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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북유럽 사례로 보는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정치적 관계,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by Domoleft 2025. 6. 12.

[국제] 북유럽 사례로 보는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정치적 관계,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에 대한 북유럽 노동조합들의 '배타적 지지'는 유명한 노르딕 복지국가 모델을 만들어왔지만, 최근 북유럽 주요 노동조합들의 배타적 지지는 점차 형해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민주노총이 대선 방침을 정하지 못하는 등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다양한 부침을 겪는 이 와중,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정치적 관계는 어디를 향해야 할까?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에 대한 북유럽 노동조합들의 '배타적 지지' 역사

북유럽 국가들 -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 에서 사회민주주의 정치세력과 노동조합의 긴밀한 연대가 복지국가 모델을 유지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해 온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이른바 '노르딕 모델'은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노동조합 간의 '배타적 지지' 관계를 통해 구축되었다. 각 국가의 내셔널 센터 노동조합총연맹들, 즉 스웨덴의 LO(Svenska Landsorganisationen), 노르웨이의 LO(Landsorganisasjonen i Norge), 덴마크의 LO(현재는 FH, Fagbevægelsens Hovedorganisation으로 재편) 등은 역사적으로 사회민주주의 정당을 중심으로 하여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며 복지국가의 제도적 틀을 형성했다. 이 관계는 20세기 초반, 특히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노동운동과 사회민주주의의 정치적 결합이 강력해지며 본격화되었다.

 

노르딕 복지국가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스웨덴의 경우, LO는 1889년 창당된 스웨덴 사회민주노동자당(SAP, 이하 사민당)과 긴밀히 협력하며 '국민의 집(Folkhemmet)'으로 불리는 복지 모델을 설계했다. LO는 조합원들의 정치적 동원을 통해 사민당의 선거 승리를 뒷받침했고, 사민당은 집권 시 노동조합과 함께 만든 공통의 정책기조를 국정에 반영했다. 노르웨이에서는 노동당(Arbeiderpartiet)과 LO가 이와 유사한 관계를 유지하며, 1935년 노동당의 집권을 계기로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덴마크 역시 LO(현 FH)가 사민당(Socialdemokratiet)과 협력하여 노동자 권리와 사회복지를 강화했다. 이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특정 정당(주로 사민당)을 지지하도록 권고하는 '배타적 지지' 정책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했다. 이는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단순한 경제적 이익단체를 넘어 정치적 주체로 자리잡게 했으며, 북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주된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좌측부터: 스웨덴 LO의 정치집회 / 노르웨이 LO의 총파업 집회

 

그러나 이러한 배타적 지지 모델은 1970년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1970년대 이후 경제 위기(오일쇼크), 신자유주의의 부상, 새로운 정치세력들(신좌파, 녹색당, 우익 포퓰리즘 등)의 등장으로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지지율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 노동조합은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유지했으나, 조합원들의 정치적 다양성과 새로운 사회적 의제(환경, 젠더 평등)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균열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스웨덴 LO는 사민당의 중도화(대표적으로 1980년대 임금 억제 정책)에 반발하며 좌파당(Vänsterpartiet)과의 협력을 검토했다. 덴마크 LO 역시 사민당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비판적이었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급진좌파 사회주의인민당(SF) 지지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은 복지국가의 핵심 제도를 방어하기 위해 사회민주주의 정당과의 연대를 여전히 우선시했지만, 과거와 같은 강력한 배타적 지지는 형해화되었다.


노동당 배타적 지지를 넘어서는 노르웨이 LO

노르웨이 LO는 전통적으로 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유지해 왔으나, 2000년대 이후 최근 들어 정치적 다원화와 사회변화에 대응하며 기존 대비 유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1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참패하며 보수당 중심의 연립정부가 들어서자, LO는 노동당에 대한 독점적 지지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기후변화와 디지털 경제 등 새로운 의제가 부상하면서 LO는 좌파연합 내에서 상대적으로 급진적이며 생태주의적인 사회주의좌파당(SV)과 녹색당(MDG)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LO는 노동당과의 역사적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특정 정책 - 예를 들어 석유 산업 의존 감소와 녹색 전환 - 에서 노동당과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다른 좌파정당들과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는 조합원들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반영하려는 시도였다. 2021년 총선에서 LO는 노동당, SV, 녹색당이 포함된 좌파연합에 대한 지지를 밝히며, 노동당 단독 지지에서 벗어나 연합 중심의 지지로 전환했다. 이는 노동조합이 단일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의제와 원칙을 중심으로 다양한 좌파진영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전략의 변화로 해석된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조합이 현대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포괄적이고 유연한 정치적 연대를 추구하기 시작한 중요 사례다. 2025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 방식의 정치적 연대는 더욱 폭넓어졌다. 이는 아래에 제시될 두 개의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표는 2025년 9월 총선을 앞두고 LO가 각 좌파정당들에 배분한 정치후원금 내역 총계이며, 두 번째는 노르웨이 정치에서 가장 급진적으로 평가받는 적색당(R)에 대한 LO의 연도별 정치후원금 증가 현황이다.

정당명 후원금 (단위: NOK)
노동당 20,000,000
사회주의좌파당 6,000,000
적색당 1,500,000
2021 2023 2025
0 194,450 1,500,000

스웨덴 LO의 변화와 스웨덴 사민당의 대응

좌파당과 접촉하는 스웨덴 LO

한편 스웨덴의 LO는 상술한 대로, 역사를 통틀어 사민당의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난민 문제, 경제불평등 증가, 기후위기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며 LO의 정치적 행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2014년과 2018년 총선에서 사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중도우파 정당(중앙당, 자유당)과의 연정에 의존하면서 LO 내부에서 불만이 커졌다. LO는 사민당이 노동자 중심 정책에서 후퇴하고 중도적 노선으로 기울었다고 비판하며, 좌파당(Vänsterpartiet)과의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좌파당은 보다 급진적인 복지 확대와 반자본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LO 조합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었다. 2018년 총선 이후 LO는 좌파당과 정책 협의를 강화하며, 사민당이 추진하는 중도적 개혁(노동시장 유연화 등)에 반대하는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이는 LO가 사민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완화하고 노동자 권익에 더 부합하는 정당들과 협력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LO의 이러한 변화는 조합원들의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함과 동시에 기존 배타적 지지 정당이었던 사민당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2019년 LO 지도자가 공개석상에서 좌파당을 언급하며 사민당이 다시 좌파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례가 있다.

 

2025년 제42차 스웨덴 사회민주당 당대회

2025년 5월 치러진 스웨덴 사회민주노동자당(SAP) 전당대회. 출처: 스웨덴헤럴드 swedenherald.com

 

2025년 5월 치러진 스웨덴 사민당 당대회는 LO와의 관계 재정립을 포함한 당의 정치적 방향성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사민당은 2022년 총선 패배와 중도우파 연정의 집권으로 위기를 맞았으며, LO와의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었다. 당대회에서 사민당은 노동조합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노동자 중심의 정책을 재강조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수정했다. 주요 의제로는 복지제도 공공성 강화, 노동시간 단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녹색 산업 투자 등이 채택되었다.

 

특히 사민당은 최근 본격화되는 LO의 좌파당 접촉을 의식하며, 좌파당과 공식적인 정책 연대를 모색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요구를 반영한 '신(新) 국민의 집'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전통적인 복지국가 모델을 현대화하여 기후 변화와 디지털 경제에 대응하려는 시도였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사민당 대표는 당대회에서 "LO와의 동맹은 사민당의 뿌리"라며 노동조합과의 협력을 강조했으나, 다만 좌파당과의 관계 설정에서는 여전히 정책연대 이상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는 중도층과 전통적인 노동계급 모두를 포용하려는 사민당이 마주한 전략적 딜레마를 보여 준다.

정책 주요 결정
교육 및 복지 - 유치원, 학교, 고등학교에서의 이익 추구 금지
- 교사 밀도, 학급 크기, 학생 건강 관리에 대한 구속력 있는 규정 도입
- 학교 요구 사항 충족을 위한 특별 정부 보조금
- 복지 서비스 이익 추구 제한
- 사유 운영 복지 서비스 설립 권리 폐지
- 민영화된 복지 서비스 통제 회복 조사
- 의료 분야 인력 제공 회사 사용 제한
- 치과 진료 점진적 도입
- 복지 서비스 정부 보조금 증가
경제 - 질병 수당 공제 폐지
- 아동 수당 증가
- 학생 지원금 보조금 증가
- 20세 미만 무료 공공 교통
- 주택 수당 영구화
- 자본 소득 세금 인상
- 근무 시간 단축 연금 옵션
- 연금 기여금 증가
- 총력전 펀드 설립
- 국가 투자 은행 설립
근무 시간 - 노동 조합-고용주 협상으로 근무 시간 단축
범죄 - 심각한 범죄 형사 책임 연령 14세로 낮춤
- 마피아 법 도입
- 갱 범죄자 생활 제한
- 청소년 범죄 예방 조치
- 위험 가족 프로그램 도입
국방 - 매년 20,000명 징집병 훈련
이주 - 엄격한 이주 정책 채택
- EU 최소 수준 망명 규칙
통합 - 불리한 지역 해소 목표
- 시민권 언어 요구 사항
- 근무 시간 중 언어 이니셔티브
- 학교 교육 75% 스웨덴어
- 취약 지역 유입 제한
- 난민 자가 숙소 배치 권리 폐지
- 취약 지역 이민자 배치 금지
외교 가자지구 학살 중단 및 이스라엘 제재 검토

2025528~ 61일 스웨덴 사회민주노동자당 제 42차 당대회 결정 사항 요약


덴마크 사민당과 싸우는 덴마크 노총

덴마크의 노동조합 FH(전 LO) 역시 역사적으로 사민당과 긴밀히 협력하며 복지국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사민당의 중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갈등이 심화되었다. 2019년 사민당의 집권 이후,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과 노동시장 개혁(유연 근로제 확대 등)을 추진하며 FH와의 관계가 악화되었다. FH는 사민당의 정책이 노동자 권익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하며, 2022년 총선에서 적록연합(Enhedslisten)과 녹색당(Alternativet)에 대한 지지를 검토했다. 2025년 올해 들어서는 2040년부터 정년을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사민당 주도로 통과되자 강하게 반발하였다.

 

FH는 사민당과의 배타적 지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특정 정책에서 좌파연합과 협력하며 사민당에 압박을 가했다. 예를 들어 FH는 사민당의 임금 동결 정책에 반대하며 좌파연합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지지했다. 이러한 갈등은 덴마크 노동조합 역시 단일 정당 지지에서 벗어나 노동자 권익을 중심으로 한 진보 다당제 연대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노동조합이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며, 정당들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국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

상술한 북유럽 노동조합들의 최근 사례는 크게 3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1) 정치적 독립성과 견제의 강화, 2) 좌파정당에 대한 지지의 다각화, 3) 노동자 권리와 사회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원칙의 유지 등이다. 익히 알려져 있듯 한국의 민주노총 역시 북유럽 노동조합들과 유사하게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구해 왔다. 민주노총은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을 주도하며 배타적 지지 정책을 채택했고,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3%의 비례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정당으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 이는 과거 북유럽 노동조합들의 사회민주주의 정당 배타적 지지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분열과 통합진보당 분당 이후 정의당, 민중당(현 진보당) 등으로의 진보정치 세력 분화는 민주노총의 정치적 영향력을 약화시켰다.

 

2025년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공식 지지 방침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2023년에 결정된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정당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이 한국 사회 기준에서 맞냐 틀리냐는 중요하지 않다. 민주노총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 기준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민주노총은 북유럽 노동조합들의 사례와 달리 왼쪽으로 확장하는 다양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역으로 중도보수 정당 더불어민주당과의 사회적 합의 및 타협 확대로 가는 노선적 역진(逆進)만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총 내 특정 정파를 위시하여 적지 않은 산별조직 및 기층조직들은 아예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선언을 함으로써 그 역진성을 강화했다.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악수하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출처: 연합뉴스

 

배타적 지지나 지지정당의 다양화는 일종의 전술이다. 모든 전술은 전략적이고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을 토대로 실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민주노총 내 갈등은 모든 의제를 덮어 버리고 '내란 청산을 위한 민주대연합'으로 가려는 지도부의 행보로 인해 일어났다. 이는 결코 '다름'으로 포장할 수 없는 '틀림'의 영역이다. 민주노총이 상법 개정안을 무조건 지지할 수도 없고, 수도권 중산층에 대한 감세와 차별금지법 거부, 에너지 산업 국유화에 대해 침묵하거나 거부하는 정당에 지지를 표하는 것은 불평등 타파를 지상과제로 삼는 노동운동의 기본 전제 자체를 흔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왜 조직노동이 계속 민주당으로 포섭되어 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고민은 진보정당에게 여전히 남은 숙제다. 노동조합이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체제저항적인 조직이라 할지라도 결국에는 이익단체다. 특히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공기관 정규직노조 같이 민주노총 내 발언권이 큰 조직들에 조합원의 이익, 혹은 조합원의 이익이 아니더라도 자사의 이익(회사의 사업 및 예산을 따오는 문제, KTX-SRT 통합 문제처럼 정치적 사안이 얽힌 문제 등)을 추구하기 위해 각종 정부기구에 들어가서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민주당과의 유착이 이를 추구하는 가장 손쉬운 수단임은 물론이다. 과거 김명환 전 위원장 시절 '사회적 합의주의'를 주장했던 세력들이 지금도 여러 산별에 살아남아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민주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교섭하거나 연대하는 것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사안별로 민주당과 같은 입장이 있다면 교섭하고 해당 내용에 한해 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에서의 지지선언을 공식화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노동조합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세력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유럽 노동조합들처럼 원칙을 중심으로 진보정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유지해야 한다. 2025년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겪은 갈등과 부침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과 현실적 타협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 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독자적 정치 의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지난 5월 12일 주요 산별노조 위원장들과 함께 노동선대본 발대식에 참석 중인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 출처: 오마이뉴스

 

북유럽의 최근 사례에 비추어 보면, 한국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가야 할 방향성은 결국 정책 중심의 진보적 다당제 연대이다. 노르웨이 LO와 스웨덴 LO의 사례처럼, 혹은 집행부의 무책임함 속에서도 권영국 후보 선거에 결합한 주요 산별조직들처럼 - 민주노총은 형식적 진보정당 지지-실질적 민주대연합 복무라는 모순적 노선을 걷어내고 노동자 권익과 다변화된 사회적 의제를 중심으로 하여 민주노동당(정의당), 녹색당, 노동당 및 진보적 사회운동단체들과의 폭넓은 연대 및 연합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보수정당으로의 사회적 투항주의로 경도되는 것을 막고, 다양한 진보정당들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길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노동조합을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노동계급 정치세력화를 이야기했는가? 단순히 좀 더 많은 월급을 받기 위함이었는가, 혹은 우리 사회 전체의 진보에 기여하고 복무하기 위해서였는가? 우리의 상황에 완벽히 들어맞는 정답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북유럽 노동조합들의 새로운 전략과 그에 발맞춘 진보정당의 변화는 지금 우리에게 다시금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동백림

혁명과 개량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제정세 오타쿠.

현재 시민사회단체 상근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도모의 국제면에 정기적으로 글을 연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