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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 일반

교정시설 공중보건의의 어떤 여름날

by Domoleft 2025. 7. 31.

<도모 2025년 8월호 여름 특집>

[사회] 교정시설 공중보건의의 어떤 여름날

작열하는 더위 속, '누구도 관심 없는 곳' 교정시설의 여름날 모습은 어떠할까? 구치소 공중보건의로 군복무를 마친 필자의 수기를 통해 한국 교정시설 의료의 현황과 문제점을 들여다본다.


어떤 여름날

출처: 연합뉴스

 

구치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군복무를 하던 어느 여름날의 일이다. 옆방 진료실에서 서럽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또 무슨 사건이 터진 걸까. 다급하게 와 달라는 간호사 선생님을 따라 진료실에 들어가니 바닥에는 떨어진 핏방울이 흥건했고, 중년의 여성 수용자가 진료실 탁자에 엎드려 서럽게 울고 있었다. 수용복은 피와 땀과 눈물이 섞여 온통 얼룩져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같은 방 수용자가 아무런 낌새도 없이 갑자기 뒤에서 공격을 해 왔고, 교도관들이 달려와 제지를 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만신창이가 되도록 두들겨 맞아서 왔다는 것이다.

 

피해 수용자는 꽤 오랜 징역을 선고받을 정도로 초대형 사기를 친 전문 사기꾼이었다. 사기죄에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경우가 드문 것을 고려하면 피해 수용자가 얼마나 '크게 해먹은 사기꾼'인지 짐작할 법도 하다. 하지만 어떤 범죄를 저질러 왔던 간에 현재 내 앞에 있는 사람은 폭행의 피해자이자 치료가 필요한 환자였다. 법이 정한 형벌에 교정시설 내에서의 폭행이나 상해를 견뎌야 한다는 내용은 없으니까.

 

일단 다친 곳을 살피는 게 먼저였다. 피가 흐르고 있는 곳을 따라가니 후두부에 무언가 튀어나온 것이 만져졌다. 자세히 보니 볼펜의 뚜껑이 머리 가죽 속에 괴상한 각도로 박혀 있었다. 겁에 질려 울고 있는 피해 수용자를 겨우 설득해 머리카락 일부를 깎아버리고 피부를 절개해 볼펜 뚜껑을 빼낼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의 찢어진 상처들도 몇 시간에 걸쳐 소독하고 꿰맨 뒤 얼굴을 보니 우측 눈 주위와 광대뼈에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부어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안와골절의 가능성이 있어, 결국 외부 병원으로 보내 방사선 촬영을 하기로 했다.

교도소의 환자 이송. 출처: 법무부 교정본부

 

외부 병원에서 수용자가 진료를 받으려면 계호를 담당할 보안과 직원, 병원 접수를 담당할 의료과 직원, 앰뷸런스 운전사 등 최소 5명 이상의 교도관이 동원되어야 하고, 입원이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병실을 지킬 2교대 근무자까지 7명 이상이 필요하다. 게다가 영치금을 넣어 줄 사람이 없어 발생한 비용을 추징할 수 없는 수용자는 법무부 예산으로 치료비도 전액 보전이 가능하다. 그래서 응급 외부진료 처방을 낼 때마다 어느 교도관이든 불만을 토로한다. "사회에서 돈 없어서 치료 못 받고 죽어 나가는 죄 없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왜 이런 인간쓰레기들 치료에 인력과 세금을 낭비해야 합니까. 돈 없는데 아프면 죄 짓고 교도소 오는 게 낫겠어요."

 

과장이 있긴 하지만, 이런 불만이 아주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1차 의료만 놓고 보면 교정시설 수용자의 의료접근성은 외부 사회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중심으로 구성된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보다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의료급여 1종의 경우 외래 이용 본인부담금은 500원~2,000원 수준이며, 실제 발생한 의료수가와 상관없이 횟수로 금액을 받는 정액제로 책정되어 있다. 최근 정부가 의료급여 지출을 효율화하고 의료급여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재고한다는 명목으로 추진하는, 의료급여의 외래 이용 본인부담금을 수가에 비례해서 책정하는 정률제가 시행되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외래 이용 본인부담금은 이보다 더 증가할 예정이다.

 

그에 비해 교정시설 수용자는 교정시설 내에서 발생하는 외래 이용 본인부담금 자체가 없고 약값, 처치비, 재료비 모두 무료이다. 또한 주치의 제도가 정착되어 있어 응급 상황 발생 시 빠른 대처를 통해 외부 병원 인계도 가능하다. 의료급여 수급자도 외래 이용률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높은데 수용자들은 비용 자체가 들지 않으니 외래 이용률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는 순회진료 대기실에 있는 에어컨을 이용하기 위해 여름날이 되면 아프지도 않은데 진료를 신청해서 쉬었다 가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제도적으로 보장된 1차 의료의 접근성만을 본다면 교정의료가 아주 잘 돌아가고 있다거나 앞선 교도관의 말처럼 '과하게' 보장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정의료는 커다란 사각지대를 보여주고 있다.


교정의료의 사각지대

교정시설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는 결국 한계가 있고, 정밀 검진 등을 위해서는 외부 진료를 나가야 한다. 외부 진료를 받을 권리 역시 보장되고 있다고는 하나 앞서 과밀된 교정시설에서 외부진료 수요 역시 과포화 상태이다. 언급했듯이 재소자 1명이 외부 진료를 나가기 위해서는 계호에 필요한 인력이 많기에 보통 재소자 500명~1,500명 당 1팀의 외부진료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보통 한 팀의 외부진료팀은 겨우 하루에 2~3명 정도의 외부진료를 담당할 수 있다. 결국 외부진료를 받아야 할 인원은 적체가 심하고, 이로 인해 치료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폐암, 간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은 한국인들이 자주 걸리는 암이면서도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 혹은 영상 검사로 조기 진단하여 예방 가능한 암들이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주기적으로 무료 암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재소자들은 외부병원을 나가지 않으면 교정시설 내에서 암 검진을 받을 수 없다. 연 2회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간단한 피 검사, 소변 검사, 결핵 검사 등이지 암 검진이 아니다. 결국 이미 증상이 발현한 상태에서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재소자들에게 의학적 필요기준으로 암 검진을 시행한다면 현재의 여건으로는 암 검진만으로 외부진료 건수가 가득 찰 것이다.

포항교도소에서 이루어지는 건강검진. 출처: 월간교정 cowebzine.com

 

교정시설 내의 의료전문성 역시 문제가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교정의료(correctional medicine)를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취급하여 연구한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구속된 수용자들의 특수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며, 자신의 의료적 상태를 이용해 범죄 혹은 이차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경향성이 강한 수용자의 특성상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의료인과 환자 간 라포[각주:1]를 쌓기도 어렵다. 또 수용자 중에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안 좋은 사람이 많고, 그럴수록 건강 수준이나 패턴이 사회 평균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교정의료라는 개념 자체가 없고, 전공한 의사조차 없다. 그 결과 교정시설에는 빈대나 옴 감염증이 매우 흔한데, 2025년 한국에서는 이런 케이스가 거의 없어 피부과 전문의도 경험치가 부족해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다가오는 여름의 한복판에, 온열질환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회 평균과 다른 교정시설만의 건강 특성 중 하나가 온열질환이다. 교정시설은 작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생활하다 보니 온열질환에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다. 사회 고령화에서 교정시설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수용자들 또한 고령화되고 있기에 온열질환에 특히 취약한 인구계층 역시 늘어났다. 기후위기로 인해 살인적인 더위가 더 자주 덮쳐오지만, 교정시설에서는 수용거실 및 노역 작업장에 있는 선풍기와 간헐적으로 배급해 주는 얼음물이 대응책의 전부이다. 당연히 이것만으로는 더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정시설에서 온열질환에 걸리는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일어난다. 올해처럼 극한의 더위가 덮쳐 왔던 2018년에는 전국의 교정시설에서 무려 48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각주:2]

2024년 광주교도소에 폭염 대비를 위해 놓여진 선풍기들. 출처: 노컷뉴스

 

더군다나 우리 교정시설들의 오랜 문제인 과밀수용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2025년 현재 교정시설 수용률은 평균 120%를 넘어가고 있고, 일부 소의 경우 150%를 넘나들기도 한다. 좁은 곳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때 더위에 취약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행동의 자유가 박탈된 상황에다 5~6명이 거주해야 할 시설에 7~8명이 끼어 사는 상황이 더해지면 온열질환에 극도로 취약한 환경이 조성된다. 비단 과밀수용만이 문제가 아니라 교정시설 자체의 문제도 심각하다. 50년이 넘은 교정시설의 경우 천장 마감이 안 되어 있어 파이프라인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으며 비가 오면 곳곳에서 물이 줄줄 샌다. 쾌적한 수용시설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온열질환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된다. 경험상 신식 구치소에서 근무했을 때는 온열질환자 발생이 거의 없었지만, 50년 넘은 구치소에서 근무했을 때는 매주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었다.

 

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는 1차 의료에 대한 높은 접근성 역시 큰 맹점을 가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된 전체 재소자의 60% 가량이 모종의 이유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의료 수요가 넘쳐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본인부담금이 없어 외래진료 이용을 최대한 장려하도록 설계된 제도의 영향으로 수용자들의 외래 이용률은 높아지지만, 정작 교정시설 진료를 봐 줄 의사는 턱없이 부족해 점차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 현재는 한 명의 공중보건의사가 타 지역의 교정기관으로 주 1~2회씩 파견근무를 나가지 않으면 교정의료가 마비되는 지경이다.

 

한편 최근에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공중보건의의 숫자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먼저 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 본과 1학년으로 입학하는 의전원, 의대편입 제도 출신 학생들은 이전 대학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이 37개월로 길어 많은 의대생들이 공중보건의사 지원을 거부하고 학생 때 현역으로 복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2022년 512명이던 한 해 의과 공중보건의사 편입 인원은 2023년 456명, 2024년 255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교정시설에 배치되는 공중보건의의 수 역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유화책으로 그동안의 37개월 복무를 24개월로 단축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어 공중보건의는 앞으로 더욱 감소할 예정이다.

2015~2023년 간 신규 편입 공중보건의사 현황 그래프. 출처: 의사신문

 

현재 법무부는 과밀수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도소나 구치소의 신축을 검토하고 있는데, 문제는 교정시설에 상주하는 의사가 없고 공중보건의의 수도 급격히 줄어서 새로 건축한 교정시설을 개청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교정시설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어떻게 의료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 과포화된 교정시설, 그리고 부족한 의료인력의 삼박자는 교정시설을 제도적으로 의료접근권이 보장되고 있음에도 기초적인 의료지원이 안 되어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의료공백지로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1차 의료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성은 오히려 독이다. 발생하고 있는 의료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에서 필수적인 의료수요와 '잠깐 쉬려는' 의료수요를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어 정말로 진료가 필요한 사람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각 중의 사각, 교정시설 정신건강의학

다시 글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폭력 피해 수용자를 외부 병원으로 보낸 뒤, 휴게실에서는 가해 수용자에 대한 교도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평소에도 폭행, 욕설 등으로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수용자라는 것이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이번에는 진정 겸 징벌의 의미로 꽁꽁 묶여 있는 가해 수용자가 괜찮은지 문진을 갔다. 과거 징벌방에 묶인 상태로 갇혀 있다가 온열질환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하는 수용자가 여럿 나온 뒤로 생긴 의무사항이다.

 

징벌방에 도착해 문진을 시작하니 가해 수용자는 상대방이 자신을 먼저 공격하려고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먼저 폭행을 한 건 가해 수용자지 않냐고 되묻자, 그건 맞는데 상대방이 공격해오고 있었고 자기는 그걸 알고 있었다는 둥 논리에 맞지 않은 말을 했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어 보니 폭력성과 피해망상을 동반한 조절되지 않는 조현병 혹은 망상장애 환자의 느낌이 났다. 의사들이 이렇게 첫 인상으로 대충 어떤 질환이 있겠거니 판단하는 것을 전문용어로 'general appearance'를 확인한다고 한다.

 

문진과 간단한 신체 진찰 후 사무실로 돌아와 앞으로의 진료 상담 참고를 위해 사건 기록을 조회해 보았다. 갑자기 가게에 침입해 난동을 부리거나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무차별 폭행하는 등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이미 묻지마 폭행 전과가 수두룩했다. 범행들은 대부분 출소 후 1년 안에 저질러졌다. 출소와 재수감을 지난 10여 년간 여러 차례 반복했고, 그때마다 망상이 섞인 주장을 해 왔다. 가족들과 연락도 안 되고 보호자도 없다. 구치소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런 종류의 수용자들을 꽤 흔하게 볼 수 있다. 교정시설에 있을 것이 아니라 정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 말이다.

 

내가 근무하던 구치소에는 근처 정신과 전문병원의 전문의 원장님이 한 달에 한 번씩 구치소에 찾아와 정신질환자 진료를 봐 주고 계셨다. 하지만 진료자가 한 번에 100명도 넘게 나오다 보니 그 역시 심도 있는 진료와 상담을 할 물리적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정신과 진료는 약 처방 위주의 진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신과 대면 진료 시스템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교정시설에 비해 형편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구치소처럼 직접 정신과 전문의가 초빙되어 오는 곳은 손에 꼽고, 대부분의 소에서는 컴퓨터 화상진료로 정신과 진료를 하고 있다. 넘쳐나는 정신과 진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주하는 정신과 전문의를 구할 수도 없기 때문에 교정시설에 한해 허용되는 원격의료로 겨우겨우 때우고 있는 것이다.

2005년부터 시작된 교정시설 원격의료. 출처: 전자신문

 

이번 사건의 가해 수용자도 조현병으로 정신과 진료자 명단에 있었고, 나는 제대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 차 여자 수용동 계장님을 찾아갔다. 아니나 다를까 계장님은 가해 수용자가 처방받은 약을 하나도 먹지 않았고 정신과 진료도 안 나가려고 해서 억지로 끌고 나가고 있다고 했다. 조현병은 약을 잘 먹고 증상 조절만 잘 되면 자해 타해 위험이 극도로 낮으며 사회에서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증상 조절이 어느 정도 될 때의 이야기다. 치료를 받지 않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자해·타해 위험이 극도로 상승할 수 있으며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그렇기에 조현병과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없애 치료의 문턱을 낮추고, 조현병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지역사회에서부터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신의학에 대한 인식은 그 자체로 아직 미비하며 교정시설에서는 더더욱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위험성은 치료 이후 94% 감소했다.[각주:3] 그러나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치료감호소는 공주시에 있는 국립법무병원 단 한 개소뿐이고, 이 곳은 2022년 기준 의사 한 명당 환자 수가 120명에 달한다.[각주:4] 의사 1인당 환자 수가 8명 정도인 일본의 치료감호소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과 전문의 1명당 환자 수를 60명 넘게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봐도 정원의 2배에 달한다. 당연히 제대로 된 치료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치료감호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신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정신질환자 전문 교정시설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 역시 현재 진주교도소 한 곳이 전부이다. 진주교도소가 아닌 일반적인 교정시설 기준으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하는 인원은 대략 전체 인원의 30% 가량이 된다. 물론 이들의 범죄 원인이 꼭 정신질환 때문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을 가진 수용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질환이 악화되는 사례는 넘쳐나고, 이런 환경에서 형벌의 목적인 '교정'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좌측부터: 정신질환자 치료감호소인 국립법무병원 / 정신질환자 전문 교정시설인 진주교도소. 출처: 한국일보 / 법무부 교정본부


누구도 관심 없는 곳까지 진보의 시선을 확장하자

교정의료에 대한 논의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다른 하나는 교정시설 노동자들의 건강이다. 끊임없이 수용자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감정노동을 하는 교도관들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 위험성이 높다. 최근 시행한 법무부의 교정공무원 대상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교도관 5명 중 1명 꼴로 정신질환 위험군에 속할 정도로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각주:5] 이를 악화시키는 것은 교정공무원의 태부족이다.

 

과밀수용의 문제는 단순히 시설만의 문제 혹은 수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으로 교도관 1인당 수용자 3.3명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2배 가까운 수치이다. 1인당 3.3명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수치가 아닌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지만 교정시설에는 24시간 인력이 필요해 교대제가 이루어지고, 행정직과 특수직군이 존재함을 고려하면 교도관 한 명이 수십, 수백 명을 관리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이처럼 교정시설을 관리하는 교정공무원부터가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용자의 건강이 존중받고 관리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 문제는 교정시설 노동자의 노동권의 문제로 연결된다. 한국의 경우 교정시설이 국가 중요시설로 분류되어 사설 교도소인 소망교도소를 제외한 모든 교정시설이 국가기관에 속한다. 그에 따라 교도관과 교정시설 노동자들은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고, 공무원 신분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노동권 상의 문제점들이 교도관들에게도 나타난다. 먼저 노동조합, 정치조직 등 노동권 신장을 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불법인 경우가 많아 조직화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고, 협상력은 없으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조직적인 활동 역시 불가능하다. 이들의 노동은 개선되지도 공론화되지도 못한 채 지워지는 노동인 것이다.

순찰 중인 교도관의 모습. 출처: 뉴시스

 

교정의료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일반적으로 사회적 쟁점조차 되지 못하고, 당연히 해결을 위한 로드맵이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의료인력의 수급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고, 교정시설은 개선되고 확충되어야 하며, 본인부담금의 도입 같은 의료수요를 관리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정공무원의 노동권을 위한 정치적인 조직이 필요하며 교도관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사업의 확대 역시 필요하다. 진보의 사명은 계속해서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곳으로 시선을 확장하는 것이지 않을까. 교정시설 의료라는, 어쩌면 아무도 관심 없을 영역에 우리부터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기를 제안하는 이유이다.

 

 

※ <도모>는 혹서기를 맞아 2025년 8월호를 '여름 특집호'로 하여 특집기사들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최우식

전환 회원.
의대 시절 보건의료학생 매듭에서 활동했으며, 구치소에서 공중보건의사로 3년 근무 후 현재 아주대학교병원 인턴 의사로 근무 중이다.


각주

  1. Rapport. 사람 사이의 상호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심리적인 유대감이나 친밀한 관계. 의료진과 환자의 라포가 좋을수록 치료 순응도나 반응도 좋다. [본문으로]
  2. 주간 건강과 질병 제12권 제20호, 2018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 [본문으로]
  3. 데일리메디, '조현병 강력 범죄, 치료 이후 가능성 94% ↓' https://www.dailymedi.com/news/news_view.php?wr_id=807994 [본문으로]
  4. 아주경제, [단독]형기 '십수배' 구금당하고 치료 '전무'...법무부, 장애인 치료감호 보완한다 https://www.ajunews.com/view/20230719135843924 [본문으로]
  5. 중앙일보, 교도관 5명 중 1명은 정신건강 위험군…'과밀 수용'이 최대 원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3113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