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엔 안보리 의장국 한국 정부, 지금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에 나서야 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격화 속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많은 서방 국가들은 하나둘씩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을 시사하고 있지만, 올해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한국 정부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승인 문제를 외면하는 중이다. 많은 논쟁 속에도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이 바로 지금 진보정치의 정치적 요구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함께 살펴본다.
안보리 의장국 한국, 폭주하는 이스라엘의 '방관자'로 남을 것인가
뉴스 국제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관련 소식을 접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된 우리에게, 얼마 전 한 가지 소식이 더해졌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대표단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카타르의 수도 도하를 폭격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넘어 예멘, 레바논, 시리아, 이란 등 중동 전역에 폭격을 이어 온 것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카타르의 경우에는 미 공군이 주둔 중이며 2022년 미국의 비 NATO 동맹국으로 지정되는 등 미국과 우호적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더욱 논란이 되었다. 해당 폭격은 미국에게 통보되지 않고 이스라엘 단독으로 진행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에 다름 아닌 트럼프 본인이 "매우 기분이 나쁘다"며 강하게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1
미국의 동맹국마저 폭격하는 이스라엘의 폭주 속, 그간 이스라엘 비판에 미온적이던 국제 사회의 비판 수위 역시 이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강해지고 있다. 특히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애써 무시하며 이스라엘을 비호하던 서방 국가들의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 차원에서의 무역금지를 포함한 독자적인 이스라엘 경제제재에 착수할 것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서방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발표한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수위에 해당한다. 좌파 연정이 집권 중인 스페인은 이스라엘 무기를 실은 선박과 항공기의 영공·영해 출입금지를 명령하기도 했다. 2
유엔을 포함한 다자무대에서의 움직임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스라엘의 카타르 폭격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유엔 긴급총회는 팔레스타인 국가수립 지지 결의안을 찬성 142(한국 포함), 반대 10, 기권 12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3 미국이 팔레스타인 인사들에게 입국비자를 내주지 않아 유엔 정기총회 참석이 저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정기총회를 뉴욕이 아니라 유럽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열자는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하는 형국이다. 4 이런 상황에서도 네타냐후 정권은 "팔레스타인 국가는 절대 없을 것" 5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국제 사회 속 이스라엘의 고립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6
이러한 상황 속,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도 국제적 주목이 쏠리고 있다. 이는 다름아닌 한국이 올해 유엔 안보리의 의장국이기 때문이다. 9월 23일 열리는 안보리 정기총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으며, 의장국 자격으로 공개 토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구 선진국이 주도해온 인공지능 이슈를 대한민국이 주도하겠다"는 대통령실의 말에서 볼 수 있듯, 의장국으로서 이재명 정부의 초점은 AI 등의 기술적 문제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이나 집단학살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다. 7세계 정세의 한복판에 있어야 할 안보리 의장국임에도,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와 의장국의 관심사가 크게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이번 안보리 총회에서 'AI와 국제평화 및 안보'를 주제로 삼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AI와 평화의 관계를 논하면서도 AI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민간인을 살해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다. <972 매거진>의 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라벤더'라는 이름의 AI 프로그램을 가자지구 학살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AI 드론에 의해 감시받는 가자지구의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하마스 요원과 가까울 가능성'을 기준으로 1-100점 사이의 점수가 매겨지며, 점수가 100점에 가까워질수록 살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초의 AI 지원 집단학살'이 지금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8
'최소한의 조건', 팔레스타인 국가승인 및 정부 인정
이러한 와중 최근 국제 외교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승인, 정부인정 및 수교 문제다.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격화되고 국제 여론이 변하면서 서구 국가들은 이스라엘의 로비와 압박 속 오랫동안 미뤄 왔던 팔레스타인 국가 및 정부에 대한 승인을 하나둘씩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 영국, 벨기에,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은 팔레스타인을 "근시일 내에 승인할 것"임을 밝히고 있으며, 오랫동안 팔레스타인 이슈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던 9일본 정부 역시 팔레스타인 국가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10
그간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내부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에 대한 의견은 크게 갈려 왔다. 승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방 주도의 국가승인 논의에 일반적으로 뒤따라오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모두 승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이는 1948년 나크바로 팔레스타인 민중의 땅을 빼앗아 건국된 이스라엘과 나크바의 피해자인 팔레스타인의 주권 문제를 동일선상에서 놓고 이해한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라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다. 일반적 두 국가 해법 논의에서는 추방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스라엘에 점령당한 고향으로 돌아갈 귀환권 역시 보장되지 않는다.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체결된 1993년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국가 승인을 골자로 했지만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팔레스타인 국가의 주권은 실현되고 있지 못하다. 팔레스타인의 연대자들이 학살과 점령 종식이 빠진 두 국가 해법 논의에 쉽사리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11
그러나 두 국가 해법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국가승인과 관련된 서방의 위선적 태도가 문제라고 해서, 팔레스타인 국가승인과 수교 자체를 논의해선 안 된다거나 이에 대해 무관심한 한국 정부의 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팔레스타인 의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한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보았을 때 팔레스타인 국가와 정부에 대한 명시적 승인은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반대하며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명백한 정치적 메시지가 될 수 있음에도, 여전히 팔레스타인 승인은 한국 정치권의 주요 의제에서 멀찍이 빗겨나가 있다.
학살과 점령이 끝난 이후 해방된 팔레스타인 국가의 정체성을 어떻게 수립할지의 문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손에 맡기더라도, 그 전까지 팔레스타인의 주권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이들과 교류를 이어나가고자 한다면 팔레스타인 국가승인 및 수교는 이들과 공식적 외교관계를 이어가며 소통하고 이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할라 아부 하시라 주프랑스 팔레스타인 대사 역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같이 아직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모든 국가가 우리를 (국가로) 인정하길 바란다. 팔레스타인 시민들도 다른 민족·국민처럼 자결권을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며 한국의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12
특히 국내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고 진전되기 위해서는 팔레스타인과 적극적으로 연대해 온 진보정당들의 정치적 요구가 필수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진보·좌파 정치세력들은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입장 문제를 떠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국가승인과 수교를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 최근 좌파 신당 창당을 선언한 영국 노동당의 전 당수 제레미 코빈은 지난 2018년 "자신이 총리로 선출된다면 팔레스타인 국가를 즉각 인정할 것"임을 밝혔으며, 프랑스 좌파연합 신인민전선(NFP)의 대표 정치인 장 뤽 멜랑숑 역시 "가능한 빨리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추진하겠다" 밝힌 바 있다. 13 14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과 더 오래 진정성 있게 연대해 온 비서구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외교 보폭을 맞추게끔 견인하는 것 역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 요구해야 할 정치·외교적 대안이다. 최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을 중심으로 창설된 '헤이그 그룹'은 대표적 사례다. 볼리비아, 콜롬비아, 쿠바,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말레이시아, 나미비아, 니카라과, 오만,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2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로 이루어진 이들 그룹은, 단순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을 넘어 무기와 에너지 등 가자지구 집단학살에 사용될 수 있는 물자의 이스라엘 반입을 금지할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하는 등 서방에 비교해 보았을 때 훨씬 공세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15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정부의 행보는 이런 국제사회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조현 외교부장관은 지난 8월 <워싱턴 포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현재 급변하는 동북아 문제에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타 지역에 관심을 기울일 '사치(luxury)'가 없다"는 말로 한국 정부의 팔레스타인 국가승인 동의 여부에 대한 기자의 질문을 회피한 바 있다. 물론 한국이 남북한 문제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안보리 의장국이 자국의 구미에 맞는 소수 의제만을 다루라고 주어진 자리가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16
이제야 팔레스타인 국가승인 문제를 논하기 시작한 서구 국가들, 국제연대에 적극적인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모두 우호적 외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주변부와 중심부의 사이에 존재하는 국가로서 한국의 특수한 위치성이다. 그렇기에 더욱 이재명 정부는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국가승인 문제를 직시하며 명확히 다루는 방식으로 의장국으로서의 국제적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 팔레스타인과 연대해 온 한국의 진보정당들 역시 안보리를 앞둔 지금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을 한국 정부에 대한 명시적 요구사항으로 내세우며 사회적 압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승인과 함께해야 하는 대이스라엘 제재 강화
한편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을 요구하며 반드시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으로는 대(對)이스라엘 압박 및 제재의 강화 요구가 있다. 설령 전 세계가 팔레스타인 국가승인과 정부 인정에 동참한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강제점령을 막도록 하는 실질적인 조치 없이 이는 그저 선언적 제스처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가 이스라엘에 유의미한 변화를 강제할 수 있을 수준의 강력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제재를 전방위적으로 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한국은 국제 사회의 기준에 한참 미흡하다. 한국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 이후 이스라엘에 수출하는 무기의 양이 오히려 늘어난 몇 안 되는 국가이다. 심지어 2024년 2월 이후에는 윤석열 정부가 해외 무기판매 관련 통계를 비공개로 전환해 이스라엘 무기수출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17 18
유감스럽게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도 이러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지난 9월 3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스라엘 외교부 장관 기드온 사아르와의 전화통화에서 "첨단 산업 분야 기술 협력 등 양국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는데, 이스라엘의 과학기술산업 전반이 군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는 가자 학살의 공범 노릇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외에도 한국석유공사의 자회사 다나 페트롤리엄이 이스라엘의 협조 아래 가자지구 영해에서 석유시추 계획을 세우고 19 국립중앙박물관과 카이스트가 이스라엘 군산복합체의 일환인 테크니온 대학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등 20 한국은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과 점령에 대한 공모를 지속하고 있다. 21
일본의 중동학자 오카 마리는 과거 국제사회의 제제를 뚫고 아파르트헤이트 치하 남아공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토요타 차량들의 모습을 보며 일본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한화와 HD현대 등 한국 기업들의 제품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동원되는 모습을 보고 이와 같은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한국의 진보 세력은 이재명 정부에게 기존의 수동적인 위치에서 벗어나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보다 공세적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유지할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민간 차원에서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보이콧, 투자철회, 경제제재 운동(BDS)'을 지원하고, 국제형사재판소(ICJ)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 약속할 것 역시 요구해야 할 것이다. 22
정치의 영역 속 국제연대의 역할
1969년부터 1976년, 이후 1982년부터 1986년까지 도합 11년 가까이 집권한 스웨덴 사회민주노동당의 올로프 팔메 총리는 세계적으로 '진보정치의 국제연대'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 지도자다. 야당 대표 시절 주스웨덴 북베트남 대사와 함께 미국의 베트남 폭격 반대시위에 참여했던 팔메는 집권 이후에도 쿠바, 남아공, 앙골라 등 제3세계 민족해방운동에 대한 지원을 계속했으며, 핵무기 반대를 포함한 군축 운동과 이란-이라크 전쟁 중재 등의 평화협상에도 힘썼다. 특히 팔메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 당대 '테러집단'으로 낙인찍혀 있던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팔레스타인 민중의 정당한 대의자로 인정한 유일한 서방 지도자였으며,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에 대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3 팔메의 국제주의적 외교 노선은 그간의 서구편향적이며 친이스라엘적인 노선을 벗어나 반성적이고 전향적인 외교 노선을 취하도록 정부를 견인하고자 하는 한국의 진보정당들에게 하나의 귀감이 되어 준다.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방법론적 논쟁은 팔레스타인 해방이 실제로 이루어질 때까지 끝날 수 없는 논쟁이다. 그러나 사회운동 내에서 진보정당과 진보정치가 갖는 특수한 위치성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운동적 목소리를 분명한 정치적 요구로 발전시키고, 그 요구를 통해 기존 체제를 압박하며 정치적 목표를 쟁취해내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오늘날 한국의 진보정치가 팔레스타인 국가승인을 명시적으로 요구해야 하는 이유 역시 이와 같다. '테러조직'이던 PLO를 합법 정부로 승인하고 국제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위상 확대를 이끌어냈던 팔메의 역할처럼,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낮은 한국 사회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승인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효과적인 메시지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명시적 합의를 만들고 이를 함께 확대시켜 나가자는 사회운동적 전술의 영역이다.
한편 오늘날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연대는 단순히 팔레스타인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자유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유 없이는 불완전한 것"이라고 말한 남아공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우리가 전쟁과 식민주의, 집단학살로부터 자유로운,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해방적인 국제질서를 가꿔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바로미터로 기능한다. 특히 소위 '서방' '선진국' 클럽에 속한 국가 중 식민지배의 아픔과 냉전의 공포를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사례인 한국에 있어서 이는 결코 가벼이 여겨질 수 없는 문제다. 무엇보다 미국-서방과 중·러 간의 대립이 강화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적극적 국제연대를 펼치는 것은 한국에게 양강 중심 질서를 극복한 대안적인 국제관을 상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올로프 팔메의 사례가 시사하는 것처럼 '정치의 영역에서 국제연대의 역할'은 이미 명확히 존재한다. 유엔 안보리 의장국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를 받아든 이재명 정부에게, 지금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팔레스타인 국가승인과 대이스라엘 제재 확대를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압박해야만 한다. 미얀마와 태국의 민주화운동에서 진보정당들이 보였던 명확한 '정치적 국제연대'를 안보리를 앞둔 지금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김원
동국대학교 맑스철학연구회 전 회장, 전환 국제연대팀장.
동국대학교와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넓고 멀리 보는 이론과 구체적인 공간에서의 실천을 겸비한 운동을 지향한다.
각주
- 경향신문, 미국 동맹국 카타르 수도까지 때린 이스라엘···트럼프 “매우 기분 나쁘다” 유감 표명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101551001 [본문으로]
- 뉴시스, EU 집행위원장, 이스라엘 제재 및 부분적 무역 중단 계획(종합)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10_0003324027 [본문으로]
- 연합뉴스, 안보리, 카타르 공습 규탄 성명…'이스라엘' 거명은 안해 https://www.yna.co.kr/view/AKR20250912003600087?section=search [본문으로]
- 연합뉴스, 유엔총회, 이-팔 '두 국가 해법' 이행지지결의 채택…韓 찬성, https://www.yna.co.kr/view/AKR20250913006900072 [본문으로]
- 디지털타임즈, 유럽의회 좌파 의원들 “유엔총회 뉴욕 아닌 제네바서 열자” https://www.dt.co.kr/article/12016803 [본문으로]
- 연합뉴스, 네타냐후 '서안 두동강' 가속…"팔레스타인 국가 절대 없을 것" https://www.yna.co.kr/view/AKR20250912032900009?section=search [본문으로]
- 한겨레, 이 대통령, 23일 UN총회 기조연설…안보리 의장 자격 공개 토의 진행 https://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1216407.html [본문으로]
- 972 Magazine, ‘Lavender’: The AI machine directing Israel’s bombing spree in Gaza https://www.972mag.com/lavender-ai-israeli-army-gaza/ [본문으로]
- 뉴스핌, 프랑스·영국·캐나다·호주에 이어 벨기에도 "유엔 총회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0902001138 [본문으로]
- 뉴스1, 일본 외무상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종합적으로 검토" 신중 https://www.news1.kr/world/northeast-asia/5900030 [본문으로]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선택인가, https://pal.or.kr/wp/%ed%8c%94%eb%a0%88%ec%8a%a4%ed%83%80%ec%9d%b8-%eb%8f%85%eb%a6%bd-%ea%b5%ad%ea%b0%80-%ed%8c%94%eb%a0%88%ec%8a%a4%ed%83%80%ec%9d%b8-%ed%95%b4%eb%b0%a9%ec%9d%84-%ec%9c%84%ed%95%9c/ [본문으로]
- 한겨레, 하시라 대사 “한국도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길”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195883.html [본문으로]
- AP News, Corbyn: Labour government would quickly recognize Palestine https://apnews.com/general-news-international-news-efe0b0af76124e15ab9cff01883bc393 [본문으로]
- Daily Sabah, French left-wing leader Melenchon vows to recognize Palestine https://www.dailysabah.com/world/europe/french-left-wing-leader-melenchon-vows-to-recognize-palestine [본문으로]
- 연합뉴스, '親팔' 국제그룹 "이스라엘행 군수품 제공 금지할 것"https://www.yna.co.kr/view/AKR20250717022000087 [본문으로]
- Washington Post, A top U.S. ally reckons with an age of ‘turbulence’,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5/08/03/south-korea-trade-geopolitical-united-states [본문으로]
- 한겨레21, [단독]한국, 2024년 이스라엘에 무기 84억원 팔았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459.html [본문으로]
- 한겨레, [단독] ‘무기수출 통계’ 돌연 비공개 전환…시민 감시 ‘사각’ 생겼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29968.html [본문으로]
- 연합뉴스, 조현, 이스라엘 외교장관과 첫 통화…가자지구 우려 표명 https://www.yna.co.kr/view/AKR20250903137200504?input=1195m [본문으로]
- 프레시안, 한국 정부, 이스라엘과 에너지 교역·무기 거래 중단해야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5060909142535267 [본문으로]
- 오마이뉴스, 국립중앙박물관에 팔레스타인 국기가 나타난 이유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9512 [본문으로]
- 오카 마리, 김상운 옮김, 『가자란 무엇인가』, 두 번째테제, 2024, p 198 [본문으로]
- 자코뱅, Olof Palme Was an Internationalist Hero, https://jacobin.com/2020/02/olof-palme-sweden-prime-minister-chile-allend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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