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쟁의 시대에 울려퍼지는 일본 록의 희망,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아지캉)
얼마 전 20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의 음악축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선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아지캉)의 보컬 고토 마사후미는 수많은 한국인 관중들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를 상징하는 수박 티셔츠를 입고 공연을 가졌다. 단순히 '유명한 일본 밴드'가 아니라, 전쟁과 착취의 시대 속 반전과 평화, 생태와 탈핵의 가치를 담아 노래하는 '일본 록의 희망' 아지캉의 음악세계를 함께 알아보자.
한국의 음악시장은 일반적으로 록(Rock) 음악의 불모지로 여겨진다. 물론 과거 산울림, 부활, 시나위 등 전설적인 밴드들이 있었고 현재도 자우림, 넬, 실리카겔 등이 그리 작지만은 않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음반 판매량에 있어서나 음악 차트 순위에 있어서나 가장 잘 나가는 록밴드들조차 주류 아이돌 그룹에 결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한국 음악시장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국내 음악계가 이미 세계적으로 브랜딩화를 마친 '케이팝(K-POP)'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록에 있어서는 해외 밴드들만한 위상을 보유한 탑급 밴드를 전혀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떠한 불모지에서도, 아무리 소수일지라도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게 마련이다. 글래스톤베리 등 해외 유수 음악축제들의 규모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DMZ 피스트레인·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등은 십수 년째 지속적으로 개최되며 국내외 록 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 최대 규모의 록 페스티벌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올해로 벌써 20주년을 맞이했다. 1999년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시초로 하며, 과거 쌍벽을 이루었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 폐지된 이후 오랫동안 국내 최초·최대의 록 페스티벌로 그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는 펜타포트다.
2025년 8월 1일(금)부터 8월 3일(일)까지 개최된 이번 펜타포트는 20주년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부실한 운영, 페스티벌 자체의 과도한 자본주의화 등으로 인해 팬들 및 관객들에게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입장 대기 관리의 부실로 수많은 관람객들이 2~3시간에 달하는 대기줄을 서야 하기도 했다. 이러한 행사 운영상의 문제점들은 분명히 향후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그 와중에도 최소한 아티스트 라인업만큼은 분노한 록 팬들의 비판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헤드라이너였던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펄프(Pulp), 그래미 8관왕의 미국 싱어송라이터 벡(Beck)의 공연을 비롯해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비와 폭염 속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8월 1일 헤드라이너로 선 일본 밴드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Asian Kung-Fu Generation, 약자로 '아지캉'이라 한다)의 공연 역시도 장장 1시간 30분에 달하는 명공연이었다. 펜타포트 메인 스테이지 앞을 메운 수많은 팬들은 열대야에도 <리라이트(リライト)> 등 아지캉의 히트곡을 떼창했고, 아지캉 본인들 역시 팬들의 호응에 부응하여 1시간 30분의 공연 시간을 다 채우고 나서도 앵콜로 한국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프터 다크(アフターダーク)>, <아득한 저편(遥か彼方)> 등의 곡들을 부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최근 아무리 J-POP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일본 밴드가 한국 최대 음악축제인 펜타포트에 헤드라이너로 설 정도인가? 처음 들어 보는데, 아지캉은 어떤 밴드지? 여전히 밖에 나가서 이야기할 때 '그뭔씹(그게 뭔데 씹덕아)'이라는 소리를 피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사실 알고 보면 진보·좌파들이 너무나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아지캉의 음악세계. 본격 좌파 오타쿠 웹진 <도모>와 함께 지금부터 이들의 음악에 대해 알아보자.
아지캉, 어떤 밴드?
최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솔로 아티스트로 꼽히며, 얼마 전 단독 내한공연을 갖기도 한 요네즈 켄시(米津玄師)는 2016년 6월 잡지 <ROCKIN' ON JAPAN>의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결성 20주년 기념사를 통해 "우리 세대에게 아지캉은 산소 같은 것으로서, 늘 그 곳에 있는 것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아지캉에 대한 팬심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 King Gnu, 아마자라시, KANA-BOON 등 최근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수많은 밴드들이 아지캉으로부터 받은 영향을 고백하고 있을 만큼 아지캉은 일본의 록 씬을 넘어 2010~2020년대의 대중음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밴드로 손꼽힌다.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아지캉('아쿵제'가 아니다)은 1996년 결성되어 올해로 결성 29주년을 맞은 4인조 밴드다. 보컬인 고토 마사후미(後藤正文)를 비롯해 기타를 맡는 키타 켄스케(喜多建介), 베이스 야마다 타카히로(喜多建介), 드럼 이지치 키요시(伊地知潔)의 멤버 구성은 밴드 결성 당시부터 지금까지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데뷔 7년차인 2003년 레이블 큔(Ki/oon)과 계약하여 메이저 씬에 데뷔했으며, 2004년 발매한 정규 2집 <솔파(ソルファ)>는 약 60만 장을 판매하며 발매와 동시에 일본 최대 음악차트인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 록 씬의 중추적 위치에 선 이후로는 자체적인 록 페스티벌인 '나노무겐(NANO-MUGEN)'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애플 비니거 어워즈(Apple Vinegar Awards) 시상식을 만들어 신인 록밴드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블리치' '나루토' '강연금'을 보셨나요?
한국에서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아지캉이라는 밴드를 알거나 혹은 최소한 한 번 이상 들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들일 것이다. 아지캉의 최대 히트곡 대부분은 일본 애니메이션에 오프닝으로 타이업(tie-up)되어 알려진 곡들이기 때문이다. 들어가기 전에 잠깐, '타이업'은 무엇인가?
애니메이션마다 '제작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기업체들의 스폰서도 들어올 만큼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애니메이션에 들어가는 오프닝, 엔딩곡 등 삽입곡에도 큰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뽀롱뽀롱 뽀로로>, <사랑의 하츄핑> 등 아동 대상 애니메이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경우에는 성인, 청년층 대상 만화와 애니메이션들이 많은 것 역시 삽입곡이 중요해진 이유다. 예를 들어 2006년작 <에르고 프록시>에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의 <Paranoid Android>가 엔딩곡으로, 2009년작 <동쪽의 에덴>에는 마찬가지로 영국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당시 신곡이었던 <Falling Down>이 오프닝 주제가로 사용되기도 했다. 당연히 이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고 그를 지탱할 시장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콜라보레이션이다.
물론 라디오헤드나 오아시스 급 아티스트의 노래가 사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은 일본 아티스트들의 노래가 애니메이션 삽입곡으로 사용되곤 한다. 본래 주제곡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본래 노래 중 작품에 맞는 것을 오프닝 혹은 엔딩곡으로 사용하는 것을 '타이업'이라 한다. 그 중에서도 한국보다 록 시장이 훨씬 크게 발달한 일본에는 대중적으로 성공한 밴드들이 많고, 이 밴드들이 만든 노래를 주제가로 사용한 경우가 많다. 아지캉이 일본 내에서 지금만큼의 대중성을 지닌 거물급 밴드로 발돋움한 것 역시 이 타이업을 통해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아지캉의 노래 중 싱글 14만 장을 판매해 가장 크게 히트했고 또한 지금까지도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곡인 <리라이트(リライト)>는 2004년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의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4쿨에 오프닝으로 타이업된 곡이다. 후술하듯 본래 이 곡은 당시 발매되던 소니의 복사방지 CD였던 'CCCD' 정책을 비판하고자 만들어진 곡이며 밴드 자신들도 그렇게까지 거대한 히트를 예상하지 않았지만, 타이업을 통해 지금까지도 명작 애니메이션으로 손꼽히곤 하는 '강연금(하가렌)'의 오프닝으로 사용되며 초대형 히트곡이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지캉의 다른 주요 히트곡들 중에서도 애니메이션 오프닝으로 사용되며 큰 인기를 끈 곡들이 많다. <아득한 저편(遥か彼方)>은 2003년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오프닝으로, <애프터 다크(アフターダーク)>는 2007년 애니메이션 <블리치>의 오프닝으로 사용되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소년만화 <나루토>, <강철의 연금술사>, <블리치>는 한국에도 역시 수많은 팬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한국에도 당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겨 봤던 현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의 세대 중에는 아지캉의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통해 '국민 밴드'급 위상을 갖게 된 아티스트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애니메이션이 '애들이 보는 것' 취급받기 일쑤고 동시에 록의 불모지로 꼽히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렇게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통해 널리 알려진 아지캉이지만, 지금과 같은 대형 밴드의 위치에 오른 이후에는 역으로 아지캉을 모티브로 삼은 만화 및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기도 했다. 2022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대히트를 기록한 <봇치 더 록!>이 그것이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기타 천재 히키코모리 소녀가 친구들을 만나 밴드를 결성하는 내용인 <봇치 더 록!>에 등장하는 '결속 밴드'의 모티브가 바로 아지캉이다. 주인공의 별명인 '봇치(히토리봇치, 외톨이라는 뜻)'는 아지캉 보컬 고토 마사후미의 별명인 '곳치'에서 착안했으며, 아지캉이 2008년 발매한 싱글 <구르는 바위, 너에게 아침이 내린다(転がる岩、君に朝が降る)>는 새롭게 커버되어 해당 애니메이션의 엔딩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본 록 씬의 중심에서 반전, 평화, 탈핵을 외치다
그러나 단순히 일본의 유명 록밴드이고 애니메이션 삽입곡 때문에 유명해진 밴드였다고 한다면, 개인적인 취향의 선호는 될 수 있었을지언정 사회운동·진보정치를 주제로 삼는 웹진에 소개할 이유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12년 만의 내한공연이었던 2025년, 고토 마사후미는 팔레스타인 연대를 상징하는 수박(팔레스타인 국기와 유사한 색으로, 1967년 이스라엘의 강제점령 이후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상징으로 통용된다) 티셔츠를 입고 펜타포트 무대에 섰다. 무대 뒤쪽의 앰프 위에 설치된 'NO WAR' 조형물과 함께였다. 팔레스타인 의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고토 마사후미는 <구르는 바위, 너에게 아침이 내린다>를 부르던 도중 티셔츠에 그려진 수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어떤 가사였을까?
出来れば世界を僕は塗り変えたい
데키레바 세카이오 보쿠와 누리카에타이
가능하다면 난 세상을 바꾸고 싶어
戦争をなくすような大逸れたことじゃない
센소-오 나쿠스 요-나 다이소레타 코토쟈 나이
전쟁을 없앤다든지 그런 거창한 건 아냐
だけどちょっと それもあるよな
다케도 춋토 소레모 아루요나
그치만 그것도 아주 없지는 않으려나
이어 고토는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일기에 당시 입었던 티셔츠의 의미와 함께 일본에서 현재 전개 중인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서명운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8월 1일은 일본 정부에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의 데모가 열렸다. 최소한의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 나는 팔레스타인 의류회사로부터 통신판매로 샀던 수박 티셔츠를 입었다. 서명은 아직 할 수 있으므로, 링크에서 꼭 부탁한다. 특정 사람들이 박해나 공격을 계속 받는 이 상태를 용서할 수는 없다." 1
한국에서도 연예인들이 정치·사회적 발언을 이어가거나 사회운동에 직접 참여할 경우 비난받기 일쑤인 것처럼, 일본 역시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지캉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빼놓는다면 결코 아지캉이라는 밴드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아지캉 멤버들, 특히 보컬이자 대부분의 곡을 작사·작곡하는 고토 마사후미는 오랫동안 진보적이며 사회운동적인 성향을 명확히 하며 반전, 평화, 탈핵을 일관적으로 외쳐 왔다. 이러한 아지캉의 사회참여적 경향은 꼭 최근의 일이 아니다. 밴드의 최대 히트곡인 <리라이트>가 본래 소니라는 대형 자본의 편협한 저작권 정책을 비판하는 곡이었다는 사실은 가사를 찬찬히 뜯어 보면 알 수 있다.
軋んだ想いを吐き出したいのは
키신다 오모이오 하키다시타이노와
삐걱대는 마음을 토로하고 싶은 건
存在の証明が他にないから
손자이노 쇼-메이가 호카니 나이카라
존재를 증명할 방법이 달리 없으니까
掴んだはずの僕の未来は
츠칸다 하즈노 보쿠노 미라이와
붙잡았을 터였던 내 미래는
「尊厳」と「自由」で矛盾してるよ
손겐토 지유데 무쥰시테루요
'존엄'과 '자유'로 모순되어 있어
당시 소니 뮤직은 '저작권' 개념을 강조하며 복사방지디스크인 CCCD(Copy Control CD)를 만들었으나, 이는 수많은 오류를 내포한 기술이었고 음질 역시 열화되어 음악을 듣는 청자들에게도 큰 불편함을 끼쳤다. 가장 큰 비판은 수많은 이들이 자신의 음악을 쉽게 들어 주길 바랬던 아티스트 자신들에게서 나왔다. 많은 아티스트들과 음악 청취자들이 이 정책에 대한 비난과 함께 소니 뮤직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으나, 당시 신인이었던 아지캉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처지였고 그 상황에서 소니 뮤직에 대한 비판과 자신들에 대한 자조를 담은 곡이 바로 <리라이트>인 것이다. 고토 마사후미는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서 CCCD 정책에 대해 "도저히 찬성할 수 없었다"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고, 청취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 밝히기도 했다. 2
한편으로 앞선 펜타포트에서의 팔레스타인 티셔츠 일화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지캉과 고토 마사후미의 반전·평화주의적 성향은 단순히 언급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 활동으로까지 이어지곤 해 왔다. 2008년 발표한 4집 <월드 월드 월드(ワール ドワール ドワールド)>의 6번 트랙인 <No.9>는 흔히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국 헌법 9조의 수호를 주장하는 곡으로, 국가주의·군국주의적 모습을 보이며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들을 '미스터 패트리어트'라 지칭하며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ミスター∙パトリオット
미스타-파트리옷토
Mr. Patriot
もう誰も泣かせないで
모-다레모 나카세나이데
이제 누구도 울게하지 말아줘
錆び付いた手でもう何も壊さないで
사비츠이타테데모오 나니모 코와사나이데
녹슨 손으로 이제 아무것도 부수지 말아줘
일본 사회의 큰 분기점으로 꼽히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이후, 아지캉의 정치·사회운동적 행보는 '탈핵'으로 확장된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반핵 운동이 부상하자 아지캉은 2012년 엘르가든(ELLEGARDEN),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등 탈핵을 주장하는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NO NUKES 페스티벌'을 열고 공연을 가진다. 이에 앞서 이들은 2011년 발표한 싱글 앨범 <마칭 밴드(マーチングバンド)>에 수록된 곡 <N2(No Nukes)>를 통해 후쿠시마 참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전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2016년, 아베 정권의 안보법 개정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 시도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직접행동이었던 SEALDs(Students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의 주요 멤버들은 일본 최대의 록 페스티벌인 후지 록 페스티벌의 토론 세션(후지 록 페스티벌,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록 페스티벌 등에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토론 세션이 별도로 존재한다)에 초대받는다. 후지 록 페스티벌에는 과거부터 정치적 이야기들이 오갔음에도 당시 SNS에서 '음악축제의 정치화'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고토 마사후미는 이들에 대한 비난을 트위터에서 정면으로 반박했고 이후 SEALDs 멤버들과 토크쇼를 열거나 이들의 책에 연대사를 남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아지캉은 중국의 사실상 식민지 상태에 놓여 있는 티베트 해방 운동에 연대하는 등 자신들의 방식으로 꾸준히 사회운동적 실천을 이어나가는 일본 음악씬의 흔치 않은 밴드로 손꼽힌다.
전쟁의 시대 속, 록으로 되찾는 희망의 노래
이 글이 탈고되는 8월 15일의 바로 직전인 8월 14일, 아지캉은 2015년 발표한 노래 <Little Lennon / 小さなレノン>의 셀프 리메이크 버전 뮤직비디오를 발표했다. 반전평화운동에 헌신했던 비틀즈의 존 레논에 대한 헌사이기도 한 이 노래는 단순히 레논 개인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세대와 국적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함께하는 세상을 상상하자는 존 레논의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한편 지난 5월 일찌감치 발표된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광복절 - 일본에서는 패전기념일 - 하루 전인 8월 14일에 굳이 공식 채널에 올라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울림을 준다.
さぁ イメージ イメージ イメージ
사아 이메에지 이메에지 이메에지
자, 상상해 상상해 상상해
五月蝿いんだよ 黙ってろよ お前
우루사다요 다맛테로요 오마에
시끄러워, 입 다물어, 너
世代とか国籍とか 括れないさ
세다이토카 코쿠세키토카 쿠쿠레나이사
세대든 국적이든 묶을 수 없어
飛び越えて行くんだ
토비코에테이쿤다
뛰어넘어 가는 거야
앞서 요네즈 켄시가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 <ROCKIN' ON JAPAN>의 아지캉 결성 20주년 메시지 모음에서, 음악 전문기자 타카하시 토모키는 "ASIAN KUNG-FU GENERATION은 록의 희망 그 자체였고, 앞으로도 록의 희망을 계속 울려 퍼뜨릴 것이다."라는 문장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 아지캉은 일본 록의 희망이지만, 단순히 록이라는 장르 혹은 일본 음악계의 희망만이 아니라 록을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널리 울려 퍼뜨리는 이 사회의 희망이라고 한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
'노 재팬'으로 대변되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여전히 호응을 얻는 반도의 땅과, 위안부의 존재와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며 공공연히 전쟁 가능 보통국가화를 말하는 극우정당 참정당이 대약진하는 열도의 땅 사이에 도무지 메울 수 없을 것 같은 간극이 느껴지는 80번째 광복절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가 한 국가만의 이야기일 수 없다고 한다면, 동아시아의 평화를 사고하는 모든 주체들이 결국 함께 살아가야만 할 이웃이라고 한다면, 아지캉이 노래하는 반전과 평화, 연대의 가치가 언젠가는 반도와 열도 사이를 메울 수 있으리라 믿는다. '광복절에 듣는 일본 밴드의 노래'가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도영
전환 기관지 편집위원장이자 <도모> 편집장.
아마추어 디자이너 일도 가끔 한다.
여전히 사회운동과 진보정치가 만들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믿고자 한다.
각주
- 고토 마사후미, 도삭사 일기 7/28-8/1 2025 https://note.com/gotch_akg/n/ne99c9526a5c7 [본문으로]
- 고토 마사후미, 복사 방지 디스크를 둘러싼 회상 https://gotch.info/post/14692162068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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