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량연애' 리뷰: 관계를 거부하는 시대, 양키들이 건네는 촌스러운 진심
넷플릭스의 TV 프로그램 《불량연애》가 최근 화제다. '양키'와 '멘헤라'들이 등장하는 다소 이상한 연애 프로그램이 바다 건너 한국에서까지 예상치 못했던 흥행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가 관계맺음에 어려움을 겪는 오늘날의 시대, 《불량연애》가 우리에게 진짜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함께 알아보자.
※ 본 기사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불량연애》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공복, 이레즈미, 그리고 시큐리티가 있는 연애 프로그램
연애 프로그램에는 평소 관심이 없던 필자이지만, 릴스나 쇼츠에서의 바이럴을 이기지 못하고 얼마 전 넷플릭스 재팬의 예능《불량연애(ラブ荘等, Badly in Love)》를 결국 보게 되었다. 일본의 양키(ヤンキー, 일본의 일진이나 불량배를 일컫는 말) 출신들이 작은 학교에서 2주간 진행하는 연애 프로그램이라니. 첫 인사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특공복을 입은 폭주족 총장 출신 두 명이 야생동물처럼 서로의 체급을 재며 시비를 걸고, 이를 막기 위해 '시큐리티(경호원)'들이 등장한다. 패널 하나가 "연애 프로그램에 왜 시큐리티가 있어요!"라고 소리친다. 이 장면은 '불량연애'의 핵심적 재미를 압축한다.
외형적으로 '불량연애'는 자극적 요소를 과잉 함유하고 있다. 출연자 대부분이 유흥업소를 운영하거나 종업원으로 일하며, 호스트와 쇼걸이 '메기(연애 프로그램 중간에 등장하는 새로운 참가자)'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레즈미를 비롯한 온갖 타투가 화면을 채우고, 패션과 말투는 전형적인 양키 스타일로 리젠트 머리, 화려한 무늬의 셔츠, 거친 사투리가 난무한다. 보통 연애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최종 선택 장면인데, 여기서는 표범 무늬 기모노까지 등장한다. 한국 연애 프로그램에서는 상상도 못 할 비주얼이다.
프로그램의 자극성은 외양에만 그치지 않는다. 남성 출연자들은 첫 만남에서부터 서로를 위협하듯 응시하고, 여성 출연자를 사이에 두고 영역 다툼을 벌인다. 특공복을 입은 첫 만남에서의 시비 이후에도 여성을 두고 발생하는 남성 출연자간의 갈등, (장난스럽긴 하지만) 여성 출연자의 음식을 맛없다고 평가한 남성 출연자에게 뛰어들어 태클을 날리거나 카바레 공연장에서 얼음이 담긴 물을 던지는 등 폭발 직전의 갈등 긴장감이 유지된다. 제작진은 이러한 자극을 의도적으로 전면에 배치하며, 시청자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보통의 연애 리얼리티가 아니다"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다.






화려한 외양과 출연진 간의 긴장 같은, 일반적인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미 충분할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불량연애'가 집중하는 것은 각자가 가진 상처와 트라우마,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있는 그대로 전시하는가이다.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에서 흔히 나오는 과거 연애사나 이상형 이야기도 물론 등장하지만, '불량연애'에서는 이 과정에서 이들이 겪은 사회적 배제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작중 가장 인기 많은 '베이비'는 사채업의 빚으로 가족이 모두 도망쳐 홀로 남았고, 보육원으로 갈 때까지 해초나 달팽이를 잡아 끓여 먹었다는 과거를 담담히 털어놓는다. '오토상'은 과거 성폭행의 트라우마와 더불어 보이스피싱 사기로 해외에서 납치 및 감금당했으며, 엄격하고 모범생이길 강요하던 집안에 반항하기 위해 이레즈미를 새겼다고 밝힌다.
그 외의 출연자들도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사기 등의 과거 등이 일상화되어 있음을 서로 공유한다. 더 나아가 서로 소년원이나 교도소 감금의 경험이 있는지를 자연스레 묻고 답하기도 한다. 이런 장면은 단순히 신파적인 장면이나 출연자들을 옹호하기 위한 장치로만 쓰이지 않는다. 이런 낙인과 배제의 경험을 스스로 드러내고, 이러한 경험에서 반영된 이들의 솔직한 반응과 감정들을 설명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이들을 사회적으로 회복시키려는 출발선으로 작동한다는 점이 '불량연애'의 특별한 점이다.
사회 실험으로서의 연애 - 규칙, 퇴교, 그리고 용서의 장치
여기 '얀보'라는 출연자가 있다. 대학까지 나와 야쿠자를 했던 이른바 '인텔리 야쿠자'였고, 가족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야쿠자를 그만둔 뒤 현재는 '얀보(영보스)'라는 이름으로 래퍼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테카린'이라는 여성 출연자에게 선택을 받아 공식 데이트 장소인 사우나에 가게 된다. 사우나에 등장할 때 얀보는 이레즈미로 가득한 몸에 훈도시를 착용하고 나와 이를 바라본 모든 시청자와 패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이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테카린과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며 두 번째로 충격을 준다.
이렇게 프로그램의 핵심 출연자가 되는가 싶더니, 바로 다음 화에 얀보는 '퇴학' 통보를 받는다. 참가자들과 대화 중 "넷플릭스의 계약 조건이 빡세다, 이제 17일 이후부터는 더 이상 빨지 않겠다"라는 발언이 마약류 소비에 대한 암시로 읽혔고, 제작진은 즉각 퇴학을 결정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과정, 즉 얀보의 발언, 제작진의 판단, 퇴교 안내까지를 프로그램 내에서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얼떨결에 퇴교를 맞이한 얀보는 충격을 받으면서도 한 명 한 명을 만나 "모두에게 폐를 끼쳐 죄송하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카메라는 그의 떨리는 목소리와 출연자들의 당혹스러운 표정을 가감 없이 담는다.

비슷한 장면이 또 한 번 등장한다. 프로그램 규칙 중에는 "절대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되며, 행사 시 강제 퇴학 조치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남성 출연자들끼리 여성 출연자를 사이에 두고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경우는 있었지만, 실질적 상해가 발생한 것은 베이비가 메기 출연자 '아모'를 처음 만났을 때였다. 쇼걸인 아모가 공연하는 카바레에서 물을 활용한 춤을 췄고, 고의든 미필이든 베이비가 있는 쪽으로 물을 연속으로 튀겼다. 아모가 무대에서 내려와 인사하자, 베이비는 얼음이 담긴 음료수 컵을 그대로 아모의 얼굴에 던져 상해를 입혔다.
제작진은 베이비를 불러 규칙에 따라 퇴학해야 한다고 통보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 조건을 제시한다. 아모에게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받으면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는 처음에 자신의 행동이 과거 트라우마에서 기인한 방어적 반응이었다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패널들은 "피해자에게 사과할 때는 어떠한 변명도 섞여선 안 된다"고 반응하고, 베이비 또한 용기를 내 아모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한다. 아모는 눈물을 흘리며 용서하고, 베이비는 프로그램에 남게 된다.
여성신문은 칼럼1을 통해 이 장면을 한국의 '자숙 문화'와 대비하며 분석한다. 한국에서 연예인이나 공인이 물의를 일으키면 통상적으로 활동 중단과 '자숙'이 요구된다. 이는 사실상 공동체로부터의 추방이며, 당사자는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복귀 시점과 방식은 명확하지 않으며, '반성'은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반면 '불량연애'는 다른 방식을 택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즉각 퇴출하는 대신, 공동체 앞에서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 자체를 공개한다. 이는 처벌이 아니라 관계 회복을 통한 재사회화의 과정이다.
베이비 사태 이후 다른 출연자들의 폭력적인 모습도 눈에 띄게 줄었다. 허세와 폭력이 무기인 이들이 평생 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베이비는 합숙 마지막 날 이런 말을 남긴다. "사람들과 엮이는 것도 괜찮다는 걸 깨달았어요." 프로그램 말미, 한 패널은 “혹시 교화 프로그램인가요?”라고 말하며 웃는다. 농담처럼 던져진 말이지만,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넷플릭스가 정의한 '불량연애'는 연애 리얼리티 장르인 동시에 사회 실험 장르다. 실제 사회와 유사한 환경 안에서 규칙이라는 법을 만들고, 법을 어기면 처벌받아야 한다. 이 법은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하지만 처벌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명시한다. 공동체 합의 하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충분히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준다. 공동체에서의 탈락, '사라지기'를 강요하지 않고 이전과 달라진 사람으로 존재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에 메시지를 남길 수 있게 한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일본의 배우 겸 프로듀서 메구미는 기존 연애 예능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이나 완벽한 외모를 가진 출연자들을 조명했다면, '불량연애'는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거나 소외된 경험이 있는 '주변인'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자 했다고 설명한다.2 제작진의 핵심 질문은 "연애를 통해 사람이 변할 수 있는가?"였다. 단순한 커플 매칭이 목적이 아니라, 과거의 실수나 불량했던 행동을 뒤로하고 공동체 안에서 '규칙'을 배우고 '사과'하는 법을 익히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는 것이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거친 언행이나 갈등을 미화하지 않았다. 대신 공개 사과나 집단 토론 같은 장면을 가감 없이 노출함으로써 리얼한 순간을 포착하려 했다.
캐스팅 과정에서도 이러한 의도는 명확했다. 제작진은 "얼마나 솔직하게 자신의 과거를 드러낼 수 있는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았다. 특히 문신이나 전과 등 방송에서 기피될 수 있는 요소들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을 선택했다. 갈등 발생 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적극 개입하여 '직접 마주 보게 하는 자리(사과의 장)'를 마련한 것은 이 프로그램만의 독보적인 연출 장치다. "불량한 사람들은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한 의도적 설계였다.
이러한 기획 의도는 프로그램의 공간 배치에서도 드러난다. 주된 배경이 '학교', '사우나(특별 데이트 장소)', '어린이 식당'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양키로서 학교 부적응, 퇴학, 소년원 등을 겪은 이들에게 학교는 배제와 차별, 부적응을 상징하는 장소다. 프로그램은 바로 그 학교를 무대로 삼아, 이들이 다시 '학생'으로서 규칙을 배우고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이레즈미 등 문신을 한 사람들에게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 출입 거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우나를 특별 데이트 장소로 제공하며, 서로 가장 긴밀하고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훈도시 차림으로 서로의 이레즈미를 당당히 드러내고, 그 상처의 역사를 나누는 장면은 사회적 낙인이 제거된 친밀성의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촬영이 진행되는 학교 근처의 카페 사장과 협업하여 어린이 식당을 개업하고 마을 축제를 진행하는 장면은 다소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재사회화' 서사를 완성하는 핵심 장치다. 가장 반사회적일 것 같은 이들이 어린이들과 깊이 소통하고, 어린이를 좋아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을 서로의 호감 지점으로 파악한다. 각자의 특기를 살려 축제를 준비하고 마지막에는 눈물 어린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개별 출연자들의 자극성을 넘어 사회적 결핍을 가진 자들의 촌스러운 진심과 회복을 주요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명확히 한다.
'불량연애'가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을 넘어서는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자극적인 외양과 날것의 갈등들을 배치하며 기본적인(그리고 다른 연애 프로그램과 전혀 다른 종류의) 재미를 전시하면서도, 공개적인 사과와 용서의 과정, 상징적인 공간 배치로서 "배제된 이들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다소 기이하지만 어쨌든 그저 또 하나의 연애 프로그램에 불과해 보이는 '불량연애'가 이렇게까지 사회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이며, 평소 연애 프로그램에 흥미가 없던 사람들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키'들의 계산되지 않은 순수함에 열광하는 이유
'불량연애'는 한국에서 방영 내내 넷플릭스 순위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완결된 지금도 10위권에 머물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SNS에서는 릴스와 쇼츠를 통해 끊임없이 바이럴되고, 일부 출연자들은 인스타그램에 한국어를 병기하거나 한국어 인사 영상을 올리며 한국 팬들과 소통한다. 이상한 일이다. 왜 일본의 양키 연애 프로그램이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걸까?


한국의 연애 리얼리티 시장은 포화 상태다. '하트시그널', '솔로지옥', '나는 솔로', '환승연애'까지, 모두 출연진의 '스펙'을 중심에 둔다. 학벌, 직업, 자산, 외모. 출연자들은 첫 만남부터 서로의 직업과 학력을 확인하고, 패널들은 "저 사람 조건 괜찮네", "이 정도 스펙이면 인기 많을 것 같은데" 같은 평가를 스스럼없이 내놓는다. 물론 관계의 서사도 있지만, 결국 핵심은 '연애 스펙' - 외모와 경제력 - 이다. 현대 한국 사회의 냉혹한 짝짓기 시장을 대리 체험하는 기분마저 든다. '불량연애'의 출연진은 정반대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마이너스 스펙'을 가진 이들이다. 전과가 있고, 유흥업에 종사하고,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온몸에 타투가 있어 일반적인 취업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는다. 감정의 동요를 투박하지만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한국 시청자들이 여기서 발견하는 것은 '계산되지 않은 순수함'이다. 전직 야쿠자가 서툰 글씨로 러브레터를 쓴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고백하면서도 "너만을 원한다"고 말한다. 폭주족 출신의 출연자가 어린이들에게 풍선을 만들어주며 환하게 웃는다. 이 장면들은 '연애 조건' 바깥에 있는 정서적 해방을 제공한다. 비정상적 환경에서 피어난 정상적 감정, 사회적 외피를 벗어던진 인간 본연의 애착 욕구, 상처받은 이들 사이의 공감과 위로, 계산 없는 순수한 끌림. 기존 연애 프로그램의 스펙 경쟁에 지친 한국 시청자들에게 '불량연애'가 주는 새로운 카타르시스다.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청년 세대의 친밀성은 붕괴하고 있다. 통계만 봐도 명확하다. 2024년 피앰아이의 기획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미혼 인구의 75.8%는 연애를 하지 않으며, 57.3%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연애 경험이 아예 없다.3 일본은 더 심각하다. 18~34세 미혼 남성의 약 40%, 여성의 약 25%가 이성과의 교제 경험이 전혀 없다.4 2000년대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때만 해도 "연애에 소극적인 남성" 정도의 의미였다면, 지금은 아예 '절식남', 즉 연애 자체를 포기한 세대가 등장했다.

극심한 취업난과 주거 불안정 속에서 친밀성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막대한 시간과 비용, 감정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는 리스크가 되었다. 동시에 데이팅 앱과 자기계발 담론은 개인의 '연애 시장 가치'를 끊임없이 측정하고 최적화하라고 요구한다. 관계는 깊은 결속이 아니라 언제든 철회 가능한 거래처럼 느껴진다. 페미니즘의 대중화는 가부장적 연애 각본의 불평등을 폭로했지만, 성평등한 관계가 현실에서 충분히 구현되지 못하는 간극 속에서 일부는 연애를 주체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이 모든 압박 속에서 친밀성은 이중으로 검열당한다. 모든 관계가 권력 관계로 해석되고, 동시에 시장 가치로 평가되며, 끊임없는 정치적·전략적 점검의 대상이 될 때, 관계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역설이 발생한다. 근대에 발명된 로맨스가 현대에 재구성되는 이 혼란 속에서,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세대적 우울까지 겹치며 연애는 '너무 어려운' 과업이 되었다.
그래서일까. 이를 근거삼는 신종 백래시가 등장하고 있다. 영미권의 '트래드 와이프(Tradwife)' 현상이 대표적이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젊은 여성들이 전통적 주부 역할로의 복귀를 미화한다. "페미니즘이 약속한 자유가 오히려 여성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며 출산과 육아, 가정 노동에 전념하는 전통적 여성성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가디언》지는 이를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경제 불안정성과 사회 안전망 부재, 우파 정치 세력과의 결합이 만든 구조적 현상으로 분석한다.5 노동시장에서의 극심한 경쟁과 차별, 일-가정 양립의 불가능성, 돌봄 노동의 사회화 실패가 일부에게 '전통적 가정'을 유일한 안전지대로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불량연애'는 이 지점에서 다소 양가적이다. 한편으로 이 프로그램은 '촌스럽고 순수하게 사랑하던 그 시절'을 환기시킨다. 신자유주의와 스펙 경쟁 전의 소박한 로맨스. 양키들의 투박한 구애, 서툰 편지, 진심 어린 고백은 '계산되지 않은 순수함'의 이미지를 생산하며, 이는 트래드 와이프와 유사한 퇴행적 욕망에 호소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량연애'가 단순한 백래시로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공동체적 회복'이라는 다른 층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트래드 와이프 담론이 여성을 사적 가정으로 재격리하며 구조적 문제를 개인화하는 반면, '불량연애'는 사회적 배제를 경험한 이들을 더 넓은 관계망 속으로 재통합하려 한다. 공개적 사과와 용서, 규칙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재건. 이는 개인을 고립 속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관계망으로 끌어들이는 시도다.
결국 '불량연애'의 인기는 이 딜레마에 대한 하나의 응답일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관계를 원한다.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은 완벽한 스펙도,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올바른 관계도 아니다. 불완전하고 투박하지만 진심 어린 연결. 상처받은 진심 위에서 시작될 수 있는 관계. 완벽하지 않아도,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해도, 과거에 상처가 있어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 양키들의 촌스러운 진심은 이 질문을 던진다. '불량연애'는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그렇다"고 답한다. 그것이 이 프로그램이 친밀성 붕괴의 시대에 우리에게 건네는 하나의 증언이자,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를 하나의 희망이다.

불량연애
MEGUMI 프로듀서, 넷플릭스 · STAFF LaBBi 제작
전 10화 / 2025
최상희
현 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처장, 춘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
전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지역운동, 지역 진보정치의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참고문헌
- 에바 일루즈, 『감정 자본주의: 감정의 상품화』, Polity Press, 2007. (원제: Cold Intimacies: A Critique of Emotional Capitalism)
각주
- 넷플릭스 ‘불량연애’ 소멸하지 않는 자의 필요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1236 [본문으로]
- 재팬코리아데일리, 日 넷플릭스 ‘불량 연애(ラヴ上等)’, 해외도 들썩… 공개 2주 만에 시즌2 확정·韓 포함 TOP10 진입 https://www.jk-dail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720 [본문으로]
- 동아일보, 미혼남녀 57% 연애경험 없어…“연애세포 죽은 청년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40213/123500585/1 [본문으로]
-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2021년 조사 [본문으로]
- The Guardian, The Stepford wives are back – and they want you to join them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ng-interactive/2024/jul/24/tradwives-tiktok-women-gender-roles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