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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 어떤 정당인가?

by Domoleft 2025. 1. 31.

[국제]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 어떤 정당인가?

2025년 2월로 예정되어 있는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좌파당 탈당파들이 창당한 신생 정당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이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난민·반LGBT 좌파'라는 모순적 스탠스로 독일과 유럽 좌파 진영에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BSW는 어떠한 정당인가?


2024년 1월, 독일 좌파당(Die Linke)의 핵심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는 좌파당을 탈당하고 자신의 정당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ündnis Sahra Wagenknecht; BSW)'을 창당했다. BSW는 창당 초기부터 반신자유주의, 반유럽주의 및 반세계화, 대러제재 반대, 이민 제한을 주요 기조로 내세웠다. 이들은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지지층을 확대해, 2025년 2월 치러질 차기 연방의회 총선에서 5~8%의 득표와 40석 이상의 의석을 획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독 사회주의의 유산을 이어받은 정치인

BSW 당대회에서 연설 중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출처: ZDF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1969년 독일민주공화국(이하 동독)에서 이란계 이민자의 딸로 태어났다. 청년 시절 동독의 집권당이었던 사회주의통일당(SED)에 입당한 바겐크네히트는 동독 붕괴와 통일 이후에도 사회주의통일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PDS)에 남아 정치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정치활동 기간 동안 늘 동독 지역 주민들이 겪은 경제적 피해를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바겐크네히트는 2014년 자서전 《혁명의 풍경》에 "통일은 동독인들에게 경제적 약탈이었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의 희생자다"[각주:1]라고 썼다.

 

바겐크네히트는 2004년 민주사회당 유럽의회 의원(MEP)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민주사회당은 사회민주당(SPD) 탈당파와 합당하여 2007년 좌파당을 결성하게 된다. 바겐크네히트는 2009년 연방의원, 2010년 좌파당 부대표, 2015년 좌파당 공동대표로 선출되며 당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이어 2015년에는 좌파당 공동대표로 선출되면서 '반신자유주의'를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취임 연설에서 그는 "나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정치인이다.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독재를 정당화한다"[각주:2]고 선언했다. 당시 바겐크네히트는 최저임금 15유로 인상, 금융세 도입을 통한 투기자본 규제,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 반대("EU의 긴축 정책은 서민을 희생시킨다")를 정책으로 내걸었다.[각주:3]

 

하지만 바겐크네히트의 대(對)러시아 외교관과, 난민·성별 정체성 등 인권 문제에 대한 관점은 당내에서 많은 갈등을 만들어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바겐크네히트는 "푸틴의 결정은 서방의 도발에 대한 방어적 조치"[각주:4]라고 주장해 친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에는 "독일 복지 체계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며 "독일의 난민 수용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좌파당의 공식 입장인 '난민 포용 확대'와 정면으로 배치되었다.

좌파당 원내대표 시절의 바겐크네히트. 출처: DPA www.picture-alliance.com

 

바겐크네히트는 2019년 좌파당에서 채택한 '성중립 언어 사용'에 대해서도 당내 갈등을 빚었다. 성중립 언어 사용은 기존의 남성·여성 이분법적 언어를 변경해 모든 성별을 포괄적으로 표현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는 LGBTQ+ 권리 보호와 사회적 소수자 포용을 강화하려는 당내의 움직임이었다. 좌파당 활동가 리사 푸트는 2019년 당대회에서 "진보는 빵과 장미를 함께 외쳐야 한다. 생존권과 존엄성은 분리될 수 없다"[각주:5]고 발언했다.

 

당시 바겐크네히트는 "좌파당은 종종 그들의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교훈적이고 경멸적인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난한 계급들로부터 부분적으로 소외되어 왔다"면서 "좌파다움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유기농 식품점은 고소득자만 이용할 수 있고, 도심 고가 주택 거주자만 자전거 출퇴근이 쉽다"라고 비판했다. 좌파당 청년조직은 성명을 통해 "바겐크네히트는 계급 문제를 내세워 성소수자 차별을 방관한다. 이는 진보의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다"[각주:6](2019년 11월)라고 비판했다. 이 논쟁은 결국 2019년 11월 바겐크네히트의 공동대표직 사임으로 이어졌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좌파당의 분열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좌파당 내에서는 경제 제재와 군사 지원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당 지도부는 독일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비판하면서도 EU의 대러제재를 조건부로 지지하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전쟁 발발 직후 연방의회 연설에서 "제재는 푸틴을 처벌하는 대신 독일 서민을 희생시킨다"며 숄츠 내각의 대러시아 에너지 수입 중단을 '경제적 자살'로 규정했다. 특히 2022년 9월 의회 연설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을 중단하고 즉시 평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우리는 산업 기반을 파괴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도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바겐크네히트의 입장은 당 내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2022년 9월 좌파당 부대표인 괴스타 보이틴(Gösta Beutin)은 바겐크네히트의 발언을 '가해자-피해자 역전 논리'라며 규탄했고, 3명의 의원이 바겐크네히트의 원내 교섭단체 제명을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각주:7]

베를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출처: CNN

 

이어 2023년 4월, 러시아의 독일 정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며 당 내에는 위기가 고조되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좌파당 내 바겐크네히트 파벌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연대시키려 했다는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그는 "AfD와의 협력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으나, 2023년 2월 베를린에서 바겐크네히트 계열 인사들이 주도한 반전 시위에 AfD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등 논란은 지속되었다.[각주:8]

 

2023년 10월, 바겐크네히트는 좌파당 의원 10명과 함께 탈당을 선언하며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의 창당을 발표했다. 이는 당내 경제 정책(러시아 제재 반대)과 사회 정책(이민 제한 주장)의 근본적 차이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BSW는 창당 선언문에서 ▲경제적 분별(산업 보호, 공공 인프라 투자) ▲사회적 정의(임금 격차 해소) ▲평화(군사적 개입 반대) ▲자유(개인의 권리 강조)를 4대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각주:9]

 

2024년 1월 공식적으로 창당한 BSW는 구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좌파당 지지층의 다수와 AfD 지지층의 일부를 흡수하며 빠르게 지지를 확보했다. 2024년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5.7%를 득표하며 6석을 획득한 데 이어, 2024년 10월 동부 3개 주(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지방선거에서 평균 10% 이상의 득표율로 극우 AfD의 성장을 일부 견제하는 효과를 냈다. 반면, 2024년 9월 유럽의회 의원 선거에서 좌파당은 2.7%의 득표를 얻으며 큰 폭으로 추락했다.

2024년 10월 독일 주의회 선거(좌측: 튀링겐 / 우측: 작센) 결과. 출처: 위키피디아


BSW, 동독 핵심 지지층에게 '도덕적 정당성'을 제공하다

BSW는 어떻게 동독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BSW가 동독 지역에서 급속도로 지지를 얻은 이유는 구 서독지역과의 경제적 격차 속 과거 사회주의통일당 시절을 그리워하는 동독 지역 핵심 지지층의 표심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동독 지역은 독일 통일 후 산업 생산량 75% 감소[각주:10], 300만 명 실직자 발생[각주:11]이라는 충격적 탈산업화를 경험했다. 2023년 동독 주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74%는 "서독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받는다"고 답했으며, 61%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각주:12]

 

이들은 이러한 정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통일은 동독인에게 '자본주의의 식민지화'였다"(2023년 9월 연설)며 서독 중심 체제를 공격했다. BSW의 튀링겐 주총리 후보 카티아 울프(Katja Wolf)는 2024년 5월 유세에서 "1990년대 서독 정부는 동독 기업을 서독 자본에 헐값으로 팔아넘겼다. 지금도 베를린은 우크라이나에 400억 유로를 쏟아붓지만, 동독 철도 노선 복구엔 예산 한 푼도 없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는 "통일 당시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지만, 지금 정부는 전 세계를 구하려 한다"고 비난했다.[각주:13]

BSW 튀링겐 주총리 후보 카티아 울프(Katja Wolf)와 바겐크네히트. 출처: 타게스샤우 www.tagesschau.de

 

BSW가 선택한 또 다른 전략은 전통적 지지층의 이익과 진보적 가치의 충돌이 발생할 때 전통적 지지층의 이익을 편들면서, 그들의 이익 추구에 대한 도덕적인 정당성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BSW는 독일 정부의 탈탄소 정책을 강력히 반대한다. 동독 라우지츠 지역은 독일 전체 갈탄(褐炭) 생산량의 80%를 담당[각주:14]하며 약 2만 명이 직접 고용된 석탄 마을이다. BSW는 "우리는 더 많은 기후 보호를 가져오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번영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제안을 옹호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사업 장소로서 독일을 위험에 빠뜨리는 기후 보호 조치를 거부한다. 점점 더 비싸지는 배출권 제도는 중요한 산업을 유럽 밖으로 몰아낼 뿐이며, 기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각주:15] 2024년 12월 14일 바겐크네히트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녹색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동독 광부들에게 정부 당국의 탈석탄 정책이 기후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도덕적 명분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난민 문제도 마찬가지다. 2015년 메르켈 정부의 난민 개방 정책 이후 독일은 누적 2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게 되었다. 이중 시리아 난민은 97만 명에 달한다. 독일 사회 내에서는 국가의 '난민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동독 지역을 중심으로 극우 정당 AfD의 지지가 확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BSW는 난민 문제와 반전평화를 연계한다. 전쟁 확산 방지가 난민 유입 감소를 가져온다는 논리다. 이를 근거로 BSW는 자신들을 "유일한, 일관된 평화정당"이라 주장하며, 시리아 전쟁 종식과 우크라이나 전쟁 즉각 휴전은 물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도 규탄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지원 중단을 주장한다. 이는 '인도주의 vs 배척'이라는 기존의 이분법을 탈피한 전략으로, 동독 내 급진좌파와 보수층을 동시에 포섭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바겐크네히트는 "통제되지 않은 이민은 막아야 하지만, 이미 독일에 잘 정착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AfD와의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각주:16]

나란히 걸려 있는 AfD와 BSW의 선거 포스터. 출처: 게티이미지

 

BSW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독일 주류 정치권과 다르지만 일관된 태도를 취한다. BSW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문제의식 아래 '전쟁 즉각 종식과 러시아 가스 수입 재개'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며 독일 내 서민 경제 회복을 주장한다.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러시아를 경제제재하면서 천연가스 수입에 차질이 생겼고, 그 결과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사용하지 못하면서 유럽 내 에너지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각주:17] BSW는 "대러제재 완화를 통한 북류 가스관 재가동이 에너지 안보와 물가 안정의 열쇠"라면서 "러시아산 가스 수입 재개로 동독 산업 기반을 복구하고, 서민 복지 예산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BSW의 경제, 산업, 복지 정책은 좌파적이다. BSW는 전력망 확장을 국유화하여 전력망 요금을 0으로 낮추기를 원한다.[각주:18] 아마존·메타 등 글로벌 기업을 '디지털 봉건주의의 적'으로 규정하고, 독일 내 대기업의 해체를 요구한다. 2024년 10월 12일 기준 BSW는 "수십 년 동안 부유세는 줄어들었고, 슈퍼리치는 점점 부유해지고 있다"면서 "BSW는 중산층의 세금을 완화하지만 글로벌 대기업에 더 부담을 주는 공정한 조세 정책을 옹호한다"는 입장을 게시했다. 11월 15일 바겐크네히트는 "경제는 축소되고, 파산은 급증하고, 해고를 선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DAX의 기업 경영진들은 그 이상으로 돈을 벌고 있다.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발표하는 폭스바겐의 사장도 물론 1000만 유로가 넘는 최고 연봉을 받는다."면서 주식 매수, 배당, 보너스에 대해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BSW는 더 높은 연금과 최대 2000유로의 비과세 연금을 제공하는 오스트리아 연금 모델인 시민 보험 도입, 더 강력한 단체 교섭 협약과 저렴한 주택에 대한 표적 조치 등을 주장한다.[각주:19]


BSW의 성별 자기결정법 반대

독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성별 자기결정법 통과를 촉구하는 성소수자 활동가들. 출처: 슈피겔 www.spiegel.de

 

2024년 4월 12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자기결정법(Selbstbestimmungsgesetz)이 표결에 부쳐졌을 때, BSW 소속 의원 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법원의 허가 없이도 성별 정체성에 따른 법적 성별 변경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았으며, 연립여당(사회민주당·녹색당·자유민주당)과 좌파당의 지지로 통과되었다.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이 법안이 이름 및 성별 변경에 남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비판했다. 그는 "미래에는 독일에서 자기 집의 난방이나 자기 차를 운전하는 것보다 자신의 성별에 대해 더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 더 쉬워질 것"이라면서 "신호등 정부가 급진적 소수에 의해 촉발된 법을 수많은 전문가들의 조언에 반하여 연방하원을 통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겐크네히트는 "미래에는 14세부터 아이들이 마음대로 성별을 바꿀 수 있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겐크네히트는 "그것은 더 많은 자기 결정권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을 위한 쉼터에 대한 공격의 문을 열어준다"면서 "이 법은 또한 성별 정체성에 그치지 않고 사춘기 차단제와 외과적 개입을 정상으로 선언하려는 이데올로기의 전주곡이다. 이 법은 사람들을 성전환으로 몰아갈 것이며, 그들은 그것을 몹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BSW는 다가오는 선거에서 "부모와 아이들을 제약 산업만이 이익을 얻는 트랜스 이데올로기의 기니피그로 만드는 이 위험한 광기의 철회를 요구할 것"이란 입장이다.[각주:20]

자기결정법을 반대하는 BSW 작센안할트 지부의 홍보 이미지. 출처: BSW 작센안할트 X(트위터)

 

바겐크네히트는 이 법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핵심 논거로 삼았다. 실제로 2022년 성소수자 행사에서 확성기를 통해 "사회의 기생충"이라고 외쳐 성소수자를 모욕한 50대 네오나치가 성별 자기결정법 통과 이후 자신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한 후 "나는 차별이 두렵다"고 말하면서 성별자기결정법을 악용한 도발을 자행한 사례가 존재했다.[각주:21] 그러나 BSW는 이러한 사례에 대해 악용 방지책 및 대안 마련이라는 좌파의 방식이 아니라, 트랜스젠더의 권리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성소수자 혐오를 방치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BSW의 자기결정법 전면 반대는 이 당의 '선택적 진보성'을 드러내는 사례다. 동독 주민의 경제적 소외를 해소한다는 명분과 달리,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는 가차없는 보수적 태도를 보인 것이다. BSW는 '아동 보호'와 '여성 안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BSW는 극우 AfD와 동일한 반대 논리를 공유하면서도 "우리는 인권을 지킨다"는 이중적 수사를 고수한다. BSW 의원들은 정작 혐오 세력에 의한 성소수자 동독 주민의 권리 침해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러한 모순은 BSW의 정치적 기회주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수직적이고 비밀스런 BSW

BSW의 당 운영은 엄격한 상명하복식 구조로, 극소수 엘리트의 통제 하에 움직인다. BSW의 2025년 1월 기준 공식 당원 수 1,100명은 독일 주요 정당 평균 당원 수(약 20만 명)의 0.5%에 불과하다.[각주:22] 사민당 41만 명, 기민당 31만 명 등 다른 주요 정당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당원 숫자다. 이는 BSW가 신규 당원 가입에 기존 당원 2인의 추천서와 중앙당의 직접 심사를 요구하는 등 폐쇄적 규정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기준으로 약 25,000명이 BSW에 공식 당원 가입을 신청했으나 여전히 승인 대기 중이다. 이들은 온라인 서명 운동이나 정책 지지 활동에 참여하는 '등록 지지자'로 분류된다.[각주:23]

유럽의회 선거유세 중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는 바겐크네히트. 출처: 플리커 Matthias Berg www.flickr.com/photos/matthiasberg

 

BSW의 폐쇄적 운영은 표적 지지층 확보와 내부 비판 봉쇄를 동시에 추구한 결과다. 당원 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이념적 순수성을 강조하지만, 이는 오히려 기층조직의 부재로 인한 대중기반의 취약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BSW가 획득한 6.2% 지지율 중 82%가 '자라 바겐크네히트 개인 지지' 때문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각주:24]는, 당 조직보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증명한다.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 역시 BSW가 바겐크네히트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이라고 지적했다. 슈피겔은 "BSW는 수직적이고 계층적이며 바겐크네히트와 그 주변 인물들이 당원 가입을 결정하는 비밀스러운 구조"라며 "아직은 바겐크네히트가 완전히 통제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각주:25]


BSW와 한국의 진보정치: 핵심 가치와 지지층 갈등의 딜레마

자라 바겐크네히트 동맹(BSW)의 등장은 진보정당이 현실 정치에서 마주하는 근본적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이는 곧 진보적 이념과 지지층의 보수적 요구가 충돌할 때, 원칙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지지층의 즉각적 이해관계에 편승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다. 이는 독일을 넘어 한국의 진보정치에도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다.

 

2023년 건설노동자들의 외국인 노동자 유입 반발을 맞닥뜨린 진보당의 대응 방식은 그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진보당 안성지역위원회가 게시한 "국민 일자리 뺏는 불법외국인 고용 권장, 윤석열은 어느 나라 대통령입니까?"라는 현수막[각주:26]은 진보진영 내에서 첨예한 논란을 일으켰다. '노동계급 생존권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다문화와 국제연대라는 진보적 원칙과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순적 행보로밖에 볼 수 없었다. 이는 동독 노동자의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며 이민 제한을 주장하는 BSW의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양자 모두 '경제적 정의'라는 기치 아래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를 희생시키는 선택적 진보성을 드러내며, 계급 문제와 인권 가치의 긴장 관계에서 진보정당이 취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좌측: 진보당 안성지역위원회가 2023년 4월 게시한 외국인 혐오성 현수막. 출처: 뉴스플러스 www.news-plus.co.kr / 우측: 22대 총선 당시 서울 내 조국혁신당과 더불어민주연합 득표를 분석한 지도. 출처: 중앙일보

 

한편 BSW와 한국의 조국혁신당은 '리더 중심의 정당(명사 정당)'이라는 구조적 유사성을 지닌다. 조국혁신당과 BSW는 모두 당명부터 대표 정치인의 이름을 내걸었고, 그만큼 조국 전 대표와 자라 바겐크네히트의 개인적 영향력에 크게 의존한다. 또한 조국혁신당은 진보정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50대 수도권 중산층의 모순적 입장을 드러낸다. 예컨대 서울 내 상대적 고소득 지역으로 분류되는 자치구에서 조국혁신당의 득표율이 높았던 것[각주:27], 조국 대표의 "나도 종부세를 내지만 종부세 폐지에 반대한다"[각주:28]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과 독일의 정치적 맥락이 다르기에 등치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좌파 정당임을 자임하면서도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지지층에게 소구하고자 하는 BSW의 딜레마와도 맞닿아 있다.

 

BSW는 극우 AfD로부터 일부 지지층을 이탈시키며 극우정당을 성장시킨 불평등에 맞서 좌파적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있지만, 동시에 성소수자 인권이나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우익적 태도를 취하며 좌파의 담론 지형을 후퇴시키는 이중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진보적 가치와 지지층의 이해관계 및 입장 사이의 괴리는 향후 진보정당에게 더욱 어려운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진보정치 역시 좌파당의 몰락과 BSW의 부상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이유다.

 

 

* 이 글은 실험적인 활용을 위해 자료 수집에 생성형AI인 DeepThink(R1)를 활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오준승

전환 서울 회원. 정의당 청년 부문에서 활동해 왔다.

진보정당운동에 필요한 정책 공부를 위해 노력 중이다.


각주

  1. Wagenknecht, S., Landscape of Revolution, Aufbau Verlag, 2014, p. 112. [본문으로]
  2. "Wagenknecht: Neoliberalismus ist Diktatur des Kapitals," Die Zeit, 2015.02.12. [본문으로]
  3. 좌파당 2015년 정책 강령, Die Linke Parteiprogramm 2015, p. 22-25. [본문으로]
  4. "Wagenknecht verteidigt Putins Krim-Politik,"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14.03.20. [본문으로]
  5. 좌파당 2019년 당대회 녹화 영상, 공식 유튜브 채널. [본문으로]
  6. "Jungendverband kritisiert Wagenknecht scharf," Neues Deutschland, 2019.11.08. [본문으로]
  7. https://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linkenabgeordnete-distanzieren-sich-von-wagenknecht-a-f7d34217-c17e-4fe8-bbbb-7c45bc6e46e6 [본문으로]
  8. "Leaked Documents Reveal Russian Meddling in German Politics," The Washington Post, 2023.04.18. [본문으로]
  9. https://www.nachdenkseiten.de/?p=105712 [본문으로]
  10. 독일경제연구소(IW) 보고서 Ostdeutschlands Wirtschaft seit der Wiedervereinigung, 2020. [본문으로]
  11.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 동서 불균형이 극우 싹 틔웠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191108508898 [본문으로]
  12. ARD-DeutschlandTREND, 2023.10.01. [본문으로]
  13. 독일, 나치 이후 처음 극우세력 선거 승리…반이민·반서독 영향 미친듯 https://m.pressian.com/m/pages/articles/2024090216481941874  [본문으로]
  14. 독일 에너지경제연구소(AGEB) 보고서 Braunkohle in Deutschland, 2023. [본문으로]
  15. https://www.fr.de/politik/erneuerbare-tbl-wagenknecht-klimapolitik-emissionshandel-verbrenner-aus-zr-92643207.html [본문으로]
  16. https://www.dw.com/en/war-in-ukraine-why-is-the-eu-still-buying-russian-gas/a-68925869 [본문으로]
  17. https://www.dw.com/en/war-in-ukraine-why-is-the-eu-still-buying-russian-gas/a-68925869 [본문으로]
  18. https://www.nachdenkseiten.de/?p=127524 [본문으로]
  19. https://www.ruhrnachrichten.de/service/wahlprogramm-bsw-buendnis-sahra-wagenknecht-2025-bundestagswahl-ziele-plaene-schwerpunkte-ueberblick-w986025-2001522755/ [본문으로]
  20. https://www.t-online.de/nachrichten/deutschland/innenpolitik/id_100383078/selbstbestimmungsgesetz-sahra-wagenknecht-bsw-kritisiert-ampel.html [본문으로]
  21. 성소수자에 “사회의 기생충”이라던 극우男 충격 근황…"女로 성별 전환" https://www.seoul.co.kr/news/international/europe/2025/01/17/20250117500006 [본문으로]
  22. BSW 공식 홈페이지, Mitgliederstatistik, 2025.01.01. [본문으로]
  23. "BSW Membership Backlog Grows," Die Tageszeitung, 2024.11.20. [본문으로]
  24. Forschungsgruppe Wahlen, European Election Analysis, 2024.06.10. [본문으로]
  25. "으리으리한 집서 난민 파티"…獨 강남좌파 때리는 좌파 그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78221 [본문으로]
  26. 진보당, 입만 진보? '일자리 뺏는다 불법외국인' 혐오, 배제 현수막 게시 논란 http://www.news-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351 [본문으로]
  27. "강남좌파, 조국당 갔다"...부자동네 표, 민주연합에 앞서 https://v.daum.net/v/20240417050048310 [본문으로]
  28. 조국 “나도 종부세 내지만, 개정 반대”…민주당과 차별화 https://m.go.seoul.co.kr/news/politics/2024/05/31/20240531500202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