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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 - ② 녹색당 대표 이상현을 만나다

by Domoleft 2025. 2. 17.

[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 - ② 녹색당 대표 이상현을 만나다

도모는 2025년 새해를 맞아 릴레이 인터뷰 <2025년과 진보정치>를 진행합니다. 2025년 오늘날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주요 행위자들을 인터뷰하며 올해 진보정치가 가져야 할 방향성을 함께 찾아나가고자 합니다. 릴레이 인터뷰의 두 번째 회차로 녹색당 이상현 대표의 인터뷰를 게재합니다. (편집부)


작년 11월 녹색당 대표에 취임한 이상현과 <도모>의 인터뷰는 햇살 좋은 오후의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직접 물을 끓여 홍차를 내 오며 차부터 마시고 천천히 시작하자는 넉살 좋은 동네 친구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 눈빛에는 녹색 정치와 사회운동에 대한 강한 열망이 엿보이는 이상현 대표를 만나러 합정역 근처 녹색당 당사를 찾았다.

도모와 인터뷰하는 이상현 대표.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살짝 광장식으로 이야기해 보자면(웃음) 2030 세대이고, 논바이너리 성소수자이며, 풀뿌리 지역운동 활동가로 출발해 지금은 녹색 정치인으로서 녹색당의 임시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현입니다. 반갑습니다.

 

 

- 반갑습니다. 사실 저(편집장)는 예전 2019~20년 홍콩 민주화 운동 연대 때 대표님을 처음 뵀던 기억이 있는데요, 어쨌든 녹색당의 대표 정치인으로서는 이번에 처음 데뷔하신 거잖아요. 기존에 어떤 활동을 해 오셨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소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저는 지역 활동가, 풀뿌리 마을 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했고 그런 정체성이 아직도 강한 것 같아요. 사실 동네에 가면 아직도 되게 좋거든요(웃음). 원래 대구가 고향인데요, 대구에서 쭉 살다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오게 되었죠. 사실 그래서 저한테 지역 활동이라는 건 '뿌리내린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일면식도 없는 지역과 사람들 속에서 갑작스럽게 살아가게 되면서 그 지역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것이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삶의 화두였거든요. 특히 지역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은 졸업하고 나면 대학이라는 테두리도 사라지면서 취업시장에 혼자 내던져지고, 각개전투를 하면서 더 외롭게 살아가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삶의 문제를 혼자 앓지 않도록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청년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고 해서 활동을 시작했던 것이 제 중요한 배경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울 중랑구에서 지역 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했고, 처음에는 중랑희망연대중랑마을넷 같은 단체에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주민 공동체 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녹색당 당원이 되고, 중랑녹색당 총회에 참석한 후에 지역 풀뿌리 운동이 우리 정치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면서 지역에서부터 녹색당 활동을 시작했죠. 본격적으로 당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20년 말에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였어요. 말씀드렸다시피 그 전에도 당원이었지만 제 활동 속에서 녹색당의 비중과 역할이 매우 높아진 건 그 때부터였습니다.

 

또 서울시당 위원장을 하면서 2022년 지방선거에 녹색당의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던 것도 지금의 저에게는 하나의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기후정의 돌봄서울'이라는 슬로건, 비전을 내걸고 서울 전역을 돌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했었는데, 그 때 비로소 우리 사회에서 녹색정치가 갖는 현실적인 위치성이나 지금 우리가 갈 길이 얼마나 먼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2022년 지방선거 녹색당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 출마 기자회견. 출처: 녹색당

 

선거 이후로도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활동이나 말씀하신 국제연대 활동 등을 포함해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 왔고요. 최근 4년 정도 사이에 이렇게 당에서 주로 활동을 해 왔고, (그런 활동들을 바탕으로) 얼마 전 대표로 선출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임시 대표라서 당원 직선으로 선출된 것은 아니고 전국위원회에서 선출된 상황인데요, 곧 정식 당직선거가 있을 예정이기도 한데 우선은 녹색당의 리더십을 안정화하는 것이 지금 저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임시 대표로서 당의 리더십 안정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당 외부에는 선거 이후 녹색당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총선이 끝나고 지금까지 녹색당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또 어떤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2020년 총선 당시 녹색당이 비례위성정당 사태에 직면하면서(녹색당은 당시 전당원투표에서 다수 당원의 찬성으로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의결했으나, 위성정당의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의 참여 거부로 인해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편집자 주) 당에 큰 위기가 왔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아주 힘든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당 혁신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죠. 정의당과도 비슷한 시기에 혁신위를 했던 것 같네요.

 

2020년 당시 녹색당 혁신위가 세운 혁신 기조는 2022년 지방선거와 2024년 총선을 통해 원내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당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정치력을 모아 핵심 정치인들을 양성한다는 기획이었는데, 사실 그 때 세운 (원내진출 위주의) 혁신 기조가 이번 총선을 통해 최종적 실패로 막을 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의 실패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새로운 전망과 계획을 도출하는 시기에 있고요.

 

지난 총선이 끝난 후에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켜서 창당 이래 12년 간의 정치활동을 평가하고 분석하며 앞으로의 과제를 찾는 일을 했습니다. 당원 토론회도 개최하고 다양한 쟁점들을 함께 토론하면서, 풀뿌리 정치를 지원하고 지역당을 활성화하는 것을 녹색당의 당면과제로 도출해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좀 밟아 나가려는 찰나에 윤석열이 계엄을 터뜨려서.. (웃음) 참. 아무튼 이 계엄으로 인해 저희의 타임라인과 로드맵을 좀 다시 짜게 된 거죠. 퇴진광장을 보면 지역 차원에서도 이 광장에 많이들 결합하시고 있고, 또 어쨌든 진보 3당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이 광장에서 지역에서 오신 분들도 더 많이 만나고, <평등으로> 신문을 함께 배부하는 등의 활동을 지역 활동으로까지 이어나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해서 지금의 정세를 저희의 원래 목표였던 풀뿌리 지역정치 활성화와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녹색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 출처: 녹색당

 

- 모두에게 있어서 위기이지만, 또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지난 총선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정의당과 녹색당은 녹색정의당이라는 연합정당을 함께 결성했는데요, 녹색당이 여기에 처음 참여할 때부터 당 내 반발이 있었고 참여 반대 입장의 의견그룹이 조직되어 성명을 내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총선이 좋지 않은 결과로 마무리되면서 이번 비대위 내에서도 비판적 평가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연합정당이라는 실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떤 교훈이 있다고 보시는지가 궁금합니다.

 

사실 이번 연합정당에 앞서서 재작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당시 진보 4당(노동당, 녹색당, 정의당, 진보당)의 정치연합을 시도하고자 했던 적이 있습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도 진보 4당을 지지한다는 입장이 있었고, 같은 맥락에서 녹색당 역시 진보정치 전체를 강화한다는 것을 큰 틀의 목적으로 삼아 정치적 기획을 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결국 단일후보를 도출하지 못했죠. 다만 그 때도 그렇고, 총선 때도 그렇고 이 (양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선거라는 판과 이미 정례화된 위성정당들의 출현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 자체가 너무 적었다는 생각은 들어요.

 

참여 과정에 대해 내부적으로 평가할 지점도 있겠지만 일단 외부적인 조건이 너무 안 좋았고, 그래서 (실리적 관점에서) 두 당이 정치연합을 한다고 했을 때 원내진출이 정말 가능할 것이냐에 대한 판단에 있어 사실 좀 섣부른 측면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치구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사실 2020년 당시에는 진보진영 안에서 '위성정당은 문제다'라는 생각이 그래도 좀 더 명확하고 컸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위성정당이 '뉴 노멀'이 되었고 (위성정당 참여로 의석을 획득한) 진보당에 대해 명확한 비판조차도 잘 나오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결국 이 녹색정의당이라는 기획이 갖는 여러 조건들이 처음부터 굉장히 열악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녹색정의당 합류 기자회견. 출처: 녹색당

 

그리고 녹색당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사실 말씀드린 대로 혁신위가 원내진출이라는 기조를 세우기는 했었지만 그것만으로 단일하게 대표될 수 없는 당원 분들의 다양한 열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거보다는 광장이나 연대 현장에 녹색당의 정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굉장히 많고, (선거보다) 밀양 송전탑 투쟁 등 다양한 투쟁 현장에 더 많은 녹색당원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도 하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원내진출을 제1목표로 삼은 선거 기획이 어떻게 보면 당 안에서 합의되기가 어려웠던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원투표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당 내의 이견들에 대해 제대로 소통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지는 못했기 때문에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었던 거죠.

 

또 한편으로는 '녹색성장'으로 대표되는 소위 현실주의적 노선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하고 절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고 봅니다. 더 급진적이고 명확한 가치들을 선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의 정치여야 한다는 관점과 원내진출을 위해 현실적으로 협의를 거쳐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 당 내에서도 대립했고, 정의당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녹색당 정책위원으로서 녹색정의당의 총선 정책을 만드는 데 참여했는데요,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원활하지 못했던 지점들을 많이 봤어요. 각 당이 갖는 슬로건이나 사회 비전들이 - 물론 공유하는 부분도 많지만 - 꼭 같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단시간 내에 정책을 합치려다 보니까 다양한 진통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하자면, 이런 선거연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왜 유럽에서 정당연합을 하면서 문서나 합의서를 막 이만큼 길게 만드는지 너무 이해할 수 있었던 과정이었고(웃음).. 마지막으로 주요 당원들이 탈당해서 정의당 플랫폼으로 입당한다는 상황 자체도 많은 당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건 물론 한국 정치 현실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요.

녹색당 2024년 총선 공약 토론회. 출처: 녹색당

 

- 정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여쭙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진보정당들 간에는 사실 적잖은 정책적 이견이 있어 왔는데, 예를 들면 정의당은 과거 탄소세 도입 등의 주장을 한 적이 있었고 이 부분은 녹색당에서 사실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었죠. 앞으로 진보정당들이 연대를 하는 데 있어서 이런 정책적 쟁점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향후 진보정치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제 입장은 진보정치가 (탄소세 등으로 대표되는) '녹색 성장주의'와는 분명하게 거리를 둘 수 있어야 하고, 또 그게 진보정당이 거대 보수정당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난 총선 평가를 하면서도 녹색정의당의 기후·녹색 공약과 다른 여러 당들의 공약을 봤을 때 물론 디테일하게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 그리 큰 차별점을 못 느끼겠다는 평가도 존재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보수정당과의 구별점을 확실히 만들어내는 녹색정치의 위치 설정이 필요하고, 녹색 성장주의를 넘어선 탈성장, 그리고 생태사회주의 등의 대안을 반영할 수 있는 정치적 지향을 분명히 하면서 그 틀 안에서 우리의 구체적 정책들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입법 활동들은 분명히 유의미하지만 동시에 한계점도 있기 때문에 국회에만 들어가면 (우리가 정책적으로 이야기하는) 모든 것이 달성될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는 것이잖아요. 결국에는 일상 속에서 진보정당들이 정치활동을 하면서 시민들과의 소통과 접점 속에서 우리의 지향을 어떤 정책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를 찾고, 이야기하고 또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물론 지금의 구조가 그렇지는 못하고 진보정당들의 힘도 많이 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단위에서부터 우리의 지향을 더 명확히 하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삶의 요구를 그 지향 안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3년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폐기를 요구하는 기후 활동가들의 기자회견. 출처: 기후정의동맹

 

- 현재 국면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아까도 계엄과 윤석열 퇴진 이야기가 잠깐 나왔었는데, 이 내란 국면에서 퇴진 운동에 임하고 있는 녹색당의 관점이나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녹색당은 이 계엄과 내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는 '퇴진 운동'에 그렇게 적극적인 편은 아니었어요. 사실 저는 이게 (계엄 이전에) 퇴진 운동이 더 확대되지 못하고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퇴진 운동을 펼쳐서 그 결과가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만으로 끝날 것이라는 무력감, 그리고 총선 때도 '윤석열 심판론'에 모든 의제들이 묻히는 걸 보면서 당 내에 '이런 흐름 속에서 퇴진이 이루어져도 세상의 근본적 변화를 꿈꾸기는 어렵다'는 인식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행하는 퇴행적 시도들과 정책적 후퇴들에 있어서는 단호히 맞서야 하고 녹색당도 그런 투쟁들을 해 왔지만, 그 모든 것들이 단순히 퇴진 운동으로 수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비상계엄이 터지고 나서는, 이건 사실 말도 안 되게 선을 넘는 것이기도 하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시기도 했잖아요. 무장한 계엄군을 국회에 보내고, 자신에 반대하는 국민들을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면서 기본권을 짓밟으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 당시에는 당연히 그 생각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엄 당일 녹색당도 소식을 듣자마자 당원들께 집결 요청을 하고 국회로 달려갔고, 진보 3당 간의 긴급한 논의를 통해 그 다음날 바로 기자회견을 갖고 공동대응을 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함께해 나가면서 우리 스스로가 점차적으로 다양한 과제들을 더 찾고 만들어온 게 아닐까 합니다. 사실 계엄 이전에도 진보 3당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이 진보정치와 사회운동의 연합을 통해 윤석열에 맞서는 투쟁이 다른 방향의 흐름으로 연결되게끔 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는데요, 그러다가 계엄이 터진 거죠. 그래서 지금은 이 정세 속에서 진보 3당과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다양한 단위들이 함께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이하 세바넷)'를 꾸려서 퇴진운동 내 우리의 블록을 형성하면서 독자적 세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녹색당도 여기에 함께 집중하고 있습니다.

계엄이 선포되자 국회 앞으로 가 계엄해제를 외치고 장갑차를 막아서는 녹색당. 출처: 녹색당

 

- 연결되는 질문입니다. 계엄 이후 지속적으로 진보 3당과 체제전환운동 간의 연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연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향후 이 연대가 계속되어야 할지 혹은 어떻게 계속될 수 있을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지금 구축된 연대가 사회운동과 진보정치의 관계에 있어서 굉장히 큰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그 동안 직면해 온 상황들을 보면 작년 기후정의행진 당시 불거진 비례위성정당과 기후정치세력화에 대한 논쟁부터 이번 퇴진 운동까지의 여러 가지 국면들이 있었잖아요. 이런 상황 속 체제전환이라는 큰 목표 하에 진보 3당과 사회운동세력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또 새롭게 열린 광장에서 우리의 역할을 함께하며 발을 맞춰 나가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각 정당마다 움직이는 방식들이 좀 다르고, 또 정당의 문법과 사회운동의 문법도 좀 달라서 소통하는 데의 어려움과 지난함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차이를 인정하면서 같이 해 보자는 것이니까요. 특히 세바넷의 주요 활동들 -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 <평등으로> 매체 발간, 그리고 토요일 집회 때 작지만 계속하고 있는 시민 참여 프로그램 - 이런 것들 속에서 하나의 공통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정말 중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광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이미 상당 부분 일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 연대가 앞으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윤석열 파면 선고가 이루어지고 나면 조기대선 국면이 열리겠죠. 그 국면을 앞두고 진보정당들과 사회운동이 제대로 토론하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완전히 의견일치가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공동으로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이 국면에 있어야만 하고 그러려면 최소한 모두가 동의하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거죠. 이 국면에 우리가 공통의 목표와 전략을 무엇으로 세우고 그 속에서 사회운동의 성장, 진보정치의 약진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이런 것들을 치열하게 토론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1월 22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진행된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 출처: 녹색당

 

- 말씀대로 대선 대응이 가장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현재 진보 3당과 체제전환운동의 각 단위들에서도 이 대선 대응을 놓고 다양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녹색당 내에서는 어떤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전국당 차원에서 대응을 강구해 왔고, 이제 전국위, 당원 차원에서도 본격적으로 토론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당을 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투표용지에 우리 후보가 있는 것이 가장 좋고(웃음) 그런 면에서 녹색당의 대선 후보가 있다면 너무 좋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지금 녹색당이 독자 후보를 세워낼 수 있는 국면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특히 선거에 들어가는 자원 등을 생각했을 때에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정치연합을 통해 열린 장에서 이 선거를 우리가 지향하는 녹색정치의 전망과 비전, 과제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선거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생각은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당연히 저희가 독자로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해 나갈지 막연한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후보를 내는 방향으로 대응한다고 하면) 사실 저는 어떤 후보가 나가느냐의 문제보다도, 신뢰 속에 이 선거를 같이 준비해 가면서 유의미한 선거를 치러낼 수 있는 모종의 힘이 갖춰졌을 때 정치세력이 선거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려되는 지점은 그럴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서의 체력이 약화되어 있는 지금의 상황이죠. 녹색당의 경우에도 지난 선거들을 봤을 때 임팩트 있었던 선거들은, 후보 하나하나가 잘 되어서라기보다는 특색 있는 선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당의 역량이 컸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나 '난개발 막는 제주도지사'처럼요. 2030 여성이 후보로 출마하고 역량을 집중받을 수 있게끔 하는 당의 결단과 전체적인 선거 기획이 있었기에 이런 성과들이 가능했던 것인데, 지금은 각 조직들의 그런 기초 체력이 약화된 상황이라는 것이 좀 아쉽죠.

 

어쨌든 진보정당들이 먼저 선거 기조나 목표, 전략 등을 합의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일단 진보 3당과 사회운동 세력 사이에 공유되는 대략의 기획이 마련되고 나면 거기에서부터 또 구체적인 논의가 전개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지금 녹색당 같은 경우에는 아직 대선에 대한 전술적인 문제보다는 어떻게 이 연대를 강화하면서 광장 시민들과 만나고 사회의 전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그래서 우선 이 광장에서의 목소리를 녹색당의 정치적 과제와 연결시키기 위해 연속 시국집담회를 진행하는 중이고요. 1회차는 지난 2월 3일에 차별과 혐오를 넘어 다시 만들 세계라는 주제로 진행했고 2회차는 다음 금요일인 21일에 기후정의를 주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녹색당 1차, 2차 시국집담회 포스터. 출처: 녹색당

 

- 녹색당의 대표로서 2025년 올해 녹색당이 갖고 있는 목표, 그리고 이상현이 갖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정당인으로서 그리고 사회운동의 구성원으로서 지금 이 국면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선거제도, 사표론 등의 수많은 악조건 속에서 우리가 비록 지금 당장 많은 표를 얻지는 못할지라도 저 보수양당 세력과의 구별점을 명확히 세워내면서 우리 스스로를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이번의 반도체특별법 이슈도 저는 그 구별점을 명확히 하는 하나의 계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우경화로 수렴되는) 거대 양당에 대한 대안적 선택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주권자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하는 정당정치의 사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조금이라도 더 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진보정당들이 되어야 하고 그 안에서 저희 녹색당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더 열심히 이야기하고 토론하고 설득도 하고, 그런 게 지금 제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또 여기에 이어서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까지 이런 준비들을 토대로 지역과 호흡하면서 일정한 성과들을 만들어내야 그 이후의 흐름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떻게든 존재감을, 우리 공통의 존재감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예쁜데 기능적으로도 좋은 무지개 우산을 함께 잘 만들어나가는 일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말씀드렸다시피 녹색당은 곧 당대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원래는 3월에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조기 대선 정국과 시간적으로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보니 전국위에서 선거 일정은 다시 논의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당대표로서 갖고 있는 목표는 아무래도 지금의 이런 활동들이 차기 지도부에서도 녹색당 차원의 중장기적 흐름이 되어서 지속적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녹색당 당기를 들고 있는 이상현 대표. 출처: 녹색당

 

-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읽는 <도모> 독자 분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독자 분들은 보통 정의당 당원 분들이신가요? (웃음) (편집부: 꼭 그렇지는 않고요)

지난 시기를 돌아보면, 사실 낙관하기는 힘든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든 일도 많았고 체력도 떨어졌고요.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해 나가고 있는 시기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향했던 세계에 대한 의지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쉬어 가더라도, 약간 침체되어 있더라도 결국은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힘을 내 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그게 이 광장의 시대정신인 것 같아요. 너무나 힘든 것들에 맞서 싸울 일이 많은 우리 사회이긴 하지만, 결국은 무언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위기에 맞서면서도 우리가 정말 가야 할 길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고, 새로운 사람들도 있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는 것이 진보정치와 또 사회운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들 땐 좀 쉬어 가고, 건강과 돌봄을 잃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나아가자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녹색당과 이상현 대표의 2025년을 <도모>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