터지면서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세력을 그냥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우선은 모두가 일치단결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여전히 민주당으로의, 이재명으로의 정권교체가 과연 대안인가라는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들이 '반이재명'으로 결집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죠. 그래서 이 국면에서는 결국 윤석열 퇴진 이후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세상, 새로운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누가 가장 풍부하고 또 대중적으로 와닿게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민주당은 마치 정권교체가 유일한 답이고 정권만 갈아치우면 모든 것이 나아질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물론 내란 세력이 당연히 교체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수로 전제되어 있는 얘기이고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란 세력을 몰아내고 난 뒤에 우리 사회의 새로운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 이것은 여전히 남은 질문인 거죠.

진보 3당과 반올림, 삼성전자 노조, 금속노조의 반도체특별법 반대 기자회견. 출처: 정의당

 

결국 주52시간 상한제를 파괴하는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금투세 폐지·부자감세·원전 예산 증액을 국힘과 합의처리하는 지금의 민주당에 맞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진보정당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양당을 보면 정치적으로는 극단적인 적대관계에 있으면서도 실제로 사회 정책이나 이런 쪽으로 들어가 보면 굉장히 빨리 합의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우리가 바꾸려고 하는 정치라는 게 윤석열이 추구했던 내용들에 동의하고 합의해 주는 정치는 아닌 거잖아요. 우리가 차별금지법 하나도 제정하지 못하는 정치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 것이고, 여전히 차별과 불평등이 만연하고 비정규직과 소수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지만 아무튼 '정치만 교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냐는 말입니다.

 

아무튼 앞으로도 이런 세상을 보려고 우리가, 그리고 수많은 시민들이 지금 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계속 우경화되고 여전히 자본 및 부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정치를 끊임없이 견제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진보정당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만 합니다. 특히 지금 2030으로 대표되고 있는 새롭고 다양한 운동적 모습들이 광장에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들이 어떻게 진보정당의 정치적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할 것이냐는 문제에 있어 진보정당들이 훨씬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있고 조직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역할들이 필요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 조금 더 디테일한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어쨌든 정의당이 원외정당으로 전락한 상황이고 대표단과 당직자 분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거만큼의 스피커가 주어지지 않고 언론 노출도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정의당은 토론회 초청 대상에 해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대선에 후보를 낼지, 내지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궁금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말씀하실 수 있는 부분까지만이라도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외정당이 되면서 첫 전략은 말씀드렸다시피 지역, 현장과의 결합력을 높이면서 저변에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진보적 가치를 담보하는 정치 세력으로서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존재감이 그렇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의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의 의미를 분명히 살려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고, 그것은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었던 거죠. 하지만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상황이 급변하게 된 것인데, 탄핵과 파면, 내란죄에 대한 수사 국면들이 지나가면 말씀하신 대로 결국 대선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 당의 존재감과 그 이후의 전망까지도 함께 결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물론 우선은 체포·구속 국면에서 내란죄에 대한 명확한 처벌을 촉구함과 함께 이 싸움이 일단락될 때까지 원칙적이고 지속적으로 싸워 나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다만 그렇게 되고 난 후 대선 국면에서는 새로운 정세가 생겨날 텐데, 이 상황에서는 분명히 개헌에 대한 여론을 만드는 것을 포함해 사회대전환을 제도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흐름을 추동하는 역할을 (정의당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핵심은 단순히 대선에 후보를 낸다, 혹은 내지 않는다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 선거를 우리 사회를 바꾸는 계기로 만들어내기 위해 정치세력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인 것이죠. 정의당을 포함해 진보정당들이 지금 이런 고민을 해야만 한다고 보여지고, 그 고민의 한 축에는 물론 대선후보 전략도 있을 수 있습니다.

도모와 인터뷰하는 권영국 대표. 사진: 김지현

 

다만 정의당을 비롯해 원외 진보정당들에게는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잖아요. 사실 재정 문제는 어마어마하게 큰 문제이고 그래서 더욱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에도 만약 대선에 대응을 하게 된다면 대선이라는 기회를 어떻게 제대로 활용해서 우리의 정치·사회적 전망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어쨌든 자본 중심, 기득권 중심의 정치질서를 부수는 세력으로서 새로운 희망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 내외의) 공감대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제 조금씩 탄핵 국면이 정리된다면 이런 것들을 어떻게 대선으로 연결할 것이냐 하는 고민들을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이 정도로 일단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2025년 올해의 권영국은, 정치인이나 활동가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당원들이나 인터뷰를 읽는 독자분들께 드리는 말씀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 목표는 뭐, 거리에서나 어디를 가든 권영국이 왔다 또는 정의당이 왔다 이런 이야기들을 좀 듣고 싶은데(웃음) 결국 정치도 사람들의 어떤 신뢰, 지지와 호응을 받고 힘과 생명을 키워 나가는 거잖아요. 사실 그런데 정의당이 존재해? 정의당이 여기 왜 나왔어?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듣게 된다면 우리가 아무리 좋은 뜻이나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정치적으로 다시 유의미한 세력이 되어야 하는 문제겠지만, 아무튼 2025년도에는 권영국 왔다, 정의당 왔다 이렇게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새해가 되면 참 좋겠고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려고 합니다.

 

또 당연하겠지만 내란 세력들에 대한 제대로 된 징벌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하겠고, 그 후에는 우리 사회가 정말 제대로 된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하잖아요. 여기에서 진보 세력으로서,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제대로 찾아나가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고요.

 

그리고 이제 우리 정의당 당원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이 국면에서 너무 우리 당 중심으로만 사고하지 말고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보자. 광장에 나왔던 여러 가지 다양한 생각들에 귀를 기울이고, 소수자와 약자들의 삶을 제대로 보장해 주지 못하는 이 체제를 넘어서자는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과 진보진영의 다른 주체들에게 우리가 스스로 열고 함께할 수 있도록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갔으면 합니다. 닫혀 있는 진보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세력을 더 폭넓게 확대해 나가자는 생각과 고민으로 힘을 모아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곧 설연휴인데(본 인터뷰는 연휴 이전에 진행했다: 편집자 주), 인터뷰를 읽어 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평등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